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48)
447. 고마워요 레지나단
제프린 귀족가 학생들의 티 파티.
물론 중앙이나 심지어 각 왕국의 사교회에 비교하면 준비한 물건들은 무척이나 적지만, 이 곳에는 나름대로의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셀럽들이 새로운 물건을 가지고 오면, 그만큼 흥미를 가져준다는 점이다.
학생들의 왕성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집단 내에서 인정받은 사람이 가져온 것들에 대해서는 다른 엄격한 심사 없이 통과시켜 주는 편.
나름의 심사는 거치지만 중앙의 사교회에서 독 검사나 품질 검사에 얼마나 철저한지 안다면, 여기는 그냥 없다고 봐도 될 수준.
그리고 이 곳에, 레지나 시엘라는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 참여했다.
울프람이 지시한 레드 울프의 강화판. 프리미엄 레드 울프의 시제품을 들고 말이다.
“여러분들께서 연일 학업에 힘쓰심은 이 레지나 시엘라가 가장 잘 알고 있답니다. 왜냐하면 저도 같은 입장이니까요.”
레지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번 박수를 치고 가볍게 인사를 올린 후 말을 꺼냈다.
가볍게 유머가 담긴 목소리에 청중이 웃는다. 물론 레지나의 유머가 웃기다기 보다는, 권력의 상징에게 잘 보이기 위한 웃음이었다.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무려 가장 위대하신 분께서 새로운 음료를 개발하셨답니다. 여러분들도 편의점이라는 곳은 알고 계시겠죠?”
다시 한 번 좌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점. 제8마법학부에 있다는 그 곳에는 감히 다녀갈 수 없으나, 학생회 지하에 있는 명품관중의 명품관 아닌가.
물론 학생회 임원들에게 연줄이 있지 않은 이상 함부로 다녀갈 수 없기에, 선택받은 일부 중에서도 진짜 일부만이 갈 수 있다는 명품관.
편의점에 갈 수 있는 인물들은 혈통으로 가려받는것이 아니라 철저한 실력제라는 점이 더더욱 찬란해 보인다.
생각해보면 그 학생회실의 주인은 가장 위대한 혈통인 이브 폰 로엔그린. 그녀에게 혈통을 자랑하며 선을 댈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편의점을 이용한다는 것은 혈통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을 입증한 ···장래에는 황손 곁에서 이 대륙을 이끌어갈 인재임이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편의점 물품은 고귀하다.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사탕. 사랑을 성취해주는 간식.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미용 용품이나 한 입 먹기만 해도 천상의 맛을 느끼는 샌드위치 등.
물론 그 편의점의 주인 되시는 분께서는 가끔 축제 등지에서 점포를 여시기도 하지만, 그 때 파는 물품들은 맛은 훌륭하나 철저한 4급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1급. 아니면 특급은 어떨까.
특급 포션이라면 단 한 잔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있지 않을까.
말 그대로 신화의 고서에서 나오는 천상의 이슬처럼 죽기 직전의 사람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편의점이라는 공간, 그 안의 1급품은 모든 학생들이 눈을 빛낼 정도로 고귀한 물건. 이라는 인식이 점점 각인되어가던 도중. 오늘 레지나 시엘라가 편의점의 신상품을 소개하러 나온 것이다.
물론 그 물품이 무엇인지는 대부분 알고 있다.
이미 평민 학생들 사이에서, 편의점의 5급품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5급품은 평민들 중에서도 더 아래층을 위해 만든 하급품이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다.
본디 명품을 취급하는 곳은 철저하게 서민 상업과 분리해서 운영하지만,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위로는 충족을, 아래로는 박애를 실천하기 때문에 한 점에 몰았다 한다.
“물론 여러분들께 그런 천박한 음료를 소개시켜드리면 저도, 그 분의 뜻에도 어긋난답니다. 오늘 제가 소개시켜드릴 물건은 딱 100병 한정으로 만들어진 프리미엄 레드 울프. 예에.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그 분께서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하신 물량이랍니다. 이 이상도, 이하도 없죠. 자 보세요. 트라이스타가 자랑하는 자수정 병 위에 금의 테두리를 입힌 이 자태. 한 병 마시면 그 날은 자정을 넘어서도 집중력에 전혀 문제가 없죠. 궁금하신 점 있나요?”
모두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 중 한 학생이 조심스레 손을 든다. 레지나 시엘라가 그녀를 응시하자, 조심스레 일어선 소녀는 레지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기존의 평민들이 입에 담던 그 음료와 정확히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
“어머. 좋은 질문이에요.”
날카로운 질문이었고, 다른 학생들도 헉 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레지나 시엘라의 이름 뒤에는 바로 그 울프람이 있는데, 이렇게 직접적인 질문을 해도 되냐는 의문의 시선을 담았다.
그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에 레지나는 방긋 웃었다.
“물론이랍니다. 우선 안에 들어가는 재료부터 완전히 다르죠. 몸에 좋은 허브 일곱종과, 구하기 힘든 최상급 과실액을 넣어서 감미롭기 그지없는 향을 준비했죠. 자. 들어오세요.”
레지나 시엘라가 두 번 박수를 치자. 문이 열리고 시녀, 시종복을 입은 학생들이 트레이에 쟁반을 가득 담아 들어왔다.
쟁반은 손바닥 위에 올라갈 정도의 사이즈. 그 위에는 한 입 정도 맛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차게 식힌 잔이 일곱.
누구나가 이 음료가 레지나가 말한 그 프리미엄 레드 울프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향기가 폭사했다.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저들이 들어와서 쟁반을 이 살롱에 참여한 전원에게 나눠 줄 때 까지, 뇌를 뒤 흔드는 향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향긋한 숲의 향기를 기본으로, 과실의 향기. 허브의 향기. 꽃의 향기. 한 번 들이쉴때 영혼이 물들고, 내쉴때 혼과 함께 빠져나간다.
향기의 폭력.
허나 그저 기분 좋은 폭행에 학생들의 얼굴이 풀렸다.
“자. 저마다 맛이 다르답니다. 전원 시음을 즐기시죠. 저는 ···후후. 함께 제작 공정에 참여하여 정말 많이 마셨으니 걱정하지 말고 다과를 드세요. 오늘 함께 할 간식은 무려 그 분께서 구우신 버터 스콘으로 위에는 전설의 요정향에서 난다는 꽃잎을 한 장 올리셨답니다.”
그 말에 학생들의 눈이 빛나고, 저마다가 조금씩 시음하고 스콘의 맛을 보는 와중, 레지나는 잠시 텀을 두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시종복을 입은 일반 학생들이 다시 들어와 쟁반을 전부 회수해 트레이에 담고 나간 뒤. 아직까지 향기와 맛의 폭풍 속에 취해 있는 학생들을 향해, 레지나는 마지막 타격을 날렸다.
“각자 맛을 보셨나요? 그 분께서 순수 제작하신 100병. 그 맛은 총 일곱 종이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병 아래를 보면 1번부터 100번까지 숫자가 새겨져 있죠. 네. 맞아요. 이 숫자는 이 자리에 있는 분들만 가질 수 있는 완전 특수 한정 생산 병이랍니다. 1번과 100번을 제외하고는 병 14개씩 맛이 나눠져 분배되어 있답니다.”
그 말에 학생들의 눈에 빛이 들어왔다.
“가격은 ···후후. 여기서 금액을 논하기에는 촌스럽지요. 얼마가 되던 구매하실 분들이시니까요. 이 시엘라가 인정한 분들께서 금액에 인색하실리가 없죠?”
그 말이, 이 무대의 품격을 더욱 끌어올렸고, 학생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구매하겠다고 서명하시면 안전하게 밀봉된 음료가 내일까지 배송될 거랍니다. 병의 번호는 완전히 무작위로 분배 될 겁니다. 물론 맛도 그렇죠. 인당 2병씩 구매하실 수 있답니다.”
그 말에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서명만 하면 배달되는 시스템.
아마 가격도 그 때 확정이 나리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1번과 100번.
그 숫자가 가지는 위대한 프리미엄.
누구나가 두 번 도전할 수 있는 완전 한정 생산판.
모두의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물론 1번과 100번 병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그 두 개의 병 안에 들어가 있는 음료는 이 프리미엄 레드 울프 이상의 효과와 맛을 지닌 ···여러분들이 그리 찾던 1급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 말이 화룡점정.
누구 한 명 주저하는 기색 없이 전원 구매했다.
***
내가 내린 지시를 완벽하게 수행한 레지나는 편의점에 와 판매 현황을 보고했다.
“고생했다. 레지나 시엘라.”
“아뇨. 전부 황자님께서 설계하신 판매 전략 ···저는 그저 사람을 모으고, 대본을 읊는 배우였을 뿐이랍니다.”
음.
그도 그렇다.
완전 한정 생산. 프리미엄 판매. 향과 맛의 차별화 등.
현대에서 내가 봤던 더러운 상술은 전부 꼴아박은 판매전략이었다.
사람인 이상 명품과 한정에는 끌릴 수 밖에 없고, 그 두개를 합치면 뇌가 녹아버리면서 사게 되거든.
“다른 것 보다. 병 자체에 숫자를 부여하시고, 그 중 단 두개 그것도 1번과 100번만 한정판을 제작하신다는 발상은 ···실로 감탄했습니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저 조금 욕망을 자극했을 뿐이다.”
“후후. 모든 상인이 그것을 못 해 파산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특히 병 전략은 ···저도 몇 수나 배웠답니다.”
“그 병 말인가. 뭐 100병을 7로 나눠서 팔면 두 개 남으니 말이다. 대충 떠올린 것이다.”
맞다.
다른 거보다, 2%확률로 나올 거라는 전설의 뽑기권이 장난 아니지.
“후후. 겸허하신 것인지. 그 말씀이 저에게는 따듯하게 들리면서도 ···제가 못나다 매질하시는 것 같아 아프기도 하답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다. ···미안하군.”
“사, 사과는 하지 말아주세요. 황자님 잘못이 아닙니다.”
아니 좀 기만을 한 것 같아서 말이야.
아무튼, 레지나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라면 뭐지? 칼찌의 전조증상인가? 라며 불안해 했겠지만 오늘은 그 불안감과 공포를 이겨내고 한 발 더 나아가 보기로 했다.
지금의 레지나는 내가 인정한 파티원이면서 동시에 ···내가 내린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오지 않았나. 나도 파티 리더로서 죽음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뭔가 문제가 있나?”
“예? 아 ···상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네요. 죄송합니다.”
“매번 사과만 하지 말고, 이유를 이야기 하도 ···아니. 해 준다면 좋겠군.”
“분에 넘치는 말씀 이십니다. ···하면, 말씀 올리겠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무슨 생각 말인가?”
“이 파티에, 저는 필요한 인재일까. 하고요.”
안 돼.
이거 레지나 흑화 루트에서 나오는 대사중 하나 ···였던걸로 기억한다.
얘는 태생이 이브에게 치이고 살 정도로 완벽한 하위호환이기 때문에 저렇게 ‘쓸모가 없다.’ 같은 인식이 박히면 급속도로 흑화한다.
그래서 옆에서 믿어주고 의지해주고 이용해주고 오구오구해줘야 한다.
“···어째서 그리 생각했지.”
“마법으로는 이브 님. 두뇌로는 밀푀유 양. 황자님의 신뢰는 아일라 트라이스타. 전열에는 네프티 양과 한 자루 비수로는 루디카 양. 거기에 ···상업 전략에서는 황자님께 패배를 맛보았으니 ···이 파티에 제가 설 자리가 있을지요.”
“······.”
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약한 소리를 하지 않을 레지나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었나?
내가 잠시 말을 고르고 있자, 레지나는 쓸쓸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중앙 귀족과의 인맥이라고 한들, 황자님께서 한 번 손짓 하시면 바로 만드실 수 있는 하찮은 것. 이 레지나 시엘라가 파티에 있을 자리가 있을지···.”
거기까지 말하고 레지나의 눈이 탁해졌다.
까득, 소리가 난다.
그것은 레지나가 스스로의 손톱을 살짝 깨무는 소리다.
까득. 까득. 까득. 까득.
뇌를 돌아버리게 만드는 일정한 박자로 손톱을 깨문다. 시선이 떨리다가 가라앉고, 초점이 사라지며 탁해진다.
레지나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이시스 님께서는 어째서 그런 말씀을.’ ‘아냐. 나는 스스로’ ‘아하. 그렇구나. 전부 사라져버리면.’ ‘괴로운 세상’ ‘이대로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쓸모가 있어야 해.’ ‘하지만 쓸모가 없는걸’ ‘그렇다면 쓸모 있는 녀석들을 전부 제거하면’ ‘내가 쓸모 있어지는···.’
내용을 알 수 없는 소리가 무수히 중첩되며 하나의 노이즈가 된다. 사람의 마음을 잡아먹는 오열. 【황실 혈통이 한탄의 정신공격에 저항합니다. 완벽한 저항!】 이라며 황실 혈통도 저 탄식을 정신공격으로 간주할 정도였다.
“이렇게 된 이상.”
끝으로 레지나 시엘라가 웃으며 말을 이어가려던 그 때.
나는 마지막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있다.”
“네?”
나는 바로 긍정했다.
대대로 내려오는 레지나단의 말이 있다.
-레지나님이 고민하시면 고민보다 빠르게 긍정하고 칭찬해드려라. 안 그러면 그 날 죽는다.
-이유는 나중에 가져다 붙여도 되니, 일단 칭찬하고 긍정해야 내일 뜨는 해를 볼 수 있다.
-죽고 싶나? 그렇다면 칭찬을 망설여라. 살고 싶나? 그렇다면 일단 칭찬하고 생각해라.
“지금의 너는 ···우리 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재다.”
“어, 어째서 그런지 ···연유를 여쭤도 될까요?”
아.
젠장.
뭐라고 하지?
음.
으음.
“그야. 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그리 정했으니 말이다.”
“···아.”
저, 적당히.
옛날에 책에서 봤던 말을 잔뜩 붙여주자.
“날개라는 것은, 사람의 등에 붙어있어 스스로는 볼 수 없다. 오직 남이 봐줘야만 하는 것이지. 레지나. 나에게는 너의 날개가 보인다. 너 스스로는 볼 수 없는 날개가 말이다.”
“······네, 네에.”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따라와라. 스스로가 의심스럽다면 나를 믿어라. 네가 스스로를 부정해도 내가 너를 긍정하마.”
“네, 네에!”
힐끗, 레지나의 눈치를 살폈다. 눈이 투명하게 돌아온 것이, 아무래도 정상 같다.
“문제는 ···해결되었나?”
“네, 네에. 거의 모든 미혹이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자님.”
레지나는 그리 말하며 방긋 웃었다. 파티창을 힐끗 보니, 컨디션이 절호조다.
살았다.
오늘도 살아남았다.
고마워요.
레지나단.
정말 고마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