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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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 종결의 시작
사실.
이영진으로서의 플레이타임을 생각해보자면 나는 D/Z 악귀라고 불림에 부족함이 없다.
게임 버전으로서의 모든 시스템과 헛점을 외우고 있으며, 레지나처럼 존재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캐릭터의 프로필을 외우고 있다.
어느 정도냐면, 양산형 캐릭터 말고 파티에 영입할 수 있는 가장 최하급의 캐릭터의 설정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그 캐릭터가 히로인이 아님에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굵직굵직한 맵 중 하나인 몽경성역의 설정도 당연히 다 숙지하고 있다.
이 세계의 이야기도, 이 세계가 왜 태어났는지. 그리고 이비라는 아이의 정체 결말까지 말이다.
하나하나 짚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미 정해진 결말을 입에 담는 그 순간 그 길을 따라 갈 것 만 같아서 그렇다.
결과적으로 이 세계에서 내가 하려는 것은 진짜 게임 내에 있었던 버그나 글리치가 아니다.
어느 쪽이냐면, 2차 창작에 가깝다.
만약 이 세계가 현실이라면?
원작에서는 어떻게 해도 해낼 수 없었던 결말을 시스템을 무시하고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
하지만 그것에 앞서.
“울프람···. 그렇게 먹어도 안 질리나요?”
“죽을 것 같다만.”
“그럼 왜 먹는 거예요?!”
“여기서 먹어둬야 피곤하지 않기 때문이다.”
“으, 음?”
이비는 창백한 표정으로 양 손으로 입을 가리고 나를 바라봤고, 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행동을 반복했다.
그래서 지금 하는 게 뭐냐고?
꿀꺽. 꿀꺽꿀꺽꿀꺽.
“후우.”
뭐겠어.
이 세계로 들고 온 5천개의 포션을 끊임없이 마시는 거지.
“그, 그렇게 먹으면 몸이 망가져요.”
“괜찮다. 여기는 꿈이니 망가지지 않는다. 그저 죽을만큼 괴롭지만 죽지 않으니 상관없지 않나.”
“으, 우으···.”
이걸로 이백 병째.
【쉬지 않고 200개의 포션을 섭취했습니다.】
【포션 제조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포션의 효율이 오릅니다.】
【타이틀 포션 악귀를 습득합니다.】
게임에서는 생각보다 따기 쉬운 업적이지만, 현실이 되고서는 정말 따기 더러운 포션 음용 관련 업적들.
그것을 조지기 위해.
지금 나는 오천 병의 자체 제작 포션과 장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
가지고 온 포션을 전부 처분하는 데에는 약 사 흘이 걸렸다.
진짜 미친 듯이 마셨고, 뇌가 녹을 정도로 마셨지만 황실 혈통은 나를 미치게 만들지 않았다.
감사해야 할지, 이 또한 저주일지.
그 다음의 보스는 고스트릭 마스터.
말 그대로 마력으로 이루어진 존재. 그렇다면 뭐다?
【갸아그야가으아으아아아아아!】
“우와아···. 저렇게 죽는 구나아···.”
“음.”
성검 아스칼론은 모든 마력을 베는 존재.
특히 전신이 마력으로 되어 있는 고스트릭 같은 보스는 일격에 끔살이다.
“이러면 식용 슬라임이나 고스트릭이나 동일하지 않나요?”
“무슨 멍청한 소리를 하는 거냐.”
“아하하, 그렇죠? 고스트릭이 그래도 상태이상도 많고, 저주도 잘 걸고 하니까요.”
“슬라임은 모든 물리타격에 일정 확률로 분열한다. 슬라임을 무시하지 마라.”
반대로 고스트릭은 무조건 한방이지.
그 말에 이비는 으음. 하고 다시 한 번 고스트릭 마스터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봤다.
“그 녀석에게도···. 보스 몬스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을 거예요.”
“그렇구나.”
그거 안됐네.
다음 생에 노력해보렴.
아무튼, 그렇게 망자의 고성이라는 맵을 대충 뚫고, 이번에 가져올 물건을 지정할 시간.
“뭘 가져 올 건가요?”
“황후의 보급 팔찌다.”
“아···. 네. 확인했어요. 울프람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맞네요. 그럼 소환하겠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그건 나중에 정하도록 하지.”
“네! 그럼···. 자! 울프람이 원한 황후의 보급 팔찌 전송을 완료했습니다.”
이비가 가져다 준 팔찌를 찬 뒤, 그 자리에서 아스칼론으로 성 바닥을 후려쳤다.
다른 곳의 오브젝트는 부서지지 않지만 이 고성에서 여기 바닥은 부서진다.
그리고 나오는 것이
【저주받은 돌가루】
【9T】
【이 돌가루를 이용해 고스트릭의 저주를 잠시 상쇄할 수 있습니다.】
나왔다.
무제한 파밍 가능한 잡템.
“뭐, 뭐 하는 거예요?!”
“뭐 하긴. 돌가루를 만들고 있지 않나.”
“갑자기 검을 휘두르지 말아주세요! 그 검은 저한테도 먹힌다고요! 저도 한 번 베이면 죽어요!”
“음. 노력해보도록 하지.”
내 말에 이비는 볼을 부풀렸다.
아무튼 지금은 너랑 놀아줄 때가 아니니 저리로 가렴.
그 다음은 흑수정의 도구들을 대충 엮어서 간이 수레를 만들고, 돌가루를 잔뜩 담아 길을 걸었다.
“울프람? 어디 가나요?”
“따라오면 안다.”
그렇게 내가 도착한 곳은, 성의 조리실.
전체적으로 조리 도구들이 낡고 녹슬긴 했지만, 어차피 여기는 몽경성역.
거기에 유령계열 몬스터만 날뛰는 곳이기 때문에 살아있는 생명은 벌레조차 다가올 수 없다.
웍에 불을 붙이고, 돌가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저주받은 돌가루를 닭다리로 전환합니다!】
【오늘 남은 전환 숫자 29,999】
“엥?!”
“음. 잘 되는군.”
“아니, 방금 돌이···. 돌이 고기로? 어? 어어어?”
“그럼 이번에는 이 더러운 물을 쥬스으로 바꾸면···. 음. 되는군.”
“어, 어떻게 한 거예요?!”
이비의 물음을 무시하고, 그렇게 빵과 와인을 입에 넣었다.
【직접 만든 식사를 섭취합니다.】
【먹어보기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요리를 제작합니다.】
【하급 요리 패널티로 크게 오르지 않습니다. 성장수치는 미미합니다.】
그래. 미미하지.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미미한 걸 또 삼만 번 반복하면 크게 오르게 되어 있거든.
닭다리가 열 개에서 백 개로, 쥬스가 백 병에서 천 병으로.
그 숫자를 기하급수적으로 불려가, 전부 내 위장에 담는다.
몽경이라는 곳에서 포만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그와 반대로 씹어 삼키거나 목울대를 넘겨야 하는 행위는 필수다.
반대로 말하면, 배는 안 부르지만 턱이랑 목이 더럽게 아프다.
하지만 해야 한다.
“후우···. 먹다가 죽을지도 모르겠군,”
“울프람. 솔직하게 말 할게요. 저는 당신이 돌가루를 고기로, 구정물을 쥬스로 바꾸는 것을 보면서 기적을 본 듯한 착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군.”
“그런데. 지금은 그냥 지옥의 의식 같아요.”
“음.”
냉정한 평가 고맙다.
놀랍게도 나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단다.
젠장.
진짜 먹다 죽겠네.
***
【요리 제작 스킬 숙련도가 극한까지 오릅니다.】
【미라클 파티시엘 스킬이 극한까지 오릅니다.】
【요리 스킬 중 두 개가 극의에 이르렀습니다.】
【요리(신화)스킬로 융합됩니다.】
【요리(신화)】
【1T】
【이 세상 모든 요리를 만들고, 먹을 수 있는 단계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업적은 신위에 도달했다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 조리법을 몰라도 도달할 수 있다는 것. 요리를 제작할 때 반드시 성공하며, 실패작이 나오지 않습니다. 모든 제작된 요리는 레시피로서 제작되어 기록으로 보관됩니다.】
“음. 대충 끝났군.”
진짜 이게 제작계 개사기 스킬이지.
나는 한식의 달인이 아니다.
이 세계에 오기 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는 폐기로 나오는 명란마요 삼김이었으니 말 다했지.
즉. 자취 요리까지는 어떻게 한다고 치자.
된장국에 된장이 들어가고, 불고기에는 간장이 들어가겠지. 제육에는 고추장이 들어갈 거야.
하지만 내가 장의 달인도 아니고 그걸 만드는 법을 어떻게 아나 그걸 알면 요리인이지.
하지만, 요리를 신화까지 찍으면 요리라는 스킬의 개념이 바뀐다.
신화를 달았다는 것은 그 스킬 자체에 통달해버려서, 더 이상 오를 길이 없다는 의미.
즉 재료를 대충 넣고 돌려도, 반드시 완성품이 나온다.
설명이 복잡하지만, 실로 간단하다.
【물과 콩을 섞었습니다.】
【요리가 나올 수 없습니다.】
【요리(신화)로 인하여 실패할 수 없습니다.】
【간장을 완성했습니다.】
【새로운 조리법입니다.】
【간장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랜덤으로 나온 간장입니다. 등급이 떨어집니다.】
【간장】
【8T】
【간장이다】
이런 식으로, 물건이 나오게 된다.
뭐, 원래라면 어떤 간장이니 어떤 조리법을 썼니 이것저것 주절거렸겠지만, 간장의 최소 티어는 6T. 즉 8T의 간장은 신화급 요리 랜덤제작 테이블에서만 나오니까 다른 설명을 붙이기 애매해진다.
“와아···. 물과 콩을 섞었더니 새까만 게 나왔어요!”
“신기한가.”
“네, 네에!”
이비는 몇 번이고 그런 요리 제작을 바라보며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래. 신기하겠지.
사실 나도 좀 신기하다.
“울프람은 정말 대단해요. 많은걸 알고 있고, 엄청난 능력들도 가지고 있어요!”
이비의 그 말에, 아주 잠시 손이 멈췄다.
그래. 그 말이 맞다.
나는 점차 대단해지고 있다.
***
그렇게 몽경성역에서 나와 스킬을 점검했다.
물론 몽경성역에서 찍었던 스킬 전부가 갑자기 몸에 들어오는 건 아니다.
스테이터스가 돌아오는 대로 얻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만.
【주것닭뽀글면】
【Event T】
【맵고 화끈한 뽀글면을 만들어봅시다! 지옥에서 온 스코빌 수치!】
【고추장】
【6T】
【동양의 신비한 조미료라고 합니다. 맵고 단 맛이 특징】
이런 식으로, 몽경 성역에서 ‘레시피’가 추가됐던 요리들은 언제든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다.
레시피는 스킬도, 스테이터스도 아닌 제3의 영역이니까.
이제 저 안에서 최대한 제조 스킬을 찍으면서 숙련도를 올리면, 어느 정도 숙련은 가닥이 잡힌다.
물론 지금까지 연마해온 요리나 포션보다는 숙련도가 떨어지겠지만, 그게 어디냐.
“배워 놓고 활용하지 않으면 그저 시간 낭비일 뿐이지.”
그러니 활용을 해봐야겠지.
우선, 이벤트 티어의 음식.
즉 캪틴큐의 친구인 주것닭뽀글면이다.
놀랍게도, 몽경성역에서 배운 레시피를 통해 이걸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튀긴 면을 끓여 물을 버리고 특제 소스를 만들고···.
음.
그렇게 만든 것은 좋은데 막상 먹을 사람이 없다.
내가 먹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지금 체력에 이걸 먹었다간 확실히 자멸이다.
그러니까.
【루디카, 괜찮은 매운 요리를 만들었다. 편의점에 오도록.】
【알겠다!】
일단, 이렇게 한 명을 불렀다.
그 다음, 우리 중에서 역시 음식 편향이 대단한 녀석이라고 하면···.
【네프티. 괜찮은 고기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점에 오도록.】
우선 고기를 좋아하는 네프티.
이 녀석은 고기 악귀라기보다는 그냥 스태미너가 높은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브. 괜찮은 간식을 만들었다. 편의점에 오도록】
【하. 그렇게 말 하면 누가 갈 거 같아요?】
【안 올 건가?】
【쯧. 그런 정체도 알 수 없는 물건이 이대로···】
【제프린에 유통되면 곤란하니 제가 일단 시험하고 평가를 내려드리죠. 감사하게 생각해요. 라는 것이지?】
【······.】
【슬슬 여러 레퍼토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군. 한 번 했던 말을 계속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지능 문제다.】
【으, 응그윽···.】
음.
아무튼, 세 명 다 오겠구나.
***
그렇게, 세 명을 모은 후. 제각기 취향에 맞는 요리를 내놓았다.
그리고 세 사람의 반응은 제각기 극명했다.
우선 네프티.
“오, 오와아···. 이. 이거 엄청납니다. 선배님. 대, 대체 어떤 조리법을 해야 고기가 이런 맛이 납니까?”
역시나 고기 악귀보다는 요리 자체를 즐기는 편인 네프티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극찬했다.
그리고.
“으, 으음. 흐응. 이건 뭐···. 음. 그렇네요. 뭐, 나쁘지 않달까? 예에. 나쁘지 않아요.”
이브는 입을 최대한 우물거리면서 스콘을 먹고, 파르페를 먹고, 초코 크로와상을 먹고 그 다음 트로피컬 쥬스를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초코 퐁듀에 버터 쿠키를 찍어 먹었다.
말 그대로 과자계의 포식자. 홀 오브 어비스. 지옥의 아귀를 연상케 하는 식사량.
그러면서도 입은 최대한 칭얼거리고 있으니, 이 또한 이브 답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루디카는.
“흑.”
울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드디어 찾았다. 이곳에 있었구나,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머물러야 할 곳. 내 생명을 채워주는 요리···.”
“······,”
아니 그 정도야?
녀석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애당초 내 앞에서 이런 걸로 올려치기를 하는 녀석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루디카는 내 등을 손바닥으로 톡톡 때리면서, 계속해서 울었다.
“도착했구나 울프람. 매운 맛의 극한에···. 우리가 바라던 이상점에!”
“음···. 그야 그렇구나. 그래.”
루디카는 몇 번이고 내 등을 두드렸다.
감사와 격동. 신뢰를 담아서 말이다.
그건 좋은데···.
【루디카 핫산 샤도우의 충격에 체력이 0.03 깎입니다.】
【위험. 체력이 소숫점 단위입니다.】
“고마워. 울프람···. 정말 고마워.”
【체력이 0.03 깎입니다.】
그래.
알겠으니까 등을 때리는 건 그만 둬 주실래요?
“으, 으음. 이런 걸 대접 받았으니, 저도 저 정도로 감동을 표현해야 할까요?”
“으으음···. 그야 뭐. 나쁜 요리는 아니었으니까 말이에요.”
네프티와 이브도 자신의 손바닥과 나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하지 말아주세요.
정말 부탁드립니다.
내 부탁에 녀석들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이렇게, 물약과 요리. 두개 다 섭렵했군.”
“예에. 인정하긴 싫지만, 당신의 요리는 역대 황실 요리장들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겠죠.”
이브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그 정도의 극찬을 하는가?”
“인정해야 할 건 인정했을 뿐이에요.”
이건···.
그래. 그 까탈스러운 이브가 원작에서 요리의 정점에 도달하면 해주는 말이다.
즉.
고작 단 두 개지만.
그럼에도 무려 두 개.
“도달했구나.”
나는 확실하게, 종결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