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598)
597. 수중캔디
천혜의 고도를 향하는 우리 파티···. 아니 정확히 말하면 파티는 아니구나, 아무튼 나와 스피카. 그리고 앨리스는 실로 묘한 분위기였다.
스피카의 밝고 활기참은 사라졌고, 앨리스는 석연찮은 표정이었으며, 나는 둘의 관계를 명확하게 모르니 말을 꺼내지 못하는 상황.
아무튼, 그 와중에 우리는 동쪽 숲에 도착. 천혜의 고도로 가는 포털에 올라탔고, 고도 내부로 진입했다.
바닷가 쪽에는 몬스터가 적고, 평소 우리가 캠프 하던 곳에 도착. 태초석을 설치하고 캠핑장을 완성할 때 까지 두 사람은 여전히 조용했다.
“불편한 점이라도 있나?”
“아, 아뇨. 아니에요. 오라버니···.”
“그러면 어째서 그런 시무룩한 표정을 짓지.”
“아 그게···. 저는 제 마음에 대고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긴 하는데···. 그게. 저, 돌아보고 나면 멍청했던 것 아닐까. 나는 왜 이렇게 물러 터졌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어서요. 그러니까···. 곧 나을 거예요. 네. 괜찮을 거예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전혀 괜찮지 않지만, 본인이 내버려달라는 의사를 표명했으니 일단 내버려두기로 하자.
그 다음은 앨리스에게 다가갔다.
“앨리스 마이스터. 바닷가는 와본 적이 있나?”
“몇 번 있습니다. 마이스터 영지와 가까운 【창】의 영지에는 바다가 있습니다.”
“그렇군. 그럼 새로울것도 없나.”
“아뇨 새롭네요. 그때의 바다는···. 절벽 아래에 있는 것. 강한 파도가 치고 성벽에서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솔직하군.”
“솔직할 수 밖에 없는 상태니까요.”
뭐. 지금 이 녀석은 평정심이라는 감정을 잃어버린 상태니까.
앨리스는 철퍽. 파도 사이를 걸어 손 끝으로 바닷물을 쓰다듬었다.
손을 타고올라 이내 흘러내리는 물길을 보며, 살포시 웃는다.
이건···. 바다를 처음 보는 녀석 수준의 반응인데.
뭐지.
봤다면서?
“성벽이라고는 하나 대양(大洋)을 바라보는 감동이 어디 갔을리는 없을 터. 실로 아무것도 못 느꼈나?”
“어디 갔습니다.”
“음?”
“약 이틀간 바다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첫날은 감동이라는 감정이 사라지고, 두번째 날은 감상이라는 감정이 사라졌습니다.”
아하.
그렇게나 슬픈 과정과 결말이 있었을줄이야.
“진짜 바다는 처음이로군.”
“내.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바닷바람이 앨리스의 머리를 흐트러트리고, 그것을 붙잡아 손으로 정리했다.
“바다는 마음에 드나?”
“예. 무척이나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이 감동적인 모습에 저는 평정심을 잃고 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조금 있다가는 헤엄도 칠 것이니 그때 또 즐기면 되지 않겠나.”
“네······? 바다에 들어가는 겁니까? 그래도 되나요? 바다 아래에는 몬스터들이 가득하다고 들었습니다. 수중의 이동제한을 생각하면 작은 몬스터라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럴 일은 없다.”
“그렇습니까?”
그렇다.
이 구역을 지배하는 대양의 주인급 되는 녀석한테서 지원을 좀 받았거든.
나중에 아리엘을 위해 식사를 좀 만들어줘야겠군 그래. 생선도 생선 먹으니까, 생선 정식을 만들어주면 되나?
“그러고보니 수영복은 있나?”
“수영복이 뭡니까?”
“······.”
그러고보니 그게 문제네.
***
앨리스는 아무래도 수영복은 생각도 못 한듯. 멍하니 이쪽을 보고 있는 가운데 옆에서 스피카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두 분 다 뭐하세요?”
“음. 아무래도 앨리스가 수영복이 없는듯 해서 말이다.”
“아···. 그러면 제 수영복을 빌려···.”
거기까지 말하고 스피카는 앨리스와 자신을 한 번 바라본 후 급격하게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앨리스는 아무래도, 스피카보다 전체적으로 체구가 크다. 하지만 스피카는···. 미니 아일라라고 해야할까. 나이 또래에서도 작은편이다.
“아뇨. 배려 감사합니다. 스피카 양.”
“네에···.”
그만큼 민첩형 골렘 소환 마법사.
즉 워 메이지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상관 없다 생각하지만, 저 나이때 어린애들은 키 하나로도 엄청나게 상처받으니까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군. 만들도록 할까.”
“뭘요?”
“수영복 말이다.”
“아하. 만들면···. 만든다고요?”
“그래. 어렵지 않은 일이지.”
“잠시만요. 어렵지 않은게 아니라···. 아니 그래도 되나요? 앨리스 양. 그래도 괜찮은건가요?”
스피카가 앨리스를 보며 황급히 묻자 앨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스피카 양. 뭐가 문제죠?”
“아뇨! 그게요! 그러니까···!”
그리 말하고 스피카는 앨리스에게 속닥였고, 이내 앨리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는 내게 슥 다가와 크게 소리쳤다.
“제, 제 체형을 잰단 말입니까? 황자님께서? 진심인가요?”
“으음.”
“믿을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 믿었는데···.”
아.
그렇군. 평정심이 날아간 대가가 바로 이건가.
원작 기준으로 이런 감정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으읏···.”
“오라버니···?”
나의 그 웃음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두 사람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내가 만드는 옷은 대부분 마법의상이라, 자동으로 체형에 맞춰서 조정된다.”
“아···.”
“아하···.”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다감한 나이의 여자아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도 울프람의 삶까지 합쳐 살아온 나이를 생각하면 이제 적지만은 않은 나이.
저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아이들을 보면, 따라가기 힘든 열정을 느낀다.
그건 그거고···.
“지금부터 수영복을 만들건데, 원하는 디자인이 있나?”
“으음. 그렇군요. 스피카 양. 최근 유행하는 수영복은 뭔가요?”
“사실 서부는 해안가랑 가깝지 않아서요. 앨리스 양은 어떤 디자인이 좋으세요?”
그리 말하며 꺄꺄거리는 두 사람은, 방금 전의 어둑했던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활기차게 떠들기 시작했다.
정말.
이 나이대 애들은 뭔지 모를 이유로 삐지고, 뭔지 모를 이유로 풀린다.
대단한 열정과 열기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
그렇게 앨리스의 수영복이 완성되었다. 은빛 프릴이 달린 흰색 수영복에 파레오까지 추가했다. 처음에는 내가 끼어드는 것을 꺼렸던 두 사람은 나중가서는 내 의견도 적극적으로 구한 결과물이다.
“그렇군요. 이걸 입고 헤엄을 치는군요. 너무 화려하지 않은가 싶지만요.”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군. 그 미소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평정심이 없는 상태니까요.”
“그렇군. 평소라면 숨겼다는 건가.”
“네. 감정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은 불편하군요. 싫지는 않지만요.”
“앨리스 양! 같이 수영해요!”
그렇게 말한 뒤, 앨리스는 스피카가 부르자 잽싸게 그쪽으로 달려갔다.
기본적으로 재주가 높고 똑똑하다보니, 잽싸게 헤엄을 익힌 두 사람은 바닷가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울프람 황자님은 안 오십니까?”
사실 사람이 서른이 넘어가면 헤엄보다는 그냥 바닷가를 지켜보는 걸 더 즐기지 않을까.
육체는 아직 젋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아저씨인 나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식사를 준비해야 하니까 말이다.”
“아···.”
“저희도 도울게요!”
그리 말하고 스피카는 덥썩 이쪽으로 달려왔다.
착한 녀석.
나 혼자 일한다고 생각하니 도우러 온 건가.
하지만, 이렇게 놀러왔을 때. 애들은 애들의 노는 법이. 어른은 어른의 즐기는 법이 있는 법이다.
“아니다. 너희들은 놀도록 해라.”
“하지만 오라버니···.”
“괜찮다. 그 뒤에 더 재미있는게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야. 그때는 나도 참여하도록 하지.”
“네···?”
앨리스와 스피카의 등을 살짝 밀었고, 머뭇거리며 이쪽을 바라보다 다시 바다로 달려간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요리를 준비했다.
“바닷가에서는 땀을 많이 흘리고, 연기 걱정도 없으니 전체적으로 간이 강한 고기요리가 괜찮은 편이지.”
고기는 다들 좋아할테니까 말이야.
그리 생각하며 식사를 준비하던 와중, 바닷가에서 묘한 기운이 올라왔다.
저건, 아리엘과 내가 사전에 협의한 준비가 되었다는 이야기.
마침 잘 됐군.
식사 이후. 애들에게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주러 가 볼까.
***
식사는 대 호평 속에서 끝났다.
두 명의 아이들은, 운동을 한 직후라서 그런지 엄청나게 먹었다.
특히 평정심을 잃은 앨리스가 압권이었는데, 녀석은 눈을 빛내면서 접시 위에 고기와 야채를 담아 멈춤 없이 들이켰다.
뭐, 기사검과 암살검을 같이 다루는 만큼, 훈련도 격하게 할거고, 저 정도의 식사량이 살이 갈 일은 없을거다.
“오라버니! 잘 먹었습니다!”
“잘먹었습니다. 무척이나 행복한 맛이었어요.”
음. 솔직한 애들 둘이 모이니 평가가 무척이나 듣기 좋군.
망할 이브녀석도 이런 감상평을 좀 배워야 한다.
자.
이제 내가 준비한 이벤트 시간이다.
“자. 다들 이걸 먹도록.”
“사탕인가요?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두 사람은 사탕을 입에 물었고,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무척이나 독특한 사탕이다. 이 사탕은 에어 버블 캔디라고 해서 주변에 몸 주위에 공기의 막을 친다.”
“그렇군요. 신기한 사탕이네요.”
사탕을 입에 물고 오물거리는 스피카의 모습에 웃어버렸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일라와 똑 닮았다.
“그래서 황자님. 이 사탕으로 무엇을 하는 거죠?”
“즉. 이걸 먹고 바다 안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 거 같나?”
“그야···. 아.”
“응. 왜 그러시나요. 앨리스 양?”
앨리스는 드넓은 바다를 봤다.
정확히는 해수면, 그 안을 뚫어지게 봤다.
눈치 챘나보네.
“맞다. 바다 속을 걸을 수 있다.”
“아···.”
“와아···.”
이 근처의 바다는 갑작스럽게 급경사로 빨려드는 곳도 없다고 들었다.
그 외에도 푸르디 푸른 바닷속 풍경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아리엘에게서 들었다.
물론.
【바닷속 풍경이 멋지다는건 무슨 의미지?】
【잘 모르겠군. 음. 아 그렇군. 그레이트 크라켄 옆을 돌아다니는 물고기 수만마리의 떼 같은건 그럭저럭 볼만하다.】
【그런것 말고 풍경이 멋지다···?】
【울프람. 너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바닷속에 멋진게···. 아. 고대에 가라앉은 석조건물같은걸 보고 싶나?】
바닷속 풍경이 어떤 게 아름다운지는 서로 의견이 분분했지만 말이다.
그럭저럭 수초가 잘 자라고, 물고기가 위협적이지 않으며, 바다 속 밸런스가 좋은 곳을 이야기 했을 때는 정말 그런 게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가? 인간은 그런가? 소리를 들었다.
“자. 그럼 들어갈까.”
“네!”
두 사람은 굳게 고개를 끄덕이고, 양쪽에서 내 손을 잡고 천천히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뭐, 바닷물을 마시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으로 물속에서 숨을 내쉬자 정말 놀랍게도, 바닷속에서도 숨이 쉬어진다.
그리고 눈을 뜨자.
“과연.”
황실혈통에 의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 마음이 움직일 정도로 말이다.
【황실 혈통에 의해 어울리지 않는 행동은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진정됩니다.】
쯧.
하여간 이 녀석은 진짜. 언젠가 내가 스킬 삭제권으로 지워버린다.
하지만, 그런 방해를 떼놓고서도 엄청나게 아름다운 풍경이었기에, 우리 셋은 바닷속을 거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내 손을 놓고 바다를 마음껏 즐기기 시작했다.
스피카는 불가사리를 손가락으로 찔러보거나, 물고기와 함께 춤을 추는 등. 높은 재주를 마음껏 뽐냈고, 반대로 앨리스는 조용히 앉아 풍경만을 바라봤다.
“······!!!”
스피카가 근처에서 무언가 소리치지만, 서로의 몸 주위에 공기가 있다 한들 붙어있는건 아니라 소리가 전해질리가 있나.
아.
이것 참.
나는 조용히 스피카에게 다가가 검지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스피카의 입술 쪽으로 들이밀었다.
녀석은 잠시 움찔하다 이내 이쪽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감는다.
음. 얌전하네. 방금 전까지는 기력이 넘쳤는데 말이야.
그런 스피카의 입술 바로 앞에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에어 버블 캔디를 하나 밀어넣었다.
“······?”
이내 조용히 눈을 뜨고 사탕을 받아먹고 고개를 갸웃하는 녀석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다시 풍경을 구경했다.
공기도 무제한은 아니라서, 저렇게 급격하게 움직이면 금새 사라진단 말이지.
이내 내 진심을 깨달은 스피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쪽을 노려본다.
묘하게 볼을 부풀리고 있긴 한데.
아마도 저건 곧 끝날 이 수중 야유회가 아쉽기 때문일거다.
그만큼 즐기고 있다는 거겠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