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82)
481. 말이 그렇다는 거고
스피카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기숙사로 돌아갔고, 이브는 여전히 편의점 의자에 앉아 뚱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봤다.
묘하게 얼굴이 빨간 것이, 열이라도 있나?
열이 있으면 들어가서 쉴 것이지 하여간 포동포동하게 살만 쪄가지고는···.
“저에게 엄청 실례되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요?”
“아니 설마. 있는 그대로만 생각했다만?”
“있는 그대로는 또 뭔데요.”
네 녀석의 뱃살 지방을 태우면 제프린을 1년 정도 운영할 에너지가 나오겠다. 같은 생각?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 왔는가? 음. 아니다. 추리해보도록 하지. 자. 이 시간에 네가 찾아올 일이라고는 사탕이 다 떨어졌음을 깨닫고 어떻게든 먹고 싶은데 이렇게 된 이상 밤에 걸으면 살도 빠질 거고 사탕을 몇 개 사와도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다. 라는 뇌내마약과 자기타협이 반죽을 이뤄 빵으로 구워내 뇌를 빼고 대신 집어넣어 사고를 맡겼다. 뭐 그런 것인가?”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아닌가?”
“사탕은 남아 있어요. 거기에···. 그런 생각은 예전에 했지만, 실천하진 않았다고요!”
“······.”
진짜냐. 했었냐.
“그래서 그게 아니라면 진짜 용건은?”
“엘피라네님으로부터 전언이 왔어요.”
“전언?”
“예에. 정확히는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여왕의 전언.”
“릴리아를 써도 될텐데 말이다.”
“릴리아 스노우는 편의점 근처에서 기분 나쁜 느낌이 난다면서 돌아갔다고 하네요.”
그리 말하며 이브는 슬쩍 태초의 루비. 즉 불돌을 바라봤다.
아···.
확실히 태초의 일곱 보석은 원석만으로도 1티어에 위치하며, 특히 상극인 녀석들은 다가오기도 싫어하지.
“그렇군. 그래서 전언은 뭐지?”
“흠흠. 나의 동포 울프람. 그대의 승리를 축하해요. 그래서 ···언제 저와의 약속을 지킬 것이지? 라고 하네요.”
“아. 그러고보니.”
제 2 문 공략을 성공한 그 시점에서 라이아를 포영의 설원에서 꺼내줄 수 있다.
다만···.
“지금 라이아를 꺼내면 그랑펠리시에와의 일전을 서두르겠지.”
“예에.”
그게 문제다.
라이아를 꺼낸다고 치고, 그 다음 바로 그랑펠리시에랑 맞짱을 뜨러 간다?
“지금 내 체력으로는 쉽지 않은 전투가 될 듯 하구나.”
“그런가요? 당신이라면 ‘하. 체력1이 뭐 어쨌다는 것이냐. 다 죽여버릴 수 있다.’ 같은 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가요?”
“쯧. 아케아 화산은 빙정의 망토를 뚫고 더위가 침범한다. 거기에 체력이 실시간으로 깎이면 10초밖에 버틸 수 없지 않나.”
“음···.”
“모든 변수가 다 맞아 떨어져도 3초정도 모자란다.”
“농담이죠······?”
“내가 너와 농담할 기분으로 보이나?”
이브는 괴물을 보듯 나를 바라봤다.
지금 내 스펙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랑펠리시에만 저격했을 때 13초정도 걸린다.
그 이상은 저도 줄이기가 쉽지 않아요.
“확실히···. 그러면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여왕을 해방하는 건 조금 걸리겠네요.”
“하지만 해방하지 않으면, 그녀의 분노가 쏟아지겠지.”
어깨를 으쓱하자 이브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어떻게 하긴.
직접 가서, 이야기 해야지.
***
그 뒤로, 나는 마동 휠체어를 타고 움직였다.
흑수정을 기반으로 서스펜션을 달고, 마동석으로 알아서 움직이는 휠체어.
“혼자서 가도 된다고 했다만···.”
“에헤헤. 제가 로열 가드잖아요?”
“음. 그렇구나.”
내 휠체어를 끄는 것은 네프티.
“하지만, 제가 그 분을 만나도 될까요? 설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기도 그렇습니다만···.”
“괜찮다. 너 또한 용에게서 인정받은 기사. 그렇다면 필티아의 얼굴을 봐서라도 공격하지는 않겠지.”
“에헤···.”
네프티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천천히 내 휠체어를 끌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북쪽 문을 지나 포영의 설원에 도착.
“안 추우세요. 선배님?”
“너는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다 선배님 덕분이에요!”
과언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맞는 말이다.
태초의 루비가 손아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포영의 설원에서 들어오는 도트 데미지는 완벽하게 무효화 된다.
그리고 그 도트 데미지는 다 추위 때문이거든요.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 얼음여왕의 성채에 도착.
지나갈 때 마다 얼음의 정령들이 이쪽을 힐끔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나와 네프티를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상하다. 네프티는 그렇다 쳐도 나도?
“울프! 안녕! 그리고 손님도 안녕!”
“음. 안녕한가. 미래의 간부 릴리아.”
“안녕하세요! 울프람 선배님의 호위로 찾아왔습니다. 네프테리안이라고 합니다!”
“응! 라이아 님의 신하이자 간부 후보인 릴리아 스노우다!”
그리 말하며 네프티와 릴리아는 서로 꺄아꺄아 떠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합이 잘 맞는 것이, 정신 연령이 비슷해서 그런가.
그렇게 여왕의 접견실 앞에서 마냥 떠드는 둘을 보고 있기 뭐해서, 슬쩍 릴리아에게 물었다.
“라이아는 안에 있나?”
“아···. 응. 여왕님은 안에 계시다. 그 전에 울프 그 돌좀 치울 수 있나? 다른 정령들이 겁먹고 있다.”
“실례했군.”
그러고보니 태초의 루비는 여기에서는 극독이다.
정령들에게 집어 던지는 것만으로도 기야요오오옷 몸이 녹아버려어어엇 하고 죽을지도 모르는 극독.
깔끔하게 퀵 크리에이트 안쪽으로 수납하자. 릴리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안으로 들어가도 좋다! 아, 손님은 들어가면 안 된다. 울프만 들어오라고 하셨다.”
“아···.”
“무슨 일 있겠나. 여기서 대기하도록.”
“네! 선배님!”
그래.
내가 라이아와 알고 지낸게 얼마인데 무슨 일 있겠냐.
접견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 순간 도도도. 체면도 잊은 채 드레스를 휘날리며 라이아가 달려왔다.
“왔군요. 나의 동지. 울프람.”
“음. 오래 기다리게 했구나. 라이아.”
“아뇨. 오래 기다리지 않았답니다. 300년동안 기다렸는데, 이 정도의 기다림을 오래라고 말 할 수는 없죠.”
“······.”
“자! 시작하죠. 그 불쟁이 계집의 엉덩이를 때려 줄 시간이에요!”
어.
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하면, 여기서 얼음창 맞나···?
***
라이아는 방실방실 웃으며 빙정초를 달여서 식힌 차를 내오고는 수정 의자까지 준비해줬다.
속이 쓰려서 뭐라 할 말이 없다. 이대로 살해당하는 것 아닌가.
얼음 여왕이라 불리는 그녀는 정말, 진심으로 그랑펠리시에를 싫어한다.
둘 중 한 세력을 동료로 선택했으면, 다른 세력과 친해지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그리고, 최종결전에서 한 쪽이 승리하게끔 도우면, 세력작은 완전히 끝나고, 그에 합당한 보수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지금 내가 그랬다간, 세력작은 커녕 부활 패시브만 빼게 생겼으니 문제지.
“라이아.”
“네. 나의 동지. 울프람. 어떤 계략을 준비했죠?”
“음. 계략.”
“네. 당신이라면 세상 모든 것을 휘어잡을 정도의 계략이 그 머리속에 있겠죠. 나의 동지. 자. 모든 준비는 끝났어요. 그 망할 불쟁이 계집에게 정의란 무엇인지 바로 세워 보여주도록 하죠.”
계략.
아니 있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솔직히 털어놓자.
“라이아. 미안하지만, 조금 더 미루고 싶다.”
“네···?”
“솔직하게 설명하지. 지금의 나는 누군가와 싸울 상태가 아니다. 여왕이라면 가지고 있는 ‘파악’ 능력을 통해 내 상태를 볼 수 있겠나?”
“어렵지 않죠. 【빙정의 눈】”
【빙정의 눈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공개됩니다.】
【황실 혈통은 감히 저열한 피에 의해 파악되지 않습니다.】
‘저항하지 않는다.’
【저항하지 않습니다.】
【빙정의 눈이 당신을 ‘봅니다.’】
라이아는 슬쩍 내 스테이터스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다가 손으로 문질거렸다.
“뭐 하는거지.”
“아뇨. 수치가 잘못 기입된 건지. 아니면 제 앞에 보이는 수치에 성에가 낀 거 같아서 손으로 닦고 있었답니다.”
“······.”
“그런데, 아니네요. 이게 진짜 동지 울프람의···?”
네.
놀랍게도 그게 제 순수 수치에요.
“그래. 한 달간 제약에 의해 몸 상태가 완전히 박살났다. 이해해 줄 수 있겠나.”
“이, 이해는 할게요. 하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죠?”
“······.”
그런 눈으로 저를 보지 마세요.
라이아는 이쪽을 빤히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동지 울프람. 그랑펠리시에를 쓰러트리는 것은 제가 아니라 우리여야 합니다. 즉. 당신의 상태가 만전이 아니라면 그 또한 이해하고 기다릴 수 있어요. 300년을 기다렸는데 고작 한 달을 못 기다릴 건 없죠.”
“고맙군.”
“다만, 안되겠네요. 이건 가만히 보고 못 있겠어요.”
“음?”
내가 저항하기도 전, 라이아는 꾹. 내 손을 잡았다.
저기요. 엄청 차가워요.
그만 놓아주세요. 진짜 얼어 죽어요.
그리고는 내가 저항할 틈도 주지 않고, 이마를 내 이마에 가져다 댔다.
“뭘, 하는 거지?”
“가만히 계세요.”
직후. 라이아가 무엇을 하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혈통의 후유증이 조금 전이됩니다. 대상 :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상대도 초월의 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이에 적합합니다.】
【상대의 스테이터스가 30% 하향됩니다.】
【후유증의 지속시간이 615시간에서 575시간으로 줄어듭니다.】
“라이아.”
“그런 눈으로 볼 거 없다. 함께 이득이 되는 일 뿐만이 아니라, 함께 손해가 되는 일 또한 해야 동지 아닌가.”
그리 말하며 라이아는 방긋 웃었다.
고맙다.
정말 고마운데.
“정말 추워서 얼어 죽을 듯 하니, 손을 좀 놓아줄 수 있겠나?”
“아.”
***
그렇게 라이아의 해방과 아케아 화산의 침투 루트에 대한 대화를 잠시 나누고, 편의점으로 돌아와 다시 몽경성역에 다이브.
“울프람. 왔군요?”
“음. 이비. 오래 기다렸나.”
“아뇨. 이렇게 와 준 것만으로도 기쁘답니다.”
이비는 주먹을 내밀었고, 나도 주먹을 쥐어 살짝 부딪침으로서 인사를 나눴다.
“펄리셔를 잡았으니, 다음 몽경성역으로 이동하고 싶다만.”
“아···. 네! 그러도록 하죠! 어디보자.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첫 운무의 대지를 지나, 신록의 고원을 깨면 그 뒤는 내가 원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
“어디어디가 있지?”
“후후. 궁금하시다면, 이 가이드가 직접 안내해 드리죠!”
“음. 부탁하마.”
사실 전부 다 알고 있지만, 가이드의 일을 뺏는 것도 조금 마음에 걸린다.
녀석은 헤실헤실 웃고는 여러 지역에 대해 설명했다.
“창백의 숲. 폭염의 강. 절망의 늪···. 뭐 여러 곳이 있답니다.”
“신록의 고원보다 무시무시한 이름이군.”
“후후. 그렇다면 이 고원에 남아 있어도 되는데요?”
“아니. 사양하마. 자. 움직이도록 하지.”
“그래서. 어딜 갈 건가요?”
다음 원정과, 제 3의 문을 생각하면 처음으로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다.
“폭염의 강으로 안내해 줄 수 있겠나?”
“네! 물론이죠!”
내 부탁에 이비는 헤실헤실 웃으며 내 팔을 잡아끌었다.
그렇게 폭염의 강에 도착했다.
그 지역은 이름 그대로, 들끓는 강물과 증기를 뿜어내는 유황온천. 보기만 해도 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열기로 가득했다.
“후우. 역시 여기는 뜨겁네요!”
“그렇구나.”
나는 이비의 곁을 슥 지나서 폭염의 강 근처에 멋대로 파여 있는 유황 온천을 향했다.
“울프람. 조심해요! 그 유황 온천의 효능은 저마다 제각기라서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저도 모른답니다!”
“음. 그렇군.”
“조, 조심하라니까요?”
앞에서 둘. 오른쪽으로 하나. 위로 셋. 왼쪽으로 둘. 위로 둘.
찾았다.
“여긴가.”
“울프람!?”
이비의 비명을 무시한 채.
나는 그대로 온천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정신이 나가 버릴 정도의 열기가 몸을 덮칩니다.】
【황실 혈통은 추레한 모습을 보일 수 없습니다.】
【뜨거움이 몸을 침투합니다.】
【뜨거움이 몸을 침투합니다.】
시스템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 그럼 어서 나와요!”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이 게임이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이런 거지.
【작열하는 유황의 치료 온천에 몸을 담갔습니다.】
【열기로 인해 몸이 회복되어감을 느낍니다.】
열기가 데미지가 아니라, 회복으로 치환된다.
즉.
이 백 도가 넘는 물에 몸을 담그면, 뜨겁기는 할 지언정 몸은 차근차근 회복되어 가는 것이다.
정말 웃기지도 않은 시스템.
【작열하는 유황의 치료 온천의 효과로 인해 강렬한 열기 내성을 얻습니다.】
【열기 내성이 점차 강해집니다.】
【작열하는 열기 내성을 얻습니다.】
이것 참.
좋구만 그래.
“아, 안 뜨거워요?”
“아니. 시원하다만.”
“정말요? 내가 잘못 알았나······흐꺄?!”
내 말에 이비는 온천에 손끝을 담갔다가 그대로 빼고는 입에 물고, 울먹이며 이쪽을 노려봤다.
“시원하다면서요! 시원하다면서! 이 거짓말쟁이! 날 속였군요!”
“······.”
그.
미안하게 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