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79)
478. 이비
몽경성역.
이건 장비 아이템이라기보단 키 아이템이다.
퍼즐형 던전의 끝인 마계 제2문이나 몽경진역까지 타고 올라가서 깨던가.
몽경의 맛보기가 학생회 도서관에 있는 랜덤 던전.
그 다음이 이상을 그려주는 몽경. 그 외에 콜로세움 같은 몽경도 있지.
그렇게 몽경을 하나 둘 깨부수다 보면 나오는 것이 몽경성역의 열쇠.
이게 진짜 몽경의 끝이며, 내가 테크를 제대로 밟지 않은 것은 결국 제2문을 뽀개면 몽경의 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몽경성역의 열쇠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후우.”
자리에서 몇 번이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어떻게 갑자기 나았냐고? 아쉽게도 그게 아니다.
현실의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여전히 체력 1 상태로 방전되어 죽어가고 있다.
즉. 여기는 꿈 속의 세계.
【울프람???】
【근력 : 6 재주 : 7 체력 : 8 마력 : 9 의지 : 11】
“음. 역시 기초는 빈약한가.”
그래도 나쁘지 않은 상태다. 실제 스테이터스랑 비교하면 재주가 파격적 폭락.
오히려 극초기의 내 상태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 아닌가.
【몽경성역에 입장하셨습니다.】
【엑스트라 시나리오. 꿈의 끝에 남는 것이 시작됩니다.】
【이 세계는 현실의 육체와 완전 별개의 꿈의 형상을 육체로 삼습니다. 변경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체력이 1 미만으로 떨어지는 치명적 일격을 받아도 죽지 않고 꿈에서 깨어납니다.】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것이 아닌 이상 체력이 1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주의하세요. 이 세계는 꿈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지키세요.】
【그럼 뜻밖의 만남과 본편에서 즐기지 못한 이야기를 마음껏 즐겨주시길.】
뭐. 그렇다고 한다.
흔히 있는 엑스트라 시나리오. 혹은 어펜드 디스크. 쉽게 말하면 확장팩이나 비밀 스토리다.
스테이터스를 한 번 보고, 스킬을 한 번 보고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몽경성역 – 운무의 대지】
또 엄청난 안개 속이다.
이 게임. 생각해보면 안개 참 좋아해.
그리고 안개 너머에서 그것이 걸어온다.
【어머나, 새로운 손님이라니···. 후후. 정말 드문 일이군요. 얼마만의 손님이죠?】
이 몽경을 안내해줄 히로인?
아니 뭐, 그 비슷한 존재.
공식 설정상.
안개를 디딤삼아 바람의 배를 타고 물안개를 지나온 몽경의 신령.
본디 실체가 없는 꿈의 정령이지만, 그녀는 당신의 좋은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였다.
그리고 꽤 궁금했다.
몽경의 신령은 메인 히로인 4인 중 가장 호감도가 높은 이의 외형을 복제해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과연 누구일까.
내 기대에 보답하듯 안개 너머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음에 드시나요? 후후. 이 외형은 거짓된 것. 당신과 가장 친한 운명의 소녀를 본따 만든 것이랍니다. 걱정하지 마시길. 저는 그녀가 아니고, 그녀 또한 제가 아니니까요. 저는 그저 거짓된 거죽을 뒤집어 쓴 정령일 뿐이랍니다.】
“그래. 그래야겠지.”
【네. 당신의 그녀의 순수성을 침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비슷하게 생겼을 뿐인 타인이라 생각해주세요.】
그래야 할 거다.
안 그러면 내가 너를 죽였을 테니까.
아니 그냥 죽이고 싶다.
어떻게 사람 외형이 이브일 수 있지?
***
솔직히 많이 짜증난다. 대 마도 상인. 보석검. 빛의 학생회장. 천률의 날개. 이 네 명중 마지막은 아직까지 등장할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 만났다고 쳐도, 하필이면 이브라고?
물론 이 녀석과 이브의 관계, 혹은 다른 히로인과 관계는 없다.
그러니까, 진짜 나랑 친한 메인 히로인이 골라졌던가, 그도 아니면···.
내가 주인공이 아니니까 기본값인 이브가 되었던가.
뭐 후자일 확률이 높으니, 이 띠꺼운 얼굴···.
어라.
“음. 이브의 얼굴과 완전 동일하구나.”
“네? 아···. 그런 이름인가요. 이브? 그렇군요. 이 얼굴은 이브의 얼굴. 알겠어요!”
뭐지.
엄청 신기하고, 나도 잘 납득이 안 가는데···.
생각보다 화가 아예 안 난다.
“왜 그러나요? 이 아이의 존재가 그렇게나 소중한 것이었나요? 미안해요. 저는 당신의 꿈을 표현하는 정령이라 당신이 화난다고 해도 바꿀 수는 없어요. 설령 두 분의 관계가 연인이라 하더라도, 완전히 타인으로 받아들여 주세요.”
“아니 그게 아니다. 그렇구나. 내 여동생의 얼굴이다.”
“네···? 아. 가, 가족 사랑이 극진하시군요. 죄송합니다. 더 실례되는 말을 했어요.”
“아니다. 무척이나 짜증나고,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불쾌하지. 그리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구나.”
“네??”
신령은 더더욱 못 알아먹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다. 꽤나 유쾌한 경험이구나. 과연. 그런 식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아니다. 혈연이 아니라 생각하니, 이브의 얼굴도 생각보다 귀엽지 않은가.”
“으, 으응?”
이브의 얼굴. 체형. 목소리.
그 모든게 합쳐져 들림에도, 이브가 아니라는 확신 때문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째서, 내가 이브를 보면 짜증나는지. 그리고 왜 이브도 나를 보면 짜증내는지.
“아무래도 피라는 것은 속일 수 없고, 또한 대체할수도 없는듯 하군.”
이브 폰 로엔그린이 이 육체와 같은 피가 흐르기 때문에 보는 것 만으로 짜증나지, 완벽하게 같은 외형을 가진 인간이라고 해도 타인이라는 생각이 들면 그리 화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 잘은 모르겠지만 이 몽경에 스스로 오신 것은 맞죠?”
“맞다.”
“거기에 이 외형은···. 당신의 가족이며, 당신과 가장 친한 사람의 외형이고요.”
“그 또한 뭐···. 맞다고 치지.”
“네. 그러면 따라오세요. 지금부터 이 비현실적인 세계를 안내해 드리죠.”
“부탁하마. 그런데 나는 너를 뭐라고 부르면 되나?”
“편하게 부르세요. 정령. 혹은 후후. 이브라는 이름도 괜찮겠네요.”
“이브는 아니다. 흠. 그럼 두 번째 이브라는 이름으로 이브이라고 부르는 것은?”
“편할대로 하세요···.”
뭐.
뭐든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브이도 괜찮겠지만 나는 다른 이름을 골랐다.
“농담이다. 이비라고 부르마”
“그건 이브의 애칭 아닌가요?”
“글쎄? 잘 모르겠군. 이조르테, 혹은 시엘일수도 있었다만 싫은가?”
“아뇨. 신기하게도···. 후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요.”
그거 다행이군.
나는 네가 그 모습일때는 항상 이비라고 불렀거든.
마지막 말을 삼킨 채. 나는 오래간만에 만난 길잡이와의 만담을 즐겼다.
***
그녀가 나를 안내한 곳은 운무의 대지를 빠져나와 첫 번째로 만날 수 있는 신록의 성역이었다.
가운데에 하늘까지 닿을 것 같은 나무가 서 있고, 뭐 풀도 나 있고 꽃들도 피어 있고 개구리도 울고 사슴이나 토끼도 있고 하늘에는 무지개가 걸리고 구름도 날아다니고···. 아니 구름은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정확한가? 아무튼.
거대한 나무 하나를 빼면 초원이라 표현하는게 아주 정확한 땅.
“환영합니다. 여기는 몽경성역의 첫 번째 땅. 신록의 고원이랍니다.”
“그렇군. 그래서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는?”
“없는데요?”
“······.”
“농담이에요. 농담.”
그리 말하고 이비는 키득키득 웃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웃는 모습까지 이브와 똑같았다.
“그래서 여기서 뭘 하라고?”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시면 된답니다. 목적을 가지고 꿈을 꾸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도 그렇군.”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쉬다 가세요.”
이건 고정 멘트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멘트기도 하지.
정말 좋아하는 멘트지만, 그대로 따라했다간, 그냥 여긴 시간만 잡아먹는 잡맵이 되니까, 즐길 틈은 없다.
한국인은 여행을 가서도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차를 빌려 관광지를 둘러보고, 휴식을 취할때도 꾸준히 무언가 하는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휴식을 좋아하는 법.
나는 우선 신록의 나무 앞에 섰다.
“어머. 그 나무가 마음에 드셨나요? 이 신록의 성역의 가장 중요한 나무. 성목이랍니다. 구경하시겠어요?”
“아니. 자유롭게 할 생각이다.”
“그렇군요. 그러면 자유롭···. 힉?!”
쿵!
하고 나는 나무에 몸을 박았다.
정확히는, 나무에 박는 순간 손목을 휘둘러 공격을 캔슬했다.
“뭐, 뭐 하시는 건가요?”
“뭐라니. 마음대로 하고 있다만?”
“힉! 나무에 몸을 박으면서 고개만 이쪽을 돌려 태연하게 말하지 마세요! 진짜 무서워요!”
“음. 그런가. 그러면 계속해서 하도록 하지.”
쿵휙! 쿵휙!
“어, 어째서 그런 일을 하시는 건가요···?”
“다 이유가 있다.”
“그, 그러니까 어떤 이유요?”
“알고 싶나?”
“그러니까 나무에 몸을 때려박으면서 고개만 돌려서 무표정으로 이쪽을 보지 말아달라니까요!”
부탁 참 많은 녀석이로세.
나는 다시 한 번 나무에 몸을 후려갈기며 이비를 바라봤다.
“힉! 고개 돌려주세요!”
“그렇게 두렵나?”
“네!”
음.
그런가.
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
자.
이 몽경은 엑스트라 스토리에, 완전히 별개의 육체를 가지고 진행한다.
거기에 단편에 가까운 이야기기 때문에 스테이터스가 금방 오르는 점도 특기할만 하다.
원래라면 패링 캔슬은 사용시 절반의 확률로 체력1을 가져가지만, 이 세계는 그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적에게 공격을 당하는 것이 아닌 이상 체력이 1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옵션이 정말 좋은 맵이라니까.
다시 한 번 나무에 몸을 후려갈기며 평타로 캔슬한다.
이건 내가 나무를 공격하는 타격이지, 나무한테 쳐맞는 피격이 아니기 때문에 체력이 0이 될 일이 없다.
즉.
이전 하고자 했던 무한 패링캔슬로 체력 노가다가 가능하다는 말씀.
쿵휙! 쿵휙!
“아, 아으. 기괴해···.”
“사람의 훈련을 기괴하다 평가하다니.”
“하, 하지만요···.”
내가 뭐라 하자 이비는 시무룩해졌고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이윽고 그 결과가 나왔다.
【아주 미묘하게 체력에 영향이 갑니다.】
【조금 체력에 영향이 갑니다.】
【체력에 큰 영향이 옵니다.】
【체력이 1 오릅니다.】
“아···?”
“괜찮군. 체력이 올랐나.”
“어, 어떻게 그런 방법으로 조, 조금이지만 강해지신거죠? 어떻게?”
“궁금하면 너도 해보겠나?”
“세상에는 비밀이기에 아름다운것도 있는 법이죠!”
그래 뭐.
그렇다고 치자고.
그렇게 한참을 훈련하면서 익숙해진 것인지 무표정으로 그쪽을 바라보지만 않으면, 대화 자체는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그도 아니면, 아예 내 훈련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했거나.
“그런 방법으로 강해지는 분은 처음 봤어요.”
“그렇겠지.”
“당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
“당신의 가능성을 믿고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어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래요?”
이비의 시선이 옆에서 느껴진다.
여기서 이비의 제안을 받으면,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엑스트라 시나리오. 꿈의 끝에 남는 것】
재미있는 스토리였고, 나도 즐겨서 플레이 했다.
“아니 듣지 않겠다.”
“네, 그러니까···. 네?”
“이런. 슬슬 현실로 돌아가봐야 할 시간이군. 다음에 또 오마.”
“자, 잠깐만요. 그러고보니까 저 당신 이름도 모르는데요?! 저한테 이름만 붙이고 요상한 짓만 하다가 이야기도 안 듣고 그냥 가겠다고요?”
응.
그야, 여기서 더 체력업을 해둬야 하니까 말이야.
미안하지만, 이야기는 나중에 들을게.
잘 지내? 번호 안 바꿨지? 나중에 밥이나 한끼 하자.
그렇게 한국인 특유의 만날 생각 없지만 문안 인사 카톡 수준으로 대답하고는 나는 내 뺨을 후려쳤다.
이정도 데미지면 체력이 0으로 깎이고, 현실로 방출된다.
“떠나가기 전에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가요!”
그녀는 끝까지 오열했지만, 내 이름을 입에 담는 것 보다 현실로 튕겨져 나오는 것이 더 빨랐다.
***
헉.
하고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었다.
【알 수 없는 곳에서 기묘한 훈련을 했습니다.】
【꿈은 기억에 남지 않지만, 추억은 영혼에 각인됩니다.】
【체력에 아주 미미한 영향이 갑니다.】
【허나 후유증으로 인해 영향은 보류됩니다.】
【후유증이 전부 해소 될 경우 적용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
이거지.
몽경의 훈련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이야기는 최대한 무시하면서, 훈련하러 다녀야겠다.
그 수치는 미미해도, 이런 훈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게 어디냐.
그렇게 웃으며 병상에서 상체를 겨우 일으켰을 때.
시야의 한 구석에.
뚝 하고 멈춰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이브가 있었다.
손에는 사탕을 쥐고.
입에 넣기 직전이셨다.
보는 것 만으로도 바로 짜증이 몰려오며,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렇군.
둘은 다르다. 확실하게 다르다.
이브는···. 이브다.
“이브. 또 먹나.”
“오, 오늘 세 개 째거든요?”
그게 정말 적다고 생각하는 건가.
“마음대로 먹도록.”
“흐, 흥···.”
그렇게 말하면서 결국 먹었다.
와 먹네.
저걸 진짜 먹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