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36)
535. 처음이자 마지막 승부
밀푀유 폰 사브레는 생각했다.
이건 엄청난 이득이야. 울프람 선배님이 매일 운동하는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타올이나 마실 것을 건네드릴 수 있다니.
그리고 또 생각했다.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남자의 등은, 저렇게나 멋지구나.
그런 얕은 생각은 이틀. 그리고 사흘이 지나면서 점점 변했다.
다르다.
저 분의 운동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그 궤가 다르다.
상식이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움직임.
그리고 한도라고는 모르는 운동량.
인간은 저렇게나 움직일 수 있는가. 인간은 저렇게나···.
자기 자신을 한계 끝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가.
밀푀유도 울프람과 함께 전장을 내달렸고, 몇 번 목숨도 걸어봤다.
큰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300년 전 세계의 절망이라 불렸던 마족들. 그 안에서도 마계 팔문이라 불리는 진짜 ‘전쟁의 잔해’ 그 수장들도 만나봤다.
허나. 그 안에서도 울프람 선배님은 항상 거침없이 모두를 이끌고 몸을 내던지셨다.
그것이 재능이라 생각했다.
우리 모두가 모르는 신비한 이적을 받아. 당신께서 말씀하셨듯 초대 황제님의 인도를 받아 그저 하늘에 닿을 축복과 그에 걸 맞는 재능으로 우리를 이끈다 생각하셨다.
분명 노력하시고, 남들 모르는 곳에서 힘내고 계셨지만, 저 분의 성장은 보다 기적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그게 얼마나 얕은 생각이었나.
그런게 아니다. 그 따위 것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자신이라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맞고 날아갈 골렘의 일격.
정면으로 내질러진 주먹을 정타로 맞으면 몸이 짓이겨지고 내장이 비산할 것이다.
허나.
울프람은 그것을 스쳐지나갔다.
꾸그그극.
그의 팔이 비명을 지르고 그가 웃는다.
웃기지도 않지만, 저게 바로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근력 단련법’ 이다.
윗 층에서 보았던 수 미터에 달하는 거체를 가진 골렘보다 더욱 위력적인 정권을, 일부러 ‘스쳐지나감으로서’ 근육에 타격을 준다.
고작 피하는 것은 재주에 의존하면 그만이다.
재주나 근력. 체력 같은 울프람이 말하는 ‘능력치’와는 궤가 다르다.
저것이 정신력.
죽음을 바로 옆에 두고 살아가는 듯 한 귀기(鬼氣).
미친 사람이라면 차라리 납득했을 것이다.
전투광이라면 차라리 이해했을 것이다.
미쳤다면 표정을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고, 전투광이라면 사선을 넘어서는 자신을 향해 웃었겠지.
허나.
단언컨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광인도 전투광도 아니었다.
무표정.
그래.
죽음을 바로 옆에 둔 전투를 하고 있음에도, 마치 일과처럼 몸을 움직인다.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 속에, 필요한 만큼의 근력을 단련한다.
그제보다 어제 조금 더 혹사시키고,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운동량을 늘린다.
죽음을 바로 옆에 둔 트레이닝 또한, 그저 트레이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듯.
매일 평범한 일과를 소화하는 듯.
그저 무표정으로, 대지를 으스러트리고 벽을 짓이기는 골렘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밀푀유는 이 고행과도 같은 수련을 바라보며, 그 어떤 흑심도 사심도 가질 수 없었다.
“저것이···. 선배님이 말씀하신 실전의 영역.”
어째서 울프람이 자신을 전장에 내보내지 않으려 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가짐이 약하다.
자신은 금방 동요하고 흔들린다.
동경하는 남자의 등을 바라보며, 밀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당장 따라할 수 없다면 눈에 새겨두자.
언젠가 자신이 반드시 도달할 영역을 목숨 걸고 보여주는 저 분께 보답하기 위해.
***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지?
누군가에게 잊혀졌을 때? 아니다.
인간은 숨이 멎으면 죽는다. 그게 국룰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진짜로 숨이 멎을 것 같은 국면에 처했다.
와 진짜 죽겠네 이거.
“후우.”
“고, 고생하셨어요. 선배님.”
“음. 내 훈련을 매번 지켜보기만 하느라 도움이 안 되었을 텐데 할 일이 있다면 따로 빠져서 해도 된다.”
“아, 아뇨! 부디 끝까지 지켜보게 해주세요!”
밀푀유도 착하네.
매번 한계까지 몸을 단련한 나에게 타올과 마실 것을 건네주는 착한 아이야.
어제보다 3분 더 싸웠나.
황실 혈통을 써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나 자신을 관조할 수 있기에 매일 중량을 더 칠 수 있는건 기쁜 일이다.
애당초, ‘방에서 체력 단련을 한다.’ 라는 스케쥴보다는 ‘압도적으로 근력이 높은 상대와 근접전으로 합을 겨루었습니다.’ 쪽이 성장세가 확연히 좋다.
그러다 죽을지도 모르는 게 흠이긴 한데, 그 정도 사소한 흠은 그냥 넘어가도 된다.
뭣하면 한 번 부활할수도 있고 말이야.
그래도.
후려치기 한 방에 크레이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대로 중량을 치는 건 목숨을 좀 많이 내건 짓이고,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말 여간 힘든 훈련이 아니군.”
“힘들다고 느끼시나요···?”
“그야 힘들다. 이 훈련이 쉬워보였나?”
“아, 아뇨···. 아무 말씀도 안 하셔서요. 무표정으로 훈련에만 집중하셔서···. 죄송합니다. 당연히 힘들다고 느끼실 텐데···.”
“하지만 필요한 일이다.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것은, 저런 극한 상황에서 조금의 방심이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아···. 그럼 계속 하실 건가요?”
“물론이다. 내가 맹세한 것이 있으니, 그 격에 도달할 때 까지는 계속 해야겠지.”
“맹세···. 아.”
밀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맹세.”
“저희를···. 저희가 파티원이라···. 지킨다는···. 읏.”
“지금 뭐라 했나? 미안하군. 다음 훈련 코스를 생각하고 있어서 잘 못 들었다.”
내가 되묻자, 분명히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밀푀유가, 금방 표정을 풀었다.
“아뇨···.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항상 신세를 지는구나.”
“타, 타올을 씻어올게요.”
그렇게 말하며 밀푀유는 타올을 채가듯 받아간 후, 위층을 향해 내달렸다.
나와 골렘. 단 둘만 남은 공동에서 나는 녀석을 빤히 바라봤다.
“그래. 맹세했다. 얼마 되지 않은 맹세지만 평생동안 기억 한 구석에 남아 각오가 될 맹세다.”
나직하게, 맹세를 입에 올렸다.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팔씨름에서 지지 않는다. 다른 누구에게 지든 상관 없다. 허나 이브에게만은 이기고 끝맺으리라. 그리고 그 끝에 내가 하늘에 서리라.”
내뱉은 맹세를 진실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다.
***
하지만 갑작스러운 중량은 사람을 그저 걸어다니기만 할뿐, 숟가락도 못 드는 풍선으로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합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는 편의점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올려봤다.
예전에 희망의 집 원장님이 숟가락 들 힘도 없으면 죽어야지 하면서 괴로워하시면서 소주병으로 나발을 부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어린 나이에도 숟가락보다는 소주병이 더 무겁지 않나 생각한 적이 있다.
아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진짜 정말 숟가락 하나 들 힘도 없다는 사실이다.
최상급 요리 스킬을 가지고 있음에도 손을 한 번 휘두를 힘이 없어서 결국 내가 생각한 것은 포션 제조였다.
“영양 포션은 공복 상태를 치료하고 탈진에서 회복시키지.”
있는 힘을 다해 포션을 제조하고, 그 안에 빨때를 꽂아 겨우 식사를 시작했다.
“울프람도 참. 제가 떠먹여 준다니까요.”
“아니 그럴 수는 없다.”
아일라는 옆에서 아쉽다는 듯 쓰게 웃었다.
녀석. 지금 나를 놀릴 생각으로 가득하구나. 하지만 내 그런 장난에 당해줄 수 없지.
“하지만 갑작스럽게 운동···. 그것도 근력 운동을 그렇게 하셔도 괜찮으신 겁니까? 그야 선배님 운동법이 얼마나 체계가 잘 잡혀 있는지는 저도 잘 알고 있지만요. 나중에 저도 같이 해도 됩니까?”
“안 된다.”
“네···.”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런 헬스장류 운동법이 아니란다.
“정말, 어리석고 멍청하네요. 그러다 근육질이 되어서 입던 옷도 안 맞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
저 멍청한 뱃살 녀석이 또 무언가 떠들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뱃살 폰 로엔그린 녀석아.
세상에 그렇게 근육이 만들어지면 세상에 비만이라는 질병은 없단다.
“근육질의 몸이 되려면 적어도 십 년은 꾸준히 수행해야 한다. 네가 혐오할 일은 일어날리 없으니 안심하도록.”
“잠깐만요. 그게 사실이에요? 그러면 지금의 울프람은···. 아무런 변화도 없으면서 힘들다고 투정만 부리고 있는 건가요?”
“적어도, 노력하지 않는 너보단 낫다.”
아. 회복포션 맛있다.
내 인생의 단비. 프로틴 비슷한 효과도 내주지 않을까.
“윽···. 저도 노력하고 있거든요. 나름 매일 걷고, 팔굽혀펴기도 하고 있어요!”
“그렇군. 거 참 대단하구나.”
“뭐에요. 제가 노력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아니. 순수하게 칭찬한 것 뿐이다만.”
이브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흥. 나도 못 이길 정도로 비실거리면서 몸이나 챙기시죠?”
“뭐라 했나?”
“비실거리면서 몸이나 챙기라고 했어요.”
“아니 그거 말고 말이다.”
“나도 못 이길 정도로?”
“······.”
아.
내가 진짜 웬만하면 어그로가 안 끌리는 사람인데.
나한테 반년간 친목도킹하려는 고닉도 분탕치니까 단칼에 쳐낸 사람인데 말이야.
부모님이 없으니까 패드립이 면역이라 게임이 가장 핫할때 깡통계정으로 우리 부모님을 욕해도 ‘음 나도 나를 버렸으니 깊게 동의한다.’ 하고 웃어넘긴 사람인데.
이건 조금 어그로가 끌린다.
“뭐에요. 지금 나보다 능력이 낮은 건 사실이잖아요.”
“싸움은 능력이 아니다. 알고 있지 않나.”
“하지만 저보다 낮잖아요.”
“······.”
화가 난다.
반박할 수 없는 저 말에 화가 난다.
그래 내가 지금 이브보다 근력이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작 그런 수치 하나로 멸시를 받아야 하는 걸까.
아니다.
이렇게 무시 받고는 못 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일라. 테이블을 하나 만들어다오. 의자도 두 개 부탁한다.”
“네? 네.”
아일라가 만들어준 흑수정 테이블. 그리고 그 앞에 의자를 가지고 와 앉아 오른팔을 내밀었다.
“뭐에요?”
“누가 더 강한지 결판을 내자는 의미다. 간단한 승부다. 팔씨름이지.”
“진심이에요? 지금 당신 죽어가고 있지 않았어요?”
“더할 나위 없이 진심이다. 흥. 무얼. 방금 전 포션으로 회복했다.”
“팔이 떨리고 있는데요?”
“말이 많군. 두려운가?”
쫄?
나의 그 말에 이브는 내 맞은편에 앉아 팔을 내밀었다.
“그렇게 여기서 수치를 겪고 싶다면, 바라는 대로 해드려야죠.”
녀석의 손을 꽉 잡았다.
허, 포동포동한 거 보소, 녀석 지방질이 꽉 차 올랐구나.
반대로 이브도 뚝 멈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의미지.”
“아뇨. 인정하죠. 그럭저럭 굳은살이 박히고, 노력한 사람의 손이에요.”
“하. 이제 알았나.”
“하지만···. 지금 당신의 상태는 결코 만전이 아니죠.”
“······.”
“그리고 이 한 번을 제가 이긴다면···. 절대로 당신과 두 번 다시 팔씨름을 해주지 않을 거에요. 당신 입장에서는 저한테 매번 팔씨름 승부를 거는 것도 우스운 일이죠? 그러니까, 저는 영원한 승리자가 되는 거죠. 그래도 할 건가요?”
그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할 것이다.”
“좋아요. 어디 한 번 해보자고요.”
알고 있다.
이브가 여기서 이긴다면 영원한 승자.
나는 이브에게서 팔씨름 한 번 이기지 못한 패배자.
팔씨름은 잔기술이 승부를 정하기 때문에, 아주 작은 장난질로도 승기를 가져올 수 있다.
허나 이번만큼은 그럴 생각이 없다.
팔을 내 쪽으로 당기는 잡기술도, 손목을 꺾는 기술도 쓸 생각은 없다.
이브 폰 로엔그린을 이긴다는 것은 그런 기교가 아니라 순수한 근력 승부.
“아일라. 심판을 부탁하마.”
“네? 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아무튼. 그럼 두 사람 다 준비 됐나요? 시이자악!”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나와 이브 폰 로엔그린의 숙명의 격돌.
“흐야아아압!”
“으으음!”
가슴이 웅장해지는 팔씨름 대전이 그렇게 막을 올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