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13)
612. 후반전 시작
D/Z SAGA의 레벨링은 단순히 깡으로 레벨을 올린다고 캐릭터가 강해지진 않는다. 오히려 레벨은 허수. 캐릭터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를 필요로 하는데, 장비. 스테이터스. 스킬이다.
우선 스테이터스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재능충들의 영역이다. 언젠가 죽여주마. 이브 폰 로엔그린.
그러면 전원 스테이터스에 몰빵친 파티원만 쓰는게 답이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
그랬으면 나는 이 세상 다시없을 쓰레기가 아닌가.
즉 장비나 스킬빨로 어떻게든 스테이터스를 비벼볼 수 있다.
이 게임은 스테이터스. 장비. 스킬이 전부 맞아 떨어지고, 잡스러운 성장 테크 없이 완벽하게 가다듬어야 그제서 ‘갓캐’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D/Z SAGA의 버스 시스템은 보통 RPG와 다르다.
보통은 쩔템 끼워주고 버스 몇바퀴 돌리면 만렙이지만, 이 게임은 파티원을 고급 던전에 끌고가서 강제로 경험치를 먹이는 것으로는 스킬 숙련도가 늘지 않는다.
스테이터스가 1티어인 파티원에게 1티어 장비를 쥐여줘 놓고 정작 스킬이 없어서 할 줄 아는게 ‘응급치료’와 ‘평타’가 되면 그대로 망하는 거다.
요는 밸런스.
기왕 버스를 태우는 거 제대로 태워야지.
그리 생각한 나는 기본적인 물약과 로브 하나만 유즈나엘에게 던져준 후.
동부 숲 심지(深地)에 왔다.
“자 그럼 유즈나엘. 몬스터와 싸울 준비는 마쳤는가.”
“물론이에요, 그나저나 몰랐어요. 저에게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재능이 있을 줄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그런 건 없다.”
“네?”
자. 그럼 여기서 유즈나엘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이 게임의 메인 히로인인 네 명은 제각기 다른 배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이브 폰 로엔그린은 압도적인 마력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화력형 퓨어 메이지.
레지나 시엘라도 퓨어 메이지지만 상대를 온갖 상태이상과 마력에 의한 압박으로 찍어누르는 멀티 툴 메이지에 가깝다.
기사학부의 이졸데 크루엘은 보석검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기교형 검사’인 셈.
마지막으로 유즈나엘은 바로.
“울프람! 몬스터들이 몰려와요! 엄청나게 몰려와요!”
“지금이다. 마인드 스위핑을 써라.”
“네! 【다들 멈추세요!】”
유즈나엘의 그 말에, 몬스터들이 뚝 하고 멈춘다.
나는 멀찍이 서서 유즈나엘에게 지시를 내릴 뿐.
“다 멈췄나?”
“네! 다 멈췄어요!”
“그러면 지금부터 전력으로 도망쳐라”
“네?”
“안 그러면 걷어 차여서 날아다닐 테니까.”
무슨 의미에요? 라고 유즈나엘이 되묻기도 전, 포효가 귓가를 때린다.
그어어어어어!
크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동시에 몬스터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폭주라고는 해도, 극단적으로 공격력이 올라가고, 방어력이 떨어질 뿐이다.
그리고 유즈나엘을 향해, 몬스터들이 미친듯이 돌진한다.
“울프람! 몬스터들이 엄청 화가 났어요!”
“그렇군 너에게 달려들고 있구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도망쳐야 해요!”
“훌륭하다. 그게 전장에서 네가 맡은 일이다. 몬스터들을 끌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도망다녀라. 그러면 다른 동료들이 몬스터들을 처리하겠지.”
“아, 그렇군요! 저는 유인책인가요?”
“그래. 그렇다. 몬스터들을 이끌고 재빠르게 내달려라. 안 그러면 걷어 차인다!”
“울프람! 이럴 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뭐지. 달리면서 해도 된다.”
“맛있는 밥을 먹여주고! 취직처도 소개해주려는 좋은사람 울프람에게 이런말 하면 미안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뭐지. 기탄없이 말해봐라.”
“울프람은 나쁜 사람 같아요!”
몬스터들을 이끌고 전장을 내달리던 유즈나엘은 그리 소리쳤다.
음.
그렇구나.
반박을 못하겠네.
***
앞서 말했다시피 유즈나엘의 캐릭터 특성은 극단적인 ‘탱커’다.
“아앗! 울프람 저 지금 맞았어요! 죽었어요!”
“아픈 척 하지 말도록.”
“들켰나요?”
말이 안 될 정도로 튼튼하다.
장담할 수 있다.
지금 이 녀석의 맨몸 탱킹능력은 방패를 든 네프티 수준으로 튼튼하다.
유즈나엘 루트는 다른 히로인들보다 한참 이후에 열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만큼의 이점이 있어야 하는 법.
그 점에 보답하듯 이 녀석은 탱킹 하나만큼은 이 D/Z SAGA 어디를 내놔도 1티어에 속한다.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방금 전 보았던 마인드 스위퍼.
이게 날개가 있으면 몬스터에게 매혹으로 작용하지만 날개가 없는 지금은 광폭화를 부른다.
즉 ‘지역지정 광역 도발’이 가능하다.
둘째로는 천사라는 개념.
천사는 ‘축복’으로 구성된 존재이며 낮은 티어의 물리 공격을 무효로 되돌리며 마법 저항력 역시 말이 안 되게 튼튼하다.
마지막으로.
유즈나엘 자체의 체력과 의지라는 깡스탯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도발, 물리면역, 회복력.
이 세 개를 합쳐서 이 녀석은 최흉의 탱커가 되는 것이다.
물론.
“울프람! 또 맞고 날아갔어요!”
“괜찮지 않나.”
“안 괜찮거든요! 울프람은 나쁜 사람인가요! 앗, 또 맞았어요! 앗 날아가요!”
다시 한 번 붕 날아가서 통통 튕기다가 멈춰서는 유즈나엘.
몬스터에게 ‘데미지’를 입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공중을 붕 날다가 여기저기 부딪치고 멀쩡하게 서있는 게 조금 기괴하긴 하다.
“아프진 않잖나.”
“저는 지상에 내려오고 처음으로 마음이 아파요! 울프람은 마음이 아프지 않은가요!”
“너를 강하게 키우기 위함이다. 자립해서 혼자 먹고살려면, 이 세계에서는 일을 하는게 최선이다.”
“저는 자립할 생각이 없어요!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런가. 고향에 가려면 돈이 들지 않나.”
“그건 그래요!”
“그럼 돈을 벌기 위해 달려라.”
“네!”
우리의 특훈은, 그렇게 석양이 질 때 까지 계속됐다.
***
그렇게 유즈나엘에게 탱킹의 기본을 가르쳐줬다.
“으음. 그렇군요. 마인드 스위퍼를 쓰자마자, 몬스터들에게 몰리지 않게끔 달리는 것이 기본···.”
“그렇다.”
“울프람은 대단하네요! 많은걸 알고 있어요!”
내가 만든 샌드위치를 먹으며, 유즈나엘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이제 결산을 하러 가자.
“다 먹었으면 가자.”
“어딜 말이죠?”
“네 몸값을 받아낼 곳.”
“······.”
유즈나엘은 나를 빤히 올려보다가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 나쁜 사람인가요?”
“정말 나쁜 사람이지.”
“역시나.”
용역사무소에 도착해 직원에게 유즈나엘을 다시 소개했다.
“유즈나엘이다. 직업은 탱커.”
“네? 정말인가요?”
“그렇다.”
“으, 으음···.”
직원은 나와 유즈나엘을 몇 번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작은 체구로 탱킹이 가능하냐는 의미겠지.
“탱커 포지션은 무척이나 귀합니다.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요.”
“그렇겠지.”
“여기 지침서를 보면, 탱커는 보통 1.2배의 보수를 받게 되어 있습니다.”
아.
인력 사무소의 전투 교범은 당연히 학생회가 짰고, 이브의 입김이 닿았으며, 포지션 배분과 용어는 전부 내가 정한대로 가고 있다. 합리적이고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인간을 체스말처럼 구분할 수 있냐는 의견도 있긴 했지만, 그건 게임을 베이스로 쓴거라 어쩔 수 없다.
나는 허리를 숙여 유즈나엘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럼. 유즈나엘. 착하게 잘 지내도록. 돈을 벌어서 고향에 돌아갈 돈을 벌면 좋겠군.”
“울프람. 울프람. 저 좋은 생각이 났어요.”
“뭐지.”
“제가 울플마 파티의 탱커가 되어줄게요.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그 말에 나는 쓰게 웃었다.
웃기게도, 내가 쓰게 웃는다는 것 자체가 거의 없는 감정 표현이다보니 조금 놀랐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이미 우리 파티의 탱커를 선택했다.”
“······.”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마,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에게 미안하다고 할 수 없다. 그저 그 뿐인 이야기다.”
“그런가요. 그건 어쩔 수 없네요.”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유즈나엘은 내 말에 척, 하고 손을 내밀었다.
“악수는 해도 괜찮죠?”
“어렵지 않은 부탁이다.”
그래.
사과 할 일이 아니다.
나는 이미 선택했고, 이 선택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유즈나엘이, 게임판 D/Z SAGA의 내 최애 캐릭터였다고 해도 곁눈질하지 않는다.
우리 파티의 탱커는 네프티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 대전제를 한 번 더 새겼다.
“그럼 유즈나엘, 열심히 노력해 집으로 돌아갔으면 좋겠구나.”
“네. 단서도 없지만요. 일단 열심히 돈 벌고 열심히 찾아볼게요.”
“집에 그리 빨리 돌아가고 싶나?”
“네? 음···. 안 그러면 왕···. 아니 부모님이 걱정하세요.”
“하지만, 기왕 내려온 것. 조금 더 지상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만.”
“아···. 그럴까요? 그것도 즐겁겠죠?”
“그럼. 내가 만들어준 음식은 맛있었지?”
“네! 무척이나요!”
“그런 것들을 먹어보고, 세계를 여행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수 있다.”
“음··· 그럼 조금만 여행해볼게요!”
그리 말하며 유즈나엘은 방긋 웃었다.
녀석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이 녀석이 돌아가기 위한 아이템인 【방황하는 소천사의 날개】는 내가 가지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이 소천사의 날개를 유즈나엘에게 돌려주면 이 녀석은 기뻐하겠지.
그리고 날개를 장착해 붕 날아 고향으로 돌아가고.
설정상 무조건 죽으니까.
“좋은 여행 되기를 바란다.”
“네! 울프람은 역시 착한 사람이네요!”
글쎄.
그건 반박할 수 있을 거 같은데.
***
자.
편의점도 공장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갔고, 유즈나엘이라는 변수도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었으며, 켈터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정했다.
이제 진짜 우리들의 일 이야기로 돌아가자.
파티원 전원을 소집해, 오래간만에 편의점에 모여 앉았다.
“지금부터 다섯 번째 문 공략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모두의 표정이 굳는다. 허나 그 안에 두려움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성장했군 그래.
“이번 마계의 문은 신화에도 적혀있던 마족인 독사장 베노바이퍼. 말 그대로 독의 영역이다.”
“독···. 까다롭네요.”
“맞다. 솔직히 말해 무척이나 까다로운 적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두 가지 물품이 있지.”
우선 테이블 위에 두 개의 물품을 내려놨다.
첫째는 태초의 루비다.
화염은 독과 상극이고, 대부분의 중독은 태초의 루비로 어떻게든 치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방황하는 소천사의 날개】
【상태:비상】을 부여하며, 모든 독장판을 씹을 수 있다.
“하지만 날개는 하나 뿐이잖아요?”
“그렇지. 그러니 내가 한 명을 업고 날면 된다.”
“네?”
모두의 표정이 가볍게 굳는다.
“조금 불편한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 도전하기 전 나와 공중에서 합을 맞춰봐야 한다. 내가 등 뒤에서 끌어안는 식으로 갈지도 모르겠군.”
“호오.”
“헤에.”
“아핫.”
다들 동시에 묘한 표정을 짓는다.
뭐, 너무 그렇게 핍박하지 마라.
불편한 건 알지만, 한 번 정도로 넘어가주면 되지 않나.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데···, 여기서 너희들 개개인의 특장점이 갈리지 않나.”
“울프람! 제 흑수정으로 날아드는 녹을 막으면 되지 않을까요!”
“선배님! 저는 탱킹에 자신이 있습니다!”
“베노바이퍼의 독은 드래곤의 비늘도 녹인다. 흑수정도 녹겠지.”
아일라와 네프티는 조용해졌다.
“서, 선배님 저는···.”
“리더! 아니 황자님! 그렇다면 바로 저 레지나 시엘라···.”
“밀푀유는 근접전사라 공중전에서 이점을 가질 수 없다. 레지나. 네 마력으로는 저주를 파훼할 수 없다.”
밀푀유와 레지나도 침묵했다.
“남은 것은 빛의 마법···. 빛의 마법은 독과 상극이지.”
“잠깐만요. 울프람. 미쳤어요? 서, 설마 저를 등 뒤에서 끌어안고 날아다니겠다고···.”
“날 수 있을 거 같나? 날개에게 사과해라.”
“죽고 싶어 미쳤어요?”
결국 이브도 아니다.
즉 남은 것은.
“일상적으로 몸에 극독시험을 하기에 독 저항이 뛰어나며, 재주도 높고, 하늘을 날면서도 언제든 지상을 향해 돌격하고 돌아올 수 있고, 체구도 작고 가볍지. 즉.”
“아하하···. 역시 나야? 진짜 나 맞지?”
“그래. 너다. 루디카.”
루디카 핫산 샤도우.
오직 너만이 이번 작전에서, 나를 따라올 수 있다.
자. 그럼 마계의문 후반전.
돌입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