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52)
451. 님들 이거 좋은 건가요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생각했다.
자신은 생각보다 귀찮은 여자가 아닐까.
어제의 질투는 정말 보기 흉한 모습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물론, 그건 선을 세게 넘었다고 생각한다.
아일라라고 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시엘라 가문의 동태가 심상치 않더구나.’
‘아무래도 ···울프람 황자전하와의 파혼을 무마시키고, 레지나 시엘라와 다시 엮으려고 하려는 것 같다.’
물론 괘씸한 짓이고, 시엘라 가문의 만행이며 폭거다.
물론, 아일라와 울프람이 서로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서로의 입에서 파혼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약혼이 깨질 일은 없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안심하고 지냈다.
허나, 얼마 전 또 다른 정보가 집에서 들려왔다.
‘이시스 폰 로엔그린 황녀께서 지난 번 사교회에 참석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하는구나.’
“어린 시절의 치기와 혼란한 정세를 틈타 무너진 관계는 다시 한 번 재검토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 젊은이라면···. 서로를 알아가는 것부터 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게 누구를 지칭하고, 누구를 저격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이시스 언니는 나와 울프람의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하시는 걸까?”
그렇다면 ···꽤 불편한 상대다.
이시스 폰 로엔그린은 현 후계 서열 3위이며, 다른 이름으로는 ‘선택하는 자’ 라는 칭호를 가진다.
그녀의 세력은 어느 한 쪽 보다 뛰어나지 못하지만, 1위나 2위. 어느 쪽에 붙던 간에 그 사람을 황위에 훌쩍 가까워지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모두와 두루 친한 성격에, 그녀를 신처럼 숭배하는 파벌이기 때문에 이시스가 어떤 판단을 내리던 따라 올 것이다.
예를 들면.
“울프람과 나를 떼어놓는 대신 ···이브의 편을 들어준다고 하면.”
이브는, 울프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거기까지 생각한 후. 아일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까지 이시스의 의도를 모르며, 울프람이나 이브가 그렇게 쉽게 자신을 버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물며 이시스와 레지나가 작당했다는 증거도 없지 않은가.
지금은 무언가에 대해 확답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레지나를 일방적으로 질투한 제가 귀찮은 여자라는 거겠죠.”
거기까지 말하고, 다시 곰인형에 얼굴을 묻었다.
뭐 결론은 하나다.
“레지나를 죽여야 해요.”
그러면 모든 것이 평화로워질 텐데.
“뭐,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요.”
반쯤 진심이었으나, 생각보다 반이나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아일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
엘피라네는 우리 파티 마법조의 스승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법조는 필티아의 이론과 엘피라네의 실습 이 두개로 나뉜다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온 엘피라네의 마법이 좀 더 실전 지향적이고, 마법 이론에서는 필티아 쪽이 더 뛰어나니까 말이야.
가르침 쪽은 당연히 필티아 쪽이 더 자상하고 부드럽다.
엘피라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전 술만 먹던 삶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최근에는 진짜 본성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어머 ···분에 맞지 않는 물건을 가졌군요.”
“그, 그런가요?”
“예에. 그 반지. 엄청 호사스러워요. 당신에게는 돼지 목에 보석 목걸이 같네요. 자신의 마력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휘둘리는 주제에, 다른 속성을 탐내다니, 그러다 목에 걸려서 죽을지도 몰라요?”
“···제, 제가 마력에 휘둘린다고요?”
“네. 그냥 마력 용량만 클 뿐인 돼지인걸요? 반박할 수 있나요?”
“저, 저도 스스로의 마법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야 엘피라네 님의 눈에는 안 찰 수도 있으나 저 자신은 노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요? 그럼 이걸 해봐요.”
“······.”
레지나 시엘라를 물어뜯듯이 까면서 엘피라네는 무형의 마력을 추출해 압축했다.
압축. 또 압축. 거기에 초압축에 정밀화까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마력치 20을 담은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한 바늘.
“그, 그건 대체···.”
“이거의 반, 아니 반의 반 만이라도 압축해보세요.”
“자, 잘못하면 마력이 폭주해서 전신의 핏줄이 뒤틀려서 죽을지도 모르는데요?!”
“그래서 당신이 어중간하게 큰 마력 탱크를 그냥 무식하게 휘두를 뿐인 마법사라는 이야기에요.”
“윽.”
와 진짜 아프게 팬다.
물론 마력은 엘피라네와 레지나가 동일한 21이다. 다만 엘피라네는 의지 수치 21이라는 괴물적 듀얼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력에 신념을 담아 조작하는 것은 ···아무래도 압도적일 수밖에 없지.
“차라리 이브만큼 많았다면, 이중 속성을 탐내도 됐겠지만, 지금의 당신에게는 돼지발에 구두를 신겨 준 것 보다 추해요.”
“···윽. 하, 하면···.”
“뭐라고요?”
“해보면 되잖아요···. 해내겠어요! 예에! 해 드리죠!”
이브와 비교가 치명적이었던 걸까.
레지나는 이를 악 물고 마력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저걸 다루기 시작하면, 진짜 제대로 크겠네.
다음 번 ···그러니까 제 삼의 문에는 저 녀석이 쓸만해질 지도 모르겠다.
그도 아니면, 조금 더 일찍 쓸모 있어 지거나.
내가 씩 웃자. 엘피라네는 힐끗 이쪽을 쳐다봤다.
그 눈빛이 ‘아직 연마가 덜 된 아이에게 과한 선물을 주셨군요?’ 라는 질책 같아서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 참 무서워라.
다음번에, 제대로 된 와인 한 병을 선물해야겠군.
***
곧 두 번째 문 공략을 향해야 하거늘, 우리 파티의 분위기는 어딘가 풀어져 있었다.
정확히는 네프티와 이브. 즉 다음 원정에 포함이 안 될 녀석들은 풀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특히 네프티.
녀석은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서 흔들흔들 거린다는···. ‘지쳤어요’ 상태의 아일라나 할 법한 일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네프티 무슨 일 있었나?”
“아. 선배님 ···그게 말이죠.”
네프티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이쪽을 빤히 바라봤다.
얼마 전 장비까지 맞춰놓고 왜 그러는 거지? 의문을 담아 물으니 상상도 못 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이 능력을 당장 쓸 곳이 없어서요.”
“음.”
“지난번에는 저 자신을 투척한다든가 그 전에는 골렘과도 싸웠고, 도끼질도 망치질도 어마어마하게 했는데, 이번 원정에는 빠진다고 하니 ···조금 심심하네요.”
“그런가.”
이번 원정.
즉 스테이터스 제한이 걸린 두 번째 문에 네프티는 어울리지 않는다.
정확히는, 이 녀석이 들어갈 슬롯이 없다.
즉발성 대응에는 아일라보다 떨어지고, 지능에서는 밀푀유에게 밀리며, 정교함에서는 루디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 강해진 거 같은데 ···힘을 쓸 곳이 없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요···. 거기에 중간고사도 끝나서 ···괜시리 멍하네요.”
“그런가. 하하.”
봄을 타는 건지, 지루한 듯 흔들흔들 거리는 네프티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 녀석의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군.
“현장 일 쪽은 돕지 않는 것인가?”
“최근에는 뽀꿀롬이 인력사무소를 차렸다고 하는데요.”
누군데 그게.
“음···. 그래서?”
“제가 일을 뛰어준다고 해도 인건비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렇다고 저에게 너무 많이 주면 다른 일꾼들이 뭐라고 할 거고, 무상으로 하면 그것도 그것대로 문제라고 해서요.”
“그도 그런가. 현장이란 그만큼 복잡하고 미묘한 생물이지. ···하지만 모두가 입을 다물면 되지 않는가.”
“으음 ···그것도 제 신념에는 어긋나는 것이라서요.”
그리 말하며 네프티는 우에엥 하면서 다시 얼굴을 묻었다. 녀석 하고는.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은 없나?”
“···저 사실, 저택을 가지고 싶습니다. 선배님.”
“얼핏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대륙 수도에 큰 저택을 가지려면 ···제 마음에 드는 매물은 50억 린을 넘어서더라고요.”
“···그렇게나 비쌌나?”
“원래는 30억 린이었는데요. 점차 눈이 높아져서 그만···.”
그런가.
돈이라 ···이 녀석의 능력으로 돈이 될 만한 맵.
보석의 숲이 그나마 제일 편한데, 이브에게 세상을 멸망시키기 전에 제가 당신의 숨통을 멸망시켜버릴지도 모르니, 그 곳의 보석은 환전하지 마세요. 같은 소리를 들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가도록 하지. 준비해라.”
“···네, 네? 어디를요?”
“돈을 벌고 싶다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벌만한 곳을 소개해주마.”
“······정말입니까. 선배님?!”
음.
뭐. 까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나름 얻어 걸리면 돈이 꽤 되는 곳이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도록.”
“···네!”
엄청 기대하고 있네.
***
사실 원작 스토리대로라면 이제 6막 정도를 지나칠 시점이다.
죽어버린 울프람 포함 좀비의 대행진인 5막을 스무스하게 넘긴 것은, 이 녀석과 같이 망자의 평원의 언데드를 박살내 놨기 때문이며, 그때 이 녀석의 근접전 능력은 얼추 증명이 되었다.
지금은 장비 스펙도 갖춰졌겠다···.
꽤 괜찮은 파밍 던전 한두 개 소개시켜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
그래서, 내가 소개할 곳은 바로 주간 파밍 퀘스트 던전.
누구나가 알기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환금의 성역’이다.
위치는 실로 알기 쉽습니다.
첫 번째 마계의 문을 클리어 했다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습니다.
마계의 문이 있었던 곳 뒤편에 생겨난 ‘은색 포탈’을 타고 안에 들어가면 되는데요.
물론 이동에는 필티아의 허락이 필요하고, 어째서 이런 게? 여기에 생겼지? 나는 모르는 곳인데? 같은 그녀의 황망한 눈망울을 대충 모른 척 하고 입장하면 됩니다.
그래.
이 또한 ‘마계의 문’ 클리어 이후 해방되는 보상중 하나.
첫 번째 맵 클리어의 보상인 셈이다.
뭐 그런 거 있잖나. 엔드 컨텐츠 하나 깰 때 마다 엔드 파밍지 하나씩 주는 방식.
“여기는 일주일에 한 번만 입장이 가능하다. 자 따라 들어오도록.”
“네, 네!”
그렇게 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것은 ···마치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필드다.
“여기는 예전의···.”
“그래. 우리의 가짜가 등장하는 환영 던전과 닮았지.”
“······네.”
알기 쉬운 맵 소스 우려먹기다.
사실 스토리에서 벗어난 찐 엔드 컨텐츠라는 게 원래 그래. 새롭게 만드는 게 아니라 수치만 뻥튀기 시키거든.
【환금의 성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Stage 1. 미니 고블린 (1)체】
“하겠다.”
아무튼, 처음으로 내가 도전해 고블린을 잡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클리어에 성공했습니다.】
【최하급 보상상자를 (1)개 드리겠습니다.】
【보상을 포기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도전 가능합니다.】
“이렇게. 나약한 몬스터부터 강한 몬스터까지 차례대로 나온다. 승리했다면 다음 몬스터를 만나기 전까지 얼마든지 전투를 포기하고 결산을 받을 수 있지.”
“아, 이제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강한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더 좋은 보상을 결산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최하급 상자였다면, 중급 상급 최상급. 이런 식으로요?”
“아니. 좋은 게 나올 확률이 조금 올라갈 뿐이다.”
“······네?”
“그러니까, 약한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받는 결산에서 좋은 게 나올 확률도 있는가 하면 ···강한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쓰레기 같은 결산을 받을 수 있는 확률도 있다.”
“어, 어째서 그런 불합리한 설계를···.”
합당한 지적이다.
그걸 나에게 물어보면 할 말이 없으니까 문제지.
그냥 ···모바일 게임판으로 개발하려던 뽑기 시스템의 잔해 아닐까.
아무튼.
“돈이 필요하다 했지. 여기는 그 보상을 린으로 환전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자. 먼저 올라가서 도전해 봐라. 각자 결산액은 전부 가지는 것으로 하면 되겠구나.”
“네, 네!”
그리 말하며, 네프티는 전장에 올라 몇 번의 전투를 거쳤다.
고블린에서부터 타고 올라가 오우거. 마지막에는 사이클롭스까지 쓰러트리며 스스로의 강함을 과시했다.
“···다음은 베히모스라는데요. 선배님···.”
“그건 네 능력으로 이길 수 없다. 내려와라.”
“아! 최상급 보상 상자가 나왔어요! 상자를 뜯어봐도 될까요?”
“음.”
“아···! 이거 본 적 있습니다! 그러니까···. 황혼에 물든 수레국화 지팡이!”
“맞다.”
이전 아일라와 레지나에게 줬던 5T 지팡이다.
“이, 이걸 환전할까요. 아니면 파티의 다른 분께서 쓰실 일이···?”
“없다. 린으로 보상을 바꿀 수 있지 않나.”
“네! 그럼 ···환전하겠습니다! 와, 와아!”
이윽고 지팡이가 허공으로 떠오르고, 대신 네프티 앞에 쿵. 하고 묵직한 돈주머니가 떨어졌다.
“···서, 선배님. 이거 오, 오백, 오백만 린 ···이라는데요?”
“그렇구나. 네가 가지면 된다.”
“네, 네에···! 와, 와아 오백만···.”
네프티는 감격에 벅차 돈주머니를 끌어안았다.
어디.
나도 환전해볼까.
최하급 보물 상자를 툭, 하고 뜯은 후.
그 안에서 보이는 광채에, 잠시 눈이 멎을 뻔 했다.
【최초의 루비】
【1T】
【순수한 서약의 재료】
···.
······.
이게 여기서 나오네.
최하급 상자에서 드롭 확률이 대충 0.0016% 정도로 알고 있는데···.
“선배님은 뭐 좋은 거 나오셨나요?”
“음. 아니···. 음. 그럭저럭 괜찮은 게 나왔구나.”
“와! 축하드려요!”
혹여나 시스템이 환금하겠냐는 메세지가 네프티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내게만 들렸나보다.
‘최초의 루비를 환금하실 수 있습니다.’
‘총 판매금액 2억 8천만 린 되겠습니다. 매각하시겠습니까?’
“에헤헤. 오백만 린!”
“······그래. 잘 됐구나.”
진짜.
안 들려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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