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07)
506. 그랑펠리시에
그런 꿈의 꿈같은 이야기는 우선 미뤄뒀다.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삼만 개의 재료로 무언가 만들어서 대계를 꾸미기에는 그리 많은 양도 아니다.
대신, 오래 먹을 수 있는 보존식을 만들어 제일 먼저 서부에 돌리기로 했다. 보다 많은 광석을 캐서 제게 보내주시면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우선 식량은 제프린 내부의 도시락과 서부에 싹 다 돌린 다음 지금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점검했다.
그 결과 나온 것이.
“놀랍군요. 울프람. 정말 강해요. 나의 동지라 칭할만 하네요.”
“무얼. 그리 놀랄 것 없다.”
우선 포영의 설원에서 나 자신의 실력을 점검하는것.
여기는 필드로 쳐도 최상위 난이도인데 반해. 나를 적대하지 않기 때문에, 강적을 불러 적당히 대련할 수 있다.
대련이라 해도 잠깐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갈 정도지만, 분명 효과는 있다.
바로 나 자신의 영점 조정.
체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에 단검 한 자루로 이래저래 대련해본다.
몇 마리의 얼음 정령들을 때려눕힌 후. 어깨로 숨을 몰아쉬자, 라이아는 박수와 미소로 나를 격려했다.
“정말, 인간이라 믿을 수 없는 강함이군요.”
“위대하신 선조님은 나보다 강하지 않았나?”
“물론이죠. 허나 두 사람은 궤가 다르답니다. 울프람의 공격은 예측할 수가 없어요. 검을 휘두를 때. 위로 치켜들었다면 반드시 아래로 내려친다. 라는 공식이 있잖아요? 하지만 울프람의 검은 사라졌다가 옆에서 튀어나오죠. 모든 전제를 무용으로 돌리고, 자신만의 실용으로 공격해옵니다.”
“검로에 빠삭하군, 인간의 싸움에 흥미가 있었나?”
“그 망할 불쟁이 계집을 쓰러트리기 위해. 지난 삼백 년간 모든 공격 수단을 공부한 결과랍니다.”
세상에.
아.
그러고보니 슬슬 그 약속도 지킬 때가 되었구나.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슬슬 때가 되었구나.”
“때라 하시면?”
“네가 그리 증오하는 불쟁이 계집. 그랑펠리시에의 엉덩이를 때려줄 때가 다가왔다는 이야기다.”
“정말인가요? 정말···. 정말 그 계집의 엉덩이를? 제가?”
“물론이다. 그런 재미있는 산책에 너를 빼놓을리가 없지 않나. 나는 약속을 지키는 주의다.”
“고마우셔라···. 알겠습니다. 이 얼음여왕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 신명을 다하겠습니다. 자. 전면전의 시작입니다. 모든것을 얼리고 조각낼 신성한 싸움을 시작하죠.”
“음? 무슨 소리지? 누가 그렇게 싸운다고 했나?”
“네? 하면?”
얘가 아직도 싸움을 모르네.
그렇게 싸웠다가 피해가 커지면, 누가 감당하냐?
“뭐. 우선 지켜보도록. 다 알아서 할테니 말이다.”
“네? 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어디. 한 번 가볼까.
***
태초의 루비.
이 1티어의 정제되지 않은 보석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힘을 내재하고 있다.
이 세계는 설정상 뭐더라, 중간계는 다채로운 속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바람과 불꽃, 얼음과 물, 금속과 숲. 대지와 하늘또한 속성이라나 뭐라나.
그럼 이 세계를 만들때 그 속성들은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로 가는가.
그 해답이 바로 이 태초의 루비다.
이 녀석이 불의 주관자면서 세상 모든 불꽃을 제어하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다만, 태초에 불꽃이 태어났을 때. 그 불티를 제 몸으로 삼킨 불꽃계의 최고 원로님 정도 되시겠다.
그런고로, 이 녀석 앞에서는 급이 맞는 불꽃이 아니면, 그 어떤 불도 힘을 쓸 수 없다.
그것이 용암이든 뭐든 간에, 이 녀석과 상하관계로 비빌 수 있는 불꽃은, 같은 태초의 불꽃밖에 없다.
이런 속성석을 잔뜩 모으면 또 속성 보너스가 있긴 한데, 지금은 이 루비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여, 내가 이 불꽃 이뮨(Immune)능력을 가진 돌땡이를 들고 어디를 가는가 하면.
【인간? 인간이다!】
【쓰레기같은 얼음의 냄새가 나는 인간이다!】
【인간 죽어라! 인간 죽인다!】
나를 무지막지하게 증오하는 불꽃의 정령들이 기거하는 곳.
패열의 지옥. 남부 중앙의 아케아 화산이다.
【죽어라! 플레임 샷!】
【죽어! 어서 타죽어!】
허허.
불꽃의 정령들이 나를 태워죽이겠노라 불꽃을 쏘지만, 하나도 닿지 않는다.
그야 그렇지.
이 루비를 잘 보아라, 이 루비가 너희같은 핫바지에게 비빌 루비인가를 말이다.
놈들을 내치려 손바닥을 툭툭 털었다.
정령들은 그게 또 뭐가 웃긴지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꺄하하! 멍청이! 멍청이!】
【손바닥으로 우리를 때리려고 하고 있어! 멍청이!】
사실 불의 정령은, 얼음의 정령과는 다르게 그 형체가 없어 물리력으로 팰수는 없다.
놈들도 그것 때문에 나를 한참 비웃는 것이다.
하지만 오른손에 태초의 루비를 쥐고, 이렇게 휙 하고 때리면
【꺄아아아악?!】
【응아아아아?!】
당연히 루비보다 힘이 약한 놈들은 이렇게 쳐맞고 날아간다.
쳐맞는다는 것은, 녀석들이 가진 근원된 불의 힘을 흡수한다는 이야기.
하늘 모르고 날뛰던 불쟁이 꼬마들은 그 형체가 몹시 작아져서 울면서 도망쳤다.
【여제님께 이를거야!】
【이를거야! 이를거야!】
거 참.
“그래. 그래다오.”
녀석이 직접 납시셔야, 나도 할 이야기를 다 할 수 있거든.
***
사실 유황불이 들끓고 검은 연기가 날아오르며, 용암이 개천마냥 흐르는 이 곳을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미친 짓이다.
본편에서도 정규 루트는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였고, 그랑펠리시에를 팀으로 정해서 세력작 하는 것은 이상성욕자들 뿐이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태초의 루비가 있으면 이렇게 용암 바로 옆의 바위를 깔고 앉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장담하는데 저 용암에 쳐박혀서 헤엄을 쳐도 무사할거다.
이래서 완전면역이 무서운 거다.
상대가 속성 하나밖에 없을 때는 더더욱.
지금 당장 여기서 깽판을 쳐도 꽤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지만 당장은 그럴 생각은 없다.
저 멀리서, 기세가 느껴진다.
틀림없는 강자의 기세. 보스의 품격.
이 스토리의 후반부 보스중 한 축을 담당하는 세력의 장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작디 작은 몸. 그 몸을 겨우 가릴 정도의 불꽃의 갑주.
타오르는 붉은 장발과 자신감 넘치는 눈.
틀림없다.
이 녀석이 바로 이 아케아 화산의 정점.
“그랑펠리시에”
【나를 알아? 기분나빠. 스토커? 죽어버려. 쓰레기.】
“과연. 이런 식인가.”
이 현실에서 실제 목소리를 들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랑펠리시에가 맞구만 그래.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푸푸푸 웃으면서 두둥실 뜬 상태로 이쪽을 내려봤다.
“그야 옛 선조님의 책에서 읽었으니 말이다.”
【옛 선조? 누구? 너랑 닮은 인간을 만났더라면 모두 죽여버렸을텐데? 이런 허접한 남자의 선조라니 나와 마주치고도 살아있을리 없잖아?】
“하르크 폰 로엔그린.”
【누구······?】
“나는 하르크 폰 로엔그린의 후손이다.”
【히끅. 자, 잠깐. 그런 이야기 못 들었어. 이 쓰레기. 빨리 말해. 설마. 그, 그 사람도 있어? 하르크가 이 근처에 있어?】
녀석의 눈은 불안감으로 가득차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니 없다. 그 분께서는 길게 잠적하셔서 말이다.”
【그것부터 먼저 말하라고 이 쓰레기야! 하르크가 이 근처에 있는 줄 알았잖아!】
“선조님의 이름이 나오니 항상 여유만만하던 태세는 사라지고, 그저 독설만 가득 찬 꼬마로 돌아오는가. 여제의 이름이 아깝군.”
【윽···. 으윽.】
그랑펠리시에는 땡글한 눈을 찌푸린 채로, 억울하다는 듯 이빨을 악 물었다.
위대하신 선조 하르크님은 대체 이 꼬맹이를 어떻게 혼내주셨길래 애가 이름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걸까.
【까득. 죽일거야.】
이를 가는 소리까지 낸다.
그러고보니 불의 정령에는 이빨이 있나? 무언가를 찢어 삼킬 기관이라는게 필요한가?
【죽일 거야. 내 추태를 본 너는 특별히 죽여줄게. 걱정하지 마. 후후. 이런 쓰레기에 허접에 삼류에 얼음쟁이들 냄새 나는 구역질 남자는 한 손으로 태워 죽여 줄 수 있으니까.】
그런 기관은 생물학적으로 필요 없겠지만, 녀석은 정말 나를 씹어 삼키고 싶어 하는군.
“네 신하들에게 아무것도 듣지 못 했나?”
【뭘? 얼음 냄새 나는 쓰레기 인간이 여기까지 쳐들어와서 행패 부렸으니 태워 죽여달라는 이야기?】
“아니. 이것 말이다.”
【뭘 들이미는 거야? 네 쓰레기 같은 소지품에는 하나도 관심 없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슬쩍. 오른손을 펼쳐 태초의 루비를 보여줬다.
“흥미 없나?”
【그, 그건···. 인간. 그거 어디서 났어? 대답해 이 쓰레기!】
“글쎄. 어디서 났는가가 중요하진 않지. 지금 이게 내 손에 있다는게 더 중요하지 않겠나.”
【그, 그렇네. 좋아. 그걸 내놔. 그러면 특별히 고통 없이 태워줄게. 아니면 내게 봉사할 수 있게끔 대접해줘도 좋아. 후후. 기쁘지? 내게 봉사하는거야. 허접 삼류 인간. 특별히 하르크의 후예라고 하니까 죽여주지 않는 거라구? 얼음 냄새 나는 인간을 곁에 두다니, 내 자비에 평생 내 다리를 핧고 싶어질걸? 지금 충성 맹세를 하고 그 돌을 내놔.】
“여기서 이걸 네게 주면, 나는 타 죽는다만?”
【됐으니까 내놔!】
어허.
욘석이.
작은 팔을 내밀어 휙, 하고 내 루비를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응애야. 이 어르신께서는 너의 공격 패턴을 몇 천 번이나 봐 왔으니 그게 닿겠니.
체력이 낮을때라면 모르겠다만, 지금은 어림도 없지.
그렇게. 몇 번이고 그랑펠리시에의 공격을 흘려냈다.
가급적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잰다.
【으윽. 도망치지 마! 여기서 타 죽어! 쓰레기! 이 쓰레기야!】
이 활화산에서 도망치듯 움직인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재주와 체력이라면, 화산 둘레길 한 바퀴 돈다고 뭐가 어떻게 되진 않는다.
【으, 도, 돌아와. 어서 돌아오란 말이야!】
“여기까지인가.”
【무슨 소리야. 어서 와, 아니면 거기서 돌을 내놓고 가. 가면 살려줄게. 어서! 내놔아!】
무언가에 걸린 듯. 그랑펠리시에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그 이상 다가오지 못한다.
그래.
지금 내가 하는 것은 맵핑이다.
정확히는 지형을 위한 지도 작업이 아니라, 그랑펠리시에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맵핑한 것.
이 녀석의 이동 범위는 플레이 할 때마다 어느정도 랜덤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 조절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그 이상은 움직일 수 없나보군.”
【으, 으으으응!】
바둥거리며 이쪽을 향해 살기를 날리지만, 그랑펠리시에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녀석이 투사하는 불꽃도 결계를 넘어오지 못한다.
즉. 저곳이 녀석의 이동종착지점.
나는 녀석의 손이 닿는 바로 앞에서 루비를 흔들었다.
녀석의 눈은 루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태초의불티는 모든 불의 정령의 소원과도 같은 것. 너처럼 어중간한 불티를 가지고 태어나, 그 성숙도조차 모자란 불의 정령은 이게 세상 모든 진미보다 맛있게 보일 터.”
【흥. 그런거 먹지 않아도 되거든? 그냥. 그냥 주고 가면 용서해 줄게!】
지금 이 곳에서 이 녀석을 일방적으로 체벌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공평하지 않다.
나는 라이아 다이아 프로스트를 선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적대하는 것은···. 내 신념과는 조금 어긋난다.
그래서 물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안하마. 모든 신하를 끌고 나에게 복종해라. 그렇다면 언젠가 이 루비를 네게 건내 주마.”
그랑펠리시에는 이쪽을 빤히 올려봤다.
그리고는 일말의 지체도 없이 웃으며 대답했다.
【허접. 내가 그딴 것에 넘어갈 거 같아?】
그리 말하며 내미는 양 팔.
그 손은 무려, 나도 이브에게 단 한 번도 한 적 없는 쌍뻐큐가 깃들어 있었으니.
“그런가. 결렬인가.”
【뻐큐나 머거!】
이제는 망할 꼬맹이도 아니고 그냥 잼민이다.
“알겠다. 그것이 너의 대답이라면 나도 이 이상 제안하지 않으마.”
【뭐야. 어디가?!】
“금방 올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도록.”
나는 발로 위치를 정확하게 표시한 후 웃었다.
참 많은 도발을 견뎠다. 참을 만큼 참았다, 인격자셨던 원장님도 웃으면서 그 정도 참았으면 화 한 번 내도된다고 하실 것이다.
이 망할 꼬맹이 자식.
죽을만큼 얼음 포격을 때려 박아 울면서 죄송하다고 빌게 해주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