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04)
503. 200년 후에는 독점
몽경성역에 대장장이 물품을 들고가 대장일을 연마한다.
갑옷의 제작은 천옷의 제작과 겹쳐져 있어서 빠르게 숙련도를 올릴 수 있지만, 무기의 제조는 숙련도가 그리 빠르게 오르진 않는다.
“울프람은 그렇게 무기를 만들어서 뭘 할 생각인가요?”
“극한의 단련이지. 그 끝을 볼 생각이다.”
“와아···. 잘도 이런 곳에서.”
이비는 작게 탄성을 내지른다.
여기는 거울의 도시 엠펠리움. 그것도 황성의 옥좌다.
눈 앞에는 황제의 그림자 였던것이 산화되어 사그라든다.
애당초 이 도시 전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마법을 베는 검이라니 이걸 어떻게 막냐고. 그런고로 용살검 아스칼론은 무적이고, 나는 최강이다.
“정말 그렇게 끝낼줄은 몰랐어요.”
“음?”
“아니, 거짓된 황제라고 해도···. 울프람은 황손이잖아요? 그런데.”
아.
처리 방법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지만 그건 상대가 잘못한 것 아닌가.”
옥좌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황제가 옥좌에 앉아서 이쪽을 내려본다.
【여기까지 왔나. 더러운 피.】
【다른 아이들을 잘도 죽였구나.】
【허나 여기까지 온 이상 네놈에게 구원이란 없다.】
【살아있는 네 피로 아이들을 다시 만들어내면 그만.】
【자. 이 그림자 세계를 유지하는 영원한 동력원이 되거라.】
여기까지 정확하게 대사로 17초정도 걸린다.
그 다음 황제가 일어나서 초 광역 그림자 마법을 쓰는데.
문제는 저 대사를 할 동안은 의자에 앉아있다.
공중점프평캔으로 황제 앞까지 달려가는데 1초. 차지 평타 한방에 캔슬포함 2초 남짓.
그리고 황제의 약점은 머리다.
즉 아스칼론으로 2초에 한방씩 8방을 갈겨버리면, 그대로 뚝배기가 터지면서 그로기가 걸린다.
그리고 나서는 그냥 일방적인 폭행이다.
황제는 윽 으윽 끅 꾸엑 순서로 비명을 지르고는 죽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방적인 폭행을 보며, 이비는 ‘이런 전투가 있어도 되는 것인가?’ 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내 대답은 언제나 같다.
“적이 왔는데 의자에 앉아서 말을 거는 쪽이 어리석은 것 아닌가.”
“으, 으음···. 하지만 상대는 황제잖아요? 그럼 그 정도의 말은 할 수 있는거 아닐까요? 품위라던가 그런 것 때문에···. 다짜고짜 공격하는 건 황제답지 않잖아요?”
“그렇게 치면 이쪽은 황제를 죽이러 온 암살자인데, 그 말에 맞장구 치고서 암살하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아.”
이비는 내 말에 끄으응 하면서도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황제였던 것을 죽이고 나서, 내가 얻은 물건들을 살펴봤다.
【최종각성의 비급】
【현재 승급상태에 상관 없이 최종각성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1티어 패키지】
【무기. 머리장식. 갑옷. 장갑. 부츠로 이루어진 패키지입니다.】
【그림자 구슬】
【영혼을 가두어 무기에 인챈트 할 수 있는 구슬입니다. 영혼과 무기가 합일하여 에고소드가 됩니다. 생전 영혼의 능력치가 무기에 가산됩니다.】
“다 어마어마한 물건이네요···.”
“그렇지도 않지.”
“그런가요?”
첫 번째 비급은···. 사실 몽경에 올 정도면 파티 최종각성은 다 찍은 상태.
거기에 내가 쓴다면 어떤 버그가 일어날지 모르니 우선 킵해두자.
두 번째 패키지.
이게 참 계륵이다.
모두 다 1티어긴 한데, 그냥 순수하게 티어만 높은 아이템이라고 해야 할까.
드랍템이 아니라 제조템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즉. 1티어중에서도 어딘가 나사빠진 물건이라는 의미.
그러면 내가 받을 세트는 단 하나다.
【신화의 대장장이 세트를 받으시겠습니까?】
【헤파이스토스의 대장망치. 머리띠. 중갑. 배틀부츠. 워 건틀릿이 지급됩니다.】
【모든 장비의 제작 숙련도 상승. 성공율 상승. 품질 상승. 제작 속도 상승 효과를 얻습니다.】
【또한 모든 화기에서 자유로워 용암도 당신을 침범할 수 없습니다.】
【신화 세트의 주인 타이틀을 얻습니다.】
그냥 앵벌용이다.
이걸로 제작셋 맞춰서 스킬업이나 해야지.
“이것 외에는 답이 없군.”
“울프람처럼 꿈도 낭만도 없는 사람은 처음봤어요.”
무슨 소리야.
나만큼 현실적으로 꿈꾸는 사람이 또 어디있다고.
그렇게 한참을 대장장이 일을 하고, 갑옷을 만들었다.
그림자라고는 해도 황성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넘쳐나는 보물고에서 갑주와 무기를 털어다가 녹이고 재련하고 다시 녹이고 하면서 무한 리사이클을 돌린다.
그러던 도중.
【의복 제작 숙련도가 전설에 도달했습니다.】
【다음 의복은 반드시 1티어 상위급이 제작됩니다.】
오.
***
이 게임은 드랍이 제작을 씹어먹지만, 반대로 제작만으로도 엔딩을 볼 수 있게끔 설계를 해두긴 했다.
그래서 1티어 상위급 제작이라는 것은, 무조건 엔드까지 간다고 봐야 한다.
하여, 제일 처음 줄 녀석이 있나 싶어···, 파티의 중심축인 아일라에게 물으니.
【지난번에 준 장비도 완전히 활용 못 하고 있는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여. 이번 의상의 주인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네프티. 이브. 아일라는 필요 없다고 하고. 밀푀유에게 물으니 지난 번 수류의 목걸이도 부담스럽다고 하는 상황.
하여 레지나에게 물으니.
“저에게 이 이상 빚을 지우시면, 평생 갚아도 다 갚을 수 없는 몸이 됩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음. 너무 퍼주지 말고 이번에는 내 옷을 만들라고는 하는데 말이다.”
“그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주인?”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군.”
최근에는 엘피라네의 뒷수습으로 바쁜 파트라슈가, 오래간만에 시간이 남아 늘어지게 하품하기 시작했다. 녀석은 마력을 이용해 책 양 끝을 누르고, 발톱 하나로 능숙하게 페이지를 넘기며 책을 읽고 있었다.
대체 저런 마력 활용법은 왜 가지고 있는거지.
“독서는 좋다. 마음에 평온을 안겨다주지.”
“그만큼 마음이 지쳤나?”
“묻지 마라 주인.”
그만큼 엘피라네의 뒷바라지가 힘들었던 건가.
아무튼, 하여 이 의복을 누구용으로 만들어 줄까 고민하고 있자니, 문득 떠오른 이름이 있었다.
마음이 정해졌다면, 빠르게 찾아가서 물어보자.
“그래서, 누나를 찾아 온 거니?”
“음. 이번 의복은 누나를 위해 만들어 볼까 해서 말이다.”
“어머···. 후후. 갑자기? 누나는 동생의 파티원도 아닌데?”
“파티원과 대등할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어머···.”
“그리고 내 로열 가드도 그렇고, 나 또한 지난 번 누나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는가. 비늘을 그만큼이나 뜯어갔으니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다.”
“아···. 후후. 걱정하지 마렴. 드래곤의 비늘은 금방 자란단다.”
“그래도 내가 주고 싶다.”
“후후. 그럼 동생의 따듯한 마음씨에 의지해 볼까?”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지금 내가 하는 마계 팔문의 공략이 결과적으로 필티아의 해방으로 이어지지만, 필티아가 필요 이상으로 우리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단 하나라도 보답하고 싶긴 하다.
“그래서. 어떤 옷을 받아보고 싶지? 종류는 누나가 정할 수 있다.”
“으음. 곤란한걸···.”
푸른 장발과 푸른 눈을 한 드래곤은 손바닥으로 턱을 괴며, 눈웃음을 짓고는 곤란한 척 너스레를 떤다.
“왜 그러지?”
“아니. 누나한테 갑주라는게 말이야. 드래곤이다보니 그리 필요 없지 않겠니? 비늘보다 튼튼한 방어구를 만드는 것도 일이지만, 그걸 항상 입고 다니는것도 불편하니까. 거기에 본신으로 돌아가면.”
“방어구가 뜯어지겠지. 아무리 그래도 누나 본체에 맞는 갑옷을 만들수는 없으니 말이다.”
“거기에 누나는 파파의 유산으로 갑옷이라면 잔뜩 있거든.”
그러고 보니 그렇군.
하르크의 유산을 생각하면 보물고에는 1티어급 갑옷이 잔뜩 있을 거다.
그래서 꺼리고, 고민했던 건가.
“그러면, 누나가 가지지 않은 의상이 있나?”
“응? 아···. 그러고 보니. 하나 있단다.”
“뭐지?”
“웨딩 드레스.”
아.
확실히 그건 없겠구나.
***
하여.
필티아 블루브리즈의 웨딩 드레스를 만드는 작업이 개시되었다.
“정말 내게 맡겨도 되겠나?”
“어머, 뭐든지 만들어주겠다고 한 건 동생 아니니?”
“그건 그렇다만···. 이건 좀 더 대단한···.”
거기까지 말하고 말을 멈췄다.
생각해보면, 지금 제프린에 나 이상의 재봉사는 없다. 이건 확실하다.
“알겠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후후···.”
필티아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방실방실 웃었다.
이것 참.
마법 의상 제작과 갑주 제작은 의복 제작 카테고리로 묶이기 때문에, 천옷을 만들어도 1티어 상위급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고로 지금 웨딩 드레스를 만들어도 분명 품질이 괜찮은게 나오겠지만 기본적으로 드레스는 전투용이 아니잖아.
일명 웨딩충이라고 웨딩 드레스 입혀놓고 전장에 세우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그건 대부분 스샷을 찍기 위해서였지, 진짜 그걸 입혀서 전투하는 녀석은 극히 드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냐면 이거다.
웨딩 드레스는, 의상의 능력보다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즉.
【의복의 특수 능력을 제외합니다.】
【외견을 위한 제작을 시작합니다.】
룩딸용 의상을 만들기 위해. 실 성능은 포기한다.
“조금만 기다려라. 최상의 드레스를 만들어 주지.”
한 땀 한 땀. 바늘이 날뛴다.
재봉틀 이상의 정교함. 내미는 손길에는 콤마 몇 밀리미터의 오차조차 없다.
그러고보면 의문이 하나 생긴다.
“그런데, 결혼 상대도 없을텐데. 드레스를 만드는 것에 의미가 있나?”
“······.”
필티아는 빤히 이쪽을 바라봤다.
음.
아니. 본편에서도 네 루트에는 여러가지 장애물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필티아 누나는 아직 성체가 아니지 않나. 그 전의 결혼은 율법상 금지아닌가?”
“그래. 약 이백년 정도 남았단다. 잘 알고 있구나. 동생?”
그래.
우선 드래곤이 성체가 되는 것은 오백 살이다.
즉 필티아는 지금 종족의 율법상 결혼을 할 수 없는 나이.
그래서 필티아 루트의 결말은 아마···.
내가 생각하는 사이. 필티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한 번 쯤은, 나만을 위한 웨딩 드레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법이란다.”
“실례했군.”
“벌칙으로 최고의 드레스를 만들지 않으면, 누나 화 내도 되는 거니?”
“음. 어떤 식으로 화를 낼 거지?”
“엉엉 울 거란다.”
“그건 무섭군.”
“본체로 돌아가서 울거란다. 편의점 지붕 위에서! 날뛰면서 울거야!”
저기.
그건 진짜 무서운데요.
***
그렇게, 필티아만을 위한 특주 웨딩 드레스의 제작이 끝났다.
【‘필티아’를 위한 웨딩 드레스】
【1T】
【전설급 장인이 만든 웨딩 드레스입니다. 착용자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 올립니다. 순백의 이브닝 드레스에는 빛의 마력이 들어 있어, 이 드레스를 입고 식을 올린 사람의 미래가 영원히 빛나도록 축복해 줍니다.】
【‘필티아 블루브리즈’에게 귀속된 드레스입니다.】
【내구도가 ‘반영구적’입니다. 악의를 가지고 파괴하지 않는 이상. 때가 타지 않으며 낡을 일도 없습니다. 자동으로 수복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네킹에게 입힌 튜브탑 웨딩 드레스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성한 빛의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내 마력이 빛 속성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필티아를 슬쩍 보니 그녀는 그저 호오. 하고 드레스를 바라보며 감탄만 내뱉을 뿐이었다.
“아름답다···. 동생. 이거 정말 누나 주는 거야?”
“안 입어보나?”
“후후. 이 드레스는 결혼식까지 아껴 둘 생각이란다.”
“그런가. 그것 또한 좋지. 나는 볼 수 없겠지만 말이야.”
앞으로 빨라도 이백 년.
그녀의 결혼식에 내가 참여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 드레스는 시대를 초월해 나를 대신해 축복 해 줄 것이다.
“참석할 수 없다니. 동생은 그 날 누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있어줘야지!”
음.
그때까지 살아서 결혼을 축복하라고요?
“앞으로 이백 년이나 더 살라는 이야기인가?”
“고작 이백 년이라니?”
“아니 그 쯤 되면 나도 죽지 않겠나.”
“걱정하지 마. 누나가 파파한테 들은 게 있단다. 그거 알고 있니? 이 제프린을 나서서 대륙 북쪽의 한계점을 넘으면 말이야. 숲이 하나 나온단다? 그 숲이 뭐냐면···.”
그래.
필티아 루트의 엔딩이 떠올랐다.
제프린에서 해방된 필티아와 켈터스는 대륙의 북쪽을 향해떠난다.
신비와 기적으로 가득 찬 숲은 외부인을 거절한다.
허나 그 끝에 도착한 자에게 숲의 이름을 딴 축복을 부여한다고 하는···.
“영생의 숲?”
“그래! 걱정하지 마렴. 누나는 영원히 동생 곁에 있을 거니까, 으흠. 우선 해방되면 누나랑 같이 북쪽으로 떠나는 거란다. 즐겁지 않겠니?”
“그럼. 나는 죽을 수 없다만···?”
“누나와 계속 함께 있는건 즐겁지 않겠니?”
눈 앞에 있는 드래곤이 웃으면서 하는 말은 농담 하나 없는 순수한 선의.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기대였다.
뭐야.
나 못 죽어요?
진짜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