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32)
531. 나쁜 아이들
슬픔과 분노, 두려움과 아픔을 넘어서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내 신조였고, 언제나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인생은 때때로 인간이 견디기 어려운 역경을 제시한다.
대표적으로는 D/Z SAGA의 초반 세이브파일이 날아갔던 것이 그렇다. 1만 시간 플레이했던 세이브파일이 날아갔던 것도 그렇다. 그에 비하면 허리 디스크는 사사로운 문제다.
아무튼.
나는 어느 정도 타인 이상의 고통에 대한 내성이 있다 자부하지만, 마음의 괴로움. 특히 인간 관계의 괴로움은 제대로 견디지 못하는 타입이다.
정확히는 그런 고통에 대한 내성이 별로 없다.
나의 인간 관계는 내가 뒤치닥거리 해줘야 하는 동생들과, 현장에서 일시키는 아저씨들, 그리고 사장 형. 원장님 정도가 끝이다.
그 외에 차마 말하기 힘든 흑역사가 하나 있긴 하지만···. 아 카페에서 나에게 친목도킹을 시도했던 고정닉들도 인간관계인···가?
그들을 인간관계로 놓자니 내 인간관계의 협소함과 사교성의 부족이 티가 나는 것 같아 어지럽다.
아무튼.
최근 얼마간은 그런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행보를 걸었다 생각한다.
우선 황실혈통이 맛이 가면서부터···. 아니지. 거울의 도시에서 가짜 이시스를 때려눕히고, 내 과거에 대한 파편을 손에 쥐어 짜맞춘 뒤. 그 결과를 추측했을 때부터 그렇다.
정말 피곤하고 귀찮은 시간들.
하지만 그것도 전부 끝이다.
이시스 폰 로엔그린은 필티아에게 쳐맞고 쓰러졌고, 나는 살아남았으며, 이브도 아마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황실혈통이 저주를 벗어나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제부터 한동안 편의점을 나서지 않고, 나 편한 대로 살리라.
매일 짱박혀서 무기만들고 갑주 만들고 편의점 제품 만들고 살 거야.
봄이 한창인 5월의 햇살이 따숩다.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그래서 울프람은 직업 훈련 어디로 갈 건가요?”
“음?”
“의무니까요. 슬슬 정해야 하지 않겠어요? 물론 저희야 직업훈련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외유(外遊)하는 기분으로 나갔다 오죠?”
“들은 적 없다만.”
“전체 공지는 했을 거예요. 하지만···. 울프람은 강의에 안 나오니까, 누구도 말해 줄 사람이 없던 거 아닐까요?”
“아.”
아.
“자. 나갈 준비 하죠. 울프람. 걱정 마세요. 지정된 곳에서 일주일 정도 머무르면 이수증이 나온답니다.”
아니.
잠시만요.
들은 적 없다니까요. 갑작스럽게 집행하시면 저도 곤란합니다.
하지만, 근력 10도 못찍은 응애 울프람이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체술을 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팔이 꽉 잡힌 상태로 완벽한 홀드. 레이드 홀딩역은 아일라에게 맡겨도 되겠어.
“가요. 울프람!”
“······.”
돌려줘.
내 자유. 내 시간을 돌려줘···.
***
필티아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정말 이 시기의 4학년들은 직업훈련을 나선다고 한다.
켈터스는 그런 적 없지만, 이 이벤트 자체는 기억에 있다.
본편기준 4학년 5월이면 외부로 나갈 상황 자체가 안 만들어진다. 어마어마한 적들과 싸워야 하니까 말이야.
그 때 학생들이 스쳐지나가듯 하는 말이 바로 ‘올해 직업훈련은 취소됐다던데?’ ‘어쩔 수 없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나가겠어?’ 다.
그러니까, 진솔하게 말하자면 아예 모르는 건 아니다.
겨우 찾아온 나의 안식을 방해 당하는 것에 조금 저항했을 뿐.
“즐겁네요. 울프람. 그렇지 않아요?”
“그렇구나. 나쁘지 않은 기분···. 아니 아니지. 좋은 기분이다.”
“어머. 어머나···. 울프람이 솔직하게 말하다니. 후후.”
아일라는 뭐가 그리 기쁜지 방실방실 웃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는 버릇을 들여볼까.
하지만, 정말 기분이 좋다.
“울프람. 정말 괜찮겠어요?”
“뭐가 말이지?”
“제가 권하긴 했지만, 제프린 마지막 실습이 에덴이라는 건 좀···. 더 좋은 곳이 있지 않을까요?”
“에덴은 좋은 곳이다.”
“에헤···.”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양 손으로 머리카락을 살짝 쥐어 붉어진 볼을 가리며 웃었다.
뭐.
그런 법이다.
사실 자기 고향에 놀러온다는 사람에게 ‘와도 별거 없어’ 라고 말해놓고, 막상 온 사람이 ‘야 여기 진짜 좋다!’ 라고 하면 내심 기뻐하는 게 사람 특성 아니겠나.
물론.
내가 읽은 만화에서 그랬다. 그런 친구가 있었다는 게 아니고···.
괜히 또 서러워지네.
아무튼.
내 옆에 바싹 붙어 앉은 아일라는 내 팔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울프람. 어때요? 어때요?”
“몇 번이나 듣지 않았나.”
“그래도요! 또 들려주세요. 어때요?”
“좋다. 정말 잘 되어 있구나.”
“에헤헤···!”
나는 시트에 깊게 몸을 뉘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타고 있는 것은 열차.
그것도 포털에서 트라이스타 저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먼 장소에서 트라이스타 저택 근처를 경유하는 열차다.
이름하여 리벨리온 특급 1호.
기묘한 이름이지만, 작명자가 아일라라고 하니 그냥 넘어갔다.
울프람 1호나 골드 울프 1호. 리벨리온 윙즈 크로니클 1호같은 이름 중에서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건 정말로 서부의 주민이나 관광객들 대상으로 운영하는 열차다.
시속은 약 20km정도. 느리다면 또 엄청 느린데 사람을 이렇게 싣고 움직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엄청난 거지.
“너무 느린 거 같긴 하지만요.”
“속도야 천천히 늘어나면 그만이다. 지금은 새 지평을 열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도록 하지.”
“후후. 네.”
흘러가는 차창 밖 풍경.
그리 많지 않지만, 분명 우리가 아닌 이름 모를 승객.
하루에 세 번. 두개뿐인 역을 왕복 할 뿐이지만,
“그럼에도, 시작되었구나.”
“예에. 드디어 시작되었어요.”
아일라가 슬쩍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래.
시작되었다.
이 세계를 바꾸고, 모든 것을 뒤집을 반역이 말이다.
“열 두 장로가 아닌 트라이스타와, 황손 레이스에서 떨어져나간 망나니 황자. 그렇기에 의미 있는 반역이겠지.”
“네.”
아일라는 살포시 웃고는 열차의 떨림에 몸을 맡기며 조용히 흔들렸다.
“그러고 보니. 아일라.”
“네. 울프람.”
“역에 편의점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만?”
“아···. 그게요. 물건을 수급하기가 어려워서, 아직 오픈은 하지 않았어요.”
“······.”
“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울프람! 분명 얼마 안가 오픈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뭐.
언젠가 되겠지.
그렇지···?
***
그렇게 트라이스타 가문에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긴 것은 글래스 백작과 백작부인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황자님.”
“잠시 신세를 지겠습니다. 백작.”
“신세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식사를 준비해 놨습니다.”
“감사합니다.”
“식사 후에는 편히 쉬시길. 모두 준비를 해 놨습니다.”
음.
그래 이거야.
이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격식과 예의 있는 대화지.
핫하! 선배님! 돈 벌 곳을 알려주시죠! 나
핫하! 울프람! 매운 걸 다오! 이런 거 말고.
핫핫하! 울프람! 어서 사탕을 내놓으시죠. 이딴 건 진짜 말고.
이렇게 지성 넘치는 사람과 격식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하지만 이렇게 마음이 맞고 뜻이 맞는 사람의 제안도, 거절해야 할 때가 있는 법.
“백작. 식사를 마치면 잠시 현장에 나가보고 싶습니다만···. 가능하겠습니까.”
“현장에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허어. 최근 편의점쪽으로 보내드리는 광물에 무언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닙니다. 물건은 잘 받고 있습니다. 실로 훌륭한 광물들입니다.”
“그러면 어찌하여···.”
“말 그대로 저는 직업훈련을 하러 왔고···. 졸업하면 트라이스타와의 연계는 더욱 더 긴밀해질 터. 그렇다면 트라이스타의 일을 배우는 것이 저의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말···. 깊으신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현장으로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일라는···.”
“저도 갈게요!”
눈을 반짝 빛내는 아일라.
허나 나와 백작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안 된단다.”
“어째서요?!”
그야···.
내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나선 것은 백작 부인이었다.
“아일라. 두 분이 현장에 나가면 돌아오는 시간은 열 시를 넘을 텐데···. 괜찮겠니?”
“아.”
참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얼굴이었지만, 이런 곳에서 허세를 부리지 않는 것이 아일라 트라이스타.
결국 시무룩해진 녀석을 달래주고, 그렇게 식사를 마쳤다.
***
그 뒤로 향한 곳은 서부의 광산지대.
내 뒤에서 호위병단을 이끌고, 글래스 백작이 함께했다.
병단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했으나, ‘만에 하나 사고가 생긴다면, 병단을 대동하는 비용보다 더 큰 손해가 발생합니다.’ 라는 상인 논리에 입이 막혔다.
효율적인 말이고, 또 옳은 말이다.
그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기저기서 곡괭이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전히 열기가 넘치는 곳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황자님께서 좋게 봐주시니 다행입니다.”
“다행이랄 것까지야···. 백작. 곡괭이 한 자루 받을 수 있겠습니까?”
“예? 예에.”
백작의 명령에 곡괭이를 가지고 온 수하에게서 넘겨받고, 양 손으로 쥐었다.
“좋은 곡괭이입니다.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고, 마감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치사는 거기까지 하고, 나는 바로 양 팔에 힘을 주고, 벽에 묻혀있는 광물을 내려찍었다.
“화, 황자님?! 옷이 더러워집니다!”
“더러워 질 정도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디보자. 나왔군요. 철광석인가···.”
“예? 예에.”
백작은 나와 철광석을 빤히 바라봤지만, 나는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철광석을 직접 채집했습니다】
【철광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제작 스킬이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이 재료를 캐는 것에 그 어떤 소모값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주변에 철광석. 흑동석. 은유석을 발견했습니다.】
【주변을 다시 탐지합니다.】
【고급 광석은 보이지 않습니다.】
“음. 역시 그렇군. 그렇게 되었나.”
“저기···. 황자님?”
백작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손을 쫙 펴서 손가락을 붙이고 말 그대로 손날로 만든 뒤 그대로 광산을 향해 찔러 넣었다.
사람의 손가락이 돌과 만나면 ‘마, 니 자신있나’ 하면서 돌에게 쳐맞고 찌그러져야 정상이지만 내 손가락은 ‘니 신화급 채집스킬 아나 확 마.’ 하면서 뚫고 들어갔다.
그래.
손날이 벽을 뚫고 쑤셔 박힌 것이다.
“저기···. 황자님?”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객기를 부렸군요. 돌아가겠습니다. 백작.”
“아, 예.”
이 기행을 등을 돌리고 했기 때문에, 백작은 내가 손으로 벽을 만졌다고만 생각했나보다.
무사히 잘 넘어가서 다행이네.
돌아오는 길에, 꿈나라에서 반역을 하고 있을 아일라에게 메세지 하나를 던져놓고 그렇게 저택으로 돌아왔다.
내용은 【재미있는 반역 이야기가 있다. 잠에서 깨면 찾아오도록.】
아일라라면 필시. 눈을 뜨고 확인하자마자 찾아올 것이다.
***
그리고, 내 예상이 적중했다.
“울프람. 울프람!”
“왔나. 아일라.”
“네! 그렇게 재미있는 메세지를 남겨놓고, 무슨 일인가요? 어떤 반역이죠?”
아일라가 양 손을 주먹 쥐어 가슴 앞에 붙이고 몸을 위 아래로 떨었다.
“그전에 아일라. 하나 묻도록 하지. 트라이스타가 관리하는 광산 중에 개발 예정이나 아직 개발에 들어가지 않은 광산이 있나?”
“그러니까, 바꿔 말하면 인부가 파견되지 않아 둘이서만 몰래 접근할 수 있는 광산을 말하는 건가요? 고급 광물이 나오면 전부 저희가 먹어 치울 수 있는 광산이요?”
어떻게 그 말을 그렇게 알아들었을까.
정말.
“완벽한 해석이다.”
“으음···.”
내 말에 아일라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그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광산이 어디에 있겠냐만···.
“서른 둘? 아니 서른 셋···?”
“뭐가 말이지?”
“아. 개발 예정표만 잡혀 있는 곳이요.”
“······.”
아.
너무 많아서 고민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그건 왜 물어요. 울프람?”
“일단 이 철광석을 봐라.”
나는 아일라에게 시범을 보여줄 겸. 내가 직접 캐온 철광석에 손가락을 슥 밀어 넣었다.
이후. 손가락은 별 저항 없이 철광석을 꿰뚫었다.
“아···? 어라?”
“내 능력중 하나다. 제조의 극의에 달하면, 재료를 채집하는 것에 그 어떠한 소모값도 들지 않지. 심지어 ”
“와···. 울프람. 평생 트라이스타 가문에 취직하지 않을래요?”
“너무 기뻐하지 마라. 캘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하급 광물 뿐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가 캘 수 없는 광석은···.”
“전부 고급이라는 이야기죠.”
아일라는 씩 웃었고, 나도 같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알았지?”
“네. 멋대로 맛대로 광산을 몰래 캐서, 고급 광물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즉 광물 서리죠!”
광물 서리라.
그거 참 괜찮은 표현이군.
“자. 그럼 가볼까.”
“네. 가요. 울프람! 최고로 화려한 광물을 얻으러!”
새벽 다섯 시 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동이 터오기도 전.
우리는 나쁜 짓을 획책하는 악동 같은 미소로 저택을 나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