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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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4. 압도적인 감사
그 뒤. 스피카가 보여준 것은 본인 소유의 광산이었다.
“대단하죠?”
“음. 대단하구나.”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광산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그녀의 특기인 골레믈 살려서 위험한 일은 전부 골렘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오라버니. 이것으로 모든 서부 사람들은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어요!”
“······.”
“지금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언젠가 제 골렘이 인간을 전부 대신할 거예요! 이게 바로 혁명이죠!”
“그렇구나.”
그러다가 이제 사람들이 골렘 파괴 운동을 벌일지도 모르지만, 녀석의 눈은 잔뜩 빛나고 있었다.
뭐.
지금 스피카의 마력으로는 평생에 걸쳐도 불가능하지 모른다.
한 대의 골렘을 24시간 노동에 투입하는 것은 아일라를 넘어서서 이브라고 해도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한동안 러다이트···. 아니 골렘 파괴 운동은 일어나지 않겠지.
“에헤헹!”
하지만 스피카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 손을 허리에 가져다 댄 뒤. 허리를 쭉 펴면서 웃었다.
스피카는 분명 지배계급이지만···. 노동자와도 친하게 지내니 아마 큰 일이 나지 않을 거야.
“언젠가! 모두가 노동에서 해방되는 그 날만을 위해! 저는 혁명가가 되겠어요!”
“그래. 그렇구나.”
이 아이의 미래가 부디 행복하기를.
혁명을 외치다가 혁명가들의 손에 혼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
그렇게 직업 실습을 마치고, 나는 아일라와 함께. 그리고 함께 돌아가야 할 스피카도 챙겨서 제프린에 돌아왔다.
글래스 백작 내외는 언제든 다시 찾아오라고 따듯하게 인사해 줬지만, 아마도 한동안 이 집에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제프린 졸업까지는 올 일이 없지 않을까.
그리 속내를 내비치자, 오히려 백작은 껄껄 웃으면서 ‘그렇다면 그 때 오시면 변화한 서부를 즐기실 수 있으실 겁니다.’ 라고 말했다.
사람도 좋지.
아무튼, 그렇게 정말로 서부를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울프람. 왜 그래요?”
“아니. 이제 네 번째 문이구나.”
“아···. 네 그렇죠. 앞으로 다섯 남았네요.”
그래. 그렇다.
우리 졸업은 내년 2월. 그리고 지금은 5월이 한창.
이대로 매달 공략할 경우 10월 선에서 끝난다는 이야기.
즉.
“생각보다 시간이 남는구나.”
“그런가요?”
“음. 겨울방학 전에 끝내는것도 좋지만, 졸업식 전날까지 유예가 있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공략하는 것도 좋지.”
“아하. 그렇군요. 그럼 남은 시간에는 뭘 할 생각인가요?”
“평소 하던 것을 그대로 한다.”
노력하고, 도전하고, 성장한다.
체력이라는 기반이 만들어졌으니, 지금부터는 나 자신의 내실을 다질 때다.
계략과 꼼수는 정공법으로 깨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
그 모든 잡기술이 막혔을 때. 정공법으로 이기지 못하면 찾아오는 것은 죽음 뿐이다.
그러니.
“또 노력해야겠구나.”
“언제나 똑같네요. 한결같아요. 울프람.”
“그런가.”
“예. 그래서 정말이지···. 후후.”
정말이지. 뭐.
내가 되묻자 아일라는 슬쩍 창밖을 바라보고 대답해 주지 않았다.
***
제프린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편의점 2호점이었다.
“아, 선배님. 어서 오세요. 연수는 잘 끝나셨나요.”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그저 트라이스타 가문에 찾아가 발전 현황을 보고 온 것 뿐이니 말이다.”
“후후. 고생 많으셨어요. 그래서 오늘은 어떤 일로 오셨나요? 2호점은 오늘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데···. 혹시 필요하신 서류가 있으신가요?”
“아니. 오늘은 편의점 업무가 아니라, 2호점을 세운 이 지하 자체에 흥미가 있다.”
“네? 아···.”
내 말에 밀푀유는 살짝 인상을 굳혔다.
그래. 이제야 떠올린 모양이군.
본디 이곳은 이 제프린을 개발할 때 썼던 발전 거점이다.
제프린은 인공섬인만큼 자연 경관도 전부 인간의 손길이 닿아야만 했고, 그걸 위해 초 대량의 골렘이 24시간 낮도 밤도 모르고 움직여야만 했다.
“아직도 떠오르네요. 거대한 골렘이 있었죠.”
“음. 그랬지.”
즉 여기는 자동으로 골렘을 생산하고, 제프린 전역에 퍼트린 공장.
그곳의 공간을 일부 떼어 편의점 2호점을 만들었을 뿐.
아직까지도 그 본질은 거대 골렘이 잠들어 있었던 비밀을 품고 있는 대공동이다.
“내가 용무가 있는 것은 저 문 너머에 있는 것들이다.”
이 공장 안 쪽에는 숨겨진 거대한 석문이 하나 있다.
지금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갈 생각으로 가득하다.
“위, 위험하고 엄청난 게 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래.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저 안쪽에 숨겨져 있는 놈들이 꼭 필요해서 말이다.”
그리 말하고 분할된 2호점 격벽을 넘어서서, 공동의 석문을 향했다.
석문에 손을 대고, 조용히 읊조렸다.
【로엔그린의 피가 말한다. 봉인을 풀어라.】
그 말에.
내 키의 몇 배를 가볍게 넘는 석문이 스르릉. 소리조차 내지 않고 부드럽게 열렸다.
화아아아악.
석벽 안쪽의 공기가 흘러나온다.
먼지로 가득할 것 같지만 지나치게 청정하고 깔끔하다.
“그럼 가도록 할까.”
어깨를 풀고 손목을 흔들었다.
이 앞은, 이전에 싸웠던 골렘은 잡몹 취급 할 정도의 최상위 난이도 던전.
아무리 나라고 해도 스트레칭을 하고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서, 선배님! 저도 같이 갈게요!”
“위험하다···. 그리 말해도 듣지 않겠구나.”
밀푀유의 흔들림 없는 눈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이제 선배님 혼자 위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요. 허락해···. 주실거죠?”
“따라와라.”
“네!”
밀푀유의 환한 미소에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잘 따라주는 후배가 있다는 것도 복받은 일이야.
“선배님.”
“음?”
“죽을 때는 함께니까요.”
“음···.”
무슨 걱정을 그리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뒤숭숭한 말이 들려왔다.
***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 도착한 곳을 보고, 밀푀유는 와아. 하는 소리르 내뱉고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편의점이 있는 층과 똑같은 공동이네요?”
“그 규모가 조금 작을 뿐. 동일한 구조다.”
“아···.”
이건, 공식 설정집에서도 나름 앞뒤가 맞는 설정이다.
공장의 디자인이 매 층 다를 필요는 없다. 라던가 뭐라던가.
아무튼.
동일한 디자인을 넘어서서, 공동 중앙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선배님. 저거 혹시.”
“맞다. 골렘이다.”
허나 위층의 녀석과 디자인이 꽤 다르다.
위층의 골렘이 전장 수 십 미터의 거대한 거인이었다면, 이건 인간형.
성인 여성의 모습을 본딴 골렘은 회색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검은 단발에 눈을 감고 있었다.
양 손으로 빗자루 하나를 쥐고, 메이드 복을 입은 채 단정하게 서 있는 그 모습.
마치 조각상을 보는 듯 한 그 섬세함에, 밀푀유가 슬쩍 다가갔다.
“이건···. 전투형이 아닌가 봐요.”
“그렇게 생각하나?”
“네, 그야 이렇게 작고 예쁜데···.”
“그렇군. 밀푀유. 경고 하나 하마.”
“네?”
“오른쪽으로 굴러라. 위험하니 말이다.”
내 말에 의문을 표하는 것 보다 빠르게 밀푀유가 굴렀다.
그리고.
“아?”
방금 전,
밀푀유가 빤히 보던 골렘의 빗자루가 밀푀유가 있던 곳을 후려쳤다.
인간형의 골렘이 대빗자루로 바닥을 때려 봐야 얼마나 세겠는가.
그런 상식을 가볍게 뒤집듯.
쿠과아아아아아아아아앙!
대지를 짓이기는 폭음과 함께, 층 전체가 가볍게 흔들렸다.
“읏, 으윽!”
잽싸게 일어서서 자세를 잡은 밀푀유는 바로 목걸이를 형상변화시켜 손에 감쌌다.
훌륭하다.
명령을 내렸을 때 생각하기보다 명령을 이행했으며, 공격을 받았지만 어떤 공격인지 파악하기에 앞서 우선 자신의 전투 태세를 갖췄다.
자세는 낮게, 언제든지 튀어나갈 수 있게끔 안정된 폼이다.
이 정도면 어디에 내놔도 훌륭한 무투가 아닐까.
하지만.
“저건 내가 싸워야 하니, 조용히 물러나 있어라.”
“하, 하지만 저 위력은···.”
“아까 말했듯 이곳은 위층과 완전히 구조가 똑같다. 그리고 내용물의 특성 또한 똑같지. 즉.”
“아···. 전투 범위에서 물러서면 공격해오지 않는군요.”
다시 자리에 돌아가 눈을 감고 묵묵히 서있는 골렘을 보며, 밀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 물러서 있어라.”
지금부터는 내가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내 말에 밀푀유는 조용히 물러섰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곳.
철옥의 나선회랑은 2회차 이후에 깨라고 만든 히든 던전이며 맵 자체가 악랄한 마계의 문과 다르게 골렘만 주구장창 나오는 보스 러쉬(Boss Rush)개념 던전이다.
즉 모든 층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고, 잡몹 따위는 없이 보스만 나온다.
그리고 그 첫 번 째 보스. 완력의 릴리벨.
일견 약해보이고 갸날파 보이는 골렘이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저 녀석의 근력은 순수 21.
윗층의 골렘의 근력이 수치로 따졌을 때 19에서 20 사이를 오간다고 생각하면, 말 그대로 상정 외의 괴물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자. 어디 한 번 신나게 놀아보자꾸나.”
그런 미친 녀석과 근접으로 싸우려고 하고 있다.
놈의 일격이 내리 꽂힌다. 그걸 살짝 밀어내자 오른팔이 벌써부터 비명을 지른다.
허나, 전혀 상관없다. 오히려 비명을 질러 기쁘다.
【초월적인 격차를 가진 상대와 근력으로 합을 겨루었습니다.】
【근력에 미미한 영향을 끼칩니다.】
요컨대 이건 헬스장에서 고중량 치기와 비슷하다.
내 근력이 성장할 만큼만 무리하고, 그 외의 공격은 전부 흘려낸다는 미쳐버린 발상.
허나 해야만 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기에 몰랐다.
허나 이제는 하나라도 갖췄기에 더 멀리 볼 수 있다.
나는 지금 파티에서 가장 근력이 낮다.
등 뒤에서 이쪽을 헤, 하고 지켜보는 밀푀유보다도, 나보다 키가 작은 루디카보다도, 내 가신인 네프티보다도, 저울이 완벽하다 평가한 아일라보다도 말이다.
“내가 근력으로 앞서는 것은, 이브와 레지나. 그것도 팔씨름으로는 이길 자신이 없단 말이다···!”
이브에게 ‘근력 허접 울프람’ 같은 소리를 들으면,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다.
그래.
근육이 찢어지는 육체의 괴로움은 결코 마음이 으스러지는 고통을 이길 수 없다.
***
약 두 시간.
모든 힘을 다해 놈과 싸운 결과, 몸이 아주 땀에 절여졌다.
【근력에 아주 조금의 영향을 끼칩니다.】
미미한을 넘어서서 아주 조금까지 올라왔다.
즉 내 근력은 아직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데 안 쓰러트리셨네요?”
“체력 단련용 운동기구 비슷하게 쓸 생각이다. 거기에 단독으로 쓰러트리기에는 상성도 별로라서 말이다.”
맨손으로는 아무래도 힘들다.
할 거면 장비를 최대한 챙기고, 부식 포션에다 장비를 갖춰야지.
지금 내 육성방식은 제작계에 물리계를 섞은 타입이다 보니 상대가 순수 근력과 방어력으로 떡칠하면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단독으로 컷 하려면 나중에 고정데미지 단검이라도 만들어서 패링 카운터로 잡던가 해야지.
“후우···.”
“괘, 괜찮으세요. 선배님? 꺄아···?!”
“음? 아, 미안하구나.”
나도 모르게 땀에 절은 외투를 벗고 와이셔츠 차림이 되었다.
거기에 와이셔츠도 땀에 절어 있어서 달라붙다보니 이 추태를 본 밀푀유가 손으로 눈을 가렸다.
“아, 따, 땀을 너무 흘리셨으니까요. 당장 마실 거랑 타올을 가져 올게요.”
“아니. 가지고 있다. 걱정하지 말도록.”
퀵 크리에이트로 타올과 물을 꺼내 수분을 보충하고 기지개를 폈다.
으드득, 하고 근육이 기분 좋게 비명을 지른다.
“아···.”
녀석도 착하지.
사람을 앞에 두고 완전히 시야를 가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는지, 얼굴을 가린 손가락에 틈을 둬서 힐끔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괜찮나.”
“아, 네···. 네에···.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감사인사?
아. 그렇군.
좋은 전투를 보여줬다 생각하는 건가.
근접전에도 그럭저럭 자신이 있으니까 말이야. 녀석에게 도움이 되겠지.
“앞으로도 종종. 아니 꽤 자주 여기서 훈련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도움이 되었다면 견학해도 좋다. 대신 조건이 있다.”
“네. 알고 있어요. 얼마인가요?”
응?
내가 돈을 왜 받아?
“다른 녀석들에게는 비밀로 했으면 하는구나.”
“네? 다른 분들이라면, 파티원 분들···. 말씀이시죠?”
“그래. 이유는 묻지 말고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근력 전문으로 노력한다는 게 들키면, ‘삼류 허접 울프람은 저에게 져서 근력 단련이나 하는 건가요?’ 라면서 이브가 놀릴지도 모른다. 마. 그러면 그날 로엔그린 호적에서 두 명 사망처리 되는 거야.
“할게요. 선배님. 당연히 독점할게요.”
“음. 고맙구나.”
“아뇨. 제가 더 감사하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밀푀유는 거의 울 것 같은 기세로 고개를 연거푸 끄덕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