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66)
565. Promise
【사령장을 쓰러트렸습니다.】
【랭크를 계산합니다.】
【사령장의 스테이터스는 ‘불완전’입니다. 보상이 하향조정됩니다.】
【클리어 파티를 계산합니다.】
【클리어가 불가능한 파티로 클리어 했습니다. 사령장의 랭크 판정이 무효화됩니다.】
【사령장의 등급이 ‘초월’로 변합니다.】
【초월의 사령장을 쓰러트린 보상이 지급됩니다.】
【사령장의 혼에 종속되어 있던 영혼들이 해방됩니다.】
【초월격 ‘전사의 혼’ 교환권을 지급합니다.】
【초월격 ‘마도의 혼’ 교환권을 지급합니다.】
【장신구 ‘즉사면역의 귀걸이’ 교환권을 얻었습니다.】
【장신구 ‘즉사면역의 반지’ 교환권을 얻었습니다.】
【장신구 ‘불사무효의 부적’ 교환권을 얻었습니다.】
【마검 선택권을 얻었습니다.】
【마갑주 선택권을 얻었습니다.】
【마도장신구 선택권을 얻었습니다.】
【초마도무구(빛) 선택권을 얻었습니다.】
【초마도무구(전속성) 선택권을 얻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무난하다. 괜찮은 아이템들이다.
하나하나가 1티어에 마계의 문에서만 떨어지는 보물들, 가져다 팔면 최소 십억린은 받을 물건들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이 뒤에 나올 것.
마계 4문 이후에 떨어지고, 드랍율도 딱히 높지 않는 그 녀석이 나올 것인가.
시스템의 다음 메세지를 기다렸다.
그리고 시스템은 나의 기다림에 보답해줬다.
【축하합니다.】
【별빛 정원의 위시리스트를 지급합니다.】
【위시리스트란?】
【장래 중간계의 위협을 제거한 이를 위해 차원 전체의 의지를 담은 티켓입니다. 그 어떤 소원이라도 티켓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 이거다.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어준다고 하는 만능의 티켓.
“얻었다.”
“선배님?”
나를 부축하며 걷던 밀푀유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다.
이걸 설명해야 할까.
아니. 아니다.
이 아이템은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파티원들에게 설명하기도 너무 까다롭고, 우선은 킵해두자.
“아니. 보상이 괜찮게 나와서 말이다. 사령장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지만, 꽤나 괜찮은 물건들을 주고 갔구나.”
“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 마계의 문 수장 같은 위압감은 없었네요.”
“그야 격이 떨어지게 현현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원이 왔다면 엄청난 격을 보여주고, 대사고 멋있게 쳤겠지만, 돌파조가 밀푀유 한명이다 보니 학습할 수단도 부족했고, 얻은 힘도 약했다.
“그런 식이었나요?”
“마계의 문 수장 중에서도 유일하지. 그러고 보니 밀푀유.”
“네. 선배님. 말씀하세요.”
“가지고 싶은 게 있나? 이번에는 네 수고가 엄청나게 컸으니, 무언가 하나라도 선물해주려 한다만···.”
“감사합니다. 후후. 가지고 싶은 거라. 글쎄요. 우선은.”
밀푀유는 고개를 살짝 젓고는, 저 너머를 바라봤다.
어느새인가 왕성을 떠나와 마계의 문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 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보며, 밀푀유는 말을 이어나갔다.
“우선 다른 분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가서, 푹 쉬고···. 그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선배님. 다들 걱정하고 계실테니까요.”
“그래. 그러도록 하지.”
사실. 여기서 더 깨어있을 자신도 없거든.
***
그렇게 눈을 떴을 때. 푹신한 시트의 감각이 나를 반겨줬다.
눈을 밝혀주는 광원은 태양이 아니라 백열등.
자연적이지 않은, 인공감이 가득 실린 매트리스의 쿠션감.
설마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역사적 사명을 완수했으니 이제 현대로 돌려보내주고 겸사겸사 지갑에 세금 정산 끝난 천억 원과 강남에 오피스텔 한 채를 내 이름으로 해줬나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윽···.”
나를 덮치는 격통과, 이영진 것이 아닌 손. 그리고 시야 끝에 살짝 잡히는 금발이, 내가 이영진이 아니라 울프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정신이 들어요?”
그리고 저 목소리.
그래 그렇지.
현대에 이브 폰 로엔그린의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전자음밖에 없을테니까 말이야.
이렇게 차갑고, 동시에 한심하다고 느끼며 나를 부르는 이브가 실존할리가 없잖아.
“그래. 드는군. 정신이 전부 들었다.”
“그래요. 여기가 어딘지. 당신이 누군지는 알겠어요?”
“나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고, 여기는···. 그렇군. 휴식처. 오피스텔인가.”
“네. 당신이 가져온 기묘한 디자인의 건축물이죠.”
“흠. 그래서 나를 여기에 눕혔다. 이 말이군.”
나쁘지 않은 판단이다.
그러고 보니 상 위에 태초의 루비도 보이네. 이러면 다쳐도 금방 낫지.
“그러고도 하루를 꼬박 잤어요. 슬슬 일어나서 나갈 채비나 하시죠? 다들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음. 그러도록 하지.”
자리에서 일어서자, 격통이 몸을 덮친다.
이거 진짜로 일어서야 하나. 울프람은 여기서 죽었다고 하면 안 되나?
그런 나를 보고, 이브는 후우 하고 한숨 쉬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몸에 마력이 스며든다.
이브와 나의 마력 계통은 동일한 ‘빛’ 서로간의 교환이나 흡수. 혹은 공급에 그 어떤 컨버트도 필요없다.
즉 이브의 마력은 그대로 나의 심장을 중심으로 전신의 근육과 신경으로 이어졌다.
“소울 체인지.”
“다른 사람에게도 쓸 수 있는지 처음으로 시험했어요. 괜찮은 시험대네요. 더 늦지 말고 일어나기나 하시죠.”
“하···.”
한결 더 가벼워진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브의 뒤를 따라 걸었다.
소울 체인지의 효율은 쓰레기 중의 쓰레기.
그것을 남에게 걸었다는 것은, 지금 이브에게도 엄청나게 무리로 다가 올 것이다.
이것 참.
이게 내 귀환 인사 대신인가.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군.”
먼저 걸어나간 이브는 나의 그 말에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무시하고는 다시 걸어나갔다.
녀석 하고는.
***
그렇게 마당으로 나갔을 때.
“울프람!”
“선배님!”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이쪽을 향해 달려왔다. 당장이라도 몸통박치기를 가할 것 같은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멈춰. 그 이상 다가오면 나는 죽는다. 진짜야. 확 죽어버린다니까!
“자. 그쯤 하시죠. 이 바보는 또 죽을만큼 무리해서 죽기 직전까지 갔었으니까요. 확 죽어버리던가. 아무튼 그렇게 달려들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교통을 정리한 것은 이브였다.
뭐지. 어째서 네가 나를 돕는거냐.
내가 이브를 빤히 보자, 녀석은 나를 보고 흥. 하고 코웃음쳤다.
그렇게 서로간에 눈으로 중지를 치켜드는 인사를 마무리하자, 아일라가 슬쩍 다가왔다.
“울프람. 울프람.”
“음. 왜 그러지 아일라.”
“몸은 괜찮아요?”
“괜찮다.”
“그래요. 아 맞다. 이브는 저렇게 말하지만, 울프람이 오자마자 제일 먼저 마력을 불어넣고 바로 쉬게끔 지시하고, 간호하겠다고 한 것도 이브에요. 엄청 걱정했다니까요. 마지막에는 울기까지 했는걸요?”
뭐라.
나에게 그런 거짓부렁을 입에 담지 말라.
어찌 그런 삿된 말을.
허나 나의 추궁하는 시선에 아일라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정말인가?”
“네. 그러니까 나중에 칭찬해주세요. 고맙다고도 해주고요.”
“음.”
으음.
어려운 일인데 말이야.
***
그 뒤로 파티가 진행되었다.
파티라고 해도 대단할 건 없었다. 내가 하루 꼬박 잤으니 이 오피스텔 앞마당에서 가볍게 식사나 하자는 취지였다.
시간은 저녁 여섯시. 이대로 쫑합시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웃기기에 식사나 하고 아침에 갑시다. 가 된 것.
아니 뭐, 휴식용 저택은 원래 이런 용도로 쓰는 게 맞다. 여기가 마계의 문 앞 동굴 안이라고 해도 차원을 덮어 씌우는 개념이기 때문에 위생상 나쁠 것도 없다. 바람도 선선하니 좋고.
“그럼 울프람! 자! 드셔보세요!”
“음. 괜찮군.”
“울프람! 이번에는 이쪽이다!”
“잘 만들었구나.”
마계 4문 공략 성공 기념 파티는, 나와 밀푀유를 앉혀놓고 다른 파티원들이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
아일라는 반역적인 요리를 성공의 영역까지 끌어올렸고, 루디카는 조금 맵게 요리하는 대신 그만큼 ‘영양’ 이라는 개념을 챙기기 시작했다.
네프티는 가정요리 전문이었고, 레지나는···.
“후후. 어떠신가요?”
“굉장하구나. 솔직히 놀랐다.”
요리에는 썩 자신이 없다 하여 차를 내오겠다 했는데, 그 차의 맛과 향이 보통이 아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찻방울이 위 속으로 떨어지자마자 향기가 폭발해서 전신에 퍼지는 느낌이다. 차의 황홀경이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 이런 다도를 익혔지?”
“시엘라 가문의 비전입니다. 마력으로 키운 차를 응축시켜서 몸 속에 들어갔을 때 퍼지게끔 하는 것이죠. 늪은 ‘봉인’ ‘제어’ ‘응축’에 강하니까요.”
“나중에 꼭 배우고 싶군.”
“어머. 저의 마법을 말씀이신가요?”
그리 말하고 멍하니 레지나는 이쪽을 올려봤다.
뭐, 다도 하나 둘 배워놓으면 좋지. 특히 저 마력의 운영법은 신묘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브.”
“뭐에요.”
이쪽을 보고 뚱하니, 요리고 뭐고 쌩까고 입술만 삐쭉 내놓은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떠오른 것은 아일라의 말.
‘네. 그러니까 나중에 칭찬해주세요. 고맙다고도 해주고요.’
그래.
그게 뭔데. 어떻게 하는 건데.
***
이브와 잠시 이야기를 하겠다며 오피스텔 1층 로비를 향했고, 내 뒤를 쫓아 이브만 따라왔다.
로비에 비치된 테이블.
그 위에 차를 한잔씩 소환해놓고 마주보고 앉았다.
“들었다.”
“뭘요.”
“나를 꽤 걱정해줬다고 말이다.”
“그런 적 없습니다.”
“무얼. 아일라가 한 말인데, 그럼 너는 지금 아일라를 귀머거리나 거짓말쟁이로 만들 생각인가?”
“윽.”
내 말에 이브는 나를 보고 생각에 잠기고,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했다고 들었다.”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눈에는 그렇게 비춰졌나보네요!”
아.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래 뭐. 개인의 생각은 타인의 판단과 다를 수 있지.
“뭐 좋다. 네가 날 걱정했다고 하니 그에 따른 이야기를 좀 해야겠군.”
“걱정한 적 없다니까요.”
“네가 했든 하지 않았든,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고, 내 눈에는 그렇게 비춰졌다.”
“······.”
“그에 따라. 우선 이야기를 하지. 맞다. 이번 전투는 정말 쉽지 않았다. 죽지 않을거라는 확신은 있었으나, 보장된 것 또한 아니지.”
“그래서요? 이번에도 이겼으니 된 것 아닌가. 라고 이야기 할 셈이에요? 지난 번 마계의 문에는 저 혼자 따라갔었죠. 그때 제가 느낀 게 뭔지 아나요? 무력감이었어요. 처절할 정도의 무력감.”
그래.
그러 수 있다.
거짓된 린디와 싸울때, 거짓된 하르크와 싸울 때. 이브 폰 로엔그린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거기서 각성했다 친들, 우리 파티 전원은···. 아직 마계의 문에 와도 될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자신의 강함에 자부심을 가진 이브가 그 전장에서 얼마나 큰 절망을 느꼈을까.
손을 떨고, 어깨를 떨고, 고개까지 숙인 이브는 이내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였으나, 틀림없이 내 귀에 파고든 말.
“이 뒤로 이어질 문은 분명 더 어렵겠죠.”
“어려울 것이다. 더더욱. 쉽지 않겠지.”
“선조님을 흉내낸 망령들보다 더욱 어렵고, 더욱 괴롭게 만드는 괴물들과 싸워야겠죠.”
“그래야겠지.”
“그리고, 또. 상처입고 다쳐서 돌아 올 건가요?”
“······.”
그제야 이브는 빤히 이쪽을 바라봤다.
조금 충혈된 눈.
뭐야.
결국 걱정해 준 거잖아.
아니. 그럴만도 하다.
직접 마계의 문 안쪽의 괴물을 만나보지 않았다면 이런 걱정도 하지 않았겠지만, 이브는 그들과 마주하고, 싸우고 이겨냈다.
중간보스 하나만으로도 더럽게 어려운데 각 문의 최종보스를 쓰러트리고, 놈들은 점점 더 강해진다.
앞으로 남은 문은 네 개.
내가 넘어야 하는 사선 또한 같은 숫자.
“그래. 그렇겠지. 상처입고, 다치고, 쓰러지기 직전까지 짜낼 것이다.”
“······.”
“그리고 돌아올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야.”
“그러니까! 그런 보장이 어디에 있나요!”
그야 내 머릿속에?
라고 말했다간 진짜 화 낼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원래라면 딱히 내가 쓸 생각은 없었지만
【아이템 사용권을 개봉합니다.】
【장신구 ‘즉사면역의 반지’를 얻습니다.】
툭, 하고 손바닥 위에 반지 하나가 떨어진다.
“그게 뭐에요?”
“그 어떤 즉사 공격도 하루에 무조건 한 번 막아주는 반지다. 한 번 착용하면 귀속되는 귀물이지.”
“그래서요? 하, 이번에는 다른 누군가에게 죽지 말라고 채워 줄 생각인가요?”
“아니. 아니다. 이건 약속이다.”
“약속?”
나는 반지를 들어 오른손 검지에 끼워 넣었다.
【즉사 무효가 적용됩니다.】
【남은 횟수 : 1】
【재사용 대기시간 : 24시간】
“그래. 반드시 돌아온다는 약속이다.”
“······.”
그 모습을 보며 이브는 하, 하고 헛웃음을 쳤다.
“안 간다는 말은 안 하네요?”
“살아 돌아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나.”
내가 웃자 이브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하, 하고 한숨을 내쉰 후. 이쪽을 보지 않고서 중지만 치켜들었다.
“멋대로 가서 죽어버리던가요.”
거 참.
살아 돌아온다니까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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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