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81)
480. My Sister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펄리셔를 쓰러트리고 얻은 이 보상들은 나에게 있어서 큰 안전장치다.
특히. 이 세상에 존재할리가 없는 부활 스킬을 사용함으로서 얻은 1회 부활권은, 솔직히 말하자면 즉사형 보스들 패턴에서, 혹은 개막패턴으로 즉사기를 날리는 개 또라이 보스 앞에서 쓰고 싶다.
하지만.
체력 1인 지금 이 상황에서 저 보험은 내가 살아있고,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채워준다.
체력 1도 살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좋아. 몽경성역의 자비에 눈물이 나오네요.
“오라버니. 기분이 좋아보이시네요.”
“음. 괜찮은 물건들을 좀 얻어서 기분이 괜찮구나.”
“후후. 다행이에요.”
오라버니 하면서 나를 부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비가 아니고, 이브는 더더욱 아니고, 스피카다.
미니 아일라의 양갈래머리 버전을 하고 있는 스피카는 의자에 앉아 흥얼거리며 다리를 흔들흔들하고서는 다시금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 스피카가 대체 왜. 여기에 있는가 하면···.
아니. 진짜 왜 여기에 있지?
“스피카. 무슨 일로 왔지?”
“오라버니!”
그리 말하며 스피카가 불쑥, 내 앞에 몸을 들이 밀었다.
아니, 무섭게 왜 그러세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보도록.”
“저 엄청. 어어어엄청 삐졌거든요?”
“음?”
갑자기 왜?
“저 지난 번 마계의 문 원정에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요!”
“음. 그랬지. 이야기는 잘 들었다.”
나는 스피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고, 그녀는 에헤 하고 웃다가 이내 으흠! 하고 나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그게 아니고요! 저는 정말, 진짜 열심히 싸웠는데···. 오라버니께서는 아무런 보상도 안 주셨잖아요!”
“보상···.”
“네! 정규 파티원이 아니니까 정규로 승진시켜주신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따로 놀아주신것도 아니고···. 거기에 다치기까지 하셔서 놀아달라고 하기도 힘들고!”
그리 말하며 볼을 부풀리는 스피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렇군.
이 아이의 활약은, 그 자리에 있는 다른 파티원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다.
다른 것보다, 두 개의 초거대 골렘을 요새처럼 박아둔 뒤, 거대한 양 팔로 쓸어버리는 전술은 다른 이들을 압도했다 들었다.
거기에.
“마법사들을 골렘 어깨 위에 올린 것은 네 전략이었나?”
“네.”
“그렇구나. 좋기도 하면서 나쁘기도 한 전략이었다.”
“나쁜 점이···. 있었나요?”
“음.”
사실 나도 그 전력을 생각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공중에서 습격을 받으면 퓨어 메이지인 이브와 레지나는 추락할 가능성이 컸다.
전담하는 서포터가 있지 않다면, 위험한 전략.
“나중에는 아래에 그물이라도 깔고 올리는게 좋겠구나.”
“아···! 그렇네요. 추락 위험이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척! 하고 귀엽게 경례를 올리는 스피카.
그대로 머리를 쓰다듬으니 에헤헤 하고 웃는다.
녀석 하고는.
이대로 그냥 넘어갈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양심에 찔린다.
“그렇구나. 그러면 내가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지.”
“저, 정말이신가요?”
“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않나.”
【장비 대여권을 사용합니다!】
【1T 장비를 한 가지 선택해 얻을 수 있습니다!】【120일짜리 기간제 장비입니다. 사용 후 자동 소멸합니다.】
“이건, 마력이 형상을 이뤄 네 장비가 되어주지만, 120일 후에는 자동으로 소멸해버리고 마는 물건이다.”
“아···.”
“그러니, 아무리 좋은 장비라도 네 실력은 아니며, 이에 취해서도 안 된다. 알겠나.”
“네. 네···!”
스피카는 눈을 빛내며 내가 팔랑이는 종이를 바라봤다.
녀석.
원래라면 내가 쓸까도 생각해 봤지만, 나는 기간제 아이템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고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기간이 끝나서 소멸하면 그 허탈함은 말 할 수 없거든.
거기에 돈을 모아서 같은 성능의 무기한 완제품을 맞춘다고 해도, 딱히 이득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것이···. 아무튼 그렇다.
그러니까, 이건 스피카에게 줘야지.
그리 생각하며 리스트를 빤히 보고 있자니, 스피카가 아하. 하고 작게 박수를 치더니 눈을 빛냈다.
“오라버니!”
“음?”
“제가 가지고 싶은 물건은, 제가 정해도 될까요?!”
“······.”
이건 또 새로운 의견이로세.
“그래. 그러도록 하자꾸나. 그런데···. 목록은 보이나?”
“아뇨!”
“그런가···. 그렇다면 내가 직접 불러줘야 겠구나.”
“아, 그런데···. 서서듣기 힘든데 앉아도 될까요?”
“음. 그러도록 해라.”
“네!”
그리 말하며 스피카는 에헤헤 웃고는 내 바로 옆에 앉았다.
“가깝지 않은가?”
“아뇨! 원래라면 무릎 위에 앉으려고 했지만, 오라버니께서 편찮으시다고 하셔서 특별히 이해해 드리는 거예요!”
“하하···. 그것 참. 고맙구나.”
그건 고맙네.
아무튼, 진짜 여동생처럼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러고보니 다른 분들은 선물 받을 때, 오라버니께서 지정해주시는 걸 받았나요?”
“음. 그랬지.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네 이런 부탁 자체가 나에게는 꽤 새롭구나.”
“그건 참···. 다른 분들도 후회 할 만한 일을 하셨네요. 이런 기회를 놓치고.”
“음?”
내 물음에 스피카는 대답하지 않고, 에헤헤 웃고는 내 어깨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뇨! 그럼 오라버니, 제게 뭐가 어울릴지 추천해주시고 능력을 말씀해주시면···. 그 안에서 제가 고를게요!”
“음. 그럼 어디보자. 처음은 은율의 팔찌구나 이 물건은···.”
그렇게 우리는 몇 시간에 걸쳐서 천천히 선물과 그 활용도에 대해 이야기 했다.
스피카는 자기 자신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 해 나갔고, 나는 그 아이의 철저한 자기 분석에 놀라면서도, 장점을 강화할지 약점을 보완할지 토론해 나아갔다.
“제 모든 걸 오라버니께 알려드렸어요. 전부 기억하고 계시죠?”
“음. 그래. 전부 다 기억했다.”
“에헤헤.”
정말이지, 두려울 정도로 장래가 기대되는 아이다.
재주형 마법사라는 기괴한 스테이터스를 가지고 있기에 자기 자신에 대해 철저히 분석할거라 생각했지만, 장점도 단점도 전부 솔직하게 남에게 말 할 수 있는 배짱도 가지고 있다니···. 무서운 아이.
“후후. 그래서 뭐가 가장 좋을까요?”
“그렇구나. 신창 뫼비우스나 전투성녀의 드레스. 여와의 머리띠···. 전부 다 괜찮구나.”
“이건 어떤가요?”
“음? 반월의 루나 드레스···? 정말 이걸로 고르겠나?”
“네!”
그리 말하며 내놓은 물건은 어떻게 보면 캪틴큐와 같이 【밈】계열 장비였다.
캪틴큐처럼 정신줄 놨냐. 하고 웃고 넘길 물건은 아니고, 진짜 성능이 좋은 장비다.
다만 그 룩이···.
“귀엽지 않나요?!”
“음. 그야 그렇다만.”
삼 중 프릴로 만들어진 분홍색 미니 스커트에, 어깨쪽은 묘하게 살짝 부풀어 있고, 양갈래 머리띠까지 포함되어있는 이른바 마법소녀풍 드레스다.
이런 물건이 왜 존재하냐면, 이 세계가 원작이 게임이기 때문이고, 세상에는 저런 옷을 파티원에게 입히고 싶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
광역 마법사들에게는 1티어급 장비여서, 다른 파티원들이 참 많이 입었다.
대표적으로는 이브. 레지나가 입었고, 가끔 스피카도 입히고 에르헬에게 입혀보기도 했고, 마지막으로는 켈터스도 입혔다.
그 켈터스의 룩은···. 신이시여···.
아무튼.
저 옷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반월의 루나 드레스】
【1T】
【신화급 장인의 손재주로 만들어진 드레스계의 일품입니다. 하루 2시간 한정으로 ‘마력 한계 해방’을 사용 가능합니다.】
【마력 한계해방 : 마법 시전속도. 마법 수준. 마법 위력이 특대 상향됩니다. 22시간의 제한시간이 있으며 사용시 필살기 ‘반월의 루나 라이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반월의 루나 라이트 : 달빛의 기운을 모아 전방에 광선을 날리며, 마력치 18의 마법사가 사용한 최강화가 붙은 광선 공격 판정입니다.】
【마력제한 해방을 사용 시 몸 근처에 달빛을 머금은 이펙트가 사용자의 몸을 감쌉니다.】
즉.
뭐냐.
하루 두 시간 한정으로 변신할 수 있는 마법소녀 옷이다.
“정말 이게 좋은가?”
“네! 이런 옷을 입을 수 있는 건 지금 나이 뿐이니까요! 언니가 이걸 입는다고 생각하면 이상하지 않나요?”
“······.”
마법소녀 아일라.
음.
아니. 아일라라면 딱히 부끄러워 할 거 같지 않은데.
‘울프람! 반역적인 옷이에요! 제 나이에 이걸 입기 때문에 더더욱 반역적이지 않나요?’
···.
아일라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녀의 명예를 위해 우선 스피카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 구나.”
“네! 그럼 이걸로 부탁드릴게요!”
“알겠다.”
그렇게 반월의 루나 드레스를 건네자 스피카는 양 손으로 받고는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사무실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어울리나요. 오라버니?”
“음. 어울리는구나.”
평소 쓰던 리본이 아니라 트윈테일을 큰 리본으로 묶고, 전체적으로 붉은빛과 분홍색. 흰색의 조화로 화려하기 그지 없는 마법소녀 옷을 입고 스피카는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하하 이것 참.”
“아, 안 어울리나요···?”
“아니다. 안 어울려서 웃는게 아니다.”
그저.
이영진으로 살아갈 때.
공주님 드레스가 입고 싶다고 칭얼거리던 동생들이 떠올랐다.
고1때였나. 알바비를 털어 남대문 시장에서 발품을 팔고 또 팔아서 어떻게 당시 유행하던 애니메이션 공주님 드레스를 사왔다.
아이들은 눈을 빛내며 내게 고마습니다! 하고 혀 짧은 소리를 냈고, 그걸 돌려가며 입었다.
좋은 이야기냐고?
아니다.
결국 애 친모가 누구인지 솔로몬에게 재판받으러 온 두 여자마냥 옷을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더 최악인 건 둘 다 계모였는지 옷이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는 것.
아무튼. 스피카의 그 옷은 마치 그 날의 재롱을 떠올리게 했다.
“후후. 오라버니께서 이렇게 쓰다듬어주고 계시면, 마치 친 오라버니 같아요.”
그리 말하며, 스피카가 쓰다듬은 손길에 맞춰 머리를 같이 흔들거리고 있을 때.
챠랑.
편의점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이 저녁에 누구지?
하고 손님을 보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음.”
이브 폰 로엔그린이. 그 곳에 계셨다.
***
잠시 후.
스피카는 내 옆에 찰싹 달라 붙었고, 이브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 예. 뭐 두 분이 가족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스피카 양.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요?”
“괜찮습니다. 회장님! 제 기숙사는 바로 앞인걸요? 설마 여기서 저기 가는데 문제가 생기진 않겠죠?”
“아···.”
그러고 보니 그랬죠.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시간에 이성과 함께 있는 것은 불순하답니다.”
“하지만 울프람 오라버니는 믿을 수 있는 분인데요?”
“그걸 믿어요?”
“네!”
그리 말하며, 스피카는 내 팔을 다시 꽉 쥐었다.
잠깐 스피카야.
지금 내 체력이 1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니?
“그리고, 이제 남이 아니게 될 수도 있는 걸요? 그렇죠?”
“?”
“아, 그렇군요. 아일라 트라이스타···. 으음. 으으음.”
스피카는 방실 웃었고, 이브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신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나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못 알아먹겠다.
아니 알고 싶어도 스피카가 꽉 쥔 팔이 너무 아프다.
거기까지 돌릴 정신머리가 없다. 황실혈통 뭐하냐. 정신공격 치료 안 하냐.
【체력이 소숫점 단위로 내려갔습니다. 황실 혈통을 유지할 힘이 없습니다.】
아 그러세요.
“그렇군요. 그 말도 맞네요.”
“네! 정말 이브 님이 부러웠는데,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게 됐어요!”
“네? 그게 무슨 의미죠?”
“저는 언니도 좋지만, 오라버니도 있었으면 했거든요. 후후. 연인도 있었으면 좋겠지만요!”
“네?”
“그러니까 이렇게 친 오라버니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쁘다는 이야기에요!”
“······.”
그 말에 이브는 눈을 살짝 감았다.
그리고는 주먹을 꽉 쥔다.
왜지.
어째서 화가 나신 걸까.
이해 할 수 없지만 그저 지금은 잡힌 팔이 아프네요.
“울프람 오라버니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제가 친 여동생 같지 않나요?”
“······.”
음. 그러니까 무슨 이야기더라.
내 여동생? 그러니까···.
“내 친 여동생은 이브 폰 로엔그린 단 한 명이다만.”
순간.
뚝. 하고 편의점 내부의 공기가 멈췄다.
스르륵. 하고 스피카는 내 팔을 풀었다.
“아, 그, 그렇죠. 네. 울프람 오라버니의 친 여동생분은 이브 님이시죠.”
음···? 뭐지? 몰랐나?
“다, 당신 뻔뻔하게 그런 소리를···. 제, 제가 당신 친 여동생···. 아니. 그러니까···.”
“아니었나?”
넌 또 뭔데. 왜 네가 경악하는데?
아니 성함이 로엔그린이 아니라 이브 폰 말랑그린이셨어요?
“뻐, 뻔뻔하게도······!!”
뭐야.
뭔데.
나도 모르는 족보가 있었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