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82)
581. 5분만
나의 신의를 배신하고 마음대로 행동한 장난꾸러기 조형사 A일라T라이S타를 붙잡기 위해. 나는 그대로 에덴으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그리고, 생각 외로 제대로 반동이 잡혀있고, 속도도 그럭저럭 나오는 열차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아주 조금, 분노가 식었다.
뭐야.
제대로 만들고 있잖아.
하지만, 그렇다 한들 이 가슴속 분노가 전부 삭혀질 일은 없다. 아일라 너는 나의 기대를 배신했다. 따라서 가면 무척 혼낼것이다!
“손님. 불편한 점은 없으신가요? 에덴 영지까지 도착하기까지 여섯시간 반. 본 열차는 이불과 베개. 또한 식사를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언제든 부담 없이 말씀해주세요.”
제프린 교복을 개조하여 깔끔하게 입고 있는 직원들이 카트를 끌고 열차를 돌아다니며, 승객의 안부를 묻는다.
이건 마치, 이 세계로 들어오기 전 열차에서나 볼만한 서비스 아닌가.
거기에 응대도 훌륭하다. 위험시에 어떤 출구로 나가면 되는지, 각 객실 설계는 어찌 되어 있는지 매뉴얼이 보급되어 있으며···.
“호오. 이건.”
각 역에서 내리면 그 역의 특산물과 볼만한 것들을 적어놓은 팸플릿까지.
손님을 운송한다는 의미와, 그 수단이 가지고 올 상업적 이익을 재빨리 캐치하여 제공하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잘하잖아.
제대로 하고 있잖아.
으음. 여기까지 하면 트라이스타를 용서해줘야 하는가.
아니 잘못은 트라이스타가 아니라 아일라다.
그러니까···.
“식사는 열차 내에서 가볍게 드실 수 있는 것으로 준비되어 있으며, 식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 잡념을 끊듯 직원은 식사 메뉴판을 보여줬고, 허. 이런 곳에서 나와봐야 뭐 대단한 게 나오겠나 싶어 슬쩍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실내 도시락 세트】
【매일 고기반찬 2종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꾸며지는 도시락 세트입니다.】
【식후에는 마실 것으로 시원한 스무디나 따듯한 홍차 둘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2세트 이상 구매하시면 사탕이 한 알씩 서비스로 제공됩니다.】
······.
어디서 많이 본 메뉴···. 수준이 아니다.
이건 어디서 어떻게 봐도 제프린에서 내가 팔고 있는 도시락 메뉴와 무척이나 닮아있지 않은가.
그런가.
아일라 녀석. 역시 상인을 겸하는 귀족가의 딸이라 그런가, 이런 곳에서 벌써 착안점을 찾았는가. 대단하구나, 그 학습 능력에는 여전히 박수를 보내마.
허나.
이렇게 참신하게 장사를 잘 하는 것으로 내가 너의 그 만행을 용서할거라고 생각하지···.
【본 도시락 메뉴는 W.R Store. 이하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가 운영하는 편의점과 제휴를 맺었으며, 무단 복제와 도용을 금합니다.】
【세상 모든 편의를 한 곳에 모은 울프람 편의점은 곧 제국 서역 어디에서나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어머나.
어머나 세상에 이게 뭐야. 아일라 이 아이도 참. 이렇게나 기특한 문구를 넣고 말이야.
“아니. 아니다···. 음. 아니···.”
이건 트라이스타와 나의 계약 아닌가. 아일라가 이런 문구를 넣든 말든, 이로 인해 트라이스타도 이득이 보는 것이 있으니 적은 게 틀림 없다.
하지만.
【열차와 편의. 이 세상 모든 곳에서 필요로 하는 물건을, 이 세상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게끔 제공하는 것을 지상목표로,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는 오늘도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맛.
나도 모르게 마음 속 앙금이 모두 풀어져간다.
“으, 으음···.”
풀어져서는 안 되는데, 입가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
아무튼.
그렇다 한들 아일라를 어떻게든 한 번은 질책해야겠다 싶어 그렇게 에덴 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를 마중 나온 것은 글래스 백작도, 백작부인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일라도 아닌 것이.
“오라버니이이!”
“음.”
저 멀리서 전력으로 달려 내 품에 폭하고 안기는 녀석의 이름은, 미니 아일라···. 가 아니라, 양갈래로 긴 머리를 내려 땋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지만 전체적으로 아일라보다 조그마한 녀석.
그래. 스피카 트라이스타다.
“잘 지냈나. 여름방학에는 귀가했었구나.”
“네! 오라버니. 저를 보러 오신 건가요?”
“아일라를 보러 왔다만···. 스피카도 이리 보니 기쁘군.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 듯 하여 보기 좋구나.”
“감사합니다! 자, 어서 들어오세요!”
척척 내 앞을 걸어 안내하는 스피카의 등 뒤에, 나는 물음을 던졌다.
“스피카. 아일라와 글래스 백작은 오늘 외출중인가?”
“아···. 아버지는 외출 중이 맞으세요. 언니는 곧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가.”
“네. 하지만···.”
스피카는 잠시 생각에 잠겨 검지로 턱을 괴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하고 웃었다.
왜 그러지?
“언니와 직접 만나서 상황을 보고, 이야기하시는 게 빠를 거 같아요. 자. 오라버니. 언니가 오실 때 까지 함께 노시는 건 어떤가요?”
“호오. 그 또한 즐겁겠구나. 무슨 놀이가 있지?”
“혁명적인 사업 담화라는 놀이를 하죠!”
그건 무슨 놀이인지 참으로 흥미가 생기는구나.
아무튼 잠시 스피카와 놀이···. 놀이라고 해도 앞으로 열차역을 중심으로 반드시 일어날 땅값상승을 예지하여 주택공사 사업을 크게 일으켜보자는···. 조금만 잘못하면 틀림없이 레볼루숑이 일어날 사업 이야기를 나눴다.
얘는 혁명을 하고 싶은 건지, 혁명 당하고 싶은 건지 가끔 궁금해지긴 하지만, 분명 틀림없이 돈이 될 이야기긴 하네.
그리고 그런 대화를 약 한 시간정도 나눈 끝에 익숙한 마력 파장이 느껴졌다.
“언니가 왔나보네요.”
“음. 그런가보군.”
스피카와 함께 놀다 밖으로 나가 아일라의 얼굴을 봤을 때.
“아일라?”
“울프···람?”
반쯤 시체가 되어 있는 흑수정이 있었다.
녀석은 터덜터덜 내 쪽으로 걸어와 바로 앞에서 몸이 무너지듯 쓰러졌고, 녀석을 끌어안듯 잡아 세웠다.
그리고는 가볍게 들어올려 소파에 눕혔고, 그대로 고른 숨을
【극심한 분노에 황실혈통이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스피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저기 그게···. 언니는요. 그게···.”
【두려워말고 말하도록. 나는 너에게 위해를 끼칠 마음이 없다.】
“가주 업무 대행 때문에, 과로로 피곤하신 거예요.”
【과로? 이해할 수 없군. 아무리 아일라가 내년에 졸업이라고 해도, 벌써부터 그런 과중한 업무를 맡겨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
“네? 네···. 하지만 언니는 추가 업무도 있어서.”
【추가 업무라니.】
트라이스타 영지는 그렇게나 생활고에 찌들어 있던 건가.
이건···. 내가 부담을 안겨줬을지도 모른다.
추가 업무란 뭐지.
내가 도울 수 있는건 없나.
“매일 밤. 잠들기 직전까지 석상을 조각하고 있으세요.”
“······.”
자리에서 일어나 아일라에게 다가갔다.
곱게 잠들어있는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웃고는 그대로 코를 꼬집었다.
“으, 으그···.”
“아일라. 일어날 시간이다. 잠에서 깨도록.”
“울프람···?”
자업자득으로 피곤에 절어있는 녀석을 도와줄 생각은 없다.
***
그렇게 아일라를 들쳐 메고 녀석의 방에 툭 던져놓은 다음,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아 빤히 녀석을 바라봤다.
녀석은 피곤에 절어있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지금의 상황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 상황.
어쩔 수 없지, 내가 정신이 들게 해줘야겠군.
“수수께끼의 조형사 A.T.S”
“아. 울프람. 봤나요? 잘 만들었죠? 정말 노력했답니다?”
“내 동의를 얻지 않고 멋대로 만들었더구나.”
“어라. 동의를 구하지 않았던가요?”
“언제 그런 동의를 구했지?”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반역의 개막이라던가···. 우리의 반역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라던가···. 울프람이 그렇게 말했죠?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한 우상으로 남지 않으면, 반역은 역사가 되지 않아요. 단발성 폭거에 지나지 않는 답니다?”
“그건···.”
궤변을 넘어선 그 말이지만, 아일라는 진심으로 그리 믿는 듯 했다.
“더군다나 황실을 믿을 수는 없어요. 최소한 서부에서만큼은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기록해서. 울프람이 직접 열차를 만들고 편의점을 만들었다고 적어내지 않으면, 후대에서는 ‘황제조차 되지 못한 울프람이 그런 걸 만든 게 아니라, 이브 폰 로엔그린 황제의 지시에 의해 대리로서 일을 했을 뿐’ 이라고 기록될지도 모르잖아요?”
“이브가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이브는 그럴지 모르지만, 이브의 모든 가신을 신뢰할 수는 없잖아요? 역사는 군주가 적는게 아니라 서기가 적는 거랍니다?”
“······.”
아니.
그렇게까지 말하면 또 맞는 말인데 말이야.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다른 거보다, 이 녀석이 트라이스타기에 엄청난 설득력을 얻는다.
트라이스타는 뭐라고 해야할까···. 로엔그린을 떠나 제국 전체의 입장에서 좀 호구잡힌 느낌이니까, 온갖 괄시를 받고 살았겠지.
“그러니까, 산 증인인 저와 울프람. 그리고 지금 시대의 트라이스타와 서부 영지는 계속해서 노래해 나가야 해요.”
“무엇을?”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는 황자가 일으킨 위대한 반역을 당신의 위업을.”
똑바로 나를 바라보는 그 눈에 흔들림은 없다.
내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사이 아일라는 노래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천 년 만 년 헤지지 않고 기억되도록 말이죠.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 그의 동료들이 만들어낸 반역의 역사를 말이죠. 그래서 제일 알기 쉬운 게 석상 건설이잖아요? 상징적이고 알기 쉽고요. 시작이 되는 역에 울프람의 석상을. 각 주요 역마다 파티원들의 동상을. 그리고 그 마지막 에덴에는 저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석상을 말이죠.”
“······.”
이 녀석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더욱 웃기는 것은, 폭거에 독단이지만 그 근거가 또 꽤나 명확해서, 나도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거다.
“그래서, 잠을 못 자고 있는 건 어떻게 된 거지. 네 몸이 망가지면 안 될 일이다.”
“아···. 그게 말이죠. 울프람? 가주 대행 업무가 그럭저럭 바쁘긴 해요. 하지만 석상 제작도 쉴 수 없는 일이고···. 그래서 둘 다 양립하려고 노력하니 하루에 수면을 10분씩 줄이고 있어요.”
세상에.
다른 녀석들이 10분 줄이면 그게 줄인 거냐 싶겠지만, 아일라는 그러면 안 된다.
어떤 사고가 어떻게 날지 알고···.
“안 되겠군. 오늘은 푹 자도록 해라.”
“하, 하지만 석상 제작이···.”
아일라는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지만,
“나는 벌써부터 너를 전설로서 노래할 생각이 없다.”
“네? 아···.”
“그 전설은 적어도 앞으로 백 년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일 아닌가. 네가 벌써 건강을 헤쳐 일찍 눈을 감는다면···. 나는 너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네 석상 앞에서 대화를 나눠야 하지 않겠나.”
내 말에 아일라는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 올렸다.
직후 살짝 내려, 눈만을 꺼내 이쪽을 바라봤다.
“앞으로 백년이나 함께 있어 줄 거라는 이야기인가요?”
“백년 정도로 철도를 다 깔고, 전세계 어디에나 편의점을 보급하려면 시간이 부족하지 않겠나.”
내 말에 아일라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불에 입을 묻고는 후우우우우. 숨을 불어넣었다.
아마 이불이 아니었다면 큰 한숨으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는걸.
“알겠어요. 저도···. 벌써부터 전설로 회자되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는 수면을 줄일 일 없이···. 시간이 남을 때만 할게요.”
“좋은 생각이다.”
“마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그리 말하며, 아일라는 슬쩍 시계를 바라봤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일라의 평소 수면시간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삼십 분 남짓.
“울프람.”
“음.”
“그럼 으흠. 오늘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옆에서 잠들때 까지 이야기를 하죠.”
“호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지?”
“뭐든 좋아요. 그러고보니 이번 여름방학 여행은 어땠나요? 삐약이 영지부터 대륙을 돌았죠? 재미있는 건 많았나요?”
아일라는, 마치 동화책을 읽어 달라 칭얼거리는 어린아이처럼 나를 부추겼다.
“대신 길게는 해주지 않을 것이다. 딱 20분.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조금만 더! 5분만 더 해주는 건 어떨까요?”
“안 된다. 네가 우리를 걱정하고, 우리가 노래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만큼, 나도···. 나아가 파티 모두도 너를 걱정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도록.”
침대에서 일어나 항의하려는 아일라의 이마를 꾸욱. 하고 검지로 누르자, 아일라는 맥없이 다시 누웠다.
“네에···.”
“좋아. 그럼 약속대로 딱 20분 하도록 하지.”
“네. 그럼 동부부터 이야기 해 주세요.”
“그렇구나. 동부 사브레 영지는 참으로 좋은 곳이었다. 초원과 소가 가득했지.”
옆에서 동화책을 읽듯, 아일라에게 천천히 이야기를 해줬고, 처음에는 흥미 깊게 듣던 아일라의 반응이 점점 엷어졌다.
그 끝에 목소리 대신 숨소리만 들리게 된 녀석의 침실의 불을 끄고, 방을 나왔다.
시계를 보니 25분이 흘러 있었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것 참.
결국 녀석이 바라는 대로 좀 더 이야기하고 말았나.
나도 물러 터졌다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