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03)
502. 불멸의 신뢰
몽경성역의 공략도 거의 절반 이상 완수된 지금.
최근 이비는 내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물음을 던져온다.
그 안에는 이 성역에서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현실의 질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 울프람의 호위기사라는 그 소녀는 그냥 정말 평범한 소녀인가요?”
“음. 평범하기 그지없지. 특별하게 밝은 성격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럼 정말 그 아이가, 울프람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나요?”
“음.”
“아, 울프람이 직접 뽑은 파티원을 무시할 생각은 아니에요. 다만···.”
“아니. 알고 있다.”
어차피 이 몽경성역은 꿈 속의 이야기.
이비와 나는, 어떤 부분에서는 현실의 파티원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계기는 역시 지난번 이시스 폰 로엔그린의 그림자 제압 사건이다.
그 때 이시스에게 던진 질문들, 그녀의 대답은 이비도 듣고 있었다.
그 결과 ‘파티원들이 모를 영역’의 대답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비는 그 점을 끈질기에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귀찮다고 내쳐버리자니, 울어버릴 것 같고 울어도 소용없어라고 하자니, 상대는 이 땅의 주인이다.
그래서 적당히.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답해줬다.
그 결과.
“울프람은 마계팔문을 공략하는 게 목표라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 안에 정말 네프티라는 아이가 그···. 탱커가 가능한건가요?”
“그런 질문을 하는 의도가 뭐지?”
“전에 왔던 하르크는 그 정도 능력치의 인물에게는 눈길도 안 줬을 거 같은데요? 저는 하르크랑 만나 본 적 없지만요. 책에서 읽기로는 어마어마한 능력치였어요.”
“나는 하르크가 아니다.”
“하지만 하르크가 하지 못 한 걸 할 셈이죠? 그러면 파티원의 소질부터 생각해야 하는 법 아닐까요?”
“······.”
이비의 말은 일견 냉철하고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의 선택에 네가 간섭할 이유는 없다.”
“미안해요···. 제가 말이 심했어요.”
이비는 바로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납득은···. 당연히 하지 않았겠지.
음.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 보여줘야겠다.
“네프테리안. 내가 신뢰하는 기사는 극한까지 성장할 경우 규칙을 하나 무시할 수 있다.”
“예?”
아무리 스테이터스가 높은 탱커라고 해봐야 인간이 드래곤의 브레스를 막을 수 있나? 라고 물어보면 불가능하다. 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당연하다.
어린 드래곤인 필티아만 해도 모래바람에 자기장을 섞어서, 광석의 폭풍을 몰아친다.
특히 보물고에 있는 모든 무기를 자기폭풍에 섞어 몰아치는 블레이드 스톰은 그녀의 최종기중 하나다.
그것을, 그 공세를 인간이 막아낼 수 있다고?
그럼. 물론 막아낼 수 있다.
최상급 장비가 아니라, 최상급 성장을 거친 탱커계열 캐릭터들은 막아낼 수 있다.
“그게 가능하다고요?”
“나만 해도 이미 하나의 정점에 다다르지 않았나.”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수백 개의 돌덩이가 일제히 포션으로 변한다. 포션에 손가락을 튕기니 일제히 요리로 변한다.
“아···. 그렇네요. 신화급 능력이라고 했던가요?”
“그래. 신화의 시대에서도 정점. 신들과 경합할 수 있었던 하르크나 황후. 용왕등이 썼다고 전해지는 영역. 나는 요리와 물약제조 두 개에서는 그 영역에 도달했지.”
“그럼···. 저는 만나 본 적 없는 네프티 양도 그게 가능한가요?”
“가능하다.”
네프티의 능력은 바로 신념이다.
“신념이 능력이 되나요? 아무리 신념이 강하다 한들 강철의 폭풍이라도 맞으면 인간의 육신으로는···.”
“아니. 그렇지 않다. 그녀의 신념은 현실을 왜곡한다.”
“네?”
절대로 방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오직 지키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강제로 상황을 역전시킨다.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해. 모든 공격을 반드시 막아내는 절대적 법칙. 그게 네프티의 신념이다.”
원작에서도 꽤나 쏠쏠하게 썼었지.
“그럼 울프람. 그 능력을 얻는 방법은 뭔가요?”
“우선 최종 각성이 필요하다. 그 다음은 상호간의 최고의 신뢰다.”
“그렇군요. 최종 각성이라는 건 언젠가 할 수 있죠?”
“그렇다. 아까부터 왜 계속 묻는거지?”
“그럼. 최고의 신뢰는 이미 끝났나요? 두 분은 서로를 최고로 신뢰하고 있는거죠? 멋있어요!”
아.
음···.
차마 대답을 하지 못했고, 이윽고 정신이 멀어진다.
즉 현실에서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
그러니까.
“음···. 그만 가보마.”
“네! 오늘은 실례되는 질문을 했습니다! 다음에 또 봐요!”
음···.
최고의 신뢰라.
나와 네프티는, 최고의 신뢰를 쌓고 있나?
***
언젠가 이 현실에서도 스테이터스가 돌아온다.
지금은 체력 1이지만, 아마 예상컨데···.
“근력이 5. 재주가 19. 마력과 의지는 잊고, 체력이 9가 되느냐가 문제구나. 스킬쪽은 대장장이 계열은 최상급으로 찍었으니 그걸 기반으로 근력을 올리면 되고, 요리와 물약제조는 끝났군.”
최종던전까지 가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스킬이 몇 개인지, 내가 투자해야하는 최저값이 얼마인가.
고인물 플레이는 테라 하이퍼 버닝으로 레벨업을 해서 때려눕히는 게 아니라, 모든 최저 조건을 클리어한 상태에서 최상의 결과값을 내는 것에 있다.
그 결과, 나 보다는 역시 파티원의 강화가 필수라는 결과가 다시 도출되었다.
그리고 최선은.
“네프티인가.”
“저 부르셨습니까?”
와 깜짝이야.
바로 옆에서 싱긋 웃으면서 고개를 내미는 네프티를 보며, 놀란 속을 다잡았다. 곧이어 황실 혈통이 놀라지 말라고 심신안정을 걸어 줄 정도였다.
“음. 아니. 부르긴 했다만.”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급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대단한 건 아니다. 네 강화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여기서 또 합니까···?”
네프티는 슬쩍 용비늘 장비들을 내보였다.
그러고 보면 4티어의 중장용병망치도 내다 버렸구나. 이제는 필티아표 장비로 도배를 했네.
“장비는 한동안은 그걸로 될지도 모르겠다만, 다른게 문제구나.”
“다른거라고 하시면?”
“너와 나의 신뢰도다.”
“네···? 저, 저는 한 번도 불신한 적 없어요!”
“알고 있다.”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 녀석의 최상의 신뢰도는 상태창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숨겨진 호감도라는게 있어서, 그걸 판단하려면 처음부터 밑작업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어디 게임처럼 굴러가긴 했나.
나와 네프티가 함께 벌이고 논 짓들은 원작에 없었고, 당연하지만 네프티의 호감도가 어디까지 작업됐는지 알 길 또한 없다.
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네프티. 이 건틀릿을 받아라. 선물이다.”
“아, 감사합니다···? 갑자기?”
“음.”
이렇게 좋아하는 선물을 줬을 때 반응을 살피는 건데, 네프티의 이 반응은 게임에서도 본 적이 없다.
아마 최고치의 호감일 때는
‘이런 선물 주지 않아도, 나는 너를 믿고 신뢰하고 있어. 그러니까 무리하지 마. 알았지?’ 였다.
“도무지 모르겠군···.”
“저, 저도 선배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저를 믿지 못하신다면 제가 어떻게···. 배, 배라도 갈라서 충의를 증명하면···.”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네가 털끝이라도 다치면 내 마음이 편할 성 싶은가.”
“흐읏.”
네프티는 멍하니 이쪽을 바라본다.
이것 참.
이 녀석의 호감도가 최대인 것을 어떻게 알아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현실에서 누군가와 친해져 본 적도 없고, 사람을 깊게 사귀는 법도 모르는 내가 나를 믿어준다는 사람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으음···.”
“선배님···.”
“우선, 놀러 나가는 것은 어떤가? 같이 나가는 것으로도 알 수 있지 않겠나.”
“네, 네···?”
게임 내 이벤트 중 하나, 동시 외출 이벤트.
여기서 반응을 보면 또 알 수 있지 않을까?
***
우리가 향한 곳은 위그드라실이 관리하고 있는 제프린 호수공원이었다.
확 트인 봄의 공원의 꽃잎들이 우리를 맞이했고, 호수는 햇살을 되비치며 반짝반짝 빛났다.
그리고, 공원 관리 사무소에서, 완장을 찬 소녀가 이쪽으로 화들짝 달려왔다.
아는 얼굴.
살짝 큰 동글렌즈 안경과 귀엽게 내려 땋은 양갈래 머리가 인상적인 엘프 소녀.
네프티의 친구 요거트다.
“앗. 네프티 선배님. 울프람 선배님. 어서 오세요.”
“···너는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요거트?”
“아···. 아르바이트로 여기 관리인을 하고 있습니다. 2학년부터는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아르바이트가 자유니까요.”
“그렇군.”
“공원 안내해드릴까요?”
“아니. 지금은 둘이서 돌아보고 싶군. 업무 수고가 많구나.”
“네. 그러면 조심히 다녀오세요.”
다시 요거트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해보면 책 읽는것도 즐기는 아이다. 이런 사무소의 일은 그녀에게 딱 맞겠지.
“그럼 돌아보자.”
“저, 가, 가이드를 하는 아이도 내버려두고 둘이서, 정말 이 곳을 도는 건가요?”
“싫은가?”
“아, 아닙니다! 호위하겠습니다···.”
“호위는 됐다. 자. 가보자.”
“네, 네에···.”
네프티는 내 휠체어를 느긋하게 끌기 시작했고, 봄햇살과 함께 우리의 공원 외출이 시작되었다.
“음.”
아니.
휠체어를 끈다고 하니, 외출이라기 보다는 요양 환자의 재활훈련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말이야.
“왜 그러세요. 선배님?”
“아니다. 저쪽에 괜찮은 볼 것이 있다. 가보도록 하지.”
“네, 네!”
***
그렇게 잠시 공원을 돌고, 풀밭에 앉아 점심을 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는 네프티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샌드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나?”
“아, 아뇨. 마음에 듭니다. 다만···.”
“다만 뭐지?”
“이런 곳에서 선배님과 단 둘이서 보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결례를 끼쳤습니다.”
“너와 나 사이에 결례가 어디있겠나.”
나도 모르게 슬쩍 웃어버렸다.
네프티 녀석은, 이렇게 급작스럽게 끌고 나왔음에도 주위를 경계하고, 나와 말동무를 하며 한 발 물러서서 나를 지키듯 걸었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내가 너에게 결례를 저질렀구나.”
“네, 네?”
“아까 말이다. 너의 신뢰를 의심하는 듯 한 말을 했다. 미안하구나 네프티.”
“아, 아니에요!”
“내가 불신하던 것은 네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너의 신뢰와 충성. 그리고 신념은 불변함을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을 의심···. 하셨다고요?”
“그래. 보아라.”
나는 풀을 뜯어 호숫가 물 위에 던졌고, 가볍게 스킬을 발동했다.
이내. 호숫물이 한 순간 포션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물론, 풀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호수 전체를 물들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우리 앞의 호숫물은 충분히 물들어, 햇빛과 어울려 환상적인 색채를 이루어내기 시작했다.
“이건 선배님의 능력···. 인가요?”
“이름 없는 ‘잡초’와 ‘물’ 만으로도 포션을 양산할 수 있다. 그 수는 무제한에 가깝다. 재료만 있다면 말이다.”
“아···.”
“즉. 우리는 지금 당장이라도, 물량 공세로 동부 초원이나 늪지대를 무력화 시킬 수 있다. 작년만 해도 기적이라 불릴 능력이지. 허나 그 기적은 일상 수준으로 끌어내려졌다.”
“······.”
“이 정도의 능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겠나?”
“네. 충분히 절감하고 있습니다. 기사학부로서, 전술을 배우는 이로서. 개천을 중심으로 공략을 펼친다면···. 대륙의 모든 몬스터를 지우고, 인간을 위한 길을 닦아낼 수 있을 정도의 기적입니다.”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앞에 있을 마계의 문에서 나오는 괴물들은 이 정도 기적으로는 토벌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선배님을 신뢰하면 그 불안감이 사라지는 건가요?”
“비슷하다. 네 각성의 끝에 있을 기적은, 고작 호숫물을 물약으로 바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니 말이다. 그리고 그 기적은 신뢰가 토대가 되어야 한다.”
내 말에 네프티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으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눈을 빛냈다.
“그렇다면, 당장이라도 저를 각성시켜주시면 됩니다!”
“음?”
“그렇다면, 제 신뢰가 얼마나 강한지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자. 선배님. 망설이지 말고 ‘그리 하라’ 명해주세요! 선배님께서 기대하신 그대로 모든 것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그 빛나는 눈.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신념. 그리고 신뢰.
시스템이 아니라, 게임에서 봤던 게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인간 네프티가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그런가. 그렇다면 믿도록 하지. 이제 한 번도 의심하지 않겠다.”
“네!”
호수보다 빛나는 그 눈동자에 담긴 신뢰에, 의심을 버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모든 의심을 버릴 때가 되었구나.
“용의 장비로 만족하려 했으나 너를 위한 신검(神劍)또한 준비해야겠구나. 불신자를 처단하는 검이나 신뢰가 있으면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네···?”
어디보자.
그걸 어디서 구해야 했더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