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84)
483. 상태이상 : 수면
짜잔! 울프람은 독 내성을 획득했다!
그런 시스템 보이스가 울려 퍼질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가는 스택이라는 것이 이렇게나 마음 든든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젠가 이 제약이 풀려 이 빌어먹을 몸에 기운이 돌아오는 그 순간, 적금 깨서 계좌에 돈 쌓이듯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셈.
지금만 해도.
“체력 1은 거의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겠구나. 해독 능력도 최상위로 하나.”
이렇게 하나하나 스펙이 올라가는것이 확정되는게 또 D/Z SAGA의 참맛.
“몽경성역은 일종의 성장 구간. 그것도 실로 훌륭한 성장구간이니 말이다.”
원래라면 몽경성역의 보상은 생각보다 애매하다.
첫 째로 ‘수면 시간’동안 입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입장 제한이 없는 수준으로 널널하다는 것이 크다.
일정을 깔끔하고 타이트하게 조여야 하는 D/Z SAGA의 정석적인 공략법을 생각해보면, 하루에 한 번이라도 파밍 턴이 늘어나는 셈.
이런 개꿀을 유저들이 참을리가 없고, 실제로 몽경성역에서 파밍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초 중반에는 이곳을 육성터로 삼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다이브를 때리지만···.
“생각보다 애매하다.”
성장세가 정말로 애매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게임이 그렇게 막 퍼주는 건 또 아니다.
그러니까 몽경성역에서 파밍할 정도가 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스펙업 할 만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예를 들면 이제와서 체력 1 정도의 스테이터스가 필요하면 펄리셔를 잡을 수 있을리가 없고, 독 저항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았다면 몽독왕을 쓰러트릴 수 없다.
그 필드의 보스를 잡기 위해서, 그 필드의 보스가 드랍하는 아이템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해야 할지.
그냥 스토리만 보고 빠지라는 듯 밸런싱을 했다고 해야 할지.
여러모로 엑스트라 맵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세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처럼, 기교는 가지고 있지만 스펙이 낮은 플레이어에게 몽경성역은 또 개꿀 스펙업의 장소.
“아마도 한달 후에 얻는 체력을 생각하면···.”
방구석 폐인 수준의 수수깡 체력이기는 하나, 인간 밑바닥 수준의 체력을 가지게 될 터.
그 순간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양 손이 떨리는 것 같다.
“울프람. 추운가? 혼잣말도 많이 하고···. 역시 부작용이.”
“아니. 아니다.”
그러고 보니 옆에 루디카를 두고 신경 안 쓰고 멍타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다오. 곧 요리가 완성되니 말이다.”
“음···. 기대하고 있겠다.”
그리 말하며 루디카는 다시 주방으로 향했고, 매콤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루디카 녀석의 요리는 괜찮지.”
놀랍게도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요리를 할 줄 아는 것을 넘어서서 잘 한다.
미각이라는 감각이 없어서 통각에만 의존해 매운 것만 먹는 녀석이라 생각했지만, 그렇기에 매운 요리를 할 줄 안다.
이 세계에선 매운 요리만 한다는 것이 기행 취급 받지만 말이야.
“자! 울프람. 다 되었다!”
“음.”
“울프람의 지시로 몇 가지 향료를 더 넣어봤다. 루디카는 맛을 잘 모르지만 말이다! 아하하. 맛이 없어도 딱 네가 시킨 대로 정량만 넣었으니 루디카의 잘못은 없는 것이다?”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냥 맵기만 하면 그건 요리가 아닌 법.
그렇기에 나는 닭 육수를 넣는 법. 다른 간을 맞추는 법 등. 정확하게 분량 대비 어느 정도의 조미료가 들어가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교과서적으로 지도했다.
원체 영민한 아이니 정확하게 계량하는 법과 조리 기준을 세웠고, 몇 번의 도전 끝에 상당히 괜찮은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배우는 것이 귀찮았을 텐데, 잘 따라오는구나.”
“아무래도 요리를 잘 하면 이래저래 이점이 많으니 말이다.”
“그런가. 생각해보면 암살자에게는 요리도 필수겠구나.”
“응?”
“누군가를 죽일 때. 음식에 독을 넣어 하는 독살 또한 하나의 수단 아닌가?”
“아니···.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니다만.”
“그런가?”
“으, 음···. 소중한 사람에게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울프람은 이 뜻을···. 알겠는가?”
“소중한 사람. 즉 가족인가.”
“가, 가족 이야기는 너무 성급하지 않아?”
“그런가? 샤도우 일가를 위한 요리.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으, 응? 아, 음. 그래. 그 말이 맞아. 아니···. 맞다. 응.”
가늘게 뜬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던 루디카는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요리를 내어왔다.
툭 툭 툭.
묘하게 테이블 세팅에 기합이 들어가서, 마치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기분탓인가?
“그럼. 네 요리를 맛보도록 하지.”
“그래! 잔뜩 먹어라!”
“음. 그러고 보니···. 나에게 요리를 이렇게 내어준다는 것은 네 소중한 사람 안에 나도 들어간다는 이야기인가?”
“읏?!”
루디카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두 걸음 물러섰다.
뭐.
파티원과 파티 리더.
몇 번이나 서로 목숨을 구하고 구원받은 사이.
서로 소중한 관계인 것은 또 틀림없단 말이지.
“그럼. 루디카의 식사를 즐겨보도록 할까.”
“으, 응. 많이···. 먹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물론. 마음에 들 것이다. 들 수밖에 없지.”
그렇게 스푼으로 맵게 끓인 닭 국물부터 한 수저.
속을 풀어주면서 시작한 식사는 멈춤 없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먹고, 또 일을 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식사 후에도 쉴 틈이 없다고 했었지?”
“음. 그렇지. 아무래도 철야 업무가 되겠구나.”
“그렇게 바빠···?”
“아프다는 이유로 며칠이나 쉬었으니 말이다. 내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거기에 내일은 하청을 맡긴 노점의 점주들과 회의가 있지 않나.”
“건강부터 신경 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리 말하며 루디카는 걱정하는 내색을 감추지 않고 드러냈다.
이런 식의 호의···. 그러니까 나보고 일을 쉬라고 하는 호의는 웬만해선 받아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 낯설다.
“신경 쓰고 있지 않나.”
“어디가?”
“네가 만든 요리를 먹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건강은 충분히 신경 쓰는 셈이지.”
루디카는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고 붉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정말. 그런 식으로 말하면 화도 못 내겠잖아. 대신 약속. 새벽 두 시까지 업무를 봤으면 쉴 것.”
“음. 노력하도록 하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말이야.
***
그렇게 밤새 서류 작업에 매달렸다.
듣자 하니 황실 쪽이나 귀족가의 문제는 각각 이브와 네프티. 그리고 레지나가 케어해줬다고 한다.
편의점 쪽 문제는 아일라와 밀푀유가 전폭적으로 도와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서류의 양은 장난아니게 많았다.
“생각해보면, 이번에 도시락 관련 사업도 그렇고 벌려놓은 사업이 참으로 많구나.”
서부를 잇는 철도망. 중앙에서의 정치싸움 이런 걸 제쳐놓고 편의점만 봐도 그렇다.
“도시락의 판매는 안정적이지만, 그 다음 프로젝트와 판매 전략등도 수정하고, 더 짜내야겠지.”
편의점이라는 사업 전체가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는 오직 나만이 정할 수 있기에 더더욱 내가 해야 하는 업무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일라와 밀푀유에게 그것까지 맡기기에는 너무나 가혹하다.
“오늘 잠은 다 잤군.”
집에 돌아가기 귀찮다며 매점 안쪽에 이불을 깔고 고로롱 자고 있는 루디카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현재 시간은 새벽 세 시 반.
【태초의 루비의 사용시간이 끝났습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6시간.】
그리고 그 때.
태초의 루비의 사용시간이 다 되었다.
이 녀석은 기본적으로 하루 8시간밖에 쓸 수 없으니까 말이야.
“음.”
앞으로 한 시간 정도 업무를 보면 다 볼 수 있을 정도의 서류양이었기에, 나는 시스템의 메세지를 무시하고 다시 서류를 읽어 나갔다.
***
그리고 아침.
“울프람! 저 왔어요!”
“왔는···가.”
“울프람!?”
아일라의 상쾌한 목소리에 겨우 눈을 떴다.
놀랍게도 얼마나 지쳤으면 몽경성역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죽었다.
알고 있는가? 진짜 피곤하고 죽을 거 같으면 꿈조차 꾸지 못한다. 꿈을 못 꾼다? 그러면 몽경 성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거든요.
아무튼.
황급하게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아일라에게 있는 힘껏 웃어주고, 그대로 다시 상에 머리를 박았다.
이상하다.
고작 두 시간 서류를 더 읽었을 뿐인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목은 욱씬거리고 허리는 아프고, 책상에 엎드려 자서 그런가 팔도 저려온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이 괴로움. 격통. 심호흡으로 떨쳐내려 했으나 숨을 크게 들이쉬는 순간 피가 도는 느낌에 머리가 흔들거린다.
“괘, 괜찮아요. 울프람?!”
“괜찮···다. 나를 좀 일으켜 세워 줄 수 있겠나.”
“네, 네에···.”
아일라가 내 어깨를 부축했고, 우리의 소란에 고로롱 자고 있던 루디카가 순식간에 날아왔다.
“울프람! 무슨 일이야!?”
“루, 루디카. 울프람이···. 상태가···.”
“윽!”
루디카는 순식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했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내가 밤새서 일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구나.
“내, 내가 좀 더 확실하게 말렸어야 했는데···. 시, 식사에 수면제라도 탔어야···. 내 잘못이다.”
아니 뭔 그런 무서운 말씀을 하세요.
“괜찮다. 자. 협의회가 있으니 가도록 하자꾸나.”
“울프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 움직이자.”
아일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봤고, 그에 맞춰 루디카가 나섰다.
“아일라. 나에게 생각이 있다.”
“무슨 생각이요?”
“이 남자는 한 번 고집을 부리면 보통 꺾지 않으니, 가는 것 까진 가능하다고 본다. 자. 그러면 창고에 있는 그것을···.”
“흠. 흠흠. 아···. 그렇군요. 그러면 되겠네요.”
뭔데.
내 몸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만둬. 나쁜 짓 하지 마.
직후.
두 사람은 바로 창고로 몸을 날렸고, 이내 하나의 거대한 물건을 꺼내 왔다.
아일라가 꺼내 온 것은, 이전 루디카를 쓰러트렸을 때 썼던 옥좌였다.
세상에. 이걸 여기서 꺼낸다고?
“자. 울프람. 타시죠!”
“이건 왜 꺼냈지?”
“이렇게 아래에 이동형 흑수정 레일을 설치하면 ···자! 보세요! 자동 이동식 옥좌랍니다!”
“그래서?”
“이걸 타고 가죠!”
아일라는 그리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
이걸 휠체어 대신으로 타고 하청 노점 점주들과 만나자 이건가.
“나를 수치스럽게 만들 생각인가?”
“가다가 기절하는 게 더 수치스럽지 않을까요?”
“······.”
반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옳은 말씀이십니다.
***
그렇게 아일라가 개량한 이동 옥좌를 타고 편의점 하청 업체들과 담화를 나누기 위해 협의장을 향했다.
허나.
“이거 큰일이군.”
“울프람. 왜 그래요?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있나요?”
“아니 없다. 오히려 너무 없어서 문제다.”
하르크 녀석의 옥좌는 이전에도 앉아 봤지만, 꽤 착석감이 편하다.
그럼 봄바람 솔솔 맞으면서 소파에 앉아 나들이를 나서는 셈 아닌가.
그러니까.
“급격하게 졸려 오는구나. 쯧.”
“······.”
“이것 참.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말이다.”
여기서 아예 한 번 죽으면 체력이 1로 회복되니까 빠른 전멸 이후 리스타트가 답이 아닐까요? 싶었지만, 그걸 이유로 부활 패시브를 쓰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저에게 맡겨두세요. 울프람.”
“음?”
“협상은···. 제가 전부 해내 보이겠어요.”
“나도 옆에서 거들도록 하마.”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웃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지만”
“괜찮아요. 저희는 할 수 있어요. 믿어주세요.”
“허나 내가 졸고 있다는 것이 들키면···.”
“얍.”
아일라의 흑수정이 가림막을 만들어준다.
이제 나는 고요히 잠들어, 주도하지 않고 지켜보는 최종 결정권자가 된 셈.
“이러면, 울프람은 그저 지켜보는 것처럼 느껴질 거에요.”
아아.
그런가.
“자. 가요. 루디카.”
“응. 울프람. 우리를 믿어줘.”
저 멀리 노점 점주들이 보인다.
오직 나의 말을 기다리는 이들.
지금의 내 체력으로는 복음을 건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용서를 구하지는 않겠다.
“너희에게···. 맡기마.”
“네. 울프람. 자. 어떤 식으로 말하면 될까요? 최소한의 지침만 주세요.”
아···.
“그렇구나. 마이더스의 손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상업···. 이 주제였다.
”네!“
여기까지 말했으면, 총명한 아일라는 다 알아 들었을 것이다.
회의장 안쪽에 도착했을 때.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눈을 감기 직전.
“울프람은 이렇게 말했어요. 삼류 쓰레기 같은 마이더스의 손 하나 갈아버리지 못하고 무엇이 반역의 상업이냐! 하고 말이죠. 자. 지금부터 이 제프린 전체를 먹어치울 반역의 장사에 대해 이야기 해 보죠!”
아일라의 첫 마디가 들렸다.
아니.
저기.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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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