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46)
445. 지갑에 날개를
아일라는 결국 변신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며 오열하며 떠나갔다.
뭐 사실 변신 자체는 목표하면 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전투방식을 생각하면 네프티처럼 중후한 갑주를 입을 수는 없다.
오히려 몸에 달라붙는 ···그 흔히 말하는 배틀 슈트를 입으면 모를까.
다만, 아직 가죽이나 섬유 재질의 고급 재료를 구하지 못했다.
거기에 말만한 처자가 그렇게 숭한 옷을 입고 다니다니, 그러다가 길가던 흑색피부 여자애한테 너 대마인의 소질이 있는 걸?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고. 이 아저씨는 그런거 용납 못해요.
아무튼.
그렇게 오열하는 아일라에게, ···정말 진심으로 안 된다. 라고 말해두고 편의점에 돌아왔다.
“아, 선배님. 오셨어요.”
그러자 편의점 안에는 내가 아끼는 후배. 밀푀유가 카운터에 앉아 서류와 씨름하고 있었다.
무슨 서류를 그렇게 보고 있는 거지.
슬쩍 보니 우리 편의점의 재무제표다.
뭐 그리 대단한건 아니고, 작년 1년간의 입출금. 사업 아이템. 수익등을 계산해서 두 장 정도로 압축한 물건.
그 외에는 ···분기별 신상품들과 그 이익 등.
“굉장한 액수네요···. 제가 평소에 다루는 금액보다 0이 네 개는 많아요.”
“그야. 트라이스타의 가문과 협업을 구축했으니 말이다. 철도 사업과 편의점 사업을 분리하면 편의점쪽이 극단적으로 적을거라 생각한다만.”
“네. 맞는 말씀이세요. 어째서 그랬는지 이유도 알 수 있고요.”
“음.”
생각보다 복잡한 이야기인데, 이게 이브가 작년 ‘편의점에 대해서는 제프린 내에서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그건 작년 한정이지만 ···아무래도 유야무야 올해도 이어진 듯. 이브는 딱히 세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수 없이 많은 세금이 들어가는 철도 광산 사업과 제프린 내에서는 면세구역인 편의점의 합작이 탄생했다.
트라이스타에서 편의점에 철광을 넘긴 다음 편의점 명의로 신상 열차등을 연구하는, 일종의 훌륭한 탈세 ···아니 절세 수단을 발견한 것이다.
이브는 이걸 보고 화를 내려다가, 결국 한 배를 탄 것을 깨닫고 어느정도 선에서 윤허해줬다.
아주 훌륭한 사업 아이템이라 생각하는데,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하여.
밀푀유는 왜 진지한 표정으로 서류를 보고 있는 걸까.
“작년 수입은 생각보다 호조였다 생각하지만 ···뭐가 문제지?”
“이대로 가다간 ···철도가 우선이고 편의점이 뒤로 밀릴 수도 있어요.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에요.”
“계속 이야기 해 보도록.”
“트라이스타에 의한 자본잠식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편의점 자체로는 그냥 학생들의 용돈 정도, 혹은 제프린 내 귀족이나 교수님들에게서 조금의 수익만 올리는 실정이에요.”
“···극히 일부의 기호품 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는 말인가.”
“네. 철도가 우선. 그 다음이 편의점. 아니 ···편의점 자체가 부속품 취급이 될 수도 있어요. 철도에 사람이 모이니 편의점이라는 사업을 생각했겠지. 처럼 취지와 인식이 엇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군.”
밀푀유의 말은 실로 옳다.
그렇군. 지금의 편의점은 ···아직 대중에게 무언가를 선보인 적이 없다.
그에 비해 철도는 어떤가. 지금 만드는 8구역 트라이스타 학습원.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한 포털부터 중앙구까지 잇는 열차는 학생들에게 열차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허나 편의점은 아니다.
“지금이야 선배님께서 중심을 잡으시고, 다른 상인들과 협업도 하시고 하지만 ···선배님께서 졸업하시고 제가 제프린 전체를 맡게 되고, 그 뒤로 이어지고 하면···.”
“어느새인가 편의점이라는 개념은 그냥 상점의 하나로 귀속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네에.”
“···실로 올바른 생각이로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역시 ···편의점 하면 이거다. 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게 최선 아닐까요?”
밀푀유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고 합리적인 말이다. 훌륭한 후배를 두었어.
“그렇군. 훌륭한 생각이다.”
“아우.”
녀석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니 아···.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잘했어요.
밀푀유의 말 그대로였다.
슬슬 초심으로 돌아가 편의점만의 물건을 생산할때가 되었다.
내가 이 편의점을 어떻게 키웠냐.
새벽같이 포장마차 끌고가서 노점열고 사탕이랑 북어국 팔아서 이 사업을 일으켰다.
월세에 치이고, 대학원생들한테 치이고 혈통메이트한테 까이고 하면서 말이야 어? 진짜 더럽게 힘들었다고.
내가 맨손으로 자수성가한 타입이다. 이 말이야. 이 울프람이 또 하라면 못 할 거 같아?
“그렇군. 그렇다면 슬슬 우리 편의점만의 신상품을 개발할 때가 되었구나.”
“···무엇을 만드실 생각이세요?”
“이미 첫 타자는 정해졌다. 건강에 나쁘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물건이지.”
“···아?”
처음에는 그저 빈즈로 짝퉁밖에 만들 수 없었지만, 슬슬 진짜 대량 유통을 생각해야할 때가 왔다.
내 수입에도 날개를 달아보자.
***
그렇게, 나는 급하게 파티원들을 초대했다.
전원이 이 자리에서 쓸만한 지식이 하나쯤은 있겠거니 싶어 파티원들을 모아, 그 지혜 보따리를 좀 풀어보라고 대촉한 것이다.
“으음. 그렇군. 울프람의 이야기는 잘 알았다. 이 루디카도 돕도록 하지. ···그래서 무엇을 만들고 싶다는 거지?”
“각성제다.”
내 말에 모두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뭐야. 각성제는 암살자가 잘 알잖아, 그래서 물은 건데 왜 그래.
“······울프람. 샤도우 가문의 각성제는 그···. 많이 위험하다만, 그건 학생들에게 팔 생각인가?”
“아니 너무 강한 것이나, 마약성은 거절하마. 그저 일상적으로 물을 마시듯 마실 수 있는 각성제 말이다. 몸에 독성도 쌓이지 않는 ···그래. 홍차를 많이 마시면 잠이 안오는 정도 말이다.”
“아하. 알겠다. 그런 식의 음료 말이구나 ···우선 카파가 있겠군. 볶은 다음 가루를 내서 물에 끓여먹는 음료가 ···지방 부족에 있다고 들었다.”
카파. 커피 말인가.
실로 훌륭하다. 그것으로 하자.
“그래서 대량 유통은 가능한가?”
“가정에서 조금씩 키우거나, 소소한 농가는 있어도 대량으로 취급하는 곳은 없다고 들었다만.”
“그런가.”
“으음. 소량이라면 내 연줄을 통해 연결해 줄 수 있다만?”
“아니, 내가 바라는 것은 거대한 유통이다.”
“그런가. 그럼 우리 남부에도 딱히 없다.”
음. 맞다.
커피를 키우는 것 자체가 엄청 힘들고, 노예제가 없는 이 세계에서 설탕이나 커피 같은 기호 식품은 대량 양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네프티쪽은 어떻지?”
“으음. 저희 고향에도 각성제로 자주 사용되는 풀이 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걸···.”
“동그랗고 빨간 꽃인데, 각성도 되고 진통제로도 씁니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세상에나.
“그, 아니다. ···네프티는 쓴 적이 있나?”
“아뇨? 저는 어린 시절부터 다친 적이 없어서요. 거기에 굉장히 귀한 약초라 조금씩만 쓴다고 해요.”
나중에 이브에게 동부 시찰을 나가서 다 불태워버리라고 해야겠다.
밀푀유를 보니 고개를 저었다.
같은 동부라고 해도 사브레 영지 쪽은 그런 것이 없나보다.
일단 자연에서 나는 것은 반쯤 포기해야겠다.
애당초 ‘기호 식품’은 대부분 누군가를 착취해야만 시장에 거대한 흐름을 형성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유통은 커녕 생존에도 급급한 이 세계에서 그런 농업은 무리다.
“선배님. 그렇다면 천혜의 고도를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요?”
“음. 밀푀유. 그 점도 생각해봤다만 ···아무래도 그 곳에 나는 물품들은 ‘희귀’할 지언정 ‘안정적인 대량 공급’과는 맞지 않다.”
“그것도 그렇네요···.”
천연 물품을 포기하면, 그 다음은 마법적 물품이다.
즉, 포션에 각성 효과를 넣는 것.
이건 또 가능할 것 같단 말이지.
파티원은 아니지만 이 자리에 겸사겸사 참석한 필티아를 보고 물었다.
“누나. 300년 전 전장에서 병사들이 사기를 북돋기 위해 쓴 비법은 없나?”
“있긴 한데···. 그건 강화된 ‘고통상실’ ‘광폭화’ 마법이었단다?”
“혹시 그 마법은 중독되었나?”
“아니. 중독성은 없었단다. 다만 먹을것은 아니었어. 그 때는 흑빵 하나도 귀했으니 먹을것에 장난을 친다는 생각 자체는 할 수 없었거든.”
“그 마법식은 아직도 알고 있나?”
“물론이란다.”
그런가.
그렇다면 되었다.
“이브. 아일라. 레지나. 그렇다면 말이다.”
“잠깐만요. 울프람. 대체 학생들에게 뭘 쳐먹일 생각이에요?! 제프린 학생들을 광전사로 만들 생각이에요?!”
“진정해라. 이브. 저걸 굉장히 희석시키는 거다. 저 마법식을 가지고 마법 포션에 적용해서 ···조금의 ‘긴장 완화’ ‘집중력 상승’ ···아니지. 너무 약한가 ‘제프린 성적 향상’ ‘수석 포션’ 등의 효과로 가장해 파는 것이다. 희석되었고, 중독성도 없다면 포션으로 파는 게 어떤 문제가 있지? 과대 광고? 이 정도 광고면 무척이나 검소한 편이지. 황손이 직접 음용하는 극대 집중력 강화 포션으로 내놓지는 않았잖나.”
“······으, 으음. 어, 없긴 한데요.”
내 말에 이브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나는 필티아에게서 마법식을 받았고, 아일라가 흑수정을 만들고 레지나가 그 위에 마법식을 새겼다.
“이 ···이러면 되겠습니까.”
“음. 되었다.”
레지나는 무언가 묘한 표정으로 내 명령을 이행했다.
그리고 그 돌과 기본적인 포션을 가지고 제작을 돌리니.
【하급 각성 포션】
【8T】
【5시간동안 복용자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각성’ 상태를 부여해 ‘졸림’상태를 해제합니다. 극히 드문 확률로 ‘초집중’ 상태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됐다.
이거면 분명히 해낼 수 있다.
파티원들에게 마시게 하니, 이 또한 호평이었다.
“맛이 없는 거 빼면 괜찮네요.”
“딸기 시럽을 섞으면 되겠나?”
“···복숭아가 취향이에요.”
이브마저 그리 말 할 정도니, 효과는 명확했다.
“자 그럼 이제 마법 포션을 만들 수 있는 제조 공장을 세우는 것 뿐이로군. 마동석에 주술식을 적고 공장 설립안을 짜보자꾸나. 단순 반복 노동은 스피카의 골렘에게 맡기고 마력이 부족할 때는 마정석을 이용해 보충하면 된다. 음료병의 공급은 마신 병 10개를 가지고 오면 하나를 공짜로 주는 행사를 하면 어느 정도 회수도 되겠지.”
“판매 루트는 어떻게 할 건가요. 울프람?”
“트라이스타 가문을 통해 현장 인부에게 판매한다. 그 다음은 네프티 네가 알고 있는 현장 인부들에게도 입소문을 부탁하도록 하지. 이브와 밀푀유도 귀찮겠지만 한동안 입에 달고 다니면서 주변에 학구열이 높은 녀석들에게 소개해 주도록. 우선은 제프린과 서부의 수요를 전부 맞춘 후, 대륙 전체로 진출한다.”
“네!”
나의 지시에 파티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모두를 이끄는 힘이 있으신 분···. 저는 ···어떻게 해야.”
“레지나. 뭐라 했는가?”
“아, 아뇨. 아무 말도 안 했답니다.”
“할 말이 있다면 확실하게 하도록. 너의 의견도 경청하마.”
그 말에 레지나는 주먹을 가슴께 앞에 대고 꽉 쥐고는, 괴롭다는 듯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그리고 이내,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면, 너무 인부들이나 평민들, 혹은 하급 귀족을 위해 판매하시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고위 귀족들 또한 이런 음료가 있다면 음용하고 싶어하지 않겠습니까.”
“합당하다. 하지만 ···평민들이 마시는 음료라고 하면 귀족들이 쉬이 입에 대겠는가?”
“후후. 라벨을 바꿔달고, 내용물을 조금 진하게 바꾼 후, 귀족들이 평소 즐겨 마시는 음료와 비슷한 맛으로 바꿔치기 하면 될 뿐이옵니다.”
“···그런가. 역시 너는 믿을 수 있는 녀석이다.”
그리 말하며 레지나의 머리를 쓰다듬 ···으려다가 그 정도로 친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닿고 어깨를 두드렸다.
“···윽. 분에 넘치는 말씀. 실로 영광입니다.”
“그 판매 전략을 네게 맡겨도 되겠나? 아무래도 다과회에도 자주 초대받는 입장 아닌가.”
“맡겨주세요. 황자님. 그럼 저는 판매 전략을 짜기 위해 먼저 물러나 보겠습니다.”
그렇게 레지나는 깊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에 의아해 하기 전, 밝은 목소리로 아일라가 의견을 냈다.
“맞다. 울프람! 곧 중간고사니까 무료로 뿌려보는건 어때요?”
“그 또한 좋구나. 허락하겠다. 그 이후로는 우리 편의점의 물건을 취급하려는 상인들에게 물건을 풀도록 하지.”
“이름은 어떻게 할 건가요?”
“레드부···아니 레드 울프. 그렇게 가겠다.”
내 지갑에 날개를 달아줄 녀석이니까 말이야.
그렇게 얼마 후.
우리는 밀려드는 요청서에 서류에 깔려 죽는다는 게 말 그대로 어떤 의미인지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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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