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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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 어떻게 알았지?
응애들에게 모포를 쥐어 보내고, 편의점으로 귀환했을 때. 기다리고 있던 것은 볼을 살짝 부풀리고 있는 아일라였다.
“이것 참. 왜 그리 성이 났지.”
“그야 걱정했으니까 당연하죠! 다친 곳은 없죠?”
“없다.”
내 말에 아일라는 내 어깨를, 팔을, 마지막에는 양 볼을 잡고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다친 곳은 없나보네요.”
“그리 걱정했나? 내 능력치는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능력치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저희들이 능력치가 충분하니 동부 숲에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실종되면 울프람은 가만히 있을 건가요?”
“그야···.”
그럴리가 없지.
체력 부스트를 써서라도 동부 숲에 돌진해서, 다른 파티원과 즉각적으로 소통하며 찾아낼 것이다.
그렇게 말하니 또 묘하게 찔리네.
“밤에 연락할 때는 태연하지 않았나.”
“그건 잠이 덜 깨서 그런 거고요!”
“······.”
아 그렇구나.
생각해보면 얘는 잘 때랑 깨어있을 때의 인격이 완전히 다르지.
“미안하게 됐다. 앞으로는 어디 간다면 간다고 확실하게 말하도록 하지.”
그와 함께 깊게 고개를 숙였다.
“어···. 울프람. 그러니까, 제가 음···. 아니 이렇게까지 사과하실 일은 아닌데···.”
“아니다. 너희들에게 큰 걱정을 끼쳤구나, 앞으로는 더 주의하도록 하마.”
“으, 으음. 네, 네에···.”
내 진중한 사과에 아일라는 떨떠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를 받아들였지만,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일까?
“무슨 일 있었나요?”
“작은 깨달음이 하나 있었다.”
유즈나엘의 이름을 듣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 보다.
내 파티 ‘녀석들’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무슨 깨달음인지 모르겠지만, 좋은 깨달음이었다면 좋겠네요!”
“좋은 깨달음이다. 충분하고도 남지.”
즉.
이제
내 안에서 이 게임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생겨나지 않았나 하는 작은 의문.
허나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의문이었다.
***
편의점 안으로 들어와 골렘의 핵을 상 위에 대충 던져놓자 아일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울프람. 지금부터 뭘 만들 생각인가요?”
“음. 바로 설명하면 재미가 없겠지. 지금부터 만들기 시작할 테니, 옆에서 보조하면서 추리해보는건 어떤가?”
“훗. 좋아요. 제 추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드리죠!”
“하하.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허리를 쭉 폈고,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우선 골렘의 핵을 한 군데로 모아, 아일라에게 마력색 통일화를 부탁했다.
이건 제각각인 골렘의 핵 내부를 마력으로 깨끗하게 세척해 동일한 마력으로 덧칠한다는 의미다.
굉장히 섬세한 마력 컨트롤이 필요하지만,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마력 제어는 이 제프린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다.
“작업 끝났어요!”
“음. 고생했다.”
그 다음 해야 할 일은 이제 하나로 코드가 통일된 골렘의 핵을 하나하나 뜯어서 골조를 짜고 그 위에 술식을 새겨 넣는 것.
물론 나는 술식따위는 모르지만, 내가 누구인가 악세서리 제작 전문가 아닌가.
스킬이 있으면 자세한 건 몰라도 어떻게든 되는 법이다.
“아일라. 이렇게 가벼운 네모 판 흑수정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나?”
“손아귀에 들어갈 정도로 크진 않네요. 음. 한쪽 면은 매끈하게···. 말이죠? 네. 알았어요.”
그리 말하고 아일라가 흑수정을 빚어서 내게 내밀었고, 그 다음은···.
“재료 치환을 통해서···. 어디 보자. 골렘의 핵을 금속판으로 치환하면 ···됐다. 마력 성질은 동일한 판이 되는군.”
그렇게 말하고 몇 개의 작업을 이어나갔다.
내 작업을 그렇게 바라보던 아일라는 끄으응 하고 고뇌하다 이대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어요. 대체 뭘 만들고 있는 건가요?”
“음? 아 그렇군. 모를만도 하구나.”
그야 이건 엄연히 ‘이스터에그’에 속하는 악세서리다.
그것도 엄청나게 찬반이 갈린 이스터에그지.
하지만 넣은 건 넣은 거고, 수정 패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쓸 사람은 유용하게 쓰는 아이템이 되었다.
“동일한 골렘의 핵은 분열하면 서로를 끌어당겨 합체하려는 습성이 있다. 알고 있나?”
“네? 네.”
“하지만 이상하지. 골렘은 설계된 존재. 본능이나 습성이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그렇죠. 그러니까 골렘은 본능이 아니라 그렇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합쳐지려 한다. 라는 것 아닌가요?”
“맞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스피카급은 아니어도 골렘을 충분히 잘 다루는 대마도사다.
“그럼. 이렇게 동일한 마력색을 띈 골렘의 핵을 술식을 섞어 악세서리로 만들면 어떻게 되느냐. 바로 이렇게 된다.”
나는 손바닥에 들어올만한 얇은 판.
그래. 누가 봐도 ‘스마트폰 사이즈’인 흑수정 판에 마력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흑수정 판은 공중에 둥실 떠올라 다른 핵 쪽을 향했다.
“오, 오오?”
“파티원이 가지고 있는 다른 판형을 향하지.”
“와아···.”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런 기계공학의 정수를 마법이 따라할 수 있을 리 없잖아.
하지만.
그와 아주 비슷한 기능은 몇 개 담을 수 있다.
【스마트판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스마트판】
【EX Tier】
【스마트한 판형입니다. 파티원에게 분배하면 서로 거리가 떨어져도 어디에 있는지 위치 파악이 가능하며, 파티 메세지 스킬이 활성화 되어 있을 경우 스마트판 위에 서로 글자를 표기할 수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한다.
사실 판타지 세계인 이 D/Z SAGA 월드에서 이런 이스터에그가 과연 맞는가. 라는 것으로 너무나 많은 키배가 일어났다.
나는 끝내 중립을 자처했으나, 중립이란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간잽이라고 나를 몰아가는 세력이 있었다.
그들을 전원 분탕유동으로 간주하고 그 목을 쳐냈으니 그 날이 바로 피의 대 축제 날이었지.
“이렇게 몇 개를 복제해서 만들면···. 자. 아일라 받고서 마력을 일으켜라.”
“네. 네?”
아일라는 스마트판을 들고 마력을 채워넣자 이내 스마트판이 둥실 떠올라, 내 쪽을 가리켰다.
“이런 기능이다. 그 외에 메세지를 표기하거나 스마트판마다 개별 번호를 지정해 찾고 싶은 파티원을 정할 수 있다. 그게 전부다.”
예를 들어, 같은 스마트판이라고 해도 네프티 번호를 지정하면 네프티를 찾을 수 있고, 아일라를 지정하면 아일라를 찾을 수 있고, 뭐 그런 식별기능.
그 외에 정말 다른 기능은 없다.
“재미있는 장비다. 그 외의 효용성은 없다. 다만···.”
“다만?”
“어제 내가 민폐를 끼쳤으니 말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내 나름대로의 사죄의 선물이다. 받아주겠나?”
“물론이에요!”
그리 말하고 아일라는 스마트판을 꼭 끌어안았다.
직후 앗,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꼭 달라붙어 물음을 던졌다.
“거리는요? 거리는 어떻게 되나요?”
“거리제한은 없다.”
“아···.”
내 말에 아일라는 꼭 하고 스마트판을 끌어안고 에헤헤 하고 웃었다.
“더 기뻐하는 것 같구나.”
“네. 정말 기뻐요.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음?”
“저와 울프람이···. 졸업하고 나서 항상 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바쁜 일이 있어 거리가 떨어질 때도 있겠죠. 대답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륙 끝에서 끝에 있어도, 이 판이 가리키는 곳으로 쭉 나아가다보면 만날 수 있잖아요?”
“그래. 그렇구나.”
“그래서 기뻐요. 안심이 되네요.”
“······.”
정말 기쁜 듯 스마트판을 끌어안은 아일라를 보고, 잠시 말을 잊었다.
“아일라. 내 스마트판은 0번이다. 그리고 너는 1번 가장 앞에, 가장 옆에 있는 번호다. 알겠나.”
“네? 네···.”
“그러니 걱정이 되면 언제든 내 위치를 찾아보도록.”
“네!”
음.
내가 그렇게나 걱정을 끼쳤나.
이건 미안하게 됐는 걸···.
***
그렇게 파티원들에게 하나씩 스마트판을 나눠주고, 다시 본업에 돌아갔다.
사실 원래 만들려고 한 것은 실내 서비스형 골렘이었는데, 나중에 골렘을 또 잡으러 가야겠군.
또 뉴비들을 괴롭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오늘은 신상품을 위해 제프린의 상가를 돌며 재료를 수급하는 날.
보통 재료는 발주하거나, 혹은 천혜의 고도에서 수급하지만 소매점의 트랜드를 알아보면서 장사하는 것도 상업의 기본 중 기본 아닌가.
하여 지금 이 시기에 가장 많이 풀리는 재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가장 많이 찾는지 조사하던 도중.
“으, 으윽···. 화, 황자···님.”
“앨리스인가.”
저쪽에서 말을 걸어왔으면서 동시에 덜덜 떨고 있다는, 이중적인 행보를 보이는 앨리스 마이스터가 있었다.
얘는 대체 왜 내가 말 걸면 바짝 쫄아있는 걸까. 내가 뭐 했나 진짜.
앨리스는 그 시린 은발에 걸맞게 창백한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
“앨리스.”
“히익.”
“아니, 됐다. 내가 괴롭힐 생각은 없으니 그냥 가라.”
“네, 네에?”
“내가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와 몇 마디 더 대화하면 혼절하겠구나. 나는 내 일을 볼 테니, 너도 네 일을 보러 가도록.”
“아···.”
그리 말하고 앨리스를 무시한 채 지나치려는 찰나.
툭.
하고 내 뒤를 쫓아오는 걸음이 있었다.
“가라고 말했을 텐데?”
“저, 그게···. 아니. 황자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
뭐지.
이렇게 부들부들 떨면서까지 할 이야기가 있다고?
“알겠다. 듣도록 하지.”
“네, 네. 감사합니다.”
그리 말하고, 우리는 근처 가게로 자리를 옮겼다.
가볍게 마실 것 두 잔을 시킨 후. 사장에게 말해 팁을 조금 건네주고 퀵 크리에이트로 쿠키를 만들었다.
“이, 이건 수제 쿠키인가요?”
“음. 마실 것은 그렇다 쳐도, 이런 곳의 디저트는 내 입에 안 맞아서 말이다. 차라리 직접 만드는게 낫지.”
진짜다.
마실 거야 최근 유통되기 시작한 슬라임 설탕으로 어떻게든 한다고 쳐도, 먹을 것의 품질 향상은 한참 남았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 쿠키는 더럽게 맛없으니 내가 직접 만들게요. 라고 하는 것 보다는···. 팁을 주고 음식은 우리가 직접 만들 테니 마실 것만 주세요. 라고 하는 게 예의 아닐까.
“예상 외···. 네요. 이런 예의를 차리실 줄은···. 아, 아뇨. 나쁜 말을 하려는 게 아니라···. 보통 귀족들은 그런 걸 신경 안 쓰니까요.”
“어디까지나 내 방침이 그렇다는 거다.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뭐지? 나와 같이 있는 게 불편할 정도면서 할 말이 있다는 건, 꽤 중요한 말이겠지?”
“네···. 그렇습니다.”
후우. 하고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한 뒤.
앨리스 마이스터는 평소의 얼음 가면으로 돌아와 진중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 마이스터 가문은 오직 ‘검’으로 장로 가문에 들어갈 정도로 검술 하나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마이스터의 검을 부정하겠나. 대인검. 기사검 바이스와 대마검. 참살검 슈발츠 두 개를 정확하게 다룬다면, 마계 군단장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라고 위대하신 선조께서도 말씀하셨으니 말이다.”
“네. 그리고 저희 마이스터 가문은 검 뿐만이 아니라, 천사와 마족을 파악하는 기척 감지에도 일가견이 있습니다.”
아.
있었지.
이형(異形)을 감지하는 눈이라고 해서, 앨리스를 파티에 넣으면 미니맵 내의 천족과 마족의 위치가 표기된다.
얘를 파티에 넣은 적이 없어서 깜빡하고 있었네.
“아무튼. 그래서?”
“다름이 아니라···. 마이스터 가문의 앨리스 마이스터. 최근···. 제프린에서 ‘중간계에 있어선 안 될 존재’의 기척을 감지했습니다.”
···.
······.
그런가.
에르헬이나 시에스타가 걸린건가.
이 쓸모없는 버러지 녀석들, 당장 마계의 문을 열어서 마계로 처박아주지.
알겠다. 앨리스. 그리 큰 걱정은 하지 마라.
너 정도에게 정체를 들킬 정도면 손패로 쓸 가치도 없다.
“그래서. 누구지?”
“같은 제프린 내에서, 같은 학년에 얼마 전 편입했다고 하는 편입생. 유즈나엘입니다.”
“······.”
“틀림없습니다. 희미하게 천족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정말입니다. 황자님.”
아니.
그. 음···.
그렇긴 한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