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31)
630. 나이트 시니어즈
그 뒤로는 생각보다 편하게 이 제프린을 돌아볼 수 있었다.
“울프람! 저기 재미있는 물건을 팔아요!”
“그렇군. 보도록 할까.”
“앗, 저쪽에서는 뭔가 공연을 하고 있나봐요!”
“음. 흥미가 이는구나.”
주로 아일라가 흥미로운걸 발견하면, 내가 뒤따라가는 모양새.
하지만 그것이 실로 우리들답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어서, 또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걸어다니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학생회장님이 바실리스크를 열 일곱 토막 내셨다고 하는데?”
“그야 그분의 무용을 생각하면 바실리스크가 공격할 시간조차 없겠지.”
“아니. 들어보니까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고, 바실리스크의 공격을 두 번이나 허용하셨다고 하던데?”
“뭐?”
이건 꽤나 솔깃한 이야기다.
이브가 두 번을 맞았다고? 그 눈 빠진 도마뱀한테?
“일부러 두 번을 맞아서 빛의 장막으로 완전히 방어하는 모습을 보여주신 후. 그 다음 빛의 창으로 완전히 갈아버리셨다고 하던데.”
“순수한 마법사 아니셨나? 바실리스크의 공격을 마법으로 막다니···. 이것 참. 전사들도 맥을 못 추겠네.”
제프린을 찾은 손님처럼 보이는 두 사람의 대화에 나와 아일라는 서로 마주보고 웃어버렸다.
“그렇군. 일부러 두 번 허용하는 척 해서 스스로의 위기를 불러내고.”
“그걸 가볍게 해결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보여준다.”
그것이 이브의 전투인가.
훌륭하지 않나.
그렇게 누가 먼저라고 할 거 없이 웃어버린 우리 둘은, 이내 동시에 어느 한 쪽을 바라봤다.
“아일라.”
“네. 울프람. 엄청난 마력 파장이네요. 빛의 속성을 단 마력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어요.”
“그렇군. 도망칠까.”
“아하하. 네! 피해야 할 사람이 둘이나 있으니까, 어서 도망치죠!”
둘?
내가 되묻기도 전 아일라는 아하하 웃으며 내달렸다.
그래.
지금은 도망칠 때지.
이브에게 잡히면, 틀림없이 나는 수 백 토막 날테니까 말이야.
물론 그 녀석에게 그냥 당해줄리는 없지만 말이야.
드래곤이 포효하고, 요정이 무지개를 뿌리며, 정령이 뛰노는 대축제.
그 사이를 질주하며 사냥감을 찾는 지옥에서 올라온 헌터를 피해,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다시 내달렸다.
***
그 뒤는 생각보다 대단할 것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단할 필요가 없었다.
마실것을 들고 제프린을 걸어다니거나,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디저트를 보거나 보석 세공샵을 보거나.
때로는 일 이야기를 했고, 때로는 먹을것을 먹고, 때로는 공연을 봤다.
아일라와 함께 있는 이 순간 자체가 즐거워서 새로운 것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아일라와 나는 둘 다 비기너즈였기에, 대단한 것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으음. 역시 놀이공원을 대축제 때 개방하고 싶었어요!”
“아직 멀었나?”
“네. 1, 2년으로 될 공사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안타깝군.”
“대축제 내 미니 레이싱장 정도는 만들 수 있냐고 물었지만···. 학생회에서 거절당했어요.”
“그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괜찮답니다. 다음 대 학생회장과는 분명 대화가 통할테니까요!”
“······.”
다음 대 학생회장이라.
그러고보니 이브가 졸업하면 제프린에 순혈 로엔그린은 없다.
그렇다고 방계 로엔그린중, 입학할만한 인물도 없다.
즉. 이브가 학생회장 대리인으로 전권을 위임하고 졸업한다는 이야기.
“그렇군. 그 녀석이 되겠구나.”
“어머. 울프람도 알고 있었나요?”
안다기 보단, 이브 곁에서 수행하면서 다음대 학생회장을 1년정도 맡아줄 녀석은 한 명 밖에 안 떠오른다.
“밀푀유가 그 무게를 부담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잘 할 거에요. 그 아이는 현명하니까요.”
“음. 아, 미안하군 아일라.”
“네? 갑자기요?”
“너와 함께 있을때는 다른 파티원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나, 그걸 어겼으니···.”
아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빤히보다 이내 방긋 웃었다.
“제가 꺼낸 이야기고···. 으음. 아뇨. 이야기 해도 상관 없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게 울프람과 저···. 즉 제프린 최약 비기너즈 답잖아요? 대단할 것 없이, 일상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거요.”
“그런가. 그렇구나. 으음. 그러고보니 슬슬 너희들의 추가적인 승급 이야기도 해야하는데 말이다.”
“저희‘들’ 아 맞다. 그런게 있었죠. 이브가 브라이트 레인을 썼고···, 저는 흑수정의 날개를 썼고···.”
“그렇다. 네프티는 방패술. 밀푀유도 웨폰 마스터의 소양을 가졌지.”
“웨폰 마스터는 처음 듣는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밀푀유의 1차 승급은 노블레스였지만, 그 끝에 가면 결국 1티어 무기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지옥의 템빨귀신이 되어서 그렇단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그 다음 단계. 마지막 각성을 마치면, 우선 거기서 성장은 어느정도 이뤄냈다 보는게 맞겠구나.”
“즉 저희는 앞으로 두 번의 강화가 남았고, 두 배씩 강해진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강함 자체로는 비슷하려나.
“아무튼 그렇다. 그리고 그 상태로 여덟번째 문에 돌입하면 필티아 누나와 엘피라네, 라이아를 이끌고 이 제프린 너머로 나갈 수 있겠지.”
아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가 졸업식 날이겠네요.”
“음. 우리들의 빛나는 학창시절의 완벽한 마무리다.”
나는 담담하게 끝을 입에 담았고, 아일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마지막 전투는 졸업식 전날이겠네요!”
“음? 어째서 그렇게 되지?”
“네? 하지만···. 그게 가장 멋지지 않나요?”
그런가?
음. 사실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그렇게 전투를 끝내고, 하하호호 졸업식을 마치면 그것도 꽤나 드라마틱 하다.
나쁘지 않군.
“알겠다. 그러면 그렇게 맞춰보도록 할까.”
“어머, 진짜요?”
졸업식 전날, 모든 전투를 마무리 짓고 졸업한다.
그렇게 일정을 잡아보도록 할까.
***
석양이 지는 저녁.
제프린 최약 비기너즈의 모험담도 슬슬 끝을 맞이해야 했다.
곧 저녁 여덟시.
이것저것 마무리하고 씻고 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아일라의 수면 패턴이 고장나버린다.
그 결과 튀어나오는 기묘한 아일라는 아직 내 손에는 많이 버겁다.
“오늘 정말 즐거웠답니다.”
“나도 그랬다. 뭐, 네 말마따나 친구 없는 제프린 최약 비기너즈의···. 가장 최선을 다 한 하루 아니었겠나.”
“네! 맞아요! 후회라곤 없죠!”
“음.”
아일라가 머무는 글레스트헤임 기숙사까지 바래다주는 길.
여름이라 그리 일찍 해는 지지 않았고, 연한 파란색 밤하늘 사이사이에 별빛이 떠올랐다.
그렇게 걸어가는 길.
문득 아일라가 입을 열었다.
“내일은 뭘 하나요?”
“내일부터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만약 내일도 아일라가 만나자고 하면, 나는 그걸 거절할 수 있을까.
만약 거절하지 못한다면, 약속을 잡은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되나.
내가 머뭇거리자 아일라는 볼을 살짝 부풀렸다.
“바쁜가요?”
“음.”
“후우. 어쩔 수 없네요. 이해할게요.”
부풀린 볼을 꺼트리며 아일라는 어쩔 수 없는 동생을 보듯, 가볍게 웃었다.
“당신의 처음에 제가 있었고, 제 처음에 당신이 있었어요. 그렇죠?”
축제 이야기인가.
그야 그렇지.
“그래. 내 처음에는 네가 있었다.”
“그거면 됐어요. 오늘은···. 아니 앞으로도 그거면 됐다고 생각할···. 으음. 생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영문 모를 말을 읊조린 녀석은 이내 내 손을 꾹 잡았다. 살짝 들어간 힘은 조금의 고통을 수반했다.
잠시 그렇게 생각에 잠긴 아일라는 웅! 하고 알 수 없는 기합을 넣고는 내 손을 놓아줬다.
“울프람. 그럼 좋은 축제 되세요. 저도 즐겁게 보낼게요.”
“······.”
그리 말한 뒤. 녀석은 훌쩍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영문도 모른 채 비기너즈의 짧은 모험담 1부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
자.
그럼 이제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
대축제 기간동안 둘이서 제프린을 둘러보자고 한 녀석들을 세어보면
첫째날 아침은 무조건 아일라로 고정이 되었고, 레지나도 처음이 아니면 싫다고 했다.
그 다음은 밀푀유와 네프티, 그리고 루디카도 둘이서 돌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대축제는 고작 3일간 지속될 뿐.
자.
그럼 여기서 문제.
이 꼼수의 달인이자 모든 난관 앞에서 웃으며 해결할 방법을 기어코 찾아내고 마는 겜잘알 주딱은 과연 어떤 해결법을 찾아냈을까요?
그건, 내가 이브 폰 로엔그린의 프로파간다를 도와주는 대가로 얻어낸 방침 변경에 있습니다.
‘네 프로파간다를 돕는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강한 몬스터 따위 얼마든지 찾아내고 얼마든지 도와주도록 하지. 대신 조건이 있다.’
‘말해보세요.’
‘이 제프린의 대축제 기간을, 두 배로 했으면 한다.’
‘야 이···.’
‘물론, 날짜를 늘리자는 건 아니다. 나도 학사 일정이라는 개념은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밤에도, 대축제가 이어지면 된다.’
‘아?’
“자! 어서오세요! 밤에만 볼 수 있는 대축제 야시장! 먹거리도 마실거리도 잔뜩!”
낮과는 다른 차가운 공기.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점주들은 두 배 이상의 열기로 가득차있다.
저 멀리서 호객하는 노점상의 점주들.
올해부터 신설된 제프린 대축제 ‘밤의 장’
이브 폰 로엔그린은 낮밤 없이 학사 일정이 매달리고 있으니 이 또한 그녀를 상징한다. 라고 구라를 좀···. 아니 적당히 사기를 쳐서 만들어낸 일정.
물론 이만한 규모의 축제에 노점상 전부가 참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전하겠다는 노점상들을 모아 한곳에 뭉친 뒤, 캠프파이어나 흥겨운 노래로 밤의 무대를 열었다.
그리고.
‘첫 날이 아니면 싫습니다.’ 라고 당차게 말한 나의 마지막 정규 파티원.
어둠속에서도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과, 보석같은 붉은 눈동자를 한 그 녀석은, 선선한 초가을 밤바람 속에서 미소를 지었다.
“많이 기다렸나. 레지나.”
녀석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기다리지 않았다곤 하지만···. 글쎄. 이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니까.
특히 자기 자신이 상처받는 거짓말은 쉬지 않고 한다.
“기다렸다면 미안하군, 우선 몸을 데울 것을···.”
“괜찮답니다. 밤은 기니까요. 자, 가시죠. 황자님.”
그리 말하며 레지나와 축제의 밤을 향해 걸었다.
***
레지나와의 데이트. 라고 해야할까. 단 둘이서 만나서 논다는 것을 대체할 다른 말이 없으니 말이야.
아무튼 첫날이 좋다는 녀석과의 약속은 어떻게든 지킨 것 같았다. 얼굴은 웃고 있었고, 썩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허나, 녀석의 초이스가 예상 외였다.
“이런 곳으로 괜찮은가?”
“글쎄요?”
녀석이 고른 것은 노점상.
내가 알던 레지나 시엘라라면 결코 오지 않았을 가게.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은 레지나는 메뉴판을 받았고, 이내 어깨를 으쓱한 뒤 나에게 넘겼다.
“잘 모르겠네요. 어떤 메뉴가 있는 걸까요?”
노점상에 오고 싶어서 온게 아닌가. 그럼 왜 이런 곳을 골랐지?
“먹고 싶은게있나?”
“황자님께서 추천해주시는 것이라면 뭐든 괜찮답니다.”
“그렇다면 밤도 늦었으니.”
나는 주인을 불러 따듯하게 속을 데울 수 있는 스튜를 주문했다.
그렇게 나온 스튜는 솔직히 빈말로라도 맛있다고 할 수는 없었고, 레지나도 한 스푼 뜨고는 그대로 스푼을 내려놨다.
“어째서 이런 곳을 고른거지? 입맛에 맞지도 않고, 나를 안내한 것 치고는 메뉴조차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음···. 사실···. 낮에 아일라 트라이스타와 함께 이 제프린을 걷는 것을 보았답니다. 말을 걸려고 했지만, 빠르게 내달리셔서···.”
아.
그러고보니, 아일라가 피해야 할 사람이 둘 이라고 했었지.
그 다른 하나는, 레지나를 말하는 거였나.
“그랬나. 그것과 이게 상관이 있나?”
“그게···. 그렇게 낮에 즐겁게 활보하는 황자님과 아일라의 얼굴을 보니, 저도 모르게 질투가 났···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 말하며 레지나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가.
아일라와 낮에 노는 모습을 보고, 질투심이 생겨서 따라해보려고 한 건가.
생각에 잠겨 침묵을 지키자, 레지나는 뭐라 한 것도 아닌데 속죄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건 결코 시간과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겠지요. 만약 이 시간에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황자님 앞에 있어도, 저보다 밝고 활기찼을테니까요.”
아니.
그건 아닐걸.
이 시간에 아일라가 있으면 분명 사고가 나도 났을 거라고 확신한다. 지금이 대체 몇신데.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고 자괴감에 빠진 레지나랑 축제를 돌면, 틀림없이 이 녀석이 돌아버려서 내 목을 돌려버릴지도 모른다.
“밤에는 밤의 매너가 있는 법이지.”
“바, 밤의 매너? 그, 그게 대체···.”
“레지나. 알고 있나? 제프린 중앙구의 고급 레스토랑도, 이 대축제에 한해서 심야 영업을 한다.”
“아···.”
“원래라면 꽤나 붐비겠지만, 이것 참. 계급사회 만만세구나. 수도를 손아귀에 쥔 귀족가의 가주와 황손이라면, 어디 구석진 자리라도 하나 빌릴 수 있지 않겠나.”
“후후···. 네. 그렇네요.”
“자. 그럼 장소를 옮기도록 할까.”
“네. 황자님.”
밤은 밤의 방식이 있는 법.
레지나에게 손을 내밀자 녀석은 내 손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오늘부터 이어질 사흘간의 지옥 철야 대축제.
그 첫째날 밤의 개막 되시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