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69)
468. 이 도둑고양이가
샤이나 다르크.
이 두 녀석의 루트는 시에스타같은 어둠이나, 이브처럼 빛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그레이’에 가깝다.
제프린을 힘으로 평정하는 과정에서 샤이나. 다르크. 그리고 켈터스의 삼인조는 천하의 패도를 걷기 시작하고, 세력을 규합한다.
동시에 정치적으로도 움직여 나중에 가서는 이브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무력집단이 되면서···. 어느 의미 성공한 아일라 루트라고 봐도 되겠군.
루트 선호도 자체는 낮은 편이다.
이유는 간단한데, 얘네들의 목표가 여러 의미로 맛이 가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가 있냐고?
“왜 왰지?”
“이야기 하러 왔습니다!”
“할 이야기···. 많아요.”
어깨에 걸칠 정도의 길이의 머리에 금발. 녹색 눈. 그 안에는 별이 잠들어 있다고 해야 할 정도로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하이 엘프 샤이나.
허리 아래를 넘어서는 길다 못해 바닥에 쓸릴 거 같은 흑발. 거기에 갈색 피부. 루디카 이상으로 작은 체구. 겉으로는 예의 바른 아이처럼 보이나 뭘 생각하는지 모르는 ‘음험한 성격에 가까운’ 다르크.
스피카. 앨리스와 더불어 틀림없는 현 1학년의 주역.
총 5명 있는 1학년 서브 히로인중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히로인’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녀석들답게 정말 잘 키우면 쓸모가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한밤 중에 무례하게 찾아온 녀석들에게 들을 이야기도, 할 이야기도 없다.”
“아하하. 선배님. 이상한 말씀을 하심다. 학생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에게, 학생이 찾아왔다면 손님 아니겠슴까?”
“손님도 손님 나름이라고 할 수 있겠군. 나는 손님을 가려 받는 편이라서 말이다.”
“차별 판매···.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슬쩍 이쪽을 바라보며 웃었다.
어쭈. 웃어?
지금 내 앞에서 웃음이 나오나?
“적어도 상점주인을 습격하는 녀석들은 손님으로 받을 생각은 없다. 나에게 강도짓을 할지 어떻게 알겠나.”
“윽···. 마라톤 때는 룰 상 공격해도 되지 않았슴까!”
“응···. 이제와서 그걸 걸고넘어지는 것은 비겁해요.”
“비겁은 능력치가 낮다고 나에게 공격을 걸어 온 너희 둘 아닌가.”
“윽···.”
“읏···.”
두 사람의 입을 다물게 만들면서, 슬쩍 상태를 봤다.
일단 적어도 여기는 나의 본진이다. 당연히 이 편의점이 공격 받았을 때를 대비해 여러 준비를 해 뒀다.
당장 쓸 수 있는 얼음 폭탄이나 화염 폭탄. 투척용 단검이나 포션. 마비 트랩. 현혹 트랩 등등.
지금 당장 덤벼들어도 둘 다 동시에 격추 가능할 정도의 준비는 갖춰놨다.
언제든 들어와라
진짜 확···.
“그렇게 노려보지 마십쇼. 마법사의 연구실에 찾아와서 시비를 걸 정도로 멍청하진 않슴다?”
“···응. 싸울 의지 없음. 증명.”
그리 말하며 두 사람은 슬쩍 양 손을 들어 올렸다.
샤이나는 마력 너클을 집어 던졌고, 다르크는 완드를 떨어트렸다.
진짜로 싸울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
“그렇다면 짧게 이야기하고 돌아가라. 한 마디 정도는 들어주지.”
“저희랑 같이!”
“천하를 지배해요···.”
“너희는 나가라.”
그렇게 두 사람을 내 쫓았다.
“앗! 선배님! 조금만 더 들어주심쇼!”
“응. 조금 더 들어줘도 된다고 생각···.”
어디 사람 없나.
소금 좀 뿌려라.
애들 좀 내쫓게.
그렇게 한참을 문 밖에서 두드리면서 이쪽을 향해 소리치는 녀석들 뒤로, 한 사람의 인영이 다가왔다.
“어머. 시끄러운 손님들이 왔네요?”
시릴 정도로 푸른 장발과 푸른 눈이 인상적인 청색.
나의 빛. 나의 죄. 나의 구원자. 나의 영혼. 마인 퓌러. 필티아 블루브리즈 교수님이 오셨다.
“히끅. 교, 교수님!?”
“우리 격파 목표 현 3위야. 절대 못 이겨. 어떻게 해 샤이나?”
“도, 도망칠까 다르크?”
샤이나와 다르크는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 필티아와도 싸울 생각이었나.
쯧.
하룻 강아지를 넘어서서, 방금 태어난 병아리가 드래곤이랑 맞짱을 떠도 승산이 있겠다.
“교수님. 이 시간에 학생들이 기숙사 밖을 돌아다니는 것은 좋게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귀가 지도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어머. 어렵지 않죠. 그럼.”
필티아는 슬쩍,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그대로 손목을 꺾어 손바닥을 들어올렸다.
마치 야무치의 조기탄 자세마냥 손가락을 휙휙 돌리기 시작했고, 이내···.
“으아, 우아아아아?!”
“윽, 으헹, 으아으아아아···!”
샤이나와 다르크는 그대로 마력에 감겨 중앙구 쪽으로 날아갔다.
두 사람이 저 멀리 빛이 되었고, 필티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착지는 걱정하지 마렴. 중앙구 기숙사지역 근처로 날렸으니 말이야.”
“음. 걱정하지 않는다. 누나의 마법을 내가 안 믿으면 누가 믿겠는가.”
“어머. 고마워. 동생. 들어가도 될까?”
“얼마든지. 편의점은 누나를 위해선 열려있으니 말이다.”
정말 고마워요.
***
그렇게 필티아 누나를 위해 차를 한 잔 내오고 테이블에 앉으니 질문이 날아왔다.
“저 아이들은 누구니? 엘프족이지? 또 다른 파티원 후보가 생긴 거니?”
“음? 아니다.”
“어머. 그렇구나.”
뭐지.
살짝 공기가 차가웠다가 방금 막 풀어진 듯 한.
“지난 번 운동회에서 일방적으로 때려눕힌 관계다. 그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나를 귀찮게 하러 온 듯하다만···.”
“그렇구나. 그러니까 악연으로 얽혀있을지언정, 서로 호의를 느낄 일은 없다?”
“당연하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신 어딘가 한 구석에는 엘프 자매 루트 해금 조건과 더불어, 두 녀석의 루트가 떠올랐다.
우리들은 강하니까, 둘이 힘을 합쳐 제프린에 스스로의 힘을 증명한다! 라는 이야기였고, 각 학년별로 강자들을 추합해 자체적으로 랭킹을 매겨 승부를 신청한다.
그리고, 그 둘의 뒤에는 항상 좋은 라이벌이며 동료가 되어준 붉은 머리 검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그 검사 역을 하게 된 거 같고 말이야.
“아마, 나를 스카우트 하러 온 거겠지.”
“스카우트?”
“내가 압도적으로 이겼으니 말이다. 내 힘을 빌려서 제프린 여기저기에 도전장을 던지고 다니겠다···. 그런 것으로 보이는군.”
필티아는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에게서 동생을 빼앗아 가겠다?”
“뭐, 스카우트 된다고 하면···. 더 이상 내가 파티 리더가 아니게 되긴 하겠군. 하하···.”
그럴 리가 있겠어, 라는 의미를 담아 웃었으나, 필티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건 조크라니까요. 왜 그래요. 웃어요.
“이건 누나가 알아서 처리해도 되겠니?”
“음? 어떻게 말이지?”
“후후. 누나 방식대로 해야지.”
후후. 하고 필티아 누나가 웃었다.
설마.
드래곤의 무지막지한 힘으로 가져다가 반쯤 죽여놓고 울면서 엄마를 찾게끔 만들 생각인가?
음.
그런 방법의 해결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폭력적인 건···.
“누나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 직접적으로 너무 과하게 손을 쓰는 건 추천하지 못하겠군.”
“이미지 생각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누나가 직접 나서기에는 급이 너무 안 맞잖니. 어디 보자. 저 아이들은 강자에게 순번을 메겨서 격파해 싸우는 걸 지상 목표로 삼겠다고 했지?”
“그랬다만?”
“그러면, 바라는 대로 해 주는 게, 좋은 교수의 방침 아니겠니?”
응?
***
그 날.
1학년 내의 공기는 무척이나 찌릿찌릿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제프린 1학년 중 가장 주목받는 5명.
한 명을 제외한 네 명의 공기가 예사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샤이나 다르크 자매. 그리고 앨리스 마이스터와 스피카 트라이스타.
앨리스 마이스터는 한숨을 내쉬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반면, 스피카 트라이스타의 온 몸에서는 살기라 부르기에 합당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 또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독하디 독한 과외로 인하여 실전 경험을 몇 번이나 쌓고, 몬스터들의 피를 손에 묻힌 ‘실전 경험자.’ 근처의 응애 1학년들이 감히 버틸 수 있는 살기가 아니었다.
바로 옆 학생이 울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교수조차 흠칫하며 가끔 스피카의 눈치를 살피는 상황.
그리고 그 살기를 직접적으로 받은 샤이나 다르크 또한,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먼저 나선 것은 두 자매였다.
“스피카 트라이스타!”
“트라이스타 양.”
“예에. 샤이나 양. 다르크 양.”
“우리에게 불만이 있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일까?”
“응···. 불만이 있다면, 말로 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풀었으면 좋겠어.”
“도둑 고양이들이···. 판을 뒤흔들려 드는 주제에 감히 입을 열어요?”
스피카가 인생 다시없을 환한 미소로 독설을 날리자 그 미스 매치에 샤이나는 당황하고, 다르크는 미간을 좁혔다.
“으, 응? 도, 도둑 고양이라고 했어? 여기에 고양이가 있어?”
“아냐. 샤이나. 이건···. 우리를 보고 한 말이야.”
“아, 아아···. 잘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불만이 있다 이거야?”
“응. 아마도···. 싸움도 불사할 것 같아. 저 아이의 순위는 3087위. 약해···.”
다르크의 상황 정리에 샤이나는 이제야 모든 전말을 깨닫고 스피카를 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렇구나. 즉. 스피카 트라이스타 양은, 우리랑 한 판 뜨고 싶다. 이거지?”
“샤이나. 말 좀 곱게 써.”
“왜. 틀린 말 아니잖아. 그래서 다르크. 스피카 트라이스타의 정보는?”
“민첩형 마도사. 속성은 흑요석. 다재다능하다 할 수 있으나, 합공하면 다재무능으로 만들 수 있어. 울프람 선배님의 크루에 들어가 있을 뿐. 대단한 건 없음.”
“하. 뭐야. 호랑이를 뒷배로 둔 토끼라는 이야기야?”
“응. 지금 싸우면···. 시시할 정도로 쉽게 이길 것.”
두 사람은 그리 말하고 키득거렸다.
마치 스피카를 도발하듯 허장성세를 늘어놓고 상대를 얕본다.
그리고 스피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두 사람의 움직임을 살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의 박자감. 거기서 추론할 수 있는 이동시의 호흡 패턴.
호흡 패턴을 알고 있다면 보폭과 속도 역시 추론할 수 있다. 상대와 자신의 신장 차이로 리치를 파악할 수 있다. 걸을 때 무게중심이 어느 쪽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로 발차기의 각도 역시 예상할 수 있다.
그 결과.
스피카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이 따위로 약한데···. 오라버니를 빼앗으려고 했다고요?”
“아?”
“뭐?”
지나치게 ‘약하다’
“아뇨. 됐어요. 괜한 착각이었나 보네요. 당신들이랑 싸우느니 풀밭에서 토끼랑 술래잡기 하는게 더 유용하겠어요. 돌아가서 일 보세요. 난 또 뭐라고.”
“하하···. 그래. 그런 식으로 우리를 흔들어 보겠다 이거지?”
“승부 요청은, 받아들이는 편.”
아니, 정말로 약해서 한 말인데.
그 말을 삼키고 스피카는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필티아 언니의 말에 따르면 이러나저러나 오라버니를 빼앗으려고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짧게나마 지도해 주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나와요. 상대해드리죠.”
“하. 좋아. 어디 해 보자고!”
“응. 완전히 쓰러트려 줄 거야. 엉엉 울게 만들 거야. 그 다음 엉덩이를 때려줄 거야.”
그렇게, 세 사람이 훈련장을 향하고 삼십 분 후.
당연하지만, 결판이 났다.
“고작 일호 조차 쓰러트리지 못하면서 뭐라고요?”
한 마리의 골렘조차 뚫지 못한, 샤이나 다르크의 완패.
두 사람은 잡아 채이고, 날아가고 벽에 처박히고 짓밟히고 두드려 맞고 다시 한 번 공중을 날았다가 그대로 날아차기에 벽에 처박힌 후 마운트 당해 연타를 허용하는 등, 모든 그래플링 기술을 얻어맞았다.
“뭐···. 뭐야. 어떻게 저런 골렘이···.”
“아···으.”
아주 당연한 결과였다.
***
최근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며 아침에 편의점에서, 가볍게 녹즙을 한 잔 마시는 것을 일과 삼겠다는 필티아에게 녹즙을 한 잔 내준 후. 그녀가 햐아! 하고 컵을 깨끗하게 비우는 것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며 떠오른 궁금함을 입에 담았다.
“누나.”
“응?”
“그러고 보니, 이전 샤이나 다르크를 처리한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했지?”
“아, 그거? 별거 아니야.”
그리 말하며 필티아는 쿡쿡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동생을 빼앗아 가려는 도둑고양이들이 있으니, 대련을 신청해서 본 때를 보여주세요.’ 라고 말이야.”
“즉······.”
“응. 오늘은 스피카가 혼내 줄 거고. 아마 내일은 네프티나 밀푀유가 나서겠지?”
“······.”
샤이나 다르크는 걸려 온 대련을 절대로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주위의 파티원들이나 예비 파티원들은 전원, 내가 훈련시키거나 강화시킨 장비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실전 경험도 잔뜩 있으니···.
“후후. 즉 그런 거랍니다.”
필티아는 웃음으로 내 생각을 끊어냈다.
“뭐가 그런 거지?”
“우리 동생은 파티원들에게 잔뜩 사랑받고 있고, 절대 빼앗기기 싫은 사람. 이라는 이야기.”
“그게 그렇게 되나.”
“그렇게 되죠? 보세요. 전원이 참전하겠다고 대답을 했는걸요?”
“······.”
“혹시 이런 애정이 부담스럽니?”
필티아의 살짝 떨리는 물음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싫을 리가 있나. 무척이나···. 그래. 무척이나 기쁜 일이군.”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내 대답에 필티아 또한 웃어버리고 말았다.
“좋아! 그럼 동생 지킴이 엔트리에 누나도 참석 해 볼까요? 누나도 동생을 무척이나 아끼니까,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단다!”
아니.
그건 좀.
시체 치울 일 있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