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47)
446. 인싸의 증표
아무리 그래도 중간고사는 치고 원정을 나가자.
파티원들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했고, 그 말에 나 또한 동의했다.
그야 뭐.
중간고사까지 남은 시간은 약 2주 남짓.
이런 시기에 원정을 가자고 하면 이브가 나를 죽이려 들 것이다.
그렇게 쉽게 죽어 줄 수는 없지.
하여.
‘중간고사 기간 동안은 일체의 파티 집합을 금한다.’
라는 메세지를 전원에게 보냈다.
전원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오고, 나는 편의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중간고사 시험 안 치냐고?
“이미 다들 학점을 보장해줬는데 무어 걱정이겠는가.”
나중에 한 자리쯤 주겠다고 하니 알아서 학점을 올려주는 교수님들이 계시다.
그리고.
“어머. 동생 학점은 걱정할 필요 없잖니?”
“그렇군.”
파티원이 아니라 언제든 만나도 되는 필티아가 웃으며 그리 말했고,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학점은 걱정할 필요 없단다. 어떻게 학점을 주던 누나 마음이니 말이야!”
“음.”
“다만, 다른 아이들은 안 된단다? 동생만 줄 수 있는거에요.”
필티아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리 웃었다.
하. 완전 애로 보는군.
하지만···.
“즉 나 혼자만 최고등급 학점을 주겠다. 이 말이라 이해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단다.”
알겠다.
얼마든지 머리를 쓰다듬어도 된다.
즉.
이번 중간고사는 사실 모든 과목의 시험을 다 조져도, 표기되는 성적에는 문제가 없다. 이 말이렷다.
“···오래간만에, 느긋하게 지내봐야겠군.”
“후후. 좋은 생각이야.”
생각해보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다른거보다 편의점과 학업을 같이 유지하는 것. 거기에 파티의 운영과 원정까지 함께 해야 하는 것 등 나를 피곤하게 하는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런고로, 이번 기회를 통해 ···느긋하게 제프린 유람이나 다니며 조금 쉬어볼 생각이다.
“좋은 여행을 떠나렴. 동생. 낙원같은 꿈을꾸면서.”
그래.
너무 바쁘게 살았으니 말이다.
***
“울프람 님! 저희 매장에 이번 주 레드 울프 입고가 80개 밀린 상태입니다!”
“저희쪽은 100개요!”
“학생들이 기숙사로 돌아가면서 매번 찾습니다! 없다고 하면 숨겨놓은거 다 안다면서 협박까지 합니다! 도와주세요!”
···그런 꿈을 꾸었다.
중간고사 시즌이지만 영웅은 시험공부따위 하지 않는다네, 하면서 느긋하게 여행을 떠나는 꿈.
하지만···.
나의 여행은 매장으로 떠나는 여행이었고, 그 어디에도 자유는 없었다.
하지만 필티아. 그 곳에도 낙원은 없었어.
지난번 축제 합동 연합의 상인들은 나를 기다리며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빠르다.
아니 지나치게 빠르다.
레드 울프의 효과는 확실하지만, 이렇게까지 소문이 도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작 나흘만에 하루 수 백, 아니 천 병 가까이 수요가 있다고?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이지?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나 팔리는 것이지?”
“정말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이브 님이나 밀푀유 양. 다른 수석, 차석 분들이 요 며칠 입에 대시는 음료가 이것 밖에 없으셨습니다.”
“······허나.”
“거기에 주변에 들으라는 듯 ‘아 역시 레드 울프를 먹으니 집중이 잘 되는 걸. 편의점이 만들고과 그 근처 노점상이 취급한다고 하니 구하기도 쉽고 말이야’ 라는 소리를 내뱉으셨습니다.”
“···그런가.”
파티원 중에 연기에 능숙한 녀석은 따지고 보자면 레지나 정도가 끝일텐데, 그럼에도 그런 연기를 해줬다는 건가.
녀석들···!
“알겠다. 기다려라. 줄을 서라. 제작되는대로 입고해주마.”
“네, 네에!”
“다만 문제가 있구나.”
“뭐, 뭐가 문제십니까? 혹시 원료가.”
“아니 원료는 괜찮다.”
가장 기본적인 포션의 제작법은 ‘아무런 약초’ ‘아무런 물’ 이후 ‘마법 부여’의 세 가지 공정을 거친다.
즉 길가에 있던 약초를 죄다 뜯어다가 아무런 물에다 섞은 다음, 마동석에 새겨진 마력을 부여하면 짜잔 하고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자동적으로 돌아가게끔 공정을 만들었다.
이를 위해 스피카와 아일라가 큰 고생을 해줬다. 흑수정으로 포션 제조 거대 들통에, 골렘들이 전부 일을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전력을 다 해 공급하자면 하루 천 병은 충분할 터.”
“그, 그렇다면 뭐가 문제십니까?”
“병이 없다.”
“네?”
“그러니까. 빈 병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빈 병은 공짜가 아님을 모르나.”
“······아!”
사실 거대한 제조 공정이나, 마동석이나, 마정석 같은 것은 마력을 때려 부으면 어떻게든 되지만, 빈 병 자체는 아일라나 스피카가 결국 한번에 하나씩 만드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상정한 것이 하루 백 병 정도. 중간고사 기간인 닷새동안 오백 병.
아일라와 스피카는 서로 250개의 빈병을 만들어줬다.
허나 지금은 무려 하루 천 병을 요구하는 상황.
빈 병이 없다면 어찌 해야 하는가.
“그, 그 점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빈 병이 없다면···.”
“어쩔 수 없군요. 학생들에게는 못 판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빈 병이라는 소모품은 생각보다 귀중해서, 회수율이 적기도 하다.
애당초 병 자체가 일주일 후에는 마력이 다해 사라지게끔 만들었다고 하니 악용될 우려는 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병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편의점을 알릴 수 있는 이 기회를 포기해야만 하는가?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방법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어떤 방법이 있지.
어떤 방법이···.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곤란에 처한 것 같다면 바로 제가 있어요! 울프람!”
“···아일라?”
“세계 전부를 적으로 돌려도 당신을 지키기 위해! 이 아일라 트라이스타 등장!”
등 뒤에서 짜잔! 하는 효과음을 입으로 내며.
마치. 네프티의 변신 자세를 따라하듯.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그 곳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파티원 집결 금지라고 했을텐데.”
“물론이죠! 하지만 편의점을 이용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그야 그렇다만···.”
“제 건물에 제가 오는데 허락을 맡아야 하는 이유는 없잖아요?”
그리 말하며 베시시 웃는 아일라를 보며, 나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그래. 그 또한 맞군.”
“그리고, 세입자분께서 곤란하는데 건물주가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또한 옳다.”
“자. 그럼 저에게 말해보세요. 이 건물주가 도울 수 있는건 뭐든 도와드리죠!”
“······.”
“아. 너무 남남 같은가요? 파티원 ···은 집합 금지고, 손님과 주인···도 더 남남 같은 말이네요. 그러니까···.”
“파트너.”
“···후후. 네! 맞아요. 파트너. 당신의 첫 파트너. 그리고 유일무이한 약혼녀에게 고민을 털어놔주세요!”
“······그래. 그럼 의지하도록 하지.”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을 읊고는 아일라에게 가능한지 물었고, 아일라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웃었다.
좋아.
“나머지는 내가 순수하게 노력 할 뿐이군. 미안하다. 아일라. 거기까지만 돕고 돌아가도 좋다.”
“어머,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후후. 파트너니까 끝까지 도와야죠!”
“······고맙다.”
***
그리고, 그 날 밤까지 우리는 중노동에 시달렸다.
해결법을 찾아내느라 고생한 게 아니라, 해결 방식 자체가 문제였다.
사실 해결법은 간단했다.
병이 없다면, 병을 준비해 오게끔 하면 그만이다.
즉.
아일라는 정수기의 원리를 이용해 버튼을 누르면 쪼르륵 나오는 급수기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각 상점에 배치한다.
이제 포션을 제조하는 들통을 소형화 시켜 약 오 백 병 분량을 채워 흑왕호에 배치. 각 상점에 분배한다.
모자라면 상인들이 다시 발주 서류를 넣고 파트라슈가 흑왕호를 몰고 배달하러 다닌다.
그럼 각 상점에 ‘레드 울프 급수기’가 생기고 이후 병은 학생들이 자체 조달하고, 병 값을 빼주는 것이다.
컵라면용 뜨거운 물 정수기를 각 편의점에 배치하듯, 레드 울프라는 음료수 급수기를 만들어버리면 된다. 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합리적이었다.
허나 불합리 할 정도로 엄청난 중노동이었다.
아일라는 물건을 만드는데 바쁘고, 나는 물건을 옮기는데 힘을 써야 했다.
파트라슈가 도와줬지만, 녀석은 염동력은 쓸 수 있어도 손이 아니라 발이 달려있기 때문에 섬세한 작업은 할 수 없었다.
다른 상인들도 합심해서 도왔지만, 물건 하나하나가 보통 무게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늘 내로 다 할 수 없다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할 수 있을까요. 울프람.”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저 답지 않게 약한 소리를 했네요! 자! 해 보죠!”
“음.”
솔직히 말하자면 단 둘이서 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처음으로 ‘포기’를 염두에 둘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앗! 그건 제가 하겠습니다! 로열 가드는 이럴 때 도움이 되는 법입니다.”
“울프람! 재미있는 걸 한다고 들었다! 루디카를 빼놓다니 섭섭하구나! 이건 이쪽으로 옮기면 되는가?”
“선배님! 발주 서류 전부 처리했어요! 각 상회에 말해서 급수기 배치 장소를 만들어 두라고 연락도 넣어놨어요!”
“아 진짜 쓸모 없는 남자네요. 한 말도 못 지키고, 한심하긴. 아무튼 마동석의 마력은 충분하죠? 아뇨. 모자라도 돼요. 방금 전부 충전했으니까요.”
“황자님. 마력을 물리력으로 전환해 운반하는 것은, 제 늪의 마력이 가장 잘 어울립니다.”
파티원 녀석들이 언제 눈치 챈 것인지 전원 도우러 왔다.
말도 안 되는 속도다. ‘파티원의 위험 감지’ 라는 능력은 파티 리더인 나 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어떻게···.
“아일라. 네가 연락했나?”
“아뇨? 할 수 있었지만 ···울프람이 그걸 바랄리가 없잖아요?”
···.
역시 나를 잘 아는 녀석이다.
그렇다면···.
파티원을 슥 보니, 전원이 슬쩍 웃었다.
“파티끼리 연락을 하지 말자고 할 때야 말로, 가장 위험한 일이 생길 법 하지 않습니까?”
네프티의 그 말을 필두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디카는 네프티의 움직임을 보고 흥미롭게 따라왔고, 밀푀유는 발주 서류를 관리하면서 반드시 사고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한다. 레지나는 아일라가 사라진 것을 보고 뒤를 쫓았다고 한다.
그리고.
“흥. 당신은 요주의 대상이니,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파티원의 동선은 언제나 꿰고 있다고요.”
“···그런가.”
마지막으로 이브 녀석이 볼을 살짝 붉히면서 시선을 피하고 흥. 하고 콧김을 뿜었을 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런가.
내가 지시하지 않아도, 이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구나.
파티는 나를 중심으로 모인 게 아니라, 누구 한 명이 곤란에 처하면 다른 누군가가 눈치챌 정도 까지 왔구나.
그리고, 한 밤 중에 모든 업무가 끝났다.
지끈거리는 허리와 아파오는 머리, 덜덜 떨리는 다리와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 까지.
온 몸이 죽을 거 같다고 소리쳤지만, 그럼에도 가슴 속에는 해냈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끝, 났나.”
“네···! 우리가, 끝냈어요!”
대표격으로 아일라가 말 했지만, 꼭 그녀가 아니더라도 모두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
해냈다.
내가 지시한게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내가 합류하라고 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곤란을 다른 누군가가 눈치채고, 그 뒤를 또 다른 누군가가 따라와서.
그렇게. 하나의 벽을 넘어섰다.
【파티 퀘스트를 해결했습니다.】
【전원의 신뢰도가 높은 상태에서 완벽한 성과를 냈습니다.】
【파티 랭크가 상승합니다.】
【전원이 제한 없이 ‘파티 메세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우리의 노력을 칭찬하듯 하나의 시스템을 열어줬다.
‘아아. 들리시나요!’
‘들리진 않고 보인답니다. 네프티.’
‘아. 그렇군요. 파티 메세지는 들리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겁니다!’
‘저는 울프람과 목소리로 이야기 할 수 있지만요!’
‘그건 저희도 할 수 있어요. 목소리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답니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어라? 그러니까. 아니 레지나 시엘라. 당신 말이 옳긴 한데요. 그런 게 아니라···.’
‘아하하. 이렇게 눈앞에 글자가 돌아다니는데,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게 신기하다!’
파티원 전원이 왁자지껄 떠들며 메세지를 남겼다.
‘아무튼, 이런 기능이 생긴 것 자체는 좋지만 ···시험 등에 악용하지는 않도록 하세요.’
마지막에 이브의 경고를 보고, 슬쩍 눈을 감았다.
그렇군.
이게 바로 진정한 친애의 증거.
친목의 상징성. 모두가 함께 있다는 증표.
인싸들만 쓴다는 환상속의 시스템.
“음.”
단톡인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