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6)
얘는 갑자기 왜 이런데?
“무슨 심경의 변화지?”
“뭐가요?”
“꽃의 성역은 동부 숲 지대 끝에 있다. 그냥 숲 지대라면 모를까 거기까지 가는 건 위험한데.”
“네. 하지만 천천히 길을 열어서 불을 확 당겨버리면, 이 꽃가루도 전부 정화되지 않을까요?”
오직 정화의 불길만이 모든 것을 원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
이브의 그 정신 나간 발상은 나로 하여금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
동부 숲 지대는 1지역답게 마지막 보스도 그리 맵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엑스트라 필드. 혹은 히든 필드라고 불리는 꽃의 성역은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다.
다만 그걸, 이브 폰 로엔그린이 이끄는 부대가 불태우지 못 할 거냐고 물으면···.
가능하다. 마력치 22는 장난이 아니다. 인간의 한계인 17에서 천재라 불리는 19를 넘어서서 신의 축복을 받은 수치인 22은 홀로 대지를 불사르고 하늘에서 유성을 쏠 수 있다.
물론 그 만큼의 단련이 필요하고, 지금 이브는 재능만 출중하지 실전감각은 부족한 상태지만, 아무튼 얘 말 대로 진짜 정화의 불길을 쏘라면 쏠 거다.
자 내가 생각할 것은 이 골-든 이브가 저 꽃의 성역을 불태우고 요정들의 피로 목을 축이며 그 증오를 몸에 둘렀을 때의 결말이다.
“이득 볼 구석이 없군.”
“···뭐라고요?”
“꽃의 성역을 불태우겠다는 헛소리를 입에 담지 말라는 거다. 그게 위에 선 이가 할 말이냐?”
“···당신이 그럴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요.”
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사실 나도 그래.
하지만 막을 건 막아야지.
재밌게도, 이게 또 해결법이 있는 에피소드다.
“아무튼 위정자가 해도 될 말은 아니다.”
“윽. 그 점은···. 반성해야죠. 네. 홧김에 했네요.”
“내 말이 바로 그렇다. 거기에 그 안에 있는 요정들을 전부 태워 죽일 셈인가?”
“···꽃의 성역에 요정들이 있다고요?”
아.
맞다.
그건 나중에 밝혀지는 이야기다. 정확히는 켈터스와 이브와 유쾌한 친구들이 거기에 돌입했을 때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음.
여기서는 뻔뻔하게 나가야지.
“물론. 있다.”
“어떻게 알죠?”
“황실 고문서에도 그리 적혀있다.”
진짜야. 그렇게 적혀 있어.
“황실 서고에 들어가 본 적 없나보군. 책을 좀 읽도록. 성적이 아니라 지성이 있어야지. 지능은 지혜를 대변하지 않는다.”
“···오, 올해 여름방학 이후로 들어가서 읽으려고 했다고요!”
그야 그렇지.
네가 여름방학 때 황실 서고에 처박혀서 읽은 책에 요정 전승이 있으니까.
그걸 단서로 1-1의 맵 구석에 가면 요정을 불러낼 수 있고, 그 뒤로 요정족을 동료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뭐. 흔히 있지 않은가.
1막의 히든 스테이지는 4막쯤 가면 열리는 법이지.
“아무튼, 꽃의 성역에서 날아오는 꽃가루. 즉 화분증의 문제는 내가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다.”
“···정말인가요? 진짜요?”
“적어도 너 하나 정도는 꽃가루에 상관없이 살게 할 수 있겠지.”
“하. 폼 잡는 거 아니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폼을? 네 앞에서? 왜?”
“끊어서 말하지 말라고요 좀! 진심으로 의문으로 느끼고 있는 거 같아서 더 화나네!”
“아무튼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을 거 같군.”
“······음. 으흠. 그렇게만 해 준다면야 뭐, 저는 불만 없어요. 당신이 웬 일이래요? 저에게 좋은 일도 시켜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기브 앤 테이크. 지금부터 단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
세상에 공짜가 어딨어?
***
내가 처음으로 요구한 것은, 울프람의 창고 개방이었다.
“···여기가 당신이 부정한 축재(蓄財)를 저질렀던 물건들 중. 팔 길이 없어서 내버려 둔 창고에요.”
“음.”
“뭐 대단한 거라도 숨겨놨나 보죠?”
“아니. 그런 건 없다.”
이브는 수상쩍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진짜 없다.
여기는 진짜 별거 없는 창고다.
본편에서도 이브가 학원 운영을 위해 울프람이 가지고 있는 물건은 바득바득 긁어모아 다 팔았기 때문에 정말 잡동사니 창고.
아니 보통 ‘폐위된 전대 회장의 보물이 잠든 장소야!’ 라고 하면 한 8막쯤 열어서 그 안에서 엔딩까지 비벼볼 무기 하나쯤 줄만 하지 않나?
하지만 울프람의 부정축재는 모두 아카데미 내에서 이루어졌으니 이브가 전부 긁어모아 가져다 팔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안에 있는 건 정말 쓰레기들. 통탄스럽도다.
하지만, 그 안에도 정말 드물게 쓸만한 물건이 하나 있다.
그것도 이 에피소드에 특화된 물건.
찰랑거리는 갈색 물이 담긴 유리병들을 찾아냈다.
그 수량 약 열 다섯 상자.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있는 시점에서 정말 다행이다.
“찾았다.”
“아, 여기에 있군. 우선 이 안에 있는 물건들 중 이걸 가져가마. 나머지 정산은 따로 하지.”
“······? 그게 뭔가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터 에그라고 말 할 수 없는걸.
***
이스터 에그. 부활절 달걀에서 따온 말이다.
게임에서 이스터 에그는 부활절 달걀들 사이에 하나씩 날계란을 넣어놓듯. 게임 내에 숨겨놓은 재미있는 요소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D/Z SAGA에는 몇 가지 이스터 에그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울프람의 부정창고에 있다.
“가져온 거 술 맞죠?”
“음. 그렇다.”
“···그 안에 비싼 술은 없다고 했는데.”
“비싼 술이 아니다. 종류가 중요한 거지.”
“종류?”
“위스키나 럼 혹은 진이어야 한다.”
“술 종류에 상세하시네요.”
“지성을 키워라. 너도 몇 년 후면 그 술밖에 오가지 않는 연회장에 발을 들여야 하니.”
“·········이익!!”
이브를 말로 때려눕힌 후 조리를 계속 했다.
그나저나 없으면 어쩌나 많이 쫄렸는데, 있어서 다행이다.
“흠. 이 정도면 되겠군.”
“뭘 만드는 겁니까?”
“봉봉이다.”
“···봉봉?”
이브는 내가 하려는 작업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속이 뚫린 초콜릿 안에 술을 넣는다. 그리고 구멍을 초콜릿으로 다시 덮는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런 식이다.”
“아, 먹으면 안에 있는 술이 새어나오는군요. 풍미 있겠네요.”
“음.”
“초콜릿···. 좋네요. 황실에서도 몇 번 먹어보긴 했지만요.”
그렇게 작업하고 있자니 이브가 눈을 빛냈다.
아마 목표는 술보다는 초콜릿이겠지.
“그렇게 돌아다니지 말고, 이거나 먹어라.”
“···하. 흑빵이라고요? 이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흑빵이라니.”
“가운데 초코 크림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헤헤.”
그리 말하며 크림 흑빵을 느긋하게 먹는 이브를 보며, 나는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만들어야 할 봉봉의 사이즈가 무척이나 작았기에, 굉장히 세심한 제조가 필요하다.
“어렵군.”
솔직히 엄청나게 어렵다.
지금이라도 때려 칠까?
이브를 위해 내가 이렇게 노력 할 필요가 있을까?
이브가 눈물 콧물을 질질 짜면서 힘이 줄줄 샌다고 해서 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삶에 하나라도 지장이 가겠느냐 이 말이야.
그렇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자니.
【거듭된 반복 행동으로 재주에 미미한 영향을 끼칩니다.】
······.
계속 해야지.
***
이후
이브와 함께 동부 숲 지대를 향했다.
“···저도 같이 가야 한다고요?”
“그렇다.”
“어째서죠? 호위가 필요하다면 제가 아니더라도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잖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나.”
“······동부 숲은 꽃가루가 날리잖아요.”
“그럼 그 풀 페이스 헬멧을 써라. 무얼. 골-든 이브도 어울린다.”
“골든이라고 하지 말라고요 좀!”
이브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수긍하며 골-든 헬멧을 착용했다.
“후우. 쉬익. 쉬이익···.”
“그럼 간다.”
“예에···. 이거 숨 쉬기가 정말 불편해요. 진짜아···.”
뭐.
방독면 쓰고 연병장 걷는 느낌이겠지.
“고생이 많군.”
“하. 이제 와서 위로라니.”
“아니. 나는 꽃가루 면역이라서 잘 모르니까 수고하라는 의미다.”
“언젠가 당신이 죽으면 제가 범인일 거예요.”
흠.
그럼 지금 신고해서 잡아가면 안 될까?
***
동부의 숲 입구에서 바로 옆으로 꺾는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 서서 허공을 바라본다. 앞에는 나무가 울창해 길을 막고 있었다.
“뭐에요? 아무것도 없잖아요? ···쉬이이익.”
“잘 봐라.”
원래 히든 맵이라는 건 던전 입구에 있는 법. 이브는 겜알못이다. 하여간 겜알못 녀석.
“뭐에요 진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뭔가 엄청 열 받는데···.”
자. 우선 여기서 스킬을 발동.
아일라가 준비해 준 마나 포션을 한 모금 먹고, 황실 혈통을 켠다.
“【오랜 맹약을 나눈 옛 친구는 자리할 수 없었으나, 그의 후손이 지금 여기에 왔다. 합당한 자격을 가진 이의 이름으로 그대들을 부르려 한다. 문을 열어 모습을 드러내 다오.】”
“···가, 갑자기 뭐에요?”
“후우. 잘 보고 있어라. 이제 변화가 일어 날 테니.”
이후. 아무것도 없이 막혀 있던 허공에 쩌적. 하고 금이 갔다.
“···윽.”
“흠.”
그리고 그 안에서, 무언가 강렬한. 마력 3의 울프람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무언가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빛으로 보였고, 어둠으로 느껴졌으며, 불의 뜨거움과 그림자의 영롱함을 품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을 총체로 칭할 단어는, 그저 기운이었다.
본체도 아닌 기운.
이윽고 그 갈라진 틈 안에서, 붉은 늑대가 모습을 나타냈다.
“···오랜 친구의 혈통임을 확인했다.”
“그런가.”
“맹약을 기억하는 오랜 친구는 백 오십 년 만이군. 허나 오랜 친구라 한들 이방인과 함께 이 안에 들어올 수는 없다. 들어오고 싶다면, 자격을 증명하라.”
“자격?”
“이 요정의 땅을 밟을 무력 말이다!”
그리 말하며 늑대는 어금니를 드러냈다.
오 강렬한 기운. 장난 아냐. 1초 만에 죽을 자신 있다 진짜.
하지만 이 황실 혈통 스킬은, 언제 어느 때라도 추한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해준다.
“우, 울프람, 물러서요. 제가 상대···.”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다, 당신이 죽는다니까요? 무, 물러서서···.”
“붉은 정령이여.”
“그래. 시련에 도전하겠는가?”
시련.
지금부터 얘랑 쌔빠지게 싸우면 된다.
사실 원작에서도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이브 한 명 뿐이었다.
초대 황제랑 약속이 뭐 어쨌느니 해서 황실 혈통만 들어가게 해줬거든.
거기서 이브가 폼 나게 외친다.
【정령의 땅을 밟을 때는 켈터스. 그리고 우리 모두 동시에 밟을 거예요.】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서 여기까지 찾아 온 거니까요!】
그래서 결국 정령의 시련에 도전한다. 나름 추리 파트도 재밌었고, 시련도 퍼즐형 배틀이라 재밌었다.
“아, 말 안했군. 이쪽에 있는 얘도 맹약의 아이다.”
“···그래 어서 덤···뭐?”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고,
“얘도 황실 혈통이라는 이야기다. 어서 문을 비켜주지 않겠나?”
“···어, 음. 어어. 그, 그렇구나. 어, 응. 그래···.”
“아 맹약에 따라서 들어가면 환대도 좀 부탁한다. 아 그리고 꽃들에게 이야기해서 꽃가루도 좀 치워다오.”
“아, 응?”
“맹약은 요정 여왕과 위대하신 우리 선조가 맺은 것. 당연히 요정 여왕을 먼저 만나는 것이 법도 아니겠나.”
“그, 그렇지···.”
“그럼 부탁하겠네.”
“아, 알겠다. 응···. 그렇게 해야지 뭐···.”
늑대는 꼬리를 축 내리고 옆으로 비켜섰고 나와 이브는 그 안으로 쑥 하고 들어갔다.
“···울프람.”
“뭐지?”
“잘 모르겠지만, 이러면 안 될 거 같은데···. 제 기분 탓인가요?”
아.
그러고 보니 얘는 우정과 노력 끝에 동료들 전원과 함께 요정의 땅을 밟는 스토리가 개박살 난 거네.
음. 으음.
“기분 탓이다.”
“그런가···요? 그렇···죠?”
“기분 탓이다.”
“······네.”
퍼즐? 추리? 모두의 우정? 알게 뭐야.
그런 거 신경 쓸 짬이니 내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