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83)
482. 보물상자
유황불에 몸을 지져도 이것보단 시원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뜨겁지만, 반대로 몸이 회복되어감을 느끼는 이 기묘한 이중주.
물론 옷은 입었다.
언제나 입는 제프린 교복.
온천에 옷을 입고 들어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꿈 속 세계인데 뭐 어때.
【고정적으로 체력이 회복됩니다.】
몽경이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하나하나 버프를 쌓고 스테이터스 스택을 쌓아가면, 꽤 많은 양의 스테이터스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다.
체력 1의 쓰레기 생활을 탈피하고, 문방구 앞 병아리 수준의 체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
그러니, 최대한 빨아 먹을 수 있는 건 다 빨아 먹어야지.
“후우.”
“안 덥나요. 울프람?”
“별로 덥지는 않군.”
저 엽에서 이비는 힐끔 이쪽을 바라보면서 도저히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뜨거운 것에 약한가?”
“무슨 소리에요? 뜨거운 것에 약하다뇨.”
“살짝 손가락만 넣은 것 만으로도 울면서 도망치지 않았나.”
“하···. 차가운 것에도 약하거든요?”
아. 그러시구나.
“그렇게 밖에만 있을 거라면, 나를 조금 도와줬으면 한다만.”
“어떻게요?”
“가이드 능력 중에 착용한 의복을 바꾸는 능력은 없나?”
“아···. 있긴 한데요. 펄리셔를 쓰러트렸기 때문에 현실에서 두 개의 물건을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라고 하는데요?”
“가지고 온다는 것은 어떤 개념이지? 그것도 이 몽경성역에 속하게 되나?”
“아, 아뇨. 살짝 해금돼서 현실에 있는 물건을 복제해서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면 돼요.”
사실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올 물건도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럼 하나는 태초의 루비로 하지.”
“아···. 네! 훌륭한 물건이네요. 이런걸 몇 개나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내 사복으로 하겠다.”
“네?”
왜 여기서 다른 레어 아이템이 아니라 사복을? 이라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지만···. 뭐.
“이대로 나가면 홀딱 젖은 상태 아닌가. 갈아입을 옷은 필요하니 말이다.”
“아···.”
그렇게 이비가 두 개의 아이템을 복제 해온 후. 나는 즉시 태초의 루비를 설치했다.
【태초의 루비로 인해 최상의 회복이 보장됩니다.】
【강한 열기를 억제합니다. 온도가 적절한 수준으로 맞춰집니다.】
순식간에 온천의 열기가 가라앉고, 누워 있기 딱 좋은 수준으로 내려간다.
자연스레 몸의 긴장이 풀리고 후우. 하고 한숨이 나왔다.
“안 뜨거운가요?”
“이제는 전혀 뜨겁지 않다. 어디. 한 번 더 손가락을 넣어보겠나?”
“아, 안 속거든요?”
진짠데.
“믿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허나 나는 결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진짜 거짓말 아니죠?”
“아니다.”
내 말에 이비는 쪼르르 달려왔고, 온천에 손가락을 살짝 담근 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 뜨겁네요···. 진짜?”
“태초의 루비의 효과지. 최상의 휴식을 보장하는 물건이다.”
원래라면 나를 포함한 파티원만 적용되지만, 이 몽경성역에서는 이비가 가이드면서 동시에 파티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즉. 태초의 루비의 효과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
“아. 그런 효과가 있었군요. 대단한 돌이네요.”
그리고 에잇! 하는 소리와 함께···. 풍덩! 하는 효과음을 동반해 이비가 온천에 뛰어들었다.
“오, 오오···. 정말 따듯하기만 하네요. 아하하···.”
“······.”
말 그대로 이브와 같은 외형이지만, 하는 짓은 좀 더 어린 느낌이다.
비뚤어지지 않은 어린 시절의 이브가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군.
이비는 온천 안에서 자맥질을 하다 이내 푸하! 하고 물속을 느긋하게 유영했다.
제프린 교복을 입은 채로 그렇게 노는 모습은 뭐라 형언하기 힘들었다.
푸하!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비는 그대로 터벅 터벅 걸어서 내 옆에 앉았다.
“좋네요!”
“너무 갑작스럽게 들어오는군. 온천욕을 그렇게나 하고 싶었나?”
“제가 대체 여기에서 몇 년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모른다.”
“아무튼 꽤 오래 살았어요. 하지만 여기는···. 올 때 마다 한 번도 들어온 적 없는걸요. 얼마나 뜨거운지 몰라서 그래요! 집 근처에 관심 가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 한 번도 들어가 본 적 없는 신령의 마음을 알아요?”
어떻게 알겠냐 그걸.
아무튼.
“그래서 소감은?”
“만족! 대만족이에요!”
그리 말하며 이비는 흐어어어 소리를 내고는 다시 늘어졌다.
“감사합니다.”
“음.”
이비는 온천에서 늘어지다가 이내 슬쩍 눈을 감고 느긋하게 졸았다.
“울프람.”
“뭐지.”
“두 번째 보스도 쓰러트릴 건가요?”
“그래야지.”
“이 곳의 보스의 정보는···.”
“말 할 필요 없다. 온천이나 즐기도록.”
“배려에···. 감사드려요. 후후···. 스스로 정체를 알아내고 싸우고 싶다는 거군요···. 당신은 진짜 전사에요.”
그리 말하고 이비는 웃으며 다시 졸기 시작했다.
아니 뭐.
배려라기 보단.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또 듣기 싫어서 한 말이긴 하다만···.
오해를 풀 틈도 없이 그녀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그렇게 우리는 잠시간의 온천욕을 즐겼다.
물론 둘 다 교복을 입은 채라는, 기묘한 상황이긴 했지만 말이다.
***
그 뒤 둘이서 많은 온천을 돌아다녔다.
마력이 회복되는 온천이 있는가 하면, 질병이 낫는 온천도 있었고, 가관인 것은 중독 온천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곳에 몸을 담갔다.
보라색 증기가 나오는 녹색 온천이라는 점이 마약이라도 한 사발 한 것 같지만 온천은 온천이라고 기분은 좋았다.
“이런 곳에 들어가도 되나요?”
“되다마다.”
태초의 루비. 즉 불돌은 모든 휴식에 한해서 최상의 효과를 적용시키며, 휴식 상태라면 내 몸을 침투하려 드는 모든 악재에서 나를 지켜준다.
【몸에 스며드는 독기를 완전히 무효화했습니다.】
【독 내성이 대폭 오릅니다.】
그러니까, 독은 걸리지 않는데, 독내성은 오르는 상황인 것.
이 독 내성이 필요하단 말이지.
【독 내성이 크게 오릅니다.】
【앞으로 36시간동안 몽경성역에서 모든 독이 무효화됩니다.】
【현실에서도 상급 독 내성 스킬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 이상 독 내성이 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좋아.
얻을 건 다 얻었으니. 어디 가 볼까.
“그럼 슬슬 안내를 부탁한다. 이비.”
“아···. 네!”
***
이 몽경성역의 두 번째 보스.
‘그어어어어!’
“모, 몽독왕···.”
“음.”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초거대 질뻐기 같은 느낌의 몬스터다.
D/Z SAGA 놈들 저작권은 괜찮은 거냐.
뭐 아무튼.
늪지의 몽독왕은 이전에 한 번 만나본 보스다.
그 때 만났던 보스를 스펙 상승 시켜놓고 팔레트 스왑까지 했다고 보면 된다.
그때는 내가 쓰러트리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래.
이 녀석은
필티아에게 곰인형 전달해 줄 때 만났던 녀석이다.
그때는 내가 상대하지 않고 필티아가 했지.
아마 당시에는 내가 상대하려면 엄청 힘들고 귀찮아서 싸움을 멈췄지만 지금은 또 아니거든.
‘그어어어!’
“울프람?!”
늪지의 몽독왕이 쏘아내는 독기의 장판을 그대로 맞고,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모든 독성이 면역입니다!】
음.
완벽해.
거기에 더 완벽한 것이 있다.
【모든 독을 완전히 무효화 했습니다.】
늪지의 몽독왕은 모든 공격패턴이 독 속성이라 완벽한 무효는 데미지를 입은 것 취급조차 안 되기 때문에 ‘타격 판정’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 또 뭐가 좋을까요.
【비 전투 상황입니다.】
【휴식이 가능합니다.】
【태초의 루비가 작동합니다. 최상급 휴식이 이어집니다.】
그래.
바로 이게 좋다.
“자. 가자꾸나. 이비.”
“어, 어디를요?”
어디긴.
온천이지.
“저, 저기 몽독왕이 따라오는데 울프람···. 도망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괜찮다.아, 이비 너는 물러서 있어라. 몽독왕의 독을 맞으면 너도 무사하지 못하니 말이다.”
“네? 네···.”
어디 보자.
여기서 몽독왕의 스폰 지점까지 직선거리로 해독 온천이 있고···.
“좋아. 여기가 맞겠구나.”
그리 말하고, 나는 치유 온천의 자리에 앉았다.
【휴식을 취합니다.】
【모든 몬스터의 공격 인식이 풀립니다.】
자.
독 데미지를 입지 않았기에 비전투 상황.
그리고 휴식 성공시 효과로 모든 몬스터의 공격 인식이 풀렸다.
이렇게 되면 몽독왕은 원래 ‘스폰 지점’으로 돌아가는 귀소 본능이 생긴다.
그리고.
치이이이이이익
‘그어어어어어어어’
돌아가는 길에 있는 해독 온천에 발을 디뎌서 몸이 녹아버린다.
‘그아아아아아!’
나 때문에 해독 온천에 발을 디딘 몽독왕이 화가 잔뜩 난다.
그리고 나약한 나를 향해 독을 쏜다.
【보스 몬스터 몽독왕이 당신을 적대합니다.】
【독이 날아옵니다!】
【독을 완전 무효화 했습니다.】
【비전투 상황입니다.】
【휴식을 취합니다.】
【모든 몬스터의 공격 인식이 풀립니다.】
하지만 독 공격은 무효.
그렇게 비전투 상황이니까 다시 휴식.
그리고 또 다시 인식 해제후. 몽독왕은 스폰 지점에 복귀
마지막으로.
돌아가는 길에 해독 온천.
‘그아아아아아아!’
이게 바로 고인물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던, 인식해제 무한루프 킬이다.
거기에 이 잡기술은 큰 이점이 하나 더 있다.
【인체를 순식간에 녹일 수 있는 독에 저항합니다.】
【최상급 독을 두 종류 맞았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얻을 수 있는 독 저항의 등급이 상급에서 최상급으로 격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짧게 이비에게 설명하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모든 걸 예상했나요?”
“운이 좋군.”
“운···?”
뭐.
알고 있다고 말하긴 그렇잖아.
***
【늪지의 몽독왕을 쓰러트렸습니다.】
【격상의 보스를 피해 없이 물리쳤습니다.】
【다음 몽경성역의 길이 열립니다.】
“아. 쓰러졌나.”
“울프람···.”
“무얼. 놈의 잘못 아닌가.”
“그렇긴 한데요···. 이런 건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가? 위치를 생각하면 굉장히 의도적으로 설계했다 생각한다만.”
“몇백 년을 살아온 저도 눈치 채지 못했는데···. 저 자신의 멍청함과 어리숙함에 부끄러워져요.”
“너는 이곳에 몸을 담글 생각조차 하지 않았잖나.”
“으···. 위로. 감사합니다.”
온천물에 얼굴을 반쯤 밀어 넣고 부글부글 거품을 내는 이비.
욘석아. 버릇없게.
“몽독왕도 쓰러트리셨네요.”
“그렇게 되는구나.”
“다음 보스도 잡으러 가실 건가요?”
“그래야지.”
“또 어떤 새로운 전술을 보여 줄 건가요? 또 이상한 짓을 할 건가요?”
“이상한 짓이라니?”
“나무에 몸을 들이 박거나, 부활하거나! 독 온천에 몸을 담그거나, 보스를 유인해서 잡거나···. 한 번도 생각 못 해 본 것들이에요!”
“그런가?”
“네! 또 뭘 보여 줄 건가요? 두근거리는 거겠죠? 엄청 두근거리겠죠?”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이비.
“그럼. 보여 주마. 장담하지. 결코 질리지 않는 여행이 될 것이다.”
“역시 울프람이에요!”
그리 말하며 이비는 내 팔을 붙잡고 까르르 웃었다.
“자! 어디로 갈까요. 설원도 있고, 협곡도 있답니다. 사막도 있고요. 늪지대도 있고 화산도 있어요!”
“그래. 그래.”
“지금 당장이라도 안내하고 싶네요. 온천도 아깝지만 지금은 울프람의 모험을 보고 싶어요!”
“······”
이 녀석은 몽경성역에 도착한 사람을 안내하는 신령.
내가 첫 안내인이고, 수백 년간 홀로 이 세계를 관리했다.
그러니, 내가 보여주는 이 모습은 마치.
“울프람은 제 보물상자에요! 엄청 반짝거려요!”
“그런가.”
“자! 가죠! 세상의 모든 것을 안내할게요!”
“그거 좋지. 하지만 슬슬 시간이다.”
“울프람···?”
내 정신이 슬슬 아득하게 멀어진다.
이 현상의 이유는 명확하다.
현실의 울프람이 깨어나려고 하는 것.
“다음번에 또 오마. 다음 모험은 그때 하자꾸나.”
“······.”
“몽경성역은 꿈의 세계. 나에게는 나의 현실이 있으니 말이다.”
그리 말하고 이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시 울먹거리던 이비는, 이내 깊게 큰 숨을 쉬고는 감정을 다잡아 말했다.
“네. 다음 꿈에서 만나요.”
“음. 그러도록 하자꾸나.”
“당신의 현실이···. 이 꿈 만큼이나 멋진 것이길 바랄게요. 저는 여기서 온천욕이나 더 하고 있을게요.”
나는 급격하게 멀어지는 정신 속에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게 잠에서 깨기 직전.
“어, 어라? 울프람? 물이 뜨거워지는데요? 어, 이렇게 뜨거···. 뜨. 앗뜨. 아. 앗뜨···. 후꺄아아아?!”
아 맞다.
내가 깨면 태초의 루비 효과도 꺼지겠구나.
음.
그.
다음번에 올 때는 사과부터 해야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