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80)
479. 업적작
그 날도 몽경성역에 발을 옮겼다.
정확히는 신록의 나무. 성목 앞에 섰다.
후우. 캔슬을 연습하기 전 한 번 호흡을 정돈하고 주먹을 꽉 쥐고 달려나가려 했던 그 때.
“힝···.”
나무 뒤에서, 무언가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각도를 틀어 그 근처로 가보니 그 녀석이 무릎을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이비.
이브와 완전히 동일한 외모, 체형을 가졌지만, 묘하게 짜증이 안 나는 녀석.
“뭘 하고 있지?”
“뭐, 뭐에요?!”
“뭘 하고 있냐 물었다. 물음에 물음으로 대답하지 마라.”
“뭐···. 하다뇨. 아니 그 전에 왜 여기에 다시 왔어요?!”
“다시 오면 안 되나?”
“그런 식으로 나가니까, 두 번 다시 안 올 거라고 생각했죠!”
“······.”
“상식적으로 이름도 안 가르쳐준 사람이 또 올 거라고 생각 하겠어요?!”
그런가.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나는 슬쩍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하구나.”
“뭐 하는 거예요?”
“음.”
그러고 보니 우리 파티원한테나 머리를 쓰다듬었고 심지어 이브는 쓰다듬은 기억이 없다.
있었나? 아니 없었을 거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이것도 이 녀석이 이브가 아니라 생각해서 그런건가.
“아니, 나도 모르게 말이다. 파티원들을 달랠 때는 언제나 머리를 쓰다듬었지.”
“저, 저는 어린애가 아니거든요?”
“어린애다. 적어도 어른은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혼자 울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으···.”
그 말에 이비는 다시 한 번 무릎을 움츠렸다.
“하지만 아이 취급한 건 너무했군. 좋다. 이만···.”
거기까지 말하고 손을 떼려는 그 순간, 이비의 손이 날아왔다.
얼마든지 쳐낼 수 있지만, 그냥 가만히 무슨 짓을 하나 지켜봤다.
녀석은 내 손을 잡은 채로, 그대로 꾸욱 하고 자기 머리쪽을 향해 눌렀다.
“더 해도 돼요.”
“음?”
“더 쓰다듬어도 된다구요.”
“그런가.”
거 참.
뭐가 애가 아니라는 거냐.
애 맞구만.
***
그렇게 잠시 훌쩍이는 이비의 머리를 쓰다듬다 이내 울음이 그쳤다.
녀석은 호흡을 고르고 정식으로 자기 소개를 부탁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제국의 황자다.”
“이, 이비에요. 이 몽경의 신령을 맡고 있어요.”
“고생이 많구나.”
그렇게 한 번 더 이비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이브에게는 결코 하지 않을 짓이지만, 이비에게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것도 혈통의 차이인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그 녀석의 외모를 꽤나 좋아했었지.”
“무슨 소리에요. 울프람?”
“글쎄다. 무슨 소리일까.”
사대 히로인에서 이브는 내 안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야 3위가 이졸데고 4위가 레지나인걸 생각하면, 당연한 순위긴 하지만, 다른 모든 서브히로인을 놓고 이야기해도 전체에서 3위 정도는 되었다.
처음에는 퉁명스럽지만 점차 마음을 열어가고, 고집 강한 학생회장에서 심려 깊은 모두의 지도자로 거듭나는 이브를 미워한 적은 없다.
그리고 이브의 외모는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패키지 타이틀을 장식하는 메인 히로인인데 그야 가장 인기가 많을 법 하지. 루트 난이도도 쉽고 필살기도 사기고 말이야.
지금이야 이브랑 피로 이어졌기에 피로 피를 씻을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이영진으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아니 오히려 좋아하는 캐릭터였단 말이지···.
그래서 그런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도,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노는 것도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조금만 비켜줬으면 좋겠는데.“
“그럼 이제부터 수련을 할 건데. 조금만 비켜다오.”
“아, 그 수련을 또 할 건가요?”
“그럼. 해야지.”
나는 다시 한 번 나무에 몸을 때려 박았고, 쳐박기 직전 바로 캔슬을 걸어 몸을 뒤로 뺐다.
급속도로 체력이 빠져나가지만, 반복 작업이야말로 숙달의 근본이라 했던가, 현실에서도 지긋지긋하게 한 이 행동은 체력 좀 빠졌다고 흔들릴 것이 아니었다.
【체력이 1상승합니다!】
그리고, 체력 10에 도착했다.
“이제야 좀 움직일만 하군.”
“와아···. 울프람. 또 강해졌어요!”
“음. 그러면 이제 슬슬 채집에 나설까.”
“채집? 여기서 뭔가 수확할 생각인가요?”
“그래.”
“맡겨주세요! 이 땅에서 제가 모르는 건 없답니다!”
그리 말하며 허리춤에 손을 대고 흥! 하고 콧김을 내뿜는 이비.
이것 참.
어느 녀석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그런가. 그렇다면 안내를 부탁하도록 하지.”
“네! 뭘 수확하고 싶으신가요?”
“우선은 빛의 물망초다. 그 다음은 창월의 꽃. 그리고···.”
“네, 네! 그리고요!”
***
이비는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는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고, 또 멈출 생각도 없었다.
스스로를 울프람이라 말한 이 남자는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나무에 몸을 때려박는 등 이상한 짓만 했지만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꽤 괜찮은 인간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얼굴과 체형도 꽤 재미있었다.
연인으로 변신할 줄 알았는데 가족이라니! 얼마나 가족애가 지극정성인 남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물론 자신이 신령일 때 몽경성역에 들어온 인간은 이 남자가 처음이지만, 선대 신령들은 외모가 연인이랑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허튼 짓을 하러 온다고 얼마나 바득바득 이를 갈며 인간 혐오를 느꼈던가.
그에 비해서 이 남자는 머리를 쓰다듬고, 그저 웃어 줄 뿐이었다.
마음에 드는 인간은 최선을 다해 인도한다.
이비는 울프람 앞을 걸으면서, 그가 원하는 재료들이 있는 곳을 차근차근 안내했다.
“여기가 마지막으로 천사의 날개깃털이 있는 곳이에요!”
“그렇군. 내 눈에도 보인다. 안내에 감사하지.”
“후후. 별 말씀을요!”
물론 찾는 물건들이 하나같이 기묘하긴 했고, 어떻게 다 알고 있는 물건만 요구했는지도 기이했지만, 그것보다 울프람이라는 남자에게 호의를 가지고 접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울프람. 이제 뭘 할 가요?”
“이것들을 조합해서 물건들 만들 다.”
“그런 능력이 있었나요? 조합가였군요!”
“음. 처음 듣는 칭호구나. 뭐. 현실에서는 그런 비슷한 직업도 가지고 있긴 하다.”
“아···.”
그 말에 이비는 깜짝 놀랐다.
이 꿈의 세계에서 육체는 새로이 구성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가지고 있던 능력을 거의 쓸 수 없는 것이다!
그 점을 깨닫고 무언가 조언하려는 찰나.
“만들어졌군.”
“어떻게요??”
“그야···. 이렇게 만들었다만?”
“네??”
알 수 없는 일이 또 눈앞에서 벌어졌다.
“아무튼,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해주겠나?”
“아, 네, 네에···.”
그리 말하고 이비는 울프람이 만든 물약을 빤히 바라봤다.
이 몽경의 관리자인 그녀는, 이곳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감정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한 결과.
【천사의 포션(몽경성역)】
【1T】
【죽은 자를 1회에 한하여 되살릴 수 있는 포션입니다. 사망 이후 10분 내라면 경험치 손실 없이 되살릴 수 있습니다.】
“어, 어···.어, 어떻게?”
“여긴 꿈의 공간이니 말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재료가 갖춰져 있으니 편하구나.”
“그, 그러니까 어떻게요??”
장담컨데.
그 어떤 신령의 역사를 뒤져봐도, 이런 물건이 만들어진 역사는 없다.
그리고.
“자. 다음으로 이동하지.”
“어, 어딜가는데요?”
“기껏 물약을 만들었으면 써봐야 하지 않겠나.”
“네, 네?”
“자. 이 신록의 고원의 보스. 대설록 펄리셔에게 안내해라.”
“아, 아으?”
***
대설록 펄리셔.
말 그대로 이 신록의 고원의 보스되시는 분이며, 공중에서 십이단 점프를 하고 반드시 체력을 깎는 스킬을 가지고 계시는 초거대 들소님이시다.
“뭐. 네가 할 일은 간단하다. 내가 죽는 그 순간 부활 포션을 써라. 할 수 있지?”
“네, 네. 할 수 있는데···. 정말 싸울 건가요? 펄리셔는 강한데요.”
“그야 강하지. 그러니 싸울 맛이 나는 것 아닌가.”
“매, 맨손으로 펄리셔랑 싸운다구요···?”
“그렇다만?”
“저, 그 다른 무기라도 만드는 것이···.”
이비 녀석은 몇 번이고 나를 만류했지만, 나는 다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웃어버렸다.
“걱정 마라. 포션만 제대로 쓰도록. 알았나.”
“네, 네!”
꿈 속의 세계는 역시나 현실과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부활 포션을 만들 수 있었다.
물약 제조 스킬이 최하위라도, 저건 백 퍼센트 성공하는 제조식이고 무엇보다···.
【마법적 물약 포션 제조 스킬이 크게 성장합니다.】
【제조 불가능한 포션을 만들었습니다.】
【신화에서 그 누구도 이루어내지 못한 업적입니다.】
【천사의 포션 제작 업적을 완수합니다.】
【축하합니다! 신화의 첫 주인 업적을 달성합니다!】
【달성한 영역의 모든 스킬이 하나로 압축됩니다.】
【물약 제조(신화)를 습득합니다.】
이런, 말도 안 는 개사기 업적도 깨고 말이야.
나는 내 눈 앞에서 콧김을 내뿜으며 앞발로 땅을 긁고, 언제든 이쪽을 죽일 준비가 되었다고 날뛰는 미친 소를 보며 웃었다.
자. 그럼.
두 번째 업적을 달성해 보실까요.
이비에게는 잘 설명해두긴 했지만, 제대로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
이비는 입을 떠억 하니 벌렸다.
그녀의 시야 한 구석에는 열 개의 꽃잎이 보였다.
이게 뭐냐 하면 바로 대설록 펄리셔의 체력.
이 고원. 아니 몽경성역 전체의 관리자라 할 수 있는 그녀는 당연히 보스의 체력도 관리하고,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그 꽃잎이 사정없이 찢겨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라고 묻는 거 보다 울프람의 움직임이 빨랐다.
펄리셔의 공격은 직선일변도, 공중에서 열 두번 뛸 수 있다고 하지만, 모든 점프는 전방을 향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 거체가 전방으로 달려들며, 좌 우로 움직임을 반복하며 뛴다는 것은, 울프람 정도의 체구로는 견딜 수 없음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다.
하지만 울프람은 한 번도 그 발굽에 깔리지 않았다.
언제 펄리셔가 달려들지 예측해 몸을 빼고, 그의 착지점에 맞춰서, 정확하게 옆구리를 때려 박았다.
정권. 니킥. 니킥. 정권. 다시 니킥.
무시무시하고 두려울 정도의 타격 중첩.
울프람의 체구는 작기 때문에, 그 충격량이 강할수는 없지만, 울프람은 지금까지의 모든 공격을 정확하게 겹쳐 때렸다.
처음에는 비웃던 펄리셔도 인상을 찌푸리고, 지금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강하다.
지나치게 기묘하고 기이하지만, 그럼에도 강하다.
펄리셔는 체력을 고정적으로 깎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울프람의 체력도 내려가고 있지만, 이비는 알 수 있었다.
울프람이 놈을 쓰러트리는 쪽이 빠르다.
펄리셔는 어떻게든 고정적으로 체력을 깎고자 하지만, 울프람이 먼저 펄리셔를 죽일 수 있다.
그리고.
결말은 금방 찾아왔다.
다음 니킥으로 펄리셔의 옆구리는 부서질 것이고, 쓰러진 펄리셔를 비웃을 것이다.
“어라?”
하지만, 울프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체력이 고정적으로 깎이고, 앞으로 두 번의 공격이면 죽는데도 그는 끝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이비는 자신에게 무엇을 부탁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죽는 순간 그 포션을 쓰면 된다. 절대로 죽기 전에 쓰지 말도록. 가급적 죽는 순간과 맞춰서 써라’
지금 울프람은 의도적으로 죽으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찾아왔다.
펄리셔가 웃고, 울프람은 인상을 찌푸렸다.
울프람의 체력이 1 미만으로 내려가고, 그의 몸이 기우뚱 앞으로 넘어지려는 그 순간.
“에, 에잇!”
성역의 신령은 방문객의 부탁에 따라 포션을 던졌다.
***
벌떡,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는 몽경성역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신록의 고원 주인인 펄리셔를 쓰러트리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몽경성역의 제 2구역이 열립니다!】
죽은 건 죽은 니까 말이야. 현실로 돌아오는 당연하긴 하지.
하지만, 그 죽음에서 이비가 살려주긴 또 했나보다.
어떻게 아냐고?
【죽었던 육체가 부활합니다!】
【내가 언제부터 죽어 있었다고 생각한거지? 업적을 달성합니다!】
【되살아난 직후 보스를 쓰러트렸습니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 복수를 위해! 업적을 달성합니다.】
진짜.
정말이지.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땅이야.”
도박은 성공했다.
이 세계에 부활 능력이 없고, 부활 포션이 없다면, 그 누구도 되살아나지 못했다면.
역사상 그 누구도 하지 못 한 일을 해내는 셈 아닌가.
【이 세상에서 이룩할 수 없는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축하합니다! 신화의 첫 주인 업적을 달성합니다!】
【현실에서도 당신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1회 부활 가능합니다!】
【잔여횟수 : 1】
그리고 해냈다.
도박에서 이겼다.
이거라면 스테이터스가 돌아오는 그 순간.
그 어떤 보스라도 비벼 볼 만 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