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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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 한 곡 추실래요
그리고 다음날. 살육이 이어졌다.
몬스터 헌팅. 네버, 네버엔드···.
그렇게 서부의 몬스터를 라니안과 함께 돌격해서 말 그대로 몰살했다.
심지어 트롤 부락에 오우거까지 잡았으니, 이 일대의 몬스터는 싹 다 죽은것과 다름 없다.
문제는 이 몬스터들의 시체가 언데드가 되어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점인데···.
“괜찮을까요. 선배님?”
“스켈레톤 계열은 죽일 때 팔 다리를 으스러트리면 아무것도 못하고, 좀비도 크게 다를 것 없다. 귀찮은 것은 원령 계열이구나.”
“어떻게 하죠. 제령을 하는 게 좋은데···.”
“로엔그린의 마력은 마족과 천족에게 통하지. 중간계에서 자체 생성된 언데드를 처리할 힘은 없다.”
“으음···.”
나와 네프티가 서로 골똘히 고민하는 동안.
휘이이잉. 하고 마력이 몰아쳤다.
검은 마력은 불길하게 치솟아 하늘 끝까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가라앉아 형체를 갖췄다.
“뭐, 뭐죠. 선배님?”
“저걸 봐라. 뭘로 보이지?”
“레이스···. 밴시···. 망자의 대지에서 많이 봤던 몬스터네요.”
“그렇다. 한 공간 내에 너무나도 많은 죽음이 모여···. 결국 몬스터가 되었나 보구나.”
힐끗 네프티를 봤고, 네프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은 한 번 언데드를 사냥했던 적이 있으니 포지셔닝은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달려드려는 그 순간.
왕! 왕왕!
라니안이 포효했다.
“라니안?! 저건 뼈다귀긴 한데 물면 안 돼! 장난감도 아니야!”
그리 말하며 라니안의 목을 두드리는 네프티.
아니. 저 라니안이 그렇게 멍청할 리는 없다. 이브도 아니고···.
라니안의 포효가 밴시에게 닿고, 레이스를 후려쳤다.
그리고 놈들은 악령이 아니라, 다시 한 번 기운이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방금 전과 다르게 검은 기운이 아니라, 무색 투명한 기운이다.
이것 참.
“호오. 그런가. 그런 능력을 지녔는가.”
“네. 네에?”
【1T】 【영의 환원】 이라는 스킬이 있다.
모든 영체형 언데드를 강제로 에너지로 환원시키는 능력으로, 영체를 상대할 때는 거의 권능에 가까운 능력이다.
물론 중간계에서 생성된 원령에게 한정되지만···. 그래도 충분히 1T라는 배치가 합당할 정도의 사기 스킬.
“아무래도 존개의 격이 높은가 보구나.”
“네, 네?”
음. 네프티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이다.
어쩔 수 없지. 이 울프람 선배님의 강의 시간이다.
라니안은 환수다.
그것은 즉, 생명으로서 격이 높다는 이야기다.
로엔그린이 이 중간계에서 모든 천족과 마족을 찢어죽일 수 있는 권능이 있듯.
마법의 조종이라 불리는 드래곤인 필티아가 쓰는 마법이 말 그대로 술식을 거치지 않는 권능이 되듯.
“라니안의 포효에 악령이 될 수 있는 몬스터들의 혼이 흩어진 거다.”
“와아···. 그런 능력이 있었구나.”
“일설에 의하면 혼이라는 것 또한 결국 고유정보를 가지고 있는 마력 덩어리니 말이다. 그걸 강제로 분해해버리면 단순한 마력으로 돌아갈 뿐이다.”
이것도 공식 설정에서 슬쩍 나온 이야기다.
그나저나.
탈것으로 마무리된게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는가.
“장하구나.”
왕!
라니안의 목을 쓰다듬고, 등 위에 올라탔다.
“다시 우리가 사냥했던 곳들을 돌아다니며 전부 제령하면 되겠구나.”
“네!”
그렇게, 저녁이 깊어질 때 까지 우리는 정리를 하러 다녔고.
왕! 왕왕!
시장에서 파는 오천 원짜리 강아지 인형의 울음 소리같은 위엄 넘치는 포효가 글루코 마을 서부 전역을 뒤덮었다.
***
그렇게 네프티와 함께 합류 장소를 향했을 때.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물씬 풍기는 피내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선배님···.”
“아무래도 격전이 있었나보구나.”
“라니안! 달려줘!”
왕!
라니안이 숲지대를 달리고, 이내 합류지점에 도착했다.
그리고 베이스 캠프를 바라봤을 때. 외벽삼아 쳤던 통나무들이 긁혀있고, 패여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습격의 상흔. 그리고 내부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 다들 무사해요?!”
라니안 위에서 폴짝 뛰어내린 네프티는 빠르게 달려나가 상황을 물었고, 나는 뒤에서 하나 둘 숫자를 셌다.
음.
그렇군.
그렇게 된 것인가.
“으하하! 무사하고말고! 걱정하지 마라! 네프티!”
“다들 그렇게 부상이 심한데 무슨 소리에요!”
“그래. 부상이 심하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부상뿐이다! 으하하하!”
스미스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었다.
배때지에는 칼빵이라도 맞은 듯 붕대가 둘둘 감겨 있었고, 팔이 베인 듯 팔에도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그리 심하진 않아 보였다.
즉.
내가 떠나오기 전 준 장비들과 포션이 제 몫을 했다는 이야기다.
“습격은 있었지만 격퇴했고, 부상자는 있지만 사망자는 없으며, 아무튼 동부도 일단락되었다. 그렇게 보면 되겠나?”
“예. 그렇습니다. 황자님!”
“일어서서 경례를 취할 필요는 없다. 부상은 회복되었어도 피까지 재생시켜주는 건 아니니 말이다. 격하게 움직이면 시야가 흔들린다.”
“아닙니다. 경례를 올리게 해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스미스는 척! 경례를 올렸다.
너. 이거 황명 거역이야.
잠시 비틀거리던 스미스는 그대로 보고를 계속했다.
“황자님께서 지급해주신 물약과 무구들로 인해 경상 7인. 중상 0인. 사망자 0인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지고하신 황은에 감사드립니다.”
“그런가. 사망자는 없었나.”
“예!”
뭐. 그야 그렇겠지.
이 한적한 시골마을의 자경단이라고는 하나 다들 실전을 겪어본 전사들이고, 내가 준 장비들은 크림슨 발록이라도 소환되지 않는 이상 아비규환이 벌어질 일은 없을 정도의 레벨이다.
“보고 잘 들었다.”
“저희들에게는 과분할 정도의 장비와 지원이셨습니다. 평생 이 한 목숨 제국과 황자님의 은혜에 바치겠습니다.”
“무슨 허튼 소리를.”
“예?”
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스미스의 붕대만 바라보는 네프티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희들이 죽으면 이 녀석이 얼마나 울고불고 괴로워할지 모르지 않나. 그 모습을 보지 않은 것만 해도 아깝지 않은 지원이다.”
“서, 선배님.”
내 말에 스미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다, 이내 폭소했다. 그것도 배를 잡고 웃으며, 빈혈까지 찾아와 흔들림에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군요. 예. 과연···. 그렇습니다. 봄이군요. 흐하하하!”
“삼촌?!”
지금은 여름인데 무슨 소리야.
“이제야 형님의 무덤 앞에서 할 말이 생겼습니다. 예에. 드디어 믿고 맡길 분이 생겼다고 말이지요.”
그리 말하며, 스미스는 아련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집으로 돌아가시죠.”
“그러도록 하지.”
내 집은 아니고, 내 고향도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그 말 속에, 가슴 속 와닿는 일체감이 있었다.
***
글루코 마을에 돌아갔을 때. 마을은 연회 준비로 한창이었다.
아무래도 가장 무사한 사람을 전령삼아, 토벌이 끝났으니 축제를 열자! 라는 말을 전하러 보냈나보다.
마을 광장에 거대한 모닥불을 피우고, 그 불씨를 다른 곳으로 하나 둘 옮겨심어 냄비를 올리고, 스튜를 끓인다.
집에서 보관하고 있는 절인 고기나 생선. 빵 등을 들고와 너나 할 것 없이 나누고, 모두가 하나 되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울프람 님. 식사는 마음에 드시나요?”
“음. 무척이나 좋군.”
“후후. 많이 드세요. 차린 것은 없지만요.”
“이만한 만찬이 또 어디있겠나.”
라베라는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 말에 나는 스튜를 바라봤다.
이곳은 그 사브레 영지보다 요리의 질이 좋지 않다.
최선을 다해 끓였지만, 그럼에도 평범 이하. 지금 제프린의 기본 식사만도 못하다.
나무 수저를 들고 스튜를 한 입 먹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척이나 맛있고 따듯하군. 좋은 요리다.”
“어머···. 그리 말씀해주시니 빈말이라도 감사드립니다.”
“아니. 빈말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봤다.
보닥불 주위에서 춤을 추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처를 신경쓰지 않고 주량 대결을 펼치는 장정 둘도 보였다. 아내인지 옆에서 남자의 팔을 찰싹 때리며 나무라는 여성도 있었다.
네프티는 저 멀리서 마을의 동생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있었고, 더 어린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받고는 뛸듯이 기뻐했다.
돈은 없지만 온기는 가득하다.
불만은 있을지 모르나, 행복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많다.
마치.
내 어린시절 나고 자란 희망의 집 같다.
“좋은 곳이고 좋은 요리다.”
“그러십니까.”
내가 퀵 크리에이트로 이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진수성찬을 대접하는것도 어렵지 않다.
허나 지금은 라베라가 준 이 따스한 식사와, 겹쳐 보이는 풍경을 어그러트리고 싶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안냐세요!”
그 풍경 속에, 네프티가 음식을 주고 돌봐주던 아이들이 이쪽으로 쫄래쫄래 달려왔다.
“음. 안녕하다. 너희들도 안녕한가?”
“이상한 말!”
“아하하하!”
내 대답에 아이들은 영문 모를 웃음을 지었다.
그래. 아이들의 행동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지.
나는 몸을 쪼그리고 애들과 시야를 맞춰서 하나하나 물었다.
“네프티 언니랑 놀고 있던 것 아니었나?”
“네! 네프티 언니랑 놀았어요!”
“재밌서요!”
“그런가. 뭘 하고 놀았지?”
“그림그리기!”
“춤!”
그 뒤로는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어떤 춤을 췄는지. 그림을 보여주려는 아이에게 손을 잡혀 따라다니고 춤을 추는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줬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시선을 맞춰주는 것으로 아이들은 금방 마음을 연다. 자신의 자랑거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기뻐한다. 희망의 집에서 매일같이 했던,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추억이다.
“얘들아! 선배님을 곤란하게 하면 안 돼! 저기 가서 놀자!”
“그림 잘 그렸죠? 잘 그렸죠?”
“황자님한테 춤 더 보여줄 거야! 새로운 춤 있다? 샤니가 만드러써!”
“그래. 제시. 정말 멋진 그림이구나. 그럼 더 멋진 다음 그림을 그려다오. 꼭 보러 가겠다. 샤니. 새로운 춤은 부모님께 먼저 보여드려야지.”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리 말해주자, 아이들은 아! 하고 소리치고는 멋대로 떠나갔다.
이것 참.
아이들이란 언제나 종잡을 수 없다니까.
“와아···.”
“왜 그러지. 네프티?”
“아, 아뇨. 선배님 정말 아이들을 잘 다루시네요. 저 장난꾸러기들은 저도 애먹는데···.”
“글쎄.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들 아닌가.”
“아하하···. 역시 선배님. 못하시는 게 없네요. 선배님이라면 분명 아이들도 잘 키우실 거 같아요.”
“그런가. 아이들. 내 아이라 핫···.”
“네? 아, 아이들? 갑자기요?”
“네가 그 말을 하지 않았나? 나는 아이들도 잘 키울 거 같다고 말이다.”
“제, 제가요? 제가 그런 말을 했나요? 기, 기억이 안 나는데···.”
네프티는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몇 초 전에 말 했다고 그러세요.
“아, 안 한 거 같은데요.”
“그런가.”
“네. 네. 안 한 거 같습니다. 선배님.”
그래.
그러면 말고.
이내 한참 안절부절 못하던 네프티는 내 옆에 쪼그려 앉았다.
“선배님. 요 며칠 저 자신의 한계를 엄청나게 체감했습니다.”
“그러니까 상처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네. 선배님께선 그리 말씀하셨죠. 하지만···. 그것 말고도 실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라니안의 능력도 못 알아본 주인에···. 반성을 했으면 다잡아야 하는데 우울해 하기나 하고 말이죠. 로열 가드 실격이에요.”
“실격이라니. 나는 어제 분명 말했지만···.”
“네. 저도 실격되기 싫습니다. 선배님의 로열 가드의 자리는 절대로 다른 누구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습니다.”
“······.”
“많이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이 실격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선배님의 로열 가드를 그만 둘 것인가 하고 말이죠. 그런데 못하겠어요. 저는 계속, 선배님의 로열가드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네프티는 빤히,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도 나를 보며 눈을 빛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한들 저는 선배님 곁에 있을 겁니다. 이제서 내치셔도 늦었어요. 절대로 안 놓을 생각입니다!”
“녀석. 어제 말하지 않았나. 명령이고, 절대 회수되지 않을 절대적 집행이다.”
“네! 에헤헤.”
그리 말하며 웃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네프티는 내 손길에 맞춰서 머리를 움직이다가 이내 휙, 내 손을 낚아챘다.
“선배님. 절대로 안 놓겠다고 했으니 이 손도 놓을 수가 없어요!”
“그런가.”
“네! 그러니까 이대로 손을 잡고 저쪽으로 가시지 않을래요?”
저쪽.
아 그런가.
모닥불 근처에서 울리는 민속 악기와 흥겨운 노랫소리.
그리고 그 근처에서 춤추는 이들이 보인다.
“어머나, 손을 놓을 수 없게 되었으니 이렇게 된 이상!”
“이상?”
네프티는 쿡쿡 웃고는, 평소의 밝고 활달한 모습으로 돌아와, 뻔뻔하게 제안했다.
“한 곡 추실래요?”
“썩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나의 로열가드. 자. 무대로 안내하도록. 너의 안내를 기대하마.”
“네! 선배님!”
저 멀리서 이쪽을 향해 환호를 보내고, 네프티는 내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정말 놓을 생각이 없다는 듯 힘주어 잡고 있는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