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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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좀 죽을 거 같다.
양 팔은 말을 듣지 않고, 몸은 축 늘어져서 기운이 없다.
체력 10이라매, 완전 지상 최강이라매. 같은 것은 다 거짓부렁이야. 장담하는데 이 작업량은 체력 20으로도 쉽지 않다.
흔히들 소설에서 보면 힘든 것도 잊고 무념무상으로 망치를 휘두르면 무기가 뚝딱하고 나온다는 게 그거 다 구라다. 진짜.
최후의 공업화는 나 자신이 공장이 되는 것.
이 세상 어디서든 명란삼각을 먹을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걸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즉. 그런고로 네 강화가 필요하다.”
“드디어 돌아버렸어요?”
이브에게 그리 말하자 이브는 한쪽 눈만 살짝 찡그린 채로 도무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의 어떤 부분에서 그런 결론을 내렸지?”
“아니 다짜고짜 사람을 강화하겠다니, 제가 무슨 마법이 부여된 무기도 아니고···.”
“너는 마법을 쓸 줄 알지. 거기에 네 뱃살은 무기에 가까우니 충분히 마법 무기 아니겠나. 뱃살에 마법을 인챈트 해서 때리면 신성철퇴 배둘레햄이···. 음.”
“이걸 피해? 양심적으로 거기까지 말했으면 한 대 맞으시죠.”
아니. 성광창 필중 필살은 조금 맞아주기 그런데.
이브는 어깨로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대고는 되물었다.
“농담할 시간 없어요. 추가로 할 말 없으면 다시 업무에 복귀하고 싶은데요.”
“아니, 농담이 아니다. 네 강화는 지금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니 말이다.”
“어째서죠?”
“세 번째 문의 공략에, 강해진 네가 필요하다.”
“······.”
이브는 내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필요한데요.”
“뭐?”
“그러니까. 제가 얼마나 필요하냐고요. 제가 없으면 도저히 이길 수 없나요?”
“음.”
“아뇨. 알아요. 예. 제가 아니더라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지만, 그래도 제가 없으면 피곤하다. 그런 거죠 그러니까···.”
“네가 없으면 공략할 수 없다.”
“네?”
“다시 한 번 말하마. 이브 폰 로엔그린. 네가 아니면 공략할 수 없다. 허나 너만 있어도 공략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공략만큼은 네가 필요하다.”
그 말에 이브는 헤에 하고 입을 벌렸다가 이내 읏! 하고 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몸을 뒤로 뺐다.
“하, 하···! 그러세요? 그렇군요. 흥. 제가 필요하다 이거죠?”
“그래. 반드시 네가 필요하다.”
그 말에 이브는 검지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긁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으음. 하고 무언가 중얼거렸다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렇게까지 말하면···. 좋아요. 그래서 뭘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어떻게 강화할 거죠?”
내 제안을 승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말이다.
“우선. 너만을 위한 장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일단 떠나자꾸나.”
“어딜 가는데요?”
어디냐고?
나는 슬쩍 천장을 올려봤다.
“어딜 봐요?”
“가야 할 곳.”
“?”
***
그리하여, 우리는 떠나기로 했다.
이브는 끝까지 어디로 떠나냐고 물었지만, 딱히 대답할 의무를 못 느꼈다.
분명 눈으로 설명했을텐데도 못 알아먹다니, 그렇게까지 눈치가 없는 것인가.
그렇게 이브를 잡아 끌어 도착한 곳은 편의점 앞.
“기숙사? 여기에요?”
“아니다.”
여기는 그냥 출발역이다.
왜 역이냐면, 그야 탈것에 탑승하니까 역이지.
우리 앞에 펄럭. 하고 블루 드래곤 한 명이 나타난다. 필티아 블루브리즈.
“부탁하겠다. 누나.”
“맡겨주렴. 자. 동생. 막내. 어서 올라타렴.”
푸른 비늘이 번쩍거리는 드래곤의 등 뒤에 올라타서 그대로 비행을 시작.
“으, 으음. 어딜 가는건데요···?”
“따라오면 안다. 누나. 위치는 알지?”
“물론이란다. 그런데···. 아일라가 없어도 되겠니?”
“지금 상황에서는 아일라보다는 우리 둘이 낫다. 이브 너도 준비해라.”
“그러니까 설명···끼야아아?!”
필티아가 펄럭이며 하늘을 날고, 이윽고 지상에서 더더욱 멀어진다.
마치 제프린이 작은 모형과 같이 보이고, 지상보다 하늘에 더 가까워졌을 때. 필티아가 펄럭이며 멈췄다.
“어, 어···? 여기 설마.”
“그래. 그 설마다. 누나. 고맙다.”
“미안. 이 이상 올라가는건 누나에게는 힘들어서···”
“아니. 충분히 잘 해줬다. 그럼 이브. 여기서 뭘 해야하는지 알고 있겠지?”
“······잠깐만요.”
나는 하늘 너머를 바라봤다.
그때는, 아일라의 흑수정을 타고 날아갔지만 이제는 아니다.
방황하는 소천사의 날개를 이브에게 장착시키고, 하늘 저편을 가리킨다.
“저쪽을 향해 멈춤 없이 날아가라. 할 수 있겠지?”
“하, 할 수는 있는데요. 이거 정말 괜찮나요? 안 떨어지나요?”
“그 날개는 네 체중도 버텨 줄 것이다.”
“그거 무척 든든···. 입 좀 닥쳐요!”
이브는 둥실 날아서 허공에 호버링 한 상태로 이쪽을 바라봤다.
“그럼 당신은요? 저 혼자서 가나요···?”
조금 불안해보이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그럴리가.
“필티아 누나. 부탁해도 되겠나?”
“응. 맡겨두렴. 하지만 동생···. 괜찮아?”
“괜찮다. 이미 한 번. 비슷하게 다녀오지 않았나. 그리고 지난 번 마계의문에서도 말이다.”
“그래. 그랬지. 그럼 동생. 간다?”
“음. 아. 출발하기 전에 이브. 내가 날아간 쪽으로, 쉼없이 날개짓해라. 알겠나?”
“네?”
거기까지 말하고, 필티아는 어깨를 살짝 흔들어 나를 미끄러트린 뒤. 손아귀에 부드럽게 쥐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숨을 내쉬고는···.
“히야아아아아아아앗!”
저 하늘 저편으로, 나를 집어 던졌다.
저 멀리서 ‘이 미친 인간아아아아?!’ 하며 소리치는 이브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속력 좋고. 방향 좋고.
최고로 비행하기 좋은 날이다.
***
그렇게 다시 한 번 하늘을 날아, 구름 위에 안정적으로 착지···. 는 개뿔. 데굴데굴 굴렀다.
아.
생각해보니 팔에 힘이 없어서 평캔이 어렵구나.
뭐. 어때. 어차피 구름 위를 구른거라 크게 아프지는 않다.
한참을 데굴데굴 굴러서 쿵. 하고 몸을 찍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삼십 분 정도 기다리고 있자니, 저 멀리서 날개를 파닥이며 이브가 도착했다.
“으, 으으. 이거 움직이기 힘들어요.”
“그래도 무사히 왔군.”
“아니, 어떻게 상처가 없어요? 안 죽었어요?”
“내가 죽을 리가 있나. 속력도 방향도 완벽했는데.”
“아니···. 후우. 말을 말죠. 얼마나 놀랐는지 알기나 해요?! 이럴 거면 날개는 당신이 쓰던가!”
“그랬다간, 네가 던져졌겠지. 그리고 제대로 된 착지를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 그러세요. 그러는 당신은 그야 뭐 완전 안전하게 착지···. 착지?”
“뭐냐.”
“왜 그렇게 몸에 구름이 묻어···. 아니 이상한데 왜 옷이 엉망이에요?”
“······.”
“설마. 착지 실패했어요?”
“멍청한 녀석 누가 실패했다는 거냐. 그저 조금 상황이 안 맞았을 뿐이다.”
“그래서, 구른 건 맞죠?”
아니라니까 그러네.
내가 침묵하자 이브는 이내 손을 내밀었다.
“【성광창 : 고속치유】”
“뭐 하는거지.”
“뭐 하는거겠어요? 그냥 닥치고 가만히 좀 있어봐요.”
곧이어 빛의 마력이 내 몸에 채워진다.
이브의 고속치유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회복을 촉진시키는 기능이 있기에, 금새 팔이 편안해졌다.
“이제 좀 어때요.”
“움직일만 하군.”
“뭐에요. 움직일만 하다니···. 어디 다치기라도 했어요?”
“아니. 아니다.”
잠시 주먹을 몇 번 쥐고 펴자, 이브가 미간을 좁혔다.
“주먹을 편다. 움직이기 쉽다. 평소같지 않은 실패. 다친 부분은 팔···. 팔을 쓸 일. 무리해서. 상처입을 정도로?”
이런.
이 녀석은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
“그만. 그쯤 해둬라.”
“제 발주 때문에 무기를 만들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윽···. 아 진짜. 예에. 그렇게까지 말하면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됐죠? 앞으로 말도 한 마디 안 걸 거니까요!”
그리 말하면서 이브는 흥. 하고 걷다가 이내 뒤를 슬쩍 돌아보고는
“【성광창 : 쾌속치유 : 과다치유 : 마법반복시행!】”
하고 소리치고는 다시 뒤로 돌아 걸어갔다.
급속도로 팔이 낫기 시작했고, 그런 이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브.”
“······!”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가는 건가?”
내 말에 삐져서 아무 말도 안 하던 이브가, 이내 새빨개진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래.
말을 안 걸어도, 어디로 가는지는 알고 가야지.
***
여기는 이전에도 왔던, 천계의 문이다.
당연히 마계가 있다면 천계도 있는 법이다.
천계는 인간에게 숭앙의 대상이 되는 것이 목표였으며, 감정을 주식으로 삼으며 감정의 도시락으로 쓰려고 했다.
그 또한 하르크가 보기에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었고, 더욱 더 많은 숭배를 얻어내기 위해 마족의 손에 죽는 것을 방관하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천계도 쳐들어와서 천계왕의 뚝배기를 터트렸다고 하니, 그 위업이 실로 천상에도 지하에도 진동하지 않나.
“그러니까. 이 안쪽으로 들어가면 천계라는 건가요?”
“그렇다.”
방금 전까지 이야기도 안 하겠다고 하던 이브는 내 말에 자기도 모르게 물음을 던졌고, 이내 말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합! 하고 양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말 안해! 절교야! 해놓고 말 한 다음 말 걸고 놀라고 있네.
애도 아니고 말이야.
아니. 애는 앤가.
“아무튼 너도 알다시피. 우리 로엔그린의 일족은 중간계에서 처형집행권을 가지고 있지.”
“······.”
“물론 마계의 문을 깊숙이 들어갈수록 좀 더 마계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우리의 처결권은 통하지 않지만 말이다. 제일 문 정도라면 어떻게든 됐겠지만···.”
“······.”
“계속 말하지 않을 셈이냐?”
흥! 하고 이브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뭐, 그건 마음대로 해라. 일만 잘 하면 되지 뭐 문제가 있겠냐.
“하지만, 저 천계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의 처결권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지.”
“······.”
이브는 살짝 불안한 듯 문을 바라봤다.
그래. 그렇겠지.
저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아무리 잘나도 그 자리에서 사살이다.
하지만.
“여기는 엄연히 중간계다. 저 문만 안 넘어가면 그만이지. 즉 그게 무슨 소리냐면 말이다.”
“······?”
“여기서 초정밀저격을 통해, 안쪽으로 포격을 날리면 된다는 이야기다.”
“예?”
“이제야 말을 하는구나.”
“자, 잠깐만요. 뭘 어떻게 하겠다고요? 그러면 전쟁 아닌가요?”
“인간계 근처를 어슬렁 거리는 놈들이 나쁜거다.”
“아, 아니 그래도···.”
“거기에 몇 마리 보스만 잡으면 된다. 전력을 다해 머리통을 후려쳐라. 마력으로 말이다.”
“자, 잠깐만요?!”
아, 거 말 많네.
나는 이브의 손을 잡아 이끌었고, 문 옆의 벽 위에 섰다.
저 안쪽으로는 천계.
하지만 여기는 엄연히 중간계.
이브는 부들부들 떨다 양 손으로 자신의 볼을 짝 때리고는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내쉰다.
“문제가 있어요. 여기서는 어떻게 쏴야할지 대상이 보이지 않아요.”
“적의 기세가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피부가 찌릿거릴정도로 느껴진다만.”
“그게 당신의 혈통의 특성이겠죠. 저는 오직 마력에만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축복이랑 저주는 못 느낀다고요.”
“그런가. 그렇군··· 그럴수도 있겠다.”
나는 눈에 보일 정도로 감각이 느껴지는데 말이야.
울프람의 황실혈통은 그런 쪽으로도 해방되어 있던 건가.
과연.
평화로운 시기에는 쓸 일 없는 능력이로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으니까, 그만 돌아가죠?”
“왜 방법이 없지?”
“네? 하지만 저는 안 보인다니까요? 느껴지지도 않아요. 여기서는···.”
“그러니까 왜 방법이 없냔 말이다.”
“무슨 소리에요?”
나는 슬쩍, 마력을 꺼내들었다.
마력치가 크게 오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짓을 해도 될 정도로 체력과 재주는 붙었다.
슬쩍 꺼낸 마력을 이브의 마력에 동조시킨다.
같은 피를 이어 받았고, 같은 속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대단한 일을 하는것은 아니다.
그저 내 시각과 감각을 이브와 공유하는 일.
물론 내가 이브의 감각을 공유하는건 아니다. 내 감각의 일방적 공유다.
“감각이 링크 되었나?”
“이, 이···.”
“왜 그러지?”
이브가 손을 부들부들 떤다.
얼굴은 더할나위 없이 붉다.
“이, 이 야!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알아요?!”
“뭐긴. 감각의 링크 아닌가.”
“그, 그러니까 마법사한테 링크를 건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아냐고요! 마법사에게 마력은 절대적인 신념. 거기에 동조해서 패스를 연결한다는 거는···.”
“거는···?”
“대체 나한테 무슨 말을 시키려는 거예요! 이 쓰레기!”
“?”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설정집에는 안 나왔는데.
자기 루트 엔딩에서는 ‘인연의 힘을 담은 일격’이니 ‘누구도 깨지 못할 감각이니’ 떠들긴 했다만···.
“모른다.”
“당신 진짜 언젠가 죽일거야···.”
“하지만 알고 있는것도 있지.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하고, 네가 불쾌하게 느끼고 있다면, 그걸 해결하기 위해선 빠르게 적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묻겠다 이브 폰 로엔그린. 느껴지나?”
내 말에 이브는 나를 쏘아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 느껴지네요. 무척이나 신성하고···. 그래서 더 역겨운 기세가요.”
“그 중 강한 강한 놈도 느껴지나?”
“네.”
“그래. 그러면···. 그 놈의 머리에 정확하게 최강의 성광창을 꽂아넣을 수 있겠나?”
“······.”
내 말에 이브는 말로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아.
초 원거리에서 일방적으로, 천사 사냥을 시작해보자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