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23)
622. Stellar Stellar
제프린 대축제.
정확히 말하자면 매년 혹은 학생회 매 기수마다 그 공식 명칭이 바뀐다.
자신의 임기를 치적하고 싶은 학생회장이 이름을 박아 넣는 일이 있는가 하면, 이브처럼 별 신경 안 쓰고 알기 쉽게끔 대축제 하나만 박아 넣는 경우도 있다.
물론 회장이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임원이 올린 이름 중에 하나를 골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들었다.
뭐 아무튼.
지금은 이름이 중요한게 아니다.
“곧 축제 기간이네요. 울프람.”
“음. 이것 참.”
오래간만에 강의실에 나와 강의를 듣고 아일라와 점심을 먹는 도중. 확실하게 느낀 게 있다.
지금 제프린의 재학생 전원이 어딘가 들떠있다는 사실.
“한 달이면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니까요. 다들 준비하느라 바쁘겠죠. 더군다나 저희 4학년은 마지막 축제잖아요?”“그야 그렇지.”
제프린 대축제는 4학년을 위한 송별무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애당초 이 아카데미에서 아랫 학년들이 놀아봐야 뭐 얼마나 놀겠나. 집에서 생활비를 부쳐주고 어떻게든 장학금으로 학비를 넘기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좋은 취직처를 고르고 싶어 학점을 관리한다.
그런 치열한 전쟁을 넘어서서, 사실상 학점 관리가 필요 없고 직장이 정해진 4학년들의 2학기. 그 때 벌이는 축제에서 가장 마음 편하게 놀 수 있는 건 최연장자 뿐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노점 신청은 각 동아리의 부장인 3학년이 하지만, 실제 운영이나 아이디어는 시간이 남아도는 4학년이 내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게 노사 역전세계인가 뭔가 하는건가.
아무든
모두의 가슴속에 뜨거운 열기가 샘솟는 가을의 초입.
나도 일단은 4학년인 만큼 저 열기속에 다이브해서 함께 즐겨봐야하나 생각하는 그 시점.
“선배님.”
네프티와 밀푀유가 식사중인 우리를 찾아왔고.
“드리고 싶은말씀이 있습니다. 저희 학생회 직속 원정대도 노점을 내려고 하는데요.”
“음. 좋은 생각이구나. 어떤 노점이지?”
“몬스터를 잡아서 학생들과 싸움을 붙여서 실력을 증명하는 건 어떨까요?”
밀푀유의 제안에 네프티도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런 노점을 낸다 이 말이지.
“진심인가?”
“네! 그래서 몬스터를 생포해 오려고 합니다!”
그렇구나.
나의 파티원이자 소중한 후배들이 내고 다듬은 아이디어를 질타할 생각은 없다.
좋아. 좋아.
그 전에 단어 하나만 수정하자.
그건 노점이 아니라 투기장이라고 부른단다.
***
네프티와 밀푀유의 제프린 콜로세움 제안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진심인가. 이 녀석들···.
나는 우선 이브와 타진해보겠다고 했다.
학생회 원정조의 시발점 또한 내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 이런 협상은 결국 나와 이브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
-오늘 저녁까지 바빠요.
이브에게 시간을 내라고 하자 돌아온 대답.
뭐, 그럼 저녁 이후에는 언제든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겠지. 밤에 찾아가보도록 하고···.
중앙구 4학년들은 어떤걸 출품하는지 돌아보던 와중. 생각지도 못한 얼굴을 만났다.
“레지나.”
“어머나. 황자님.”
길게 내린 금발. 붉은 눈. 가늘고 긴 귀.
현 마법학부 4학년 차석. 레지나 시엘라.
녀석은 손에 서류철을 들고, 노점 지대의 한 영역에서 지휘를 내리고 있었다.
“너희도 출품하나보군.”
“물론이랍니다. 황자님의 눈에 들기에는 부끄러운 물건들 뿐입니다만.”
“어떤 노점을 내지? 부디 보여줬으면 한다만.”
“그럼 이쪽으로, 그 눈을 더럽힐까 송구합니다만, 그리 말씀하신다면 용기를 내보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입을 살짝 가리고 쿡쿡 웃는 레지나.
이 녀석이 부끄러워하다니, 대체 뭐지.
완벽하게 제작되지 못한 살인기구 이런건가 혹시.
그렇게 레지나가 상품을 보관해놓은 창고에 들어갔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대부분이 시제품이로구나.”
“어머나. 알아보시는군요.”
그야.
네 루트에서 몇 번이고 나왔던 물건들이니까.
물론 나는 레지나 루트의 텍스트를 거의 다 스킵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지도 안보고 넘어가는 건 아니니까.
이 안에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레지나가 자신의 루트에서 만들어낸 물건들이다.
이걸 미술 치료라고 해야 하나.
고품질과 아름다움을 갖춘 물건을 만들 때 마다 레지나의 그 광기가 조금씩 가라앉는다는 설정이 있었지.
“훌륭하구나.”
“부,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이 고평가를 받고, 좋은 가격에 팔리면 켈터스에게 말을 걸어 자신을 뽐내고 멘탈 수치가 올라간다. 고 했던가.
어디보자.
어떤 물건인지 자체는 외우고 있으니 여기서 그걸 찾아내면 되겠군.
“혹여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먼저 구매해도 되겠나?”
“무, 물론입니다. 황자님. 부디 골라주시지요.”
보자.
레지나 시엘라가 이 안에서 가장 나중에 만든. 즉 최고로 마음을 담고 최고로 잘 만든 물건을 사주는게 좋다.
어디보자. 저건 초기에 만든거고···. 저건···. 음. 그렇군.
“이 오르골로 하도록 할까.”
“네······에?”
“혹시 비매품인가?”
“네, 사실은 비매···. 아, 아닙니다. 팔겠습니다.”
“어디보자 가격은···.”
“화, 황자님께 돈을 받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냥 드리겠습니다.”
“아니다. 너는 상인이고, 상인은 자신의 물건이 제대로 평가를 받았을 때 가장 기쁜 법 아닌가. 너와 나에게 린은 이제 의미가 없으니, 이걸 주도록 하지.”
그리 말하며, 레지나 시엘라에게 넘긴 것은 브로치였다.
“이건···.”
“우리 파티에는 아무래도 마법사를 지켜줄 방어선이 부족하니 말이다.”
네프티가 탱을 잘 하는것과 별개로, 우리 파티는 암살자에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마법사가 너무 적다.
그나마 아일라가 막아낼 수 있지만, 아일라는 마법으로 막아내는게 아니라 체술까지 섞어서 막는 거니까.
발동 속도가 극도로 느린 이브나 레지나는 순식간에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만든 하트키퍼】
【1T】
【모든 치명적인 피격에서 대신 공격을 받고 파괴되는 팬던트입니다. 가슴께에 장착해야만 효과가 있으며, 피격시 강제적으로 ‘팬던트가 대신해서 공격을 받아줬어···. 이게 없었다면 나는···.’ 이라는 대사가 출력됩니다】
【신화급 장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제작하여 그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효과가 강화됩니다. ‘흉부에 입은 치명적 일격’이 ‘모든 치명적 피격’으로 변합니다】
대사 부분은 제외하고, 능력을 설명해줬다.
“아···. 제, 제 목숨처럼 아끼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네가 위험해지면 알아서 부서질 물건이다.”
“하, 하지만···. 그, 그렇다면 황자님.”
“음?”
“파렴치하고 부끄러운 부탁이지만···. 직접 달아주시겠습니까···?”
“싫다.”
내 단언에에 시무룩해진 레지나는 스스로 브로치를 달았다.
가슴께에 있는, 황금색 갈기의 늑대가 양각된 브로치.
“어, 어떻습니까?”
“어울리는군. 아니 이런 말 조차 필요 없지.”
“네···?”
“너는 이미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파티원이다. 가장 어울리는것이 당연하지 않나.”
“아으···.”
내 말에 레지나는 눈을 꼭 감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럼 나도 받은 물건을 보도록 할까.”
“저, 그것이···. 너무나도 급조된 물건이라 부끄러워서···.”
레지나가 직접 만든 오르골을 열자, 안에서 빙글빙글 인형이 돌며 음악이 흘러나왔다.
“알고 있다. 이 물건은, 네가 최초거나 혹은 초창기에 만든 물건이겠지.”
“어, 어떻게 그걸 아셨는지요···?”
“나도 제작에는 조예가 있는 몸. 이 물건은···. 너무나도 중구난방 아닌가. 하고싶고, 뻗어나가고 싶은 가지가 너무나도 많다.”
그래.
레지나 루트에서 그녀가 만든 ‘최신 상품’을 살수록 녀석의 멘탈이 안정되지만, 그 모든것을 넘어서서 녀석의 광기를 완전히 초기화 시킬 수 있는 치트키가 바로 이 오르골이다.
원래라면 비매품이지만, 내가 황자라서 그런가 쉽게 내준 감이 없잖아 있다.
“부, 부끄럽습니다. 맞습니다. 제 첫 작품입니다.”
“무얼. 무언가를 만드는 걸 순수하게 즐겼을 때 나올 수 있는 걸작이다. 얼마 멀지 않은 미래. 최고의 세공사로 이름을 날릴 네 시작을 받을 수 있다니 기쁜 일 아닌가.”
“으, 으으···. 제, 제 처음을···. 화, 황자님께서.”
레지나는 발까지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그럼 가져가도록 하지.”
“네, 네···. 부디 받아주세요.”
상품을 잔뜩 쌓아놓은 창고를 나서려는 그 때.
“황자님. 혹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지?”
“대축제 기간에, 한 번 제 노점을 찾아와주세요. 그리고 혹여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그···. 함께 노점을···.”
“돌아보자는 이야기인가. 알겠다.”
“야, 약속하신겁니다. 절대로 깨시면 안 됩니다. 깨시면 저, 저도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부디. 부탁드립니다.”
음.
이건 같이 돌아보자는 요청이 아니라 협박이었나.
뭐.
“알겠다. 약속하도록 하지.”
아일라와 약속하긴 했지만, 대축제는 사흘이나 이어진다.
첫째 날은 아일라와 함께. 그리고 둘째 날은 레지나인가···.
마지막 날 정도는 혼자 둘러봐도 되겠지.
***
레지나의 노점을 지나 학생회에 들렀다.
골렘의 조정이 끝났고, 콜로세움 건도 있고 하여 이브를 찾아가니, 임원의 말로는 아직 귀환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사학부 노점상을 둘러보시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런가. 그럼 직접 찾아가도록 하지.”
“네, 네. 어디로 가신다고 말씀하지 않고 떠나셨기에···. 직접 찾아보셔야 할 듯 합니다. 송구합니다.”
“알겠다. 신경쓰지 말고 업무를 보도록.”
정말.
평소에는 재깍재깍 파티에 합류하기에 그리 바쁠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제프린 내 업무 때문에 기절까지 하는 녀석인걸 깜빡했다.
기사학부의 노점상이라.
이 제프린의 기사학부 총원은 대충 8만명.
노점은 대충 천개가 넘던가.
“이브를 찾아라. 인가.”
뭐.
그 녀석의 특징 넘치는 뱃살···. 아니 망토와 머리색은 어디에서든 눈에 띄니까, 천천히 찾아보도록 할까.
그렇게 한참 기사학부 노점상들을 찾아 돌아다녔지만, 이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따.
혹여 누가 알고 있을까 싶어 노점상 주인들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바람처럼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고 신속하게 다음 현장으로 사라졌다.’ 라는 대답 뿐.
-이브. 어디에 있지. 저녁에 회의를 하자고 하지 않았나.
메세지를 보내봐도 묵묵부답.
아무래도 이거 끔찍하게 서로 엇갈린 거 같다.
심지어 너무 바빠서 메세지를 확인할 틈도 없나.
그렇게 하늘에서 해가 모습을 감추고, 어둠이 찾아왔을 때.
기사학부 거주구를 두 바퀴 돌고 나서야. 이브와 마주칠 수 있었다.
“이브?”
“······.”
기사학부 11동의 구석.
찾는 학생이라고는 한 명도 없을 이 외진곳의 벤치에, 망토를 이불삼아 잠들어 있는 녀석의 모습.
이브의 망토는 보온성이 뛰어나고, 녀석은 잠든 상태에서 자동방어벽을 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이런 곳에서 자면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가 찌뿌둥하고 근육통이 다이렉트로 꽂힐텐데, 잘만 자고 있다.
툭. 하고 녀석의 옆에 앉았다.
이전에는 마력을 타고들어서 깨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것 까진 없다.
일어날 때 까지 가만히 기다리도록 할까.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났을 때.
곤한 숨소리는 불편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아무리 이녀석이라고 해도 벤치에서 자면 불편하기 마련.
“으음···.”
“묘한 곳에서도 잘 자는구나, 너는 야전이 어울리는 것 아닌가. 막사를 대충 깔고 돌바닥 위에서도 잘만 잘 것 같군.”
“으, 으으. 꿈···? 재수없는···. 목소리가 들려···.”
“미안하지만 꿈도 아니고, 현실이다. 눈을 떠라. 이브 폰 로엔그린.”
“으, 우으···?”
그제야 눈을 뜬 이브는 나를 멍하니 바라봤다.
“좋은 밤 아닌가. 별하늘이 아름답군.”
“저는 당신의 얼굴을 보자 마자···. 기분이 나빠졌는데요.”
아직까지 비몽사몽인 모양.
“그런가. 사탕 먹겠나.”
“으, 으음···. 음···. 됐···어요. 그거 먹으면 더 못 자잖아요···.”
잠에서 덜 깬 이브는, 무려 사탕까지 거절하고, 그대로 폭 하고 곯아 떨어졌다.
나를 바라보느라 무게중심이 흐트러진 탓에 그대로 쓰러지면 내 허벅지에 머리를 다이브하는 끔찍한 모양새.
나는 순식간에 퀵 크리에이트로 【보송보송꿀잠쿠션】을 만들어내 녀석의 머리 아래에 깔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직후 부드럽고 느긋한 숨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학생회장님은 이대로 숙면하실 기세.
“음. 잠에서 깰 때 까지 밤하늘이나 보고 있도록 할까.”
그냥 내버려두고 가기도 뭐했기에 나도 옆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봤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식을지도 모르니, 따듯한 차 한 잔과 사탕 두 알을 인벤토리에 보관한 채, 밤하늘을 한참 올려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