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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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 로엔그린 스피리츠
이브는 생각했다.
대체 어디가 ‘길을 뚫기만 하면 된다’ 야! 라고.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움직임은 인간의 시야로 따라갈 수 없다.
당연하다. 그가 말하는 재주 20의 경지는 이미 인간을 한참 넘어선 초월의 경지라고 하니까.
그런 인간이 멋대로 움직이며 눈 앞의 적을 도륙해 나가는데, 그걸 어떻게 시각으로 하나하나쫓으며 보조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실로 간단한 해답이 있다.
울프람이 말하길, 이브 폰 로엔그린의 재능은 하늘에 닿았다. 신화 시절에서도 충분히 먹힐 수 있는 재능이라 한다.
그러니까.
마력으로 추측한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마력 보유자 울프람 폰 로엔그린을 마력감지로 포착해서 그의 움직임의 방향을 읽고, 그 주위의 몬스터를 전부 다른 마법으로 ‘갈아버린다.’
말은 쉽다.
단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 함께 다닌 원정. 그리고 그에게 당한 모든 훈련.
그걸 전부 합쳐도,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울프람의 움직임을 포착하며 자기 자신의 방어도 신경쓰고, 울프람 주위의 몬스터도 전부 정리한다.
허나 마력의 조절은 완벽해야 한다. 앞으로 언데드가 몇이나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력의 난사는 자멸의 지름길이다.
그 와중에 심지어 달려야 한다.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다. 바닥의 지형은 또 얼마나 지저분한가. 시야는 얼마나 안 좋은가. 모든것이 이브에게 있어서 최악의 저점을 가리킨다.
그렇기에 이브는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처음으로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 합을 맞춰보고 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울프람은 자신의 등을 타인에게 맡긴 적 없었다.
첫 번째 마계의 문은 홀로 정리했다.
두 번째 마계의 문 또한 퍼즐 해제용으로 둘과 함께 했을 뿐. 직접적인 전투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었다고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생각해도 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전투에서 처음으로 등을 맡기는 것은 자신이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마력으로 전부 읽기에 깨달을 수 있었다.
그 까마득한 경지.
휘둘러지지도 않은 상대의 공격을 먼저 예측해 정확하게 베어 넘긴다.
만들어낸 명검 수 백 자루를 보관해, 언데드의 뼈를 깎다가 부서지면 그대로 내던져버리고 다시 한 자루를 꺼내는 것은 기본.
방금 전의 갑옷을 입은 언데드는 또 어떤가.
오른손으로 단검을 꼬나쥐어 갑옷의 팔관절 사이에 쑤셔넣어 움직임을 미세하게 멈춘다.
언데드의 검이 머리 바로 앞에 당도했음에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왼손으로 장검을 뽑아들어 목에 쑤셔넣어 언데드가 본디 갔어야 할 지옥 끝에 쳐박았다.
단검의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느렸더라면, 울프람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났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동에 절대적인 확신이 있어 이를 완벽하게 수행해낸다.
그의 움직임에는 인간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전투의 고양감도 그 반대의 두려움도 없다.
그렇기에, 이브 폰 로엔그린의 심신은 지쳐가면서도, 필사적으로 그의 움직임을 읽고, 보조했다.
그 등이.
결코 흔들리지 않는 남자의 등이.
‘지금 따라오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따라올 수 없다.’
‘따라올 수 없다면’
‘놓고가겠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누구 마음대로···!”
이브 폰 로엔그린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
이브 녀석. 생각보다 잘 따라오네.
등 뒤에서 나를 보조하는 마법은 하나같이 적절했다.
솔직히 단 둘이서 왔을 때는 꽤 고민했고, 수틀리면 뭐 혼자서 처리해야겠네 같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나쁘지 않다.
본편의 이브도 저 정도의 AI를 가지지는 않았다.
음.
조금 더 기어를 올려볼까.
호잇. 호잇. 호잇.
찌르고 베고 쑤셔박고 빙글빙글.
언데드가 지옥 구석까지 쳐박히는 소리와 함께 다음 녀석의 멱을 따버린다.
모든 언데드의 ‘공격패턴’ ‘선공패턴’ ‘핵의 위치’ 이 세개만 알고 있으면 나머지는 그저 단순한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앉아서 마늘을 까시듯, 그저 단순 반복작업일 뿐이다.
거기에 희망의 집 마늘 까기 당번은 바로 나였으니, 나야말로 이런 단순 작업의 귀재 아니겠나.
베고 썰고 또 벤다.
시스템 창이 머리 아플 정도로 올라온다. 이것을 잡았습니다. 저것도 잡으셨네요. 시야에 메세지만 올라와 방해된다. 나중에 메세지 관련 옵션이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이렇게 잡아도 파티원인 이브가 잡은 것으로 카운트 되니까 별 상관 없다.
지금은, 따라와 주는 저 녀석을 믿고, 조금 더 빠르게 가보자.
“속도를 올린다. 늦지 않게 따라오도록.”
“차라리···. 죽여···.”
누굴 죽이라는 거지?
아. 언데드?
이브야. 이브야. 몬스터는 죽일 수 있지만 언데드는 또 죽일 수 없단다.
그저 사라지게 할 뿐이야.
단어 선택에는 주의를 기울이렴.
***
보스를 향해 가는 길은 일직선.
그 사이 만나는 몬스터의 숫자는 수천을 가볍게 넘어선다.
물론 나는 이브의 1차 마법으로 정리되지 않은 놈들을 베어낼 뿐이라, 이브가 하는 일이 더 많다.
“후우···. 하아···. 울프람. 앞으로 얼마나 남았어요?”
“지금의 세 배 정도 남았군. 그러면 보스와 만날 수 있다.”
“세상에···.”
이브의 흔들리는 다리. 떨리는 팔이 어둠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물론, 적은 많다. 하지만 별거 아니다 오늘 밤. 너와 나. 더블 로엔그린이니까.”
“뭔 개소리에요···.”
그러게.
아무튼 이 자리에 로엔그린은 단 둘 뿐이라는 이야기다.
“자. 가자. 쉴 틈이 없다.”
“으윽···. 알고 있어요. 알고 있다고요!”
그러고보니 지금 쓸 수 있는 다른 패가 없나 잠시 생각해보니, 정말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힘들면, 그 체력의 부담을 전부 실피아에게 던지면 되지 않나?”
“아, 수호성.”
그래.
안개 속을 돌파한 실피아가 얻어낸 필살의 기술.
자신이 지정한 상대의 부담을 대신 끌어안는 ‘수호성’
이브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안 돼요.”
“어째서지?
“만약 지금 실피아가 만약 위험한 임무를 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죠?”
“지금 우리 이상으로 위험한 임무를 하고 있다면, 말리지 못한 네 책임이다.”
“앗.”
“거기에, 지금 체력으로 버틸 자신이 있나?”
“앗.”
“그러니까 허세 부리지 말고, 조금이나마 부하에게도 의지해라.”
이브는 잠시 고민하다 주먹을 꽉 쥐었다.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눈.
그 강철같은 의지.
역시 이브 폰 로엔그린이다.
이제 다리도 떨리지 않고, 무게중심도 안정되어있고, 숨도 가쁘지 않다.
그렇군.
“썼나.”
“가죠···. 울프람. 시간이 없어요!”
“썼나.”
“······.”
“썼냐 물었다.”
“이해해 줄 거예요. 실피아라면!”
······.
“너도 쓰레기가 다 되었구나.”
“당신이 제안했잖아요!”
그랬나?
***
그 뒤. 이브는 지치는 기색 없이 내 뒤를 쫓아왔다.
보스 앞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보스방이 으레 그렇듯, 몬스터의 수는 점점 줄어가는 대신, 질식할 정도의 저주가 흩뿌려진다.
“괜찮나 이브.”
“네. 괜찮아요. 곧···. 당신이 말한 보스와 만나는거죠?”
“그렇다. 준비는 됐나.”
“준비···. 잘 모르겠어요. 평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요. 어째서···.”
“잘 들어라. 이브. 가는 중에 제대로 설명해주마. 이 땅은 신화 시절의 전쟁에서 진짜 전장으로 쓰였던 지역이다.”
이 지역.
잠들지 못한 만월의 땅은 본디 흡혈귀와 그들이 권속으로 부리는 언데드들의 땅이었다.
인간계나 침공하고 오손도손 잘 살고 있던 흡혈귀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라는 습격자를 맞이했고, 그대로 개박살이 났다.
애당초 ‘빛’의 마력을 쓰는 이들을 감히 흡혈귀가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그래서 죽고, 또 죽고, 죽었다.
어느정도 죽었냐면, 이 땅에 있는 망령들의 혼의 근간에 공포로 각인 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어데드라는 것은, 차원 관계 없이 그 지역에서 죽은 이들의 망념이 형태를 갖춰 다시 일어서는 모양새다.
짧게 요약하자면.
그 날 언데드와 흡혈귀의 척살은 이 땅에 기거하는 모든 마족들에게 공포로 각인되었다.
이 땅에 묻힌 언데드들도, 땅 위에서 사는 흡혈귀들도, 그리고 땅 자체도 공포에 질려버렸다.
그렇다면, 그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간단하다.
하나는 공포의 대상을 억압, 억제 하는 것.
【주의! 이 앞에는 초월격 보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든 황실 혈통이 강제로 약체화됩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가) 사용하는 황실혈통 또한 약화됩니다.】
【급수가 내려갑니다. 1T->3T로 하향조정됩니다.】
【어중간한 혈통으로 인하여 황실혈통의 정신저항이 내려갑니다. 황손의 격에 맞지 않는 언행도 쓸 수 있습니다.】
【이브 폰 로엔그린에 대한 적대감이 줄어듭니다.】
“이브 정신 제대로 차려라!”
“읏···! 알고 있어요!”
“알고 있어도, 한 번 더 알아두라는 이야기야!”
“네···? 네!”
“그리고 찬란한 성검은 내가 맡아두겠다. 한 쪽은 네게 맡긴다!”
“아, 알겠어요!”
이렇게 첫 번째로 우리의 황실혈통 특성이 막혔다.
그들이 봤을 때 황실혈통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이들의 힘의 근간이니까, 막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리고 두 번째.
공포의 대상을 흉내 내서, 두려움을 잊는다.
“윽···!”
“두려워하지 마라! 저건 너에게 맡긴다!”
눈 앞에 보이는 뛰어난 아름다움을 가진 여성을 눈으로 힐끗 쫓았다.
얼굴은 창백하나, 도저히 잊을 수 있는 얼굴이 아니다.
한 손에는 양손 도끼. 다른 한 손에는 양손 지팡이.
양 손 무기를 각각 한 손에 꼬나쥐고, 이 세상 다시 없을 찬란한 드레스로 무장했다.
【문드러진 거짓의 파편과 조우합니다.】
【조심하세요. 초월의 격을 가진 마법사입니다.】
그 외모는 설정집에서 몇 번이고 봤다.
한쪽의 이명은 자애의 상징. 희망의 빛. 이 세상 모든 순정. 빛의 반려.
다른 한 쪽의 이명은 마도황후. 초월의 마도사. 대폭격 황후. 절멸의 사신.
누가 봐도 화려하기 그지 없는 그녀.
초대 황후.
린디 폰 로엔그린.
“외형은 신경쓰지 마라! 진짜 로엔그린은 우리들이다!”
“네, 네!”
짭린디를 이브에게 맡기고, 더욱 더 깊은 심연으로 질주한다.
피부에 소름이 돋고, 정신이 살짝 아득해진다.
황실 혈통이 온전했을 때라면 이 정도의 정신 공격은 완전 무효를 띄웠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상관 없다.
이보다 더 엿 같은 공포는 살면서 몇 번이고 겪어 왔다.
이브에게 린디를 맡겼으니, 보스는 내가 맡는다.
남자가 보인다.
올려 빗은 짧은 금발은 단정하고, 황금빛 풀 플레이트 메일은 달빛 아래에서도 매끄럽게 빛난다.
허공에는 스무 자루의 장검이 떠있고, 양 손에 한 자루씩 검을 꼬나쥔다.
표정은 죽어 차갑기 그지 없으나, 풍겨오는 기운은 더할나위 없이 장절하다.
말 그대로, 세상이 영웅이라 지정한 듯 한 외형을 가진 남자.
이 땅이 만들어낸 공포의 상징.
【더럽혀진 신화의 모작과 조우합니다.】
【조심하세요. 차원이 다른 적입니다.】
하르크 폰 로엔그린.
“하···. 직접 만나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네.”
놈이 이쪽을 인지하고 바라봤다.
찬란한 성광의 대검을 손에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개막 페이즈. 시작이다.
【더럽혀진 신화의 모작의 특성 발통.】
【황실 혈통을 모방한 거짓된 힘이 당신을 옥죕니다.】
【근간은 거짓되었다고는 하나 300년의 증오가 만들어낸 힘입니다.】
내가 다른 파티원을 끌고 오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황실을 사랑한 만큼 당신의 힘이 떨어집니다.】
【황손의 피가 거짓된 힘에 크게 저항합니다.】
황실을 좋아하면 안 되는데, 황손이 아니면 저항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와 이브여야 한다.
우리 둘이 아니면, 대적할 수 없다.
저 멀리 있는 이브에게 소리쳐 물었다.
“이브! 황실을 사랑하나?”
“저 빼고 다 죽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대답이다.
【당신은 황실을 증오합니다!】
【당신의 몸에 흐르는 피는 가장 순수한 황실 혈통입니다. 크게 저항합니다!】
【당신에게는 그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못합니다!】
실은 나도 그렇거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