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51)
450. 마녀 강림
우선 말해두지만, 나는 스피카를 팔아넘긴 것이 아니다.
라이아 급의 초월종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
특히 라이아의 마력 최적화는 설정집에 적혀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물론 스스로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초월종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특기가 있지만, 바람과 눈을 이용해 목소리를 만들어낼 정도의 마력 조율법은 오직 라이아만의 특기다.
스피카는 태생의 마력이 아무래도 부족한 편이니, 배워서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릴리아 스노우. 보물고로 안내해 줄 수 있겠나.”
“알겠다! 울프!”
나는 스피카에게 좋은 스승을 소개시켜주고, 라이아에게는 좋은 제자를 소개시켜주고, 그 보상으로 아주 조금의 보물을 받을 뿐이다.
봐라.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세계의 완성이다.
***
그렇게 라이아의 보물고에 도착했을 때.
그 안에서 밀려나오는 한기에 몸을 떨어야 했다.
빙정의 망토는 스피카가 돌려줬지만, 그 저항마저 뚫을 정도의 한기.
이게 바로 얼음 여왕의 보물고인가.
방은 수정을 통한 빛의 반사로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전체가 얼음으로 된 보물고 안.
진열대 또한 투명한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안에는 형형색색 보물로 가득하다.
“그래서 울프는 뭘 가져갈 생각이야? 릴리아가 꺼내줄게, 인간이 건드리면 동상 입어!”
“음. 라이아가 왕관도 상관없다고 했지.”
“응. 그러셨지.”
여왕의 왕관.
얼핏 보기에는 모든 권력을 이양할 것 같은 이름이지만, 절대 그런 보물이 아니다.
거 참.
말은 잘 해요.
슬쩍 아이템 감정을 눌러보자.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의 왕관】
【3T】
【여성용 왕관. 착용자의 신념과 마력을 바쳐 스스로의 등급을 두 단계까지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매 초 ‘상당한 양’의 마력을 요구합니다.】
【착용시 냉기 마법에 대한 완전한 면역을 부여합니다.】
【착용시 모든 물, 얼음 속성 마법에 ‘최강화’ ‘필중’의 부가 스펠이 부여됩니다.】
【착용자의 마력을 대가로 얼음의 마력 방패를 생성합니다. 투입 양에 따라 고룡의 비늘에 버금가는 방패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모든 물, 얼음 속성 마법의 시전 속도. 위력. 수준이 향상됩니다.】
뭐.
엄청난 물건이긴 하다.
말 그대로 여성용 왕관.
자체적인 면역이나 부가 스펠을 두 개 붙여주는 것도 좋고, 마력방패 생성도 좋고, 마법 강화도 좋지만 ···문제는 이 녀석이 끔찍할 정도로 마력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이다.
어느정도냐면, 지금의 이브도 이거 차고 한 시간을 못 싸울 거다.
물론 그 녀석은 빛 속성이기에 이걸 채워줘 봐야 족쇄밖에 안 된다. 그나마 마력 방패가 쓸모 있긴 하겠네.
즉.
이건 라이아 나름대로의 조크다.
우리 파티에 물 속성 마법사가 없는걸 알고서 던진 농담이겠지.
뭐. 여기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다 그렇다.
얼법. 혹은 냉법이라고 불리는 수(水) 속성 파티원이 있었더라면 삼종신기를 대충 채워줬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파티에는 없다.
차라리 대지의 초월종이나 빛의 초월종의 호감작을 했다면 싶긴 하지만, 라이아랑 처음 계약할 때는 체력 망토가 필요했으니까.
아무튼.
결과적으로 여기는 잘못 고르면 진짜 계륵이 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내가 잘못 고를 리가 없다.
자. 우리 파티원에게 맞춰줘야 할 물건이 무엇 인고 하니.
“이렇게 세 개를 꺼내주면 고맙겠군.”
“···알겠다! 이렇게 세 ···개?”
“왜 그러지?”
“···울프, 진짜 이것들을 가져갈 생각인가?”
“음. 그렇다만?”
“어, 음 ···아, 알겠다! 여왕님께서 다 꺼내가도 된다고 하셨으니 말이다!”
“음.”
이후 릴리아는 보물고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세 개의 보물을 가져왔다.
반지 하나. 목걸이 하나. 그리고 단검 하나.
“전부 가져왔다. 맞나!”
“음. 전부 맞구나. 수고했다.”
“으, 응!”
그리 말하며 릴리아는 보물을 힐끗 바라봤다.
도저히 왜 가져가는지 모르겠다는 보물부터, 저건 가져가면 여왕님이 힘들어 하실 텐데 싶은 보물까지.
나름 골고루 잘 골랐다고 생각하고 자리를 뜨려는 순간, 릴리아가 내 옷깃을 잡았다.
“그럼 이렇게 세 개를 가져간다고 하고···.”
“아! 울프. 잠깐!”
“뭐지?”
“여왕님께서 전언이 왔다! 마력안으로 여길 보고 계셨던 것 같다!”
“···라이아가? 뭐라 했지?”
“음. ‘그대가 무엇을 노리는 것인지 알겠지만 제 선물을 전부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고르는 것은 재미가 없네요. 한 가지 더 가져가도 되나, 그대가 상시 패용할 물건으로 고르세요.’ 라고 하셨다!”
“······.”
그런가.
라이아 녀석은 내가 이 보물을 전부 파티원에게 뿌릴 거라는 사실을 알았나보다.
그야 뭐. 하나같이 전부 내가 쓰기에는 애매한 것들인걸.
“라이아의 배려에 감사하마. 자. 그럼 어디보자. 내가 쓸 물건을 골라보도록 할까.”
“응! 그러도록 해라!”
말은 쉽게 했지만, 생각보다 고르기 까다롭다.
라이아는 마법계. 그리고 나는 어느 쪽이냐 묻는다면 근접계니까. 호환되는 물건을 찾기가 애매하단 말이지.
차라리 내가 여성이면 얼음여왕의 드레스라도 입겠지만, 나에게 그런 취미는 없다.
어쩔 수 없지.
“그럼 이 팔찌로 하마.”
“···이걸로 괜찮은가? 이건···? 음. 이거···는.”
“알고 있다. 어떤 물건인지. 그리고 그 유래도 말이다.”
“으, 응. 알겠다. ···곱게 잘 써주면 좋겠다. 여왕님도 승낙하셨다.”
그렇게 보물 선정을 마치고 왕성에서 나오는 길.
나는 무언가 놓고 오지 않았나. 라는 위화감에 휩싸였고, 이내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오라···버니.”
“배움은 있었나?”
“네, 네에···. 있긴 했는데요. 그게 ···엄청 힘들어서 ···자고 일어나서 말씀드려도 될까요?”
“음. 괜찮다.”
아차차.
깜빡할 뻔 했네.
***
지쳐서 뻗은 스피카를 편의점 앞 기숙사에 넣어놓자, 마침 본인방에서 서류 업무를 보고 있던 필티아와 마주쳤다.
무슨 일이 있었냐며 다급하게 묻는 필티아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마력의 흐름이 조금 좋아진 거구나.”
“그것도 알 수 있는가?”
“물론이지! 이 누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니? 마법의 조종(祖宗)이라 함은 우리 드래곤이란다? 스피카의 마력 흐름이 조금 깔끔해졌는걸? 음. 기절해있으니 당연히 무의식적으로 이런 회전을 하고 있다는 건데 거의 세뇌에 가깝게 때려 박았던 걸까···. 어떻게 자면서 이렇게 할 수 있을까?”
···.
······.
나중에 스피카를 위한 선물 보따리라도 준비해야겠다.
아무튼, 스피카의 간호는 필티아에게 맡기고, 나는 다른 파티원을 호출하기로 했다.
“동생.”
“음?”
“곧 두 번째 문을 ···닫으러 갈 거지?”
“그렇다만.”
“모두를 위해서 고생이 많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나 완벽한 답은 아니다.”
“무슨 의미니?”
무슨 의미긴.
“이 대업의 최우선 목표는 필티아 블루브리즈의 해방임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다. 즉. ···주인공인 누나가 남 이야기를 하듯 떠들 때가 아니라 나가면 어떻게 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본인 기준으로 계획이라도 짜 두라는 말이지.”
“···그래. 그렇구나.”
“음. 그런 것이지. 그럼 나는 다른 파티원들과 협의 할 내용이 있어 먼저 자리를 비키도록 하겠다만 ···누나는?”
“누나,는 여기서 스피카를 보고 있을게.”
“음. 부탁하지.”
나는 씩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을 닫고 나가기 전.
“후우. 위험했어. 잘 참았어, 필티아. 응. 정말 ···후후. 그런 말을 함부로 하면 나중에 크게 혼 날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스피카가 있어서 참았지만 진짜···. 아 진짜 확···!”
필티아의 묘하게 낮은 중얼거림이 들렸지만, 그 내용 전부가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
다음날.
나는 파티원을 불러 모았다.
전원은 아니고 이번 원정의 중심이 될 아일라. 밀푀유. 루디카.
그리고···.
레지나 시엘라였다.
“울프람! 저희 왔어요!”
언제 들어도 똑같지만, 항상 새롭게 기운찬 아일라의 인사를 필두로, 아하하 선배님. 안녕하세요. 울프람 우리 왔다! 리더. 부르셨나요. 등 ···파티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평소라면, 이대로 식사나 한 끼하고, 잡담을 하고 일상을 보냈겠지만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니다.
녀석들을 불러 모으고, 자리에 앉힌 뒤. 라이아의 성에서 가져온 보물을 개봉했다.
“······울프람. 이건 또 어디서 가져 온 건가요?”
“와, 와아···.”
“으음···.”
“와아. 리더···.”
보물은 총 네 개.
“우선 이 장갑은 내가 쓸 것이다. 그러니 이 녀석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실전에서 하도록 하지.”
남은 보물을 하나하나 짚어 설명하려고 했으나, 그 직전 밀푀유가 손을 번쩍 들었다.
“잠시만요. 선배님!”
“음. 뭐지?”
“이,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다섯 명인데, 하나는 선배님 것이라고 하셨으니···. 그럼 한 사람은.”
“음. 미안하지만, 한 사람은 이번 보물을 얻지 못한다. ···허나 나중에 이를 넘는 보물을 선사할 것이니 너무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하는군.”
“······네. 알겠습니다.”
그 말에 서로 스윽, 하고 눈치를 살핀다.
밀푀유와 레지나는 창백한 표정이었고, 루디카는 은은하게 웃고 있었으며 아일라는 그저 눈을 빛낼 뿐이었다.
우선. 은은하게 웃는 녀석을 보며 픽 하고 마주 웃어준 후 설명했다.
“루디카. 지난 번 싸움에서 단검이 완전히 부서졌지. 당연하지만 이 단검은 오직 너를 위한 것이다.”
“응.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런 당연함 이상으로 ···무척 기뻐. 고마워 울프람.”
“무얼. 이 단검은 빙류곡도라고 한다.”
“빙류곡도?”
【빙류곡도】 는 무척이나 독특한 단검이다.
하르크가 썼던 마검 중 하나이며, 원 소유주는 라이아.
손잡이는 청백색. 검신은 은색이며 아주 미세한 얼음 알갱이가 검신 주위를 떠다닌다.
여기에 마력을 주입하면 얼음 알갱이는 날을 타고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돌기 시작해, 마치 공상 과학 소설에서 나올 법 한 ‘단분자 커터’가 된다.
물론 진짜 단분자 커터는 아니지만 상대의 방어를 그대로 긁고 밀어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뛰어난 방어구 파괴와 방어 무시 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물건이네.”
“음. 무려 2티어의 일품이다. 잘 쓰도록.”
“응. 엄청 까탈스러워 보이는 친구지만 ···제대로 친해져 볼게. 그럼 기대에 보답할 겸 ···다녀올게.”
그리 말하고 루디카는 단검을 양 손으로 받아들고는 조심스레 편의점을 나섰다.
친구 사이에 그런 거 하는 거 아니야.
다음은 밀푀유.
“밀푀유.”
“네, 네! 선배님!”
“이건 ···빙정의 목걸이라고 하여 1티어 물건이다.”
“아···.”
빙정의 목걸이는 항상 마력이 양 손끝을 향해 흐른다.
마력은 마치 점토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고, 사용자의 뜻에 따라 형태를 변화시키고 고정시킨다.
즉.
“언제든 얼음 속성을 가진 건틀릿이나 도끼. 망치 등을 형상화 해 고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지. 너의 직업과 전투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나기 그지없는 네 지능을 생각하면, 항상 최적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감사합니다.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가서 연습해볼게요!”
그리고.
마지막 남은 선물.
하나의 반지.
그 반지를 보며, 명암이 엇갈렸다.
아일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멋쩍게 웃었고, 레지나는 절망에 가득 찬 표정으로 반지를 바라봤다.
“으, 으음. 반지라 ···아하하.”
“그렇군요. 저는 결국 들러리···. 후후.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저를 부르셨던 건가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 반지는 레지나 시엘라를 위한 거다.”
레지나는 방금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뭐.
왜 그러는데?
“아일라는 나중에 따로 챙겨주마.”
“네에. 어쩔 수 없죠. 뭐.”
“아쉽지 않은가?”
“지금까지 받은 것만으로도 지나치게 많이 받았답니다? 후후. 이번만큼은 레지나에게 양보하도록 하죠.”
아일라는 방긋 웃었다.
그런가.
고마운 배려다.
역시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좋은 녀석이다.
“이 반지는 ‘무속성 마법사가 착용할 경우 얼음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속성 부여의 반지다. 그러니까···. 레지나 시엘라. 무형의 마력을 가진 너는 이 반지를 착용하는 순간부터 ‘얼음 속성’의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 지금 뭐하는 거지?”
반지의 성능에 대해 설명하던 도중.
불쑥. 내 앞에 무언가가 내밀어졌다.
“부, 부디···. 직접 제 손에···.”
이는 레지나의 손이었고, 녀석은 설명을 들을 생각도 없는지 눈을 꼭 감고 왼손 주먹을 쥔 채. 덜덜 떨면서 약지만 내밀었다.
그리고.
“···선물을 안 받는 은 이해한다고 했지, 그 이상 이해한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마치.
본편 시점의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로 흑수정의 마녀가 미소 지었다.
【극한의 공포와 증오의 연쇄에 황실 혈통이 작용합니다.】
【모든 정신 공격을 무효로 되돌립니다.】
···이 마력의 파장은 내 황실 혈통의 방어를 작동시켰으며.
레지나 시엘라의 안색까지도 창백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칫.”
결과.
레지나 시엘라는 혀를 차면서도 스스로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넣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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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