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4)
“주문하신 물건 가져왔습니다.”
“고생이 많군.”
마에스트로에서 나온 드워프의 목소리에 별 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나름 엄청 적대했는데, 지금은 그냥 무뚝뚝해 진 듯 하다. 자주 주문해서 그런가.
“그리고 주문하신 오더, 전부 처리했습니다. 여기 결과물이요.”
“음. 고생이 많다.”
드워프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물러났다.
드워프가 가져온 물건은 총 셋.
최하급 제조 키트. 지퍼형 완전 밀봉 봉투. 그리고 마에스트로에 의뢰해 곱게 분쇄되어 온 광석들.
“【핸디 워크】”
8티어 스킬 선택권으로 받은 스킬은 여전히 제조, 생산계 스킬이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매지컬 파티시엘 말고 이게 나오길 바랐다.
하지만 과자를 너무 많이 만든 업보가 누적되어 매지컬 파티시엘이 나온 셈이다.
【제작의 세계에 어서오세요!】
【핸디 워크. 매직 크래프트. 블랙 스미스. 봄버 마이스터 등. 수 없이 많은 제작 스킬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최하급 제조 키트를 제작 도구로 선택하시겠어요?】
【핸디 워크를 제작 스킬로 선택하시겠어요?】
【선택이 완료되었습니다,】
【재료를 투입하고 마음껏 만들어보세요!】
최하급 제조 키트를 설치하고 핸디 워크를 발동시키자, 머릿속에 설명문이 떠오른다.
오래간만에 보네 이것도.
제조 키트는 넓다란 사각판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고, 그 위에 아이템 세 개를 올려놨다.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상반신보다 조금 작은 화이트보드 위에 그냥 아이템 세 개를 툭 하니 올려놓은 느낌.
허나 이게 제조 방식이고, 올바른 공정의 시작이다.
【무엇을 제작하시겠어요?】
시스템의 질문에 나는 머릿속으로 만들 아이템을 선택했고, 이윽고 화이트 보드 위에 푸른 실선이 생기며 아이템들을 휘감았다. 그 실선이 아이템을 전부 휘감고 가운데로 쿵. 하고 뭉쳤다.
【작열 광석 가루. 밀봉 지퍼백. 마봉석 가루로 제조를 시도했습니다.】
【성공!】
그 결과 중앙에 후욱. 하고 약한 김을 뿜으며 나온 것은, 내가 생각한 아이템 그 자체.
【하급 핫팩(5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드디어, 만났구나.”
나는 핫팩을 소중히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에서는 1막부터 상점에서 파는데. 여기는 직접 스킬까지 익혀서 제조해야 한다.
정말 돌아버리겠네. 뭔 인프라가 이래?
“······허나, 이걸 만날 수 있던 것도 전부 밖으로 나갔기 때문인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밖.
처음에는 꺼려지긴 했지만, 이제 어느정도 가닥이 잡혔다.
“···뭐 아무튼.”
5월이라 하나 밤은 춥고 새벽은 사무친다.
허나 이제 길고 긴 추위의 밤은 끝.
이제 따듯하게 잘 것이다.
기필코.
***
이브는 네프티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전부 캐낸 뒤 정중하게 돌려보냈다.
자기도 울프람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 지금 울프람은 지지기반 없이 무언가를 해내려고 한다는 것. 그 때문에 자기도 고민 중이라는 것.
그런 ‘울프람을 걱정한다.’ 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자 순해 빠진 이 네프티라는 소녀는 모든 정보를 술술 불었다.
[그렇군요. 울프람과 동부 숲을 탐험해 위대한 선조님께서 남긴 유지를 발견했다?] [···네. 저희도 울프람 선배님의 방식이 아니었다면, 그 골렘을 이기지 못했을 거예요.] [고마워요.] [네, 네에. 그래서 이브님. 그···.] [응? 아, 아아. 초대 선조님이 직접 남기신 메모 말이죠?] [네!] [황실에서 위대한 선조님께서 남긴 모든 유지를 회수하는건 맞아요.] [···아.] [하지만, 이건 미 발견 유지기도 하고, 또한 보고에 의한 소정의 사례비는 지급하는 것도 관례에요.] [······그, 그렇다면?!] [다만 위대한 선조님께서는 이런 저런 메세지를 많이 남기기도 하셨고, 첫 발견이라 한들 그리 큰 사례비는 안 되겠지만요.] [···아.] [적어도 백만 린은 나가지 않을까요?“ [···그렇군요!!]한 마디 할 때 마다 주눅들고 크게 웃는게 생각보다 귀여운 일면이 있었다. 이브는 네프티의 반응을 떠올리다 픽 웃었다. 네프티는 그 이후에,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사람이 있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라고 하고 떠났다.
아무튼
지금은 재미있는 동급생을 떠올릴 때가 아니다.
“그렇게나 조심하라고 했는데, 이걸 그렇게 돌아다닌다고?”
자기가 학생회의 모든 패권을 잡고, 나아가 황실에도 영향력을 끼치면 모를까, 지금 울프람은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알기는 하는 건가?
진짜 어쩌려고 그러는 거지? 미친것인가?
“아니지. 수호 요정이 있으니까, 그 점을 생각하면···.”
그 요정은 울프람이 다루기에는 너무나도 강인해 보였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자기 방어가 가능해서···?
이브가 생각에 잠겨 계속해서 정원을 거니는 도중, 그녀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르릉.”
“?”
울프람이 권속으로 삼은 요정. 길잡이 늑대가 그 곳에 있었다.
“왜 여기 계세요?”
“그르릉.”
“그르릉 하지 마시고 말로 하세요. 저도 알아 들을 수 있으니까.”
“아, 그랬지.”
“네. 저도 황실 혈통이니까요.”
“미안하다. 최근에는 내 말을 알아 듣는 애들이 없어서, 그냥 아예 그르릉 거리는 게 어떨까 했거든.”
“······그렇군요.”
이브는 어깨를 으쓱했다. 삼 백년간 요정의 땅에 갇혀 있으면 저러고 놀고 싶기도 한가보다.
“그래서 무슨 일이죠? 울프람의 곁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음. 잠깐 쉬러 나왔다. 주인 녀석이 돌아다녀도 된다고 하더군.”
“그럼 편의점에 지금 누가 있죠?”
“혼자 있겠지.”
“미친.”
이브는 재빨리 움직였다.
이러다 울프람이 죽기라도 한다면, 밤 잠을 설칠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편의점 앞에 도착했을 때. 이브의 마력장이 발동했고, 편의점 안에 누가 있는지 순식간에 파악했다.
“···두 사람? 대체 누가 있는거지?”
이브는 빠르게 편의점 안에 들어갔고, 그 안에서는 멍하니 앉아 있는 울프람과, 그 앞에서 열변을 펼치는 소녀가 있었다.
“자, 선배님. 백만 린이라구요! 이제 어떻게 분배할지 정하죠!”
“···지금 몇 시인지 아는건가?”
“시간보다는 돈이 더 중요해요!”
“···그 말을 부정하진 않겠다만, 내일 오면 안 되는 거였나?”
“돈이 더 중요하니까요! 백만 린을 어떻게 나눌까요!”
시끄럽게 분배 이야기를 하는 네프티와, 질렸다는 듯 바라보는 울프람.
이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울프람은 그런 이브를 빤히 바라보고는 손짓했다.
“이브.”
“···뭡니까?”
“쟤 좀 데려가라.”
“···후우. 그래야지요. 네프티. 따라오세요.”
“앗. 하지만 돈 이야기는 그 자리에서 하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떼먹힐지 몰라요! 확실히 해야죠!”
“···그건 맞긴 하지만, 같이 떠났다던 루디카 핫산 샤도우도 없잖아요?”
“아.”
아는 무슨 아. 진짜.
아무튼 네프티를 데리고 사라지라는 울프람의 지시에 따르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울프람의 말이 옳았다.
“울프람.”
“뭐지.”
“내일 낮에, 잠깐 시간 좀 내요.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뭐. 그러도록.”
무심하게 손으로 이브와 불청객을 쳐내며, 울프람은 다시 잠을 청했고, 이브는 그 모습이 못내 얄미웠지만, 묵묵히 물러났다.
그래도 별 일 아니라 다행이다. 네프티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우선 했을뿐이니까 정상 참작의 여지는 있다.
“네프티 양은, 기숙사 통금 시간을 어겼으니까 벌점이에요.”
“앗.”
물론 여지만 있었고, 해준다고는 안 했다.
***
다음 날.
이브가 편의점으로 찾아왔다.
요새 얘는 엄청 자주 보이는 것 같다. 안 바쁜가?
“솔직히 말하면, 저는 울프람 당신이 좀 짜증나요.”
“오. 동감이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는 웃으며 중지를 치켜올렸다.
허나 동시에 이브 주위를 찬찬히 뜯어 본 결과, 주위에 분홍빛 기운은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버그 난 시스템이니까 정확한 지표는 되어주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한 결 안심했다.
“그래서. 뭐냐.”
“솔직히. 엄청 짜증나지만, 인정 할 건 인정할게요.”
“···음? 뭘 말이지.”
“제가 당신에게, 꽤 으으으, 으윽!!”
“말을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아라. 하나만 하도록.”
“꽤··· 꽤애···. 빚, 을···. 졌, 다는 ···사. 실 요!”
“음. 그렇군. 나에게 엄청나게 많은 빚을 지긴 했지.”
“·········이이이이이익!!”
아니 뭐, 그게 사실인 걸 어쩌라고.
“기숙사 소동에서 방심한 결과 기절해 자빠져 있던걸 내가 해결했지.”
“우.”
“이번 요정의 땅에서도 아무것도 못 했고, 결국 제프린의 꽃가루도 내가 해결했지만, 공을 전부 너에게 넘겼지.”
“윽.”
“그래. 어서 감사합니다. 오라버니. 덕분에 제 치세는 평온한 아카데미가 되었습니다. 라고 큰절을 올리며 말해보거라.”
“이이이이이이익!! 여기서 죽이면 모든게 사라질거야!!”
그리 말하며 이브는 등 뒤에 성광창을 꺼내 들었다. 진짜 저거 쏘면 죽는데.
“농이다. 그저 농담을 한 것 뿐이다.”
“······이익···.”
아 농담 농담. 왜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웃으라고. 하하. 정색하지 말고. 하하하.
“그래서, 진짜 뭐 하러 찾아왔지?”
“···후우. 좋아요. 【에리어 오브 사일런스】”
“광역 소리 차단 스킬?”
“네. 지금부터 꽤 진지한 이야기를 할 거거든요.”
저 스킬 진짜 위험한데. 잘못하면 여기서 완전 밀실 살인이 일어날 수 있다.
다잉 메세지는 뭐라고 적지, 추측 가능하게 적으면 이브가 지우고 갈 테니까, 이브의 철자를 뒤집어서 V를 쓰면 브이? 아 이브! 라고 하면서 아일라가 추측해주지 않을까?
“···뭔 잡스러운 생각을 그렇게 해요? 진지한 이야기니까 잘 들어요.”
“말 하도록. 듣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신은 굉장히 위험한 위치에 있어요. 알아요?”
“제대로 이야기해보도록.”
“좋아요. 우선 제가 학생회의 전권을 잡는데 실패해서, 당신에 대한 목격 정보를 완전히 무마시킬 수 없어요.”
“······.”
이브의 말은 이어졌다.
요컨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수상한 짓을 한다. 라는 것이 주위에서 이브를 향해 떠벌떠벌 들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편의점까지 찾아오는 놈들은 없었지만 그건 이 편의점의 지리적 특성이 일반 학생들이 찾아 올 수 없을 정도의 천혜의 요새라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개 같네 위치 선정 실화야?
아니 이게 아니지.
“그래서?”
“정말 제가 장악을 했다면, 이런 보고마저도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 저에게 충심을 보이려고 하는 거고 이 충심의 발로가 잘못 되면, 수상한 일을 하는 울프람의 수급을 제가 가져왔습니다! 라고 하는 미친 인간들도 있을 거라고요!”
“오.”
그 말은 타당하다.
나는 이브의 추론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어중간한 충심은 광기와 함께 하는 법이다.
“솔직히 당신이 이대로 황실로 돌아갔으면 하지만, 당신도 여기서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남아 있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그 판단을 존···, 존···.”
존나 싫어한다고?
아니. 아니겠지.
“제대로 말을 하도록. 왜 그렇게 고장난 마에스트로의 기계마냥···.”
“존중 한다고요!”
“그래. 잘 말했구나. 그래서?”
“···후우. 아무튼. 그래서 당신이 하려는 일에 도움은 못 줘도, 길가다 창 맞는 일은 없어야 하잖아요? 같은 호적 윗칸에 빨간 줄 쳐지는 건 그리 좋은 경험이 아닐 듯 하니까요.”
“그런 그렇군.”
“그래서 앞으로 주의할 생각은?”
“없다.”
이브의 말마따나 숨 죽여 살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건 내가 바라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나도 꽤 깊게 생각했다.
내 지상 목표는, 편의점을 성공시켜서 제프린 학생들이 편의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으로 만드는 것.
VIP 적립금을 0.5%만 제시해도 감사의 물건 지르기 만 번을 할 정도의 편의점을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제프린 안에서 편의점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으로 제프린 밖을 향해야 한다.
재료의 수급. 스킬의 획득. 물건의 제조.
나는 어제까지 내 등을 지져주던 하급 핫팩을 바라봤다.
이 간단한 핫팩마저, 원작에서는 매점에서 팔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 현실.
“당신은 그렇게 살 줄 알았어요. 진짜.”
“음, 나는 내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
“폼 잡지 마세요. 체력 2 찐따 주제에.”
“마력 22가지고 대학원생에게 한 대 맞고 날아간 녀석이 말은.”
우리는 서로 웃으며 중지를 치켜들었다.
“아무튼 이래저래 빚 진 것도 있으니 이제 여론을 좀 중화시켜보죠.”
“여론?”
“네. 당신의 편의점 물건을 우리 학생회에서 유통하는거죠. 그 버프형 간식은 꽤 쓸모 있을 거 같은데.”
“그게 왜 필요하지?”
“······그야”
힐끗.
이브는 잠시 내 눈치를 봤다. 정확히는 이 말을 해도 되는지 아닌지 말을 가다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는 생각이 정리됐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곧 원정을 나가요. 잠든 산맥 쪽에 ‘검은 깃발’이 존재한다고 들었거든요.”
“···검은 깃발. 아아, 그렇군. 그런가.”
검은 깃발.
퇴학 처분을 받았으나 구석에 숨어버린 이들.
기사학부 제4구역의 뒤쪽. 블랙 마켓의 진짜 주인.
아카데미 전체를 좀먹는 검은 점. 문제아들의 총체.
2막 이브 공통 스토리에는 그 원정이 있긴 했다.
거기에 내 물건을 어필해서, 나의 인식을 고쳐서 죽지는 않게끔 만든다.
똑똑한 발상이고 현명한 사고다.
음.
하지만, 조금 아쉽네.
“그래서 토벌 원정을 나간다?”
“···그래야죠. 그 원정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아니 직접 가지.”
“네?”
“그러니까, 그 원정에 내가 직접 참여해도 되냐는 것이다.”
“······음, 으음? 어?”
“기왕 여론 물타기를 할 거라면, 본인이 직접 등장하는 게 낫지 않겠나?”
“···어, 어어?”
“그러니까 내가 원정에 동참한 가운데 거기서 네가 나를 착한 사람으로 포장하면 되는 일 아니겠나. 이 말이다.”
이브는 그 말에 잠시 발끈해서 볼을 부풀렸다.
“제가요? 왜요?”
“네가 직접 물타기를 한다고 했으니까?”
“······어? 그렇네? 어라? 어?”
아무래도.
내 호적 메이트는 똑똑한데 좀 멍청한 것 같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