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78)
577. 꿀밤 마려운 눈
축제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축제지만, 웃음이 끊이질 않고 할 이야기가 많다면 얼마든 사람은 웃고떠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부가수입이 꽤 괜찮다고 한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의 입가에서 웃음이 떨어질 일이 없다.
“몬스터의 부산물은 그리 잘 팔리나?”
“독이 있다면 고기는 못 먹지만 가죽이나 뼈같은 건 잘 팔리는 편이에요. 금속제 무구들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만큼의 강도를 자랑하는 뼈도 있고···. 가죽은 잘 다듬어서 방어구로 만들 수도 있고요.”
“그렇군.”
“아무래도 엄청나게 잡은 몬스터가 많으니까요. 그것만 전부 처리해도 마을이 1년정도는 풍족하게 살 수 있을 돈이에요.”
저 멀리에서 무언가가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서부로 몬스터의 시체를 회수하러 간 마을 사람과 라니안이 거대한 수레를 끌고 오는 소리다.
모래먼지가 일어나고, 과장 조금 보태서 하늘까지 닿을 거 같은 몬스터 시체들이 보인다.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부패한다! 아니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라! 고기는 상해서 못 먹는다고 생각하고 버리고 쓸만한 가죽이랑 뼈부터 건져!”
“예!”
마을 장정들은 잽싸게 시체를 다듬기 시작했고, 네프티는 나를 슬쩍 보고는 저쪽을 번갈아 봤다.
“너도 다듬기를 돕고 싶나?”
“아뇨. 썩 그렇다기 보단,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선배님.”
“음?”
“사실 어머니께서 저 시체의 판매 권한을 제게 주셨는데, 선배님께 드리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요.”
“필요 없다.”
들어보니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내가 제프린에서 벌어들이는 돈을 생각하면 그리 큰돈도 아니다.
네프티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머리를 툭 쓰다듬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그 돈은 내가 받으마. 대신 내 재고를 좀 이 마을에서 처리해줘야겠다.”
“재고···?”
음.
퀵 크리에이트용 인벤토리에 남은 재고들이 이미 산더미다.
거기에 제프린 내의 내 창고도 좀 그렇다. 심심하면 찍어내는 옷도 그렇고, 한번 싹 정산하면 되겠지.
딱 재료값 수준만 받고 넘기면 되겠지.
“그, 그러면 선배님이 너무 손해신데···.”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재고가 남아서 푸는 것이다.”
“으···.”
반은 농담이고 반은 진담이다.
네프티의 머리를 한 번 더 쓰다듬고는 웃었다.
“그럼 어디.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야겠구나. 아직 갈 곳이 많다.”
다음은 루디카의 고향인 남부 그림자 마을로 향할 생각이다.
동부에서 남부로. 거기서 서부 트라이스타 영지를 돌아서 중앙으로 들어간 다음 제프린을 돈다.
이번 여름방학은 좀 장대한 여행이 될듯 하다.
“그, 그럼 선배님! 마지막으로 한 곳만 같이 가주실 수 있나요?”
“어렵지 않다.”
“감사합니다!”
그리 말하고 네프티는 척척 앞으로 걸어 나갔다.
마을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평원.
깔끔하게 정리된 이 정도의 공간을 내버려 둘 정도로 부유한 마을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긴···.”
“지금까지 돌아가신 마을 분들의 묘지에요. 아빠. 다녀왔어요.”
네프티는 아버지의 묘지 앞에 쪼그려 앉아, 주변의 잡초들을 하나 둘 뽑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관리가 되어 있어 그리 심하진 않았지만 잡초라는 것이 워낙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생명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뽑는 데에 조금 시간이 들었다.
“나도 돕도록 하지.”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니. 앞으로 딸을 맡아야 하는 입장에서 처음 드리는 인사다. 소흘할 수는 없지 않나.”
“아···. 네, 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프티는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잡초 뽑기를 돕고 묘비까지 깨끗하게 닦은 이후, 짧게 묵념했다.
한참을 이어진 묵념 이후, 네프티는 고개를 들고 살포시 웃었다.
“다음에 또 올게요. 아빠.”
“무슨 이야기를 나눴지?”
“시험을 잘 봤다고 말씀드렸고요. 그 다음으로 어머니 건강도 괜찮다는 거. 그리고···. 직장에서 여전히 잘리지 않았다는 거?”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녀석을 보자, 네프티는 혀를 빼꼼 내밀고는 죄송합니다아. 하고 장난스레 사과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같이 계셔준 선배님과 앞으로도 같이 있을 수 있다고 말 한거···. 뭐 그 정도네요.”
“그런가. 그렇구나. 나도 네프티의 아버님께 말씀드렸다.”
“네? 뭐라고요?”
“앞으로도 따님을 믿고 맡겨달라고 말이다.”
이 녀석은 앞으로도 내 곁에서 함께, 이번보다 위험한 전장을 헤쳐나가겠지만, 그럼에도 믿고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서, 선배님···? 그게, 그러니까.”
“음. 슬슬 시간이군. 출발하지 않으면 마차가 늦어버리고 만다.”
“선배님?! 제대로 설명을···!”
뭔 설명이 필요하냐. 그냥 있는 그대로 생각한 걸 내뱉은건데 말이야.
아무튼, 곧 나를 태우고 남부로 떠날 마차가 도착했다.
“네프티. 그럼 제프린에서 또 보도록 하지.”
“네. 네에!”
그렇게.
내 세 번째 목적지.
남부 그림자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사실 이 대륙은 더럽게 넓고, 동부에서 남부로 여행을 가려면 산맥을 하나 넘어야 하고, 강도 하나 건너야 한다.
원래라면 이렇게 가느니 그냥 제프린에 들렀다가 배를 타거나 워프포탈을 타는 게 맞지만···. 마차만 잘 돌면서 타면 어떻게 방학 기간동안 다녀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본디 젊음이란 치기와 도전이 함께해야 하는 법.
나는 제프린으로 가는 포탈을 타는게 아니라, 바로 마차를 예약했다.
용병대를 적당히 고용해 남쪽으로 상행을 떠나는 상인들의 마차 동선을 파악한 뒤, 가장 남부 자우버로 떠나는 마차를 얻어타기로 했다.
상대도 내 교복을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가의 자제가 제프린 교복을 입고 고향으로 떠나는 일은 방학 중에도 꽤 흔하다.
“배려에 감사하지.”
“아닙니다. 그런데···. 남부 출신 맞으십니까?”
“아니다. 친구의 집이 남부에 있어서 말이다.”
“그러십니까. 알겠습니다. 짧은 여행기간동안 서로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마차를 출발시키도록 하지요.”
상인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그대로 마차를 출발시켰고, 동부에서부터 남부까지 마차는 천천히 움직였다.
당연하지만 나는 비용을 전부 지불했기에 불침번도 면제. 식사도 상인이나 용병들과 따로 하기로 했다.
혼자 다니는 귀족가 학생이 상인들이나 용병들과 같이 식사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옷가지까지 전부 털려서 태어난 그대로의 상태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다.
물론, 나에게 그런 짓을 하려거든 제프린 학년 수석급 되는 놈들이 파티를 짜고 덤벼도 안 될거고, 초월종 둘 셋 정도가 이를 악 물고 노려야 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내가 조심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미약하지만 마족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주가 몸을 침윤하려 듭니다. 주의하세요.】
동부에서 상인들의 마차를 구할 때, 어머나 세상에 마차 중 한 대에서 이 중간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저주’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아니겠어요?
거기다가 용병들 얼굴도 흉흉하고, 이쪽을 바라보며 엿같은 미소를 짓기도 하고 말이야.
상인도 얼굴은 웃고 있지만, 저주의 기운이 풀풀 나는 것을 느끼며 나는 짐작해버렸지 뭐야.
이거. 구리다.
이 새끼들은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으며, 그것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의미와 같다.
그래서 굳이 이 놈들의 마차를 빌려 타기로 했다.
그리고 도시를 떠나, 남부로 가는 길에
동부 – 남부의 연결로는 생각보다 많은 상행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여름에 남부에 가서 쪄죽고 싶은 사람도 없거니와, 산도 넘어야 하고 강도 건너야 하니까.
즉. 지금 이 마차는 여섯 시간째 인기척 없는 길을 흘러갈 뿐이다.
“슬슬 이 쯤에서 야영하실까요.”
“나쁘지 않군.”
상인과 용병들이 야영 준비를 하는 동안, 나도 멀찍이 떨어져서 야영 준비를 했다.
식사 준비를 마친 후. 혼자 조용히 식사를 들고 있자니 저 멀리서 상인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저희같은 천것과 겸상하기 싫으신 마음 또한 이해하지만, 기왕 같은 목적지를 향해 여행하시는데 조금만 마음을 터놓아 주시는 것 또한 풍류 아니겠습니까?”
“흠. 즉 나도 같이 겸상하자 이 말인가?”
내 말에 상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여행에 동료가 있다면 적막하고 고된 길 또한 노래를 부르며 함께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여행에는 벗이 있음이 최고지.”
“그렇다면···.”
“하지만,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시궁창 냄새가 나는 입으로 부르는 노래를 합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뭐라고요?”
뭐라고요는 새끼야. 한 번 들려줬으면 재깍 알아 쳐먹어야지.
“그래서, 내가 너희들의 요리를 먹으면 저주가 스며들어 그대로 공물로 바쳐지는 것인가? 그것 참. 식사 한 번을 해도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니, 수지타산이 안 맞지 않나.”
“언제부터···? 아니 어떻게?”
상인은 얼떨떨하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 참.
내가 원래 이런 새끼들한테 조언을 해주는 편은 아닌데.
“그러고 있어도 되겠나?”
“뭐라···고요?”
“첫째. 언제부터 알았는지, 어떻게 알았는지가 중요한가?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 아니겠나. 둘 째. 너희들은 지금 중간계를 배신한 대죄를 지었고, 그게 들통났는데 멍청하게 뭐라고요. 같은 소리나 할 때인가?”
직후.
놈은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내들어 나를 경계했다.
“흥. 귀족 샌님 혼자서 그렇게 허세를 부려봐야 곧 제물이 될 뿐입니다. 곱게 식사를 먹고 기절했다면 괴롭게 죽지는 않았을 것을···. 여기서 당신이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아직 내 말은 다 안 끝났다.”
“뭐라고요?”
아, 말하는 게 늦었는데.
“셋 째. 그렇게 저주를 풀풀 풍기고 다니면 무서운 단검들이 쫓아와 난도질 낼 텐데. 자신 있어서 한 짓인가?”
“뭐라···.”
슬쩍. 놈의 뒷편에 시선을 돌렸다.
용병이 있는 곳도 아니다. 그 너머. 저 험난한 사막의 초입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숫자는 일곱.
기묘하기 그지없는 무게중심의 이동으로, 마치 땅을 기어가듯 이쪽을 향해 미끄러져 오는 그 체술은 실로 일품이었다.
진각을 어떻게 내딛는지, 무게중심을 어떻게 이동시키는지 정말 궁금하기 그지없을 정도로 민첩하고, 동시에 기괴하다.
저런 체술을 쓰는 녀석들은 이 대륙에 딱 하나 뿐이지.
“【단검】이 도착했구나.”
“크윽···. 시류를 읽지 못하는 압제자의 개들이···! 총원 전투 준비!”
그 말에 용병들이 자세를 잡았고, 상인의 몸이 기묘하게 부풀었다.
터질 것 같은 근육 사이에 검은 핏줄이 불끈거리고, 눈이 충혈되고 뿔이 솟아났다.
과연. 교과서에 그린 듯 한 마족 계약자로세.
용병들도 제물을 바치고 그럭저럭 힘을 얻었는지 저마다 붉게 눈이 물들고, 몸집이 조금 커졌다.
직후.
저 너머에서 달려온 단검과 충돌했다.
그리고 단검중 한 명은 나 또한 그 상인 일행이라 생각했는지, 신속하게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이것 참.
나를 공격하는가.
녀석의 움직임은 나보다 압도적으로 빠르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민첩성과, 상대의 반격을 허락하지 않는 정밀하기 그지없는 체술.
씩 웃고 녀셕과 단검을 마주했다.
검은 단검은 맞부딪치는 그 순간 검째로 베어버릴 수 있으니, 즉석에서 만든 철제 단검으로 한 번 튕겼다.
직후 공중에서 두 바퀴 돌아 뒤로 물러났다 생각한 그 순간, 녀석은 단박에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이 직선 돌격은 페인트 모션.
진짜 공격은 내 뒤로 돌아서서 뒷목치기.
허나, 그 공격도 무위로 돌아가고 카가각! 하는 소리를 동반해 단검은 서로의 손아귀 안에서 정지했다.
“퀵 크리에이트로 단검의 창조. 이후 【핫산류 회선돌진】과 【핫산류 뒤잡기】를 가볍게 흘려냈다. 아직도 검증이 필요한가?”
“검증보다는 지금은 어이가 없어서, 머리에 딱밤이라도 때려주고 싶어서 한 거야. 대체 이 시간에, 이런 녀석들을 길잡이로 남부로 오는 사람이 어딨어?!”
평소처럼 과장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실된 걱정을 들으며,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건···. 참으로 돌려줄 말이 없군.”
“으으···. 진짜! 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온다고는 안 했잖아!”
“하지만 약속대로 오지 않았나. 저런 놈들과 다니면 언젠가 너희와 만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났지.”
그리 말하고 쿡쿡 웃자 그 뻔뻔함에 질린 듯 녀석은 입고 있던 후드의 머리 부분을 드러내고, 복면을 벗어던진 후, 한숨으로 답했다.
“울프라아암”
“하하. 그렇게 성내지 마라. 걱정 끼친 건 미안하구나.”
나의 친구.
루디카 핫산 샤도우는 재회를 반기기보단 질렸다는 듯 이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