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57)
556. 제프린 7대 난제
오직 루디카만.
내 눈 앞에 보이는 살짝 파들파들 떠는 녀석을 눈으로 다시 훑었다.
작은 체구. 그에 따른 민첩한 몸놀림. 당연히 거추장스러운 것은 싫어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소매. 목 위부터 어깨까지 드러낸 상태로, 어깨 위에 한 줄기 끈으로 고정한 순백의 원피스.
너무 휘날리는 것을 즐기지 않을 것이기에, 가슴 바로 아래에 끈으로 조절할 수 있게끔.
사막에서 자란다는 순백의 꽃을 원피스 끝자락에 두 송이 수놓았다. 프릴과 레이스는 과하지 않게.
누가 봐도 나들이를 나온 귀한 아가씨라는 느낌을 살려줘 볼까.
바람의 원단으로 원피스를, 태양의 원단으로 넓은 챙을 가진 모자를 만든다.
【소녀를 위한 원피스 모자 세트】
【3T】
【한 소녀를 위해 만든 원피스와 모자 세트입니다. 항상 주위에 상쾌한 바람이 돌아 착용자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줍니다. 모자는 햇빛을 흡수해 과하지 않은 따스함. 밤에는 외롭지 않은 빛을 만듭니다.】
“음. 되었군.”
“어, 어···. 울프람?”
“역시 기성품을 사는 것 보다는 만드는 게 더 낫지. 루디카. 너를 위한 옷이다. 입어주겠나.”
“어, 응···. 응. 알겠다. 응···. 다녀올게.”
그리 말하며 루디카는 모자와 원피스를 받고, 품에 끌어안은 후 탈의실쪽으로 달려갔다.
“여전히 엄청난 제작능력이시네요. 그때보다 발전하지 않으셨나요?”
“그리 보였나?”
“네. 명품과 보급품을 가르는 완전한 마감실력부터 시작해···. 저 원피스를 시장에 내놓는 것 만으로도, 딸아이의 생일선물에 고민하는 고위 귀족분들이 돈을 상자째로 들고 달려올 텐데요.”
“나에게 돈은 필요 없다.”
“그도 그러시겠네요.”
“돈보다 저 녀석의 미소가 더 중요하니까.”
“어머···. 후후. 부럽네요.”
뭐가 부럽다는 거야.
저 녀석이 진심으로 웃어서, 감정의 제약에서 해방되어서···. 유니온 가드를 쓰지 못하면 앞으로 진짜 위험해진다.
다른 녀석들도 그렇지만, 특히 루디카는 최전열에서 죽을만큼 싸운다.
칼날 위에서 코사크댄스를 춰도 저거보단 안전하겠다 싶을 정도의 전투방식.
그렇기 때문에, 루디카의 호감도를 올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저 멀리서, 평소 속도보다 한참 느리게, 뚜벅이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난 루디카는, 원피스를 입고, 모자를 쓰지 않은 채, 양 손으로 잡아쥐어 얼굴 아래를 가리고, 고개를 살짝 돌린 채 물었다.
“거, 거울은 봤는데···. 정말 어울리는지 몰라서···. 울프람. 정말 이게 나한테 어울려?”
“물론이다.”
“정말?”
“몇 번이고 말하게 하지 마라. 자. 얼굴을 가리지 말고 이쪽을 보도록.”
루디카는···.
그래.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생각보다 자신감이 부족하다.
암살자로서의 자신은 무한하게 신뢰하고 있지만,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은···. 지나칠정도로 자신감이 부족하다.
그래서, 암살자로서의 루디카의 컨셉은 잡아도, 평범한···. 자기 자신을 ‘나’라고 칭하는 평범한 루디카는 항상 조심스레 숨어있다.
그걸 조금만 더.
내 앞에서 뿐만이 아니라 모두 앞에서 꺼낼 수 있도록 돕는다.
녀석의 모자를 살짝 빼앗자, 아. 하는 작은 탄식이 울린다.
“자 나를 올려봐라.”
새빨개져서, 몸을 파르르 떨며 루디카가 이쪽을 올려본다.
나는 웃어버리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잘만 어울리는군.”
녀석. 귀엽네.
모자를 루디카의 머리에 슥 씌워준 후 가볍게 웃었다.
“고, 고마워···”
“가자 루디카. 앞으로 놀 것도, 볼 것도 무척 많다.”
“응···.”
내가 손을 잡아 이끌자, 루디카는 저항 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자.
다음번에는 뭘 해볼까.
***
원피스는 루디카의 부탁이 있어 봉투에 집어넣고, 다시 교복을 입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이 제프린에서 유일하게 원피스를 입고, 네 손을 잡고 걸으면 수치심에 죽어버릴지도 모른단다.
음.
그건 또 그렇군. 십 만 명중 단 한사람의 원피스라면 솔직히 눈에 많이 띄긴 하겠다.
“그럼 어디보자. 다음은···.”
“다음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
“호오. 그럼 안내를 부탁하도록 할까.”
“응!”
그렇게 말하고 루디카가 나를 이끈 곳은, 노점상 거리였다.
그것도 사람들이 한참 붐비는 거리. 행복한 소음이 귓가를 때린다.
“오오. 어서 오십시오. 황자님! 오늘은 무슨 일로···.”
“일단 양념 고기 2인분 포장 부탁해도 될까?”
점주가 나를 보고 공손하게 인사하기 전, 루디카가 주문을 먼저 했고, 상인은 나를 슬쩍 본 뒤. 내가 눈을 감아 동의하자 바로 고기를 구워 능숙하게 종이 박스 안에 퍼줬다.
“예! 여기 있습니다. 서비스 조금 더 넣었으니 맛있게 드십시오!”
“음. 감사하마.”
점장의 정중한 인사를 받고, 루디카와 나는 고기를 먹으며 길을 걸었다.
“맛은 잘 모르겠지만···. 음. 맛있는 거지 이거?”
“음. 먹을만 하군.”
“그런가. 다행이네!”
루디카는 맛도 모르면서 고기구이를 산건가.
그 뒤에도 루디카는 몇 번이고 노점상에서 먹을 것을 사고, 그것을 자그마한 배에 다 밀어 넣고는 노점 순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끝에 도착한 것은 노점상의 중심. 축제 분위기에 가까운 공터.
주변의 벤치에 자리를 잡은 나와 루디카는 자리에 앉아 하늘을 올려봤다.
근처에는 소음이 가득하지만, 우리의 능력이라면 지나가는 작은 목소리도 잡아낼 수 있다.
“루디카. 궁금한 게 있다만···.”
“음?”
“어째서 이런 곳에 왔지?”
“으음. 글쎄. 슬슬 이별을 고해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
“이별을 고한다?”
“나는 일곱살 때부터 암살을 했거든?”
“······.”
그 이야기는 알고 있다.
그 어린 나이부터 일족의 운명을 짊어지고 악인을 처벌하는 루디카 핫산 샤도우.
“내 삶은 철저하게 남들과 달랐어. 아 그걸 저주하는 건 아니야. 재능을 가진 자는 스스로의 재능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야지. 그 때는 내가 일족 중에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 한 것뿐이야. 그것에 불만은 없어. 다만···. 심한 이질감이 느껴지더라.”
천재라서 느낄 수밖에 없는 이질감일까. 내가 그리 추측하고 있자니, 루디카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암살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영지 근처에서 축제를 하고 있더라고. 시간이 조금 남기에 얼굴을 가리고 그 축제를 걸었어. 그리고 고기 구이를 하나 샀지. 그리고 입에 넣었을 때. 아무런 맛도 나지 않았어.”
“그랬겠지. 샤도우의 봉인은 그런 거라 들었으니···.”
“거기서, 괴리감이 느껴지더라. 왁자지껄한 축제 속에서 나만이 같은 풍경을 즐길 수 없다. 루디카 핫산 샤도우의···. 인간으로서의 삶은 끝났구나. 나는 지금부터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하는구나. 삶의 궤적 자체가 다르구나.”
“······.”
사람은 이토록이나 곁에 많지만, 나는 그들과 다르다.
자신이 인간조차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일곱살 꼬마의 절망.
그건 내가 함부로 생각할 수도, 재단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숨겼어. 샤도우의 봉인은 그것을 감추는데 큰 도움이 됐지.”
“그래. 그랬겠지.”
철저할 정도의 봉인은 루디카 자신의 마음까지 감춰줬다.
“그런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겠구나. 싶어서.”
“그런가?”
“응. 무려 우리 리더님께서 자기 자신을 최대한 신뢰해달라. 라는 명령을 내리셨잖아?”
“그건 명령이라기 보단···.”
“알고 있어. 울프람은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지. 하지만···. 그래. 기왕 이렇게 된거, 봉인이니 저주니 다 저항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야.”
“······.”
“나도 진심으로 너를 믿고, 너에게 목숨을 걸고, 네 목숨을 지키고···. 모두 함께 있는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면 기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네 손을 잡고 함께 노점을 걷고, 남들이 살아가는 세계 속으로 돌아가 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
루디카는 그리 말하며, 별을 올려보고 나를 보고, 에헤헤 웃고 볼을 긁었다.
“대단한 결심이 있다기 보단, 그래 보고 싶다. 라는 작은 충동. 솔직히···.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노력해보고 싶다. 정도?”
“괜찮지 않나.”
“응?”
“사람이 바뀌기 시작할 때. 대단한 결심을 가질 필요가 있나. 조금 바뀌어 보고 싶다. 마음 먹은 대로 행동해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해서 나쁠게 뭐 있나.”
“그럴까?”
“그렇다.”
“그렇구나···.”
루디카는 기지개를 쭉 펴고 하늘을 올려봤다.
“앞으로는 맛을 모르더라도 무언가를 먹어보고, 남들처럼 행동해보고, 이렇게 귀여운 옷도 입어보고, 함께 웃고 떠들어보고···. 나를 ‘루디카’가 아니라 ‘나’라고도 칭해보고. 그래도 되겠지?”
“그래도 된다.”
“그렇구나. 그래도 되는구나. 그래. 그러면 그래볼까. 그러면 그것도 해도 될까?”
“뭘 말이지?”
그리 말하고 루디카는 슬쩍. 이쪽을 보고는, 얼굴을 붉히고서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봐도 될까?”
“된다.”
“진짜?”
“음.”
전생.
이라고 해야할까. 여기에 오기 전의 이영진의 사랑은 철저하게 개박살이 났다.
하지만, 그런 나라고 해도 사랑의 필요성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런가. 그래도 되는 구나···. 정말 그래도 된다고 했겠다?”
“우선 그런 상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네···?”
“그렇지 않나?”
“그래. 그렇네. 그런 사람을 찾고, 찾더라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건 정말. 정말 더럽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루디카 답지 않은 폭언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물론. 나도 동의한다.
사랑을 찾는다는 건 너무나도 어렵지.
그게 맺어진다는 건 더더욱 어렵고 말이야.
그러니 루디카도 차가운 분노를 내뿜고 있는 거겠지.
【루디카 핫산 샤도우의 신뢰가 최상으로 오릅니다.】
【유니온 가드 사용자 목록에 1인이 추가됩니다.】
【대상. 루디카 핫산 샤도우.】
시스템의 즐거운 갱신음을 들으며, 나는 루디카의 푸른 분노에 공감했다.
***
어둠을 걸으며 루디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울프람은 ‘음 이걸로 너도 유니온 가드를 쓸 수 있겠군’ 같은 소리를 했지만, 전혀 귓가에 들어오지 않았다.
뭐야. 결국 스킬 때문에 내 호감도를 올리려고 한 거였어? 라고 화내기엔, 그 스킬도, 그 스킬을 얻게 하려는 의도도···. 전부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 화를 낼 의욕마저 꺾였다.
결국 저 남자는 파티원의 목숨이 최우선이다.
그 누구도 죽게 내버려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
손이 아니라, 그 손톱 끝까지 피가 눌러붙어 혈향이 빠지지 않게 된 인간. 누군가를 죽인다는 사실을 마주보는게 두려워 저주 속에 마음을 감춘 여자도, 누구보다 소중하게 생각해준다.
그래서 두렵다.
저 남자는 태양과도 같아서, 누구 한 명 빠짐없이 소중하게 생각한다.
더욱 곤란한 것이.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저 태양 아래에서 모두 함께 느긋하게 생활하는 지금 생활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아일라, 네프티. 밀푀유. 레지나. 그리고 자신. 모두가 있는 태양 아래의 공간이···. 따스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이 좋았다.
그 안에서 자신은 평범한 인간인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나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모두를 바라보는 것 같아서 힘들어.”
“······.”
“세실?”
“자, 잠깐만요. 루디카. 루디카의 말은···. 그. 안 부끄러워요?”
자신의 말에 세실은 양 손으로 새빨개진 얼굴을 가렸다.
“부끄러워? 뭐가?”
“태양이라던가, 마주 본다던가···. 그런 순수. 순수하기 그지없는 말은···. 저에게는 너무나 부끄러운데···.”
“부끄러울 게 있어? 언제쯤 울프람은 나를 마주봐줄까. 언제쯤 우리의 마음이 서로 통할까.”
“루디카. 저, 저같은 어른에게 그런 순수한 말은 으아···. 아으으···.”
그런 퓨어 워드는 저같은 어른이 듣기는 너무나 괴롭다구요···. 같은 소리를 내뱉는 세실의 오열에 루디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튼. 마음은 정했어.”
“뭘 정했다는 거죠···? 그 퓨어퓨어한 말을 황자님 앞에서 내뱉기로 정한건가요?”
“고백.”
그 말에. 세실의 움직임이 멈췄다.
“할 생각인가요?”
“해야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으니까.”
“그래서. 언제 할 건가요?”
“내가 생각하기로, 울프람이 내 마음을 눈치채기 전에 하면···. 그냥 곤란해 하고 끝날 거 같아.”
“그야 그 분께서는···. 그러시겠죠.”
“그러니까, 내 마음을 눈치채면, 그때 가서 할 거야.”
“그렇군요.”
세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연한 표정의 루디카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 분께서 마음을 깨달으시는데 몇 년 걸릴 거라고 생각하나요?”
“어떻게 하면 눈치 채게 할 수 있을까······?”
세실의 물음에 표정이 무너져 내린 루디카는, 울먹이며 세실을 바라봤다.
안타깝게도, 그 물음에 세실 또한 제대로 된 대답을 내어줄 수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