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3)
그 옛날에 악마사냥꾼 시리즈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은 각 액트마다 도박사 NPC가 있는데, 아이템을 사면 그게 매직, 레어, 유니크, 세트 중에서 하나씩 정해진다. 당연히 등급이 높으면 확률이 낮아지고.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나면, 블랙 마켓이 바로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템 품질을 까서 확인 주문서나 아이템 감정을 걸어 보기 전 까지는 어떤게 나올지 모른다.
“어서 오시오. 뭘 찾으시나?”
“폭렬 열매랑 마비 열매를 포함해 상태 이상 열매들을 취급 하나?”
“물론 하고 있지! 자 골라보시게!”
“음.”
상인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열매를 빤히 바라봤다.
【아이템 확인】
【폭렬 열매. 마비 열매. 환상 열매. 폭렬 열매(였던것). 마비 열매(아님)】
···하. 이 녀석 봐라.
저 뒤에 였던것이나 아님이라 붙은 것들은 ‘쓸 수 없는 아이템’이다. 겉 모습은 같은데 상점에 되팔면 1 린도 못 받는 쓰레기들이다. 상했거나, 품질이 쓰레기거나.
그래. 이래야 블랙 마켓이지.
“그럼 이거랑 이거. 그리고 저거.”
“···나머지는 안 사나?”
“나는 품질 높은 것만 취급해서.”
상인의 미소가 차갑게 굳고, 이내 띠껍다는 듯 나를 노려본다.
나는 웃으며 이브. 가 아니라 네프티를 바라봤고, 그녀는 즉각 나를 지키듯 상인 사이에 섰다.
“빠르구만.”
“능력 있는 호위다. 어떻게 할 거지?”
“쯧. 알았소. 잠깐만 기다리쇼.”
상인은 열매를 능숙하게 집어 봉투에 넣었고, 그 사이에 바꿔치기 하지 않는지 빤히 바라봤다. 그 정도 작업은 안 하네, 양심적이군.
거래를 마치고 거리를 걷는 도중. 네프티가 물음을 던져왔다.
“왜 남은 것들은 안 사신 겁니까?”
“···내 돈 내고 쓰레기를 살 필요는 없지 않나?”
“···가짜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프린에서 어떻게···.”
“여기는 제프린이되 제프린이 아니니까. 블랙 마켓에서 물건 파는 놈들 마인드는 이거다.”
“어떤 겁니까?”
“블랙 마켓은 양쪽 모두 일종의 승부를 하는 세계다. 나쁜 물건을 팔았다해도 그걸 모르고 산쪽 잘못이 큰거다. 라고 말이지.”
“···뭐 그런 쓰레기 같은 마인드를. 이래서 블랙 마켓이네요.”
“그럼. 그렇지. 정말 쓰레기 같은 곳이다. 다만 여기 외에는 취급 안 하는 물건도 있어서 말이다. 그것보다 더 쓰레기 같은 건···.”
“그리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블랙 마켓 안쪽을 힐끗 봤다.
이 초입의 ‘장사 거리’는 생각보다 귀여운 곳이다.
그냥 상인들이 사기를 칠 뿐인 곳.
하지만 저 블랙 마켓의 안쪽은,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역겨움으로 가득하다.
“네프티. 앞으로 여기에 올 일이 있어도, 저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마라.”
“예. 예에···?”
“절대 들어가지 마라.”
“알겠습니다.”
얼굴을 슥 만지고 목 울대를 한 번 건드렸다.
【페이크 페이스】 【페이크 보이스】
티어가 낮아 금방 풀려버리지만, 이 끔찍한 8티어 마법 두 개는, 블랙 마켓 안 쪽의 끔찍한 어둠을 낳았다.
아직도, 머릿속에는 ‘켈터스 타락 루트’의 그 어둠이 자동으로 재생 되는 것 만 같은 착각.
‘어머, 제가 이브 폰 로엔그린입니다만?’ ‘물러서시죠. 저는 아일라 트라이스타. 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후후후. 제 이름은 레지나 시엘라. 대 마도상인. 시엘라 가문의 장녀입니다!’ ‘빛의 영웅 켈터스! 여기에 등장! 다들 많이 기다렸지! 영웅이 왔어!’ ‘
수 많은 ‘퇴학생’ ‘낙제생’들이 바라는 꿈은 뭘까.
그건 바로 ‘아카데미 유명인’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구원으로 다가온 것이 ‘페이크 페이스’와 ‘페이크 보이스’
저 블랙 마켓 안쪽은, 수 많은 유명인으로 얼굴을 바꾼 녀석들이 드글드글하다.
그들은 스스로를 켈터스. 아일라. 이브. 등으로 칭하며.
역할극을 한다.
진심으로 한다.
장난 아니다 진짜.
몸 자체를 바꾸는 마법은 없기 때문에 얼굴하고 목소리만 바뀌는데 키 198cm의 남자가 루디카 얼굴을 한 채로 ‘나는 루디카. 심연의 암살자. 너도 그림자 속에서 잠들어.’ 같은 소리 하고 있으면 진짜···.
우욱씹.
“······아무튼, 그 어둠은 다가가지 말도록 하지.”
“네? 네에. 아무튼 저는 여기에 올 일이 없습니다.”
“그런가?”
“네. 저는 그래도 양심껏 돈을 벌고 싶습니다!”
네프티의 말에는 신념이 가득 깃들어 있다.
그러면 뭐.
안심이지.
***
편의점으로 돌아와 작업 준비를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외출해서 체력이 간당간당 했는데 네프티가 잽싸게 준비해줬다.
“준비 다 끝났습니다.”
“···음.”
믹스 빈즈를 위한 각종 빈즈들
물약 제조를 위한 플라스크와 기초 시약. 광석. 열매.
핸디 워커를 위한 제작 키트까지 깔끔하게 세팅 되어 있는 모습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 처리가 깔끔하군.”
“감사합니다.”
“이러니까 일감이 안 끊기는 것인가 과연, 기사학부 2학년의 에이스 답다.”
“와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오랜만에?”
“네. 요새는 그런 이름으로 잘 안 불립니다. 차라리 네 씨라고 불리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한 느낌도 듭니다.”
네프티는 검지를 턱에 가져다 대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헤헿 하고 웃고는 말았다.
녀석.
싱겁기는.
“그럼 작업에 방해될지도 모르니, 저는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음. 뭘 만드는지 궁금하지는 않은가?”
“궁금하긴 한데, 지금부터 야간 현장일이 있습니다!”
“노력하는군.”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안전 제일이라 적힌 완장을 차고 장갑을 다시 끼고는 편의점을 나설 준비를 하는 네프티의 뒷모습.
노동을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신나보이는 그녀의 뒷 모습에 내가 느낀 것은 의문이었다.
원작의 네프티는 가난하다는 설정은 있었어도 이렇게 까지 돈에 목숨 거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네프티. 왜 그렇게 돈에 집착하지? 그 만큼 돈이 궁한가?”
“네? 아. 으음.”
내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네프티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방긋 웃었다.
“사실은요. 선배님. ···그게요.”
“편히 말 하도록. 물어 본 것은 나니까.”
“네, 네에. 저 혼자만 먹고 살려면 집에 돈을 이 이상 안 보내도 될 거 같아요. 어머니도 작은 장사를 시작하셨다고 연락이 왔어요. 에헤. 동생이 셋이나 있긴 하지만요. 다들 엄청 귀여워요!”
“그런데?”
“동생들이, 제프린에 오고 싶어 하더라고요. 입학 할 수 있는지는 둘 째 치고, 입학 시험비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열심히 벌어야죠.”
“······.”
동생들을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인가.
평소의 딱딱한 말투가 아니다.
동생들 앞에서는 이런 누나, 언니가 되는 것인가.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동생들도 제프린에 왔으면 좋겠어요.”
“동생들의 학비까지 대려면 네가 더 힘들어지지 않나?”
“그건 그런데요. ···제프린은 진짜 좋은 곳이니까요. 울프람 선배님 같은 분들도 계시잖아요? 입학만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그런가.”
쯧.
아저씨한테 이런 말을 하면, 이 아조시는 눈물샘이 약해서 금새 울 거 같다고.
“···네프티. 받아라.”
“네, 네? ···포션?”
“체력 회복 포션을 베이스로 【활력 강화】옵션을 넣은 거다. 음. 맛은 아마 딸기맛일거다.”
포션 제조에 핸디 워크. 거기에 믹스 스위츠까지 섞은 3단 제조 포션이었다.
“···이, 인챈트 포션?! 팔아도 4만 린은 하지 않나요?! 거기에 맛도 있어요?”
“그 정도 하겠지.”
“그, 그럼 이걸 팔면 밥집 식권이···.”
“주는 사람의 지시 사항이다. 네가 힘들때 마셔라.”
“······으.”
쯧.
욘석아.
아저씨 말 들어.
“나중에 동생들이 왔을 때. 네 체력이 내 꼴이 나면 동생들이 퍽이나 기뻐 하겠군.”
“······맞는 말씀이네요.”
네프티는 헤헤 웃고는 포션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는 나가기 직전 고개를 갸웃하더니, 나를 바라보고는 순수하게 물었다.
“그런데 선배님.”
“뭐지.”
“어떻게 하면 선배님만큼 체력을 떨어트릴 수 있을까요?”
“······.”
야.
포션 내놔.
그냥 내가 마시고 죽을란다.
***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만든 물건들을 싸들고 학생회실을 향했다.
“아 울프람 씨. 오래간만입니다.”
“오래간만이군.”
“지난 번 원정에서는 크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앞으로도 그 녀석을 잘 보좌해주도록.”
“네, 네에!”
“아, 울프람 씨 안녕하세요!”
“고생이 많다.”
나에게 건네는 인사는 대부분 호의로 가득 차 있었다.
대부분이 원정을 함께 했던 임원들이었고, 그들의 인사를 가벼이 넘기며 나는 이브가 있는 학생회실을 향했다.
사람이 착한 일을 하면 인정을 받는다고, 지난 번 원정에서의 격려가 꽤 크게 도움이 되었나 보다.
“···큭.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지.”
“······.”
“대답해라! 울프람 폰 로엔그린!”
“······.”
은발의 귀잽이.
아니, 아니 【정령 기사】 실피아 에버그린 그로브만 아니면 말이다.
“그, 그렇군.”
또 뭐가 그런데.
“그 때. 나는 이렇게 말했지. 너에게 도움을 받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그리고 ···그리고 도움을 받고 말았지. 그렇구나, 내 목숨을 거두러 온 것이냐!”
“······.”
“그래. 가져 갈 거라면 깔끔하게, 여기서 내 목을 가져가라. 수치 없는 죽음을 다오!”
미친 학생회장실 앞에서 전 학생회장이 현 학생회장 오른팔의 모가지를 친다고?
아일라도 울프람 돌아버린거에요? 라고 할 정도의 발상이다.
얘는 뭐 뇌 대신 망상을 뿜어내는 하수체라도 들었나? 뭔가에 뇌가 절여졌나?
“비켜라. 이브에게 할 말이 있다.”
“나의 목을 치지 않는 거냐?”
“그래. 그럴 생각도 없다. 오늘은 운동회 건으로 심사를 받기 위해서 왔다.”
“······그, 그런가. 흠. 그러면 알겠다. 여기 서류를 정식으로 작성하고 ···따라오도록.”
정령 기사. 아니 망상 기사의 안내를 받아, 나는 이브와 독대 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여기가 진짜 승부처다.
***
예상대로 이브는 내가 건넨 서류를 진지하게 읽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울프람. 울프람 폰 로엔그린.”
“뭐지. 이브 폰 로엔그린.”
“당신이 낸 서류. 여기에 학부형들을 위한 응원용 포션 패키지와 간식거리 일체. 라고 적혀 있군요.”
“음. 그렇다. 아무래도 학부형들이 모래먼지를 많이 들이마시거나 일사병에 걸릴 수 있으니까.”
“다른 개수작은 없는거죠?”
어머, 어쩜 그렇게 나쁜 말을?
요새 애들이 뭘 보고 배우겠니.
“···개수, 흐읍. 나쁜 수작이라 함은?”
“그러니까, 뭔 허튼 잡것을 파는게 아니냐는 거에요! 당신이 희안한 물건을 만드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데, 이 포션이라는게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흠.”
어머어머 얘 좀 봐. 눈 부릅뜨고, 그러다 나 학생회 시키겠다?
그리고 내가 얘. 개 수작을 부리면 뭘 부린다고 그렇게 눈을 동그랗게 뜨니? 허 참 어이가 없어서
그냥 조금. 아주 조금
“기분이 좋아지는 포션이다.”
“미쳤어요 진짜?!”
“흠. 성내지 말고, 광창 치우고, 가슴 펴고, 호흡을 안정시키고. 이브 폰 로엔그린. 잘 들어라.”
“······후우. 후우. 좋아요. 말 해 봐요. 제가 이 광창을 당신 미간에 안 꽂아도 되게끔.”
“좋아. 포션의 작용에 대해서는 너도 알고 있지? 간단하게 말하면, 포션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지. 하나는 마력이 없는 사람도 한 방에 회복시켜주는 【인챈트 포션】. 다른 하나는 신체의 기능을 빠르게 촉진화 시켜주는 【일반 포션】”
“그렇죠.”
“다만 【인챈트 포션】은 마력 오염을 시킬 염려도 있으니, 기본적으로 마력 소양이 있는 사람들만 복용하게 되어 있지. 하지만 학부형들은 일반인이다. 인챈트 포션은 위험해.”
“······그래서요?”
“하지만 이 일반 포션은, 신체의 여러 기능을 촉진 시키는 대신 아주 조금 리바운드를 일으킨다. 상처를 빠르게 회복하면 살짝 어지럽고, 저항을 올리면 몸이 살짝 뜨거워지고 ···하지만 용법을 지키면 일반인들이 먹어도 괜찮다. 그렇지?”
“그 ···렇죠?”
“그렇다면 그걸 희석해서 마력 오염도 막고, 저항도 올리고, 먼지도 쓸어내리는 포션을 팔고, 그 결과적으로 아주 조금의 리바운드가 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그건 취기라고 하지 않나요?”
“취기가 오르려면 알콜 성분이 검출 되어야지. 이 포션에는 알콜 성분이 있나? 성분 분석표를 보도록”
“······없 ···네요?”
“그럼 뭐지? 이건 포션인가 술인가?”
“으, 응?”
“술인가 술이 아닌가?”
“···술이, 아니야?”
“그렇지.”
“···그, 그럼 음. 허락해도 되겠네요?”
“그렇지. 거기에 뭐라고 했지? ‘학부형 판매를 목적으로 함’ 이라고 했으니, 성인이 용법에 갖춰서 포션을 마시는 것을 음주라 할 수 있나?”
“어, 없, 없나?”
“없지.”
“···나쁜 효과도 없어. 회복의 반작용으로 인한 흔들거림. 허나 장기적으로 보면 무조건 스테이터스 상승 효과”
“어디까지나 포션이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이건 술인가?”
“수, 술이 아닌가? 아, 아닌 거 같기도.”
“【아니다.】”
“아니군요.”
“음.”
“좋아요. 판매 허가를 낼게요.”
“음.”
눈이 빙글빙글 도는 이브는 이윽고 학생회 인감 도장을 내 신청서 위에 꽉 눌렀다.
봐.
학생회장님도 술이 아니라잖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