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0)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레지나 시엘라가 마법과 사회 발전 실기에서 발표한 것은 ‘스크롤 키트’였다.
‘라이트’ ‘파이어 볼트’ ‘아이스 볼트’ ‘응급 치료’ ‘독 저항’의 9티어 스킬 5개 묶음.
“흠.”
원래는 3막에서부터 팔기 시작하는 건데, 짭샥에서 스크롤 키트까지 오다니, 한 단계 건너뛰었네.
효율은 ···글쎄다. 저거 9티어 마법 스크롤 다섯 개 묶어서 파는 건데, 생각보다 많이 비싸다. 개량하면 개량하는 대로 더 비싸지고 말이야.
“레지나 시엘라 학생의 발표를 잘 봤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고 다음 번 발표. 울프람 폰 로엔그린 학생의 발표를 듣겠습니다.”
이실로테 교수가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그리 말했고, 내 옆으로 슥 돌아온 레지나는 나를 보며 빙긋 웃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님의 마음에 드는 발표였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안 든다.”
“······이유를, 감히, 물을 수 ···있을까요?”
“용도가 불분명 하다. 저걸 누구에게 팔 거지?”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지방의 영주들입니다.”
“그게 불분명하다는 거다.”
“제가 식견이 짧아 이해가 부족합니다. 설명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얘가 조금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후. 이번만이다?
“나라면 보호면 보호. 공격이면 공격. 보조면 보조. 딱 하나씩만 해서 세 개 파트로 팔겠다.”
“······아?”
“9티어 4속성 볼트 ‘공격 마법 묶음’. 라이트. 실드. 신호탄. 탐색의 ‘보조 마법 묶음’. 독 수면 마비 응급치료의 ‘응급 키트 묶음’ 이렇게 가져다 파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애매하기 짝이 없는 배치구나. 실전 경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애송이가 만들었어.
“···으, 윽.”
“어리구나. 시엘라 가문의 영애.”
레지나 시엘라는 나를 빤히 보면서 이를 악 물었다.
“어, 어떻게 저보다 그렇게 앞선 생각을 하실 수 있는 거죠?”
“너와 나의 격차다.”
어떻게 냐니.
그야, 4막 이후로 네가 이렇게 분할해서 팔거든?
미안, 그냥 네가 파는 거 가지고 아는 척 좀 해봤어.
꼬와도 어떻겠니 꼬우면 니가 나 대신 울프람 되던가. 하하.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님 ···당신은.”
“······잊어라.”
“어찌, 잊겠습니까.”
“아니 잊으라 했다.”
“황자님의 발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아냐.
하지 마.
그렇게 분홍빛 일발 장전 한 상태로 나를 보지 마.
제발.
“당신은···.”
그리고 그 대사도 치지 마.
루트 폭력 멈춰!
***
레지나 시엘라의 팬덤. 통칭 레지나단은 D/Z SAGA의 유저들 중에서도 무척이나 독특한 집단이었다.
레지나단의 특징은 인물의 심리 추론을 극한까지 땡긴다는 것이었고, 해석하는 인물은 당연히 레지나 시엘라였다
얘네들은 공략의 개념이 다르다.
예를 들어 보통 유저가 공통 루트를 공략할 때를 예를 들어보자.
3막에서 반역의 숙녀 아일라를 쓰러트릴 때. 켈터스에게 면역템을 둘둘 말아 적진 한가운데 던져놓는 탱킹. 즉 켈던탱을 몇 페이즈에 쓰는 것이 안전한 공략법인가를 고민한다.
이건 엄청 당연한 공략이잖아. 유저가 보스를 공략하는 패턴. 보통 여기서 스피드런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은 생각을 하는 게 심화 공략이고 말이야.
그런데 레지나단의 토론은 그런게 아니다.
3막에서 레지나 시엘라가 켈터스를 보고 “···당신은.” 이라고 한 마디 하는 구간이 있다.
그럼 이걸로 싸움이 난다.
‘당신은 저를 죽여 줄 수 있나요? 아닐까?’
‘아냐. 그건 감정선이 조금 빠르지 않아? 당신은 남들과는 다른가요? 아닐까?’
‘하지만 레지나가 켈터스를 처음 보고 그런 마음을 느꼈을 수도 있잖아?’
‘ㅋㅋ 해석 지리네 그게 그렇게 읽힘? 눈깔 놓고 사나 ㅋㅋ아’
‘새끼 레지나 알못이네 ㅋㅋ 븅신 너는 시엘라 양이라고 불러라 ㅋㅋ’
‘뭐 새끼야? 뜰까?’
‘ㅇㅋㅇㅋ 지는 새끼가 레지나가 아니라 시엘라 양이라고 부르는거다.’
‘ㅇㅋ 딱 대라 지금 간다 ㅋㅋ’
이걸로 현피가 났다. 진짜 만나서 싸우더라고.
당연히 커뮤니티에 실시간 방송도 했다.
레전드였다. 실시간으로 팔천 명 정도 봤다.
끝나고 서로 레지나라고 부르면서 제육덮밥 먹으러 가더라.
얘네는 나중에 제육덮밥 호감고닉 소리를 들었고 전설이 되셨다.
아무튼, 얘네는 진짜다. 레지나단은 좀 집단 광기? 정신병? 그런 게 좀 있다.
그 단톡도 있는데 단톡 들어가는 조건이 각 막에서 레지나가 말 한 가장 진심인 말 앞 글자를 합치는 거였다. 미친놈들.
당연히 나는 거기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거길 왜 가냐고 진짜.
아무튼, 그런 광신도를 만들어낸 레지나 시엘라 루트는, 그녀를 이김으로서 해금된다.
레지나 시엘라라는 인물에게 공감 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떤 심정으로 살아가는지는 꽤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사실 여기서 이기지 않는 것도 좋다.
레지나는 자기를 이긴 상대를 주목하고, 주목받으면 귀찮아진다.
지는 게 좋다. 여기서는 져야 맞지.
이브는 ‘나에게 좋은 성적만 거두세요.’ 라고 했지 1등을 하라고 하진 않았다.
아일라 역시 내가 진다고 해도 ‘이번에는 숨기는 건가요.’ 라고 말 하겠지.
하지만···.
하지만 지는 것이 올바른 걸까?
울프람 폰 로엔그린. 자문하마. 거짓 없이 답하라.
Q. 저 레지나 시엘라에게 패배해도 괜찮은가?
A. 엿이나 까잡수세요.
“설령 저 귀찮은 것이 나를 더 귀찮게 하더라도, 나는 지고 싶지 않다.”
귀찮게 한다면, 그 때 가서 치우면 될 일이다.
누군가가 나를 귀찮게 할 미래가 있다고 해도. 나는 지금 이 순간 이기고 싶다!
“그래. 그거면 된 거다.”
마음은 정해졌다.
이기고 나서 생각하자!
***
“다음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 학생의 발표입니다.”
이실로테 교수의 호명이 있고 나서, 나는 단상 앞에 섰다.
솔직히 말해서, 이 수업 거의 안 들었다. 그냥 얼마 전 필기수업의 문제가 단 하나였기에 거기에 근거해서 그럭저럭 알고 있는 걸 짜 맞춘 것뿐이다. 구라고 사기고 풍둔 아가리술이다.
편의점에서 할 거 없어서 핸디 워커를 이용해 만든 공예품 하나 들고 나왔을 뿐이다.
솔직히. 배를 짼 거다.
아니 생각해봐, 얼마 전까지 저놈의 2-1 원정 갔다 오니 중간고사래. 그런데 필기뿐만이 아니라 실기도 있대.
그 와중에 근육통으로 조진 체력 2 울프람이 뭘 어떻게 준비하는데, 준비는 개뿔 이거 만든 것도 용한 거지.
“나는 지금부터. 망상을 이야기 할 것이다.”
허나 해볼 만 했다.
아니. 지옥 풍둔 아가리술로 해내 보이겠다.
“오늘 내가 발표하려는 것은, 현실화되기 힘든 것이다. 황실 출신인 나로서도, 솔직히 이런 걸 꺼내들어도 될지 모르겠군. 그러니 이건 황자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아니라, 일반 학생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가지고 있던 심상을 그저 떠벌이는 것이라고 생각해 다오.”
나의 말에, 그저 바닥만 바라보고, 남의 발표에는 관심도 주지 않던 학생들이 슬쩍 나를 바라봤다.
“상호간의 해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이번 학기 수업을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최저한의 균등.’ 그래. 황실은 부유하고 수도는 번성했으나, 황실의 동쪽 끝에는 숲과 몬스터만이 가득하고 좋은 식사는커녕 그날 밤의 수면도 보장받지 못하지. 나는 이를 알고 있다.”
짝 짝. 교수의 박수소리 추임새가 들어온다. 좋구요.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 되어야 할 것은 바로 물자 보급의 안정이다. 정확히는 가장 기초적인 생활용품의 가격 안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흑빵】. 【물】. 【의복】. 【몬스터가 싫어하는 풀】. 【가장 기본적인 의료도구.】”
스킬을 켠 상태의 말은 점차 고조되었으며, 마력이 1을 끊는 그 순간, 한 마디 강하게 내뱉었다.
“【로엔그린 제국의 국민들이 황실의 그늘 아래에 있다는 실감이 들게 하는 모든 것들의 보급.】”
여기서 뚝. 하고 말을 끊는다.
다시. 삼. 이. 일. 스킬을 끄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공급 루트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워프 포탈은 물건의 무게만큼 질 좋은 마동석을 요구한다. 수도에서 멀어질수록 돈이 더 들 수밖에 없지.”
내 말에 몇몇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시골 출신인가보다.
“이에 나는 하나의 장난감으로, 철없는 망상을 논하고자 한다. 허나 이는 이루어 질 수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그리 말하며, 단상 위에 그것을 툭 올려놨다.
바로 손바닥만한 열차 모형과 레일이었다.
아주 작은, 시간당 0.3의 마력을 내뿜는 10만 린 짜리 마동석으로 만든 장난감.
핸디 워커로 만들 수 있는 최하급 ‘열차 모형과 레일’ 세트였다.
버튼을 삑 누르자 삐용삐용 소리를 내며 열차가 달리기 시작한다.
꿀꺽.
다들 이 장난감에 주목하고 있을 때 아일라가 준비해 줬던 마나 포션을 먹고, 마력을 채운다.
“전 세계에 이 ‘철도’를 깔고 화물을 실은 열차를 달리게 하여, 【가장 먼 곳에 가장 소중한 물건을,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필요한 물건을 전한다.】 【로엔그린 황실의 수도부터 저 동부 끝 숲. 남부 끝 사막. 북부 끝 설원. 서부 끝 산맥까지 세상을 잇는다.】 재미있는 망상 아닌가?”
“···그 장난감으로, 그게 가능한가요?”
여기서 교수의 물음이 들어왔다. 감동에 가슴이 먹먹해진 교수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말로 대답하지 않고 바닥에 놓여있는 손바닥 사이즈의 돌멩이를 열차 위에 올려놨다.
열차보다 압도적으로 무거운 무게.
허나 철마는 멈추는 일 없이 계속해서 원형 레일을 뱅글뱅글 돌았다.
“이 열차는 스스로의 무게보다 더욱 무거운 것을 짊어졌음에도 결코 멈추는 일이 없지 않나. 나는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그 말에 학생들 사이에서 오오. 하는 소리와 교수의 박수 추임새가 아름답게 하모니를 이루었다.
“이, 이게 있다면 정말로···.”
교수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망상이다.”
“네, 네?”
“너무 큰 기대는 갖지 말도록. 앞서 말했다시피 모든 것은 꿈이고 허상이다. 철로의 몬스터는 어떻게 할 것이며, 운송 도중 습격은 어떻게 처리하지? 예산을 위해선 증세가 필요할 것이고, 먼저 세금을 낸 영지부터 레일을 깔아야 하는 이권다툼이 될 것이다. 공상이며 망상이다. 불가능의 영역이다. 꿈이다.”
거기까지 말하고 숨을 멈췄다. 교수의 얼굴이 더 절망으로 물드는 시각효과가 충분히 전달해질 무렵, 다시 마이크를 쥐고 스킬 온.
“【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사회 발전과 마법 과목 아니던가?】”
“······윽!”
“그렇기에 이 수업을 듣는 우리는 꿈을 꾸어야만 한다. 공상을 이야기해야 한다. 망상을 토의해야 한다. 【수도에서부터 안전하게 동부 숲 끝까지 여행하는 꿈.】 【서부 끝 가난한 산맥의 아이들이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망상.】 북부의 설원에서 생산한 옷이 남부 사막의 밤의 추위를 견뎌내게 해주는 공상.】 【그게 이 과목. 이 시험의 본질이라 나는 판단한다.】”
숨을 멈추고, 스킬을 끄고, 장내를 둘러본다.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발표는 이상이다. 일반 학생의 꿈을 듣느라, 고생이 많았다.”
정말 우레 같은 박수가 울려 퍼졌다. 체력2의 울프람의 몸이 박수 소리에 움찔거릴 정도로 큰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고 교수는 눈물마저 짓고 있으니 실로 이보다 기쁜 일이 없구나.
저 멀리서 금발 치렁거리는 귀찮은 애가 울면서 박수 치는 게 좀 많이 불안하긴 한데.
아무튼 뭐.
먹혔다.
개이득.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