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32)
631. Moonlight
완벽하게 평등한 세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한다. 인간은 계급을 나누고 싶어 하는 생명체니까.
민주사회는 인간 사이에 계급이 없다 가르치지만, 출신 성분. 학교. 자산 등으로 계급을 나누고 있지 않나.
민중들이 배움을 가지면서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 때문에 계급을 좀 더 교묘하게 나눴을 뿐.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을 나누는 가장 큰 척도는 돈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배움이 적고, 태어난 그 순간부터 자신의 계급을 받아들이고 살아야하는 이 세상에서.
황손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 중앙 귀족가를 지배하는 레지나 시엘라의 디너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레스토랑은 그리 많지 않다.
음.
전문 용어로 개꿀이라고 하지.
분명 대축제 기간이기에 전 좌석 예약제일텐데도 우리를 위한 자리가 났다.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전 예약자님께서도 두분의 이름을 듣고 흔쾌히 양보하셨습니다.”
“자리를 양보한 이는 누구지?”
“키르히아이스 백작님이십니다.”
“기억해두도록 하지.”
뭐, 그쪽 입장에서도 디너 한 번 포기하는 대신 우리랑 줄을 만들 수 있으면 이득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과연.
전부 예약제지만 VIP면 바로 자리를 내야지요! 모시겠습니다! 라는 창작물의 설정은 이런식의 타당성을 가지는가.
잡생각을 정리하고 레지나와 자리를 잡고, 스테이크를 시켰다. 나오는 음료도, 고기의 질도 지금 이 세계 수준으로는 틀림없이 훌륭했다.
“괜찮은 요리를 내오는 곳입니다. 어떻게 마음에 드시나요.”
“훌륭하구나.”
“뭐, 황자님의 요리를 따라잡기에는 멀고 멀지만 후후. 제가 좋아하는 가게랍니다.”
내 대답에 그제야 레지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과는 다르게 멀쩡한 얼굴을 보고, 나도 내심 큰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다.
내 목을 돌리지는 않겠어.
가장 완벽한 테이블 매너의 화신.
내 경우에는 황실 혈통의 강제 보정이지만, 레지나의 식사 매너는···. 뭐랄까. 두려울 정도로 깔끔하다.
단 하나의 빈틈도 용서하지 않는 매너는, 황실 혈통이 가져다주는 강제 보정에 준하고 있었다.
제정신인가.
대놓고 1티어 정점급 스킬이 가져다주는 보정치를 순수하게 노력으로 따라잡았다고?
식기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나지 않고, 씹는 소리도 자취를 감춘다.
결과적으로 기이할 정도의 적막이 식사하고 있는 테이블을 감쌌다.
허나 이래서야 그냥 밥먹고 끝이다.
나는 먼저 식사를 멈추고 입을 열었다.
“최근 사업은 어떻지?”
······.
아니 이 화제가 맞나. 하지만 레지나에게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는걸.
“물론 무탈하게 나아가고 있답니다. 최근 서부에서 고급 원석들이 무척 많이 나와서, 가공하는 즐거움이 있답니다.”
그리 말하고 찡긋 웃는 레지나.
아 그렇군. 그 광석은 전부 내 쪽에서 푼 녀석이다.
그걸 중간에 인터셉트해서 가공하고 보석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올린건가.
무서운 2차산업의 귀신 녀석.
“그러고보니 황자님께서 흥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중앙에서 굉장히 희귀한 보석이 하나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그거 흥미롭군. 어떤 보석이지?”
“겉은 푸른빛 사파이어인데, 내부에서 불꽃이 춤추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희들도 처음 보는것이라 취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음.
아마 청화의 이중극석같은데, 그럭저럭 괜찮은 보석이다.
잘 다듬어서 악세서리로 만들면 물, 불면역이 크게 오르거든.
“가지도록 하겠다.”
“그럼 구해놓겠습니다.”
그 외에도 레지나는 쉴 새 없이 다른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레지나의 사업 이야기는 무척이나 현실적이었다.
아일라의 사업이 보통 개척에 있고, 현재 스피카의 사업이 건설에 있다면 이 녀석의 사업은 꽤 현실적이다.
이상적인 사업이 아니라, 현실적인 돈 이야기는 또 나름의 맛이 있다.
아일라나 스피카와 사업 이야기를 하면 아무래도 멋지긴 하지만,
그만큼 뜬구름 잡는 소리로 느껴질 때도 있거든.
“그 결과 중앙에서 총 3%의 수익 상승을 꾀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자님.”
지금은 작년 학생 경진 대회에서 내게 코가 깨졌던 손목시계의 상용화를 목표로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그때 문제로 지적했던 것을 고쳐 개량판을 내놓겠다고.
레스토랑 건물 최상층에서의 식사. 야경. 그리고 사업 이야기.
“너와는 건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즐겁군.”
“과찬이십니다···. 아.”
그렇게 한참 담화를 나누던 도중. 레지나의 손이 뚝 하고 멈췄다.
“무슨 일이지?”
“아, 아닙니다. 그저···.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편하게 말해보도록. 마침 이 곳에는 우리 둘 밖에 없지 않나.”
“그게···. 후후.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저는 참 재미없는 여자다 싶어서 그랬습니다.”
······?
아니 뭐.
레지나 시엘라가 재미있냐 재미없냐를 따지면···. 옛날에는 돈도 많은 주제에 자괴감에 빠져 사는 좀 기분 나쁜 녀석이었는데, 지금은 그럭저럭 꽤 유쾌하게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얘도 뭐 얘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겠지 싶어서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는 정도?
“왜 그렇게 생각했지?”
“낮의 황자님을 봤을 때. 아일라 트라이스타의 손에 이끌려 웃고 계신 얼굴을 보았습니다.”
음.
그야 뭐, 아일라랑 있을 때 많이 웃긴 했다.
“그랬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
“아,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라···. 저는, 평생 그런 얼굴을 만들어 드릴 수 없을거라 생각하여. 저는 말재주도 형편없고, 귀찮은 여자니까요.”
그런가?
“자책이 심해졌구나, 이 세상 모든 마법의 정점에 서서 세상을 오시하겠다고 맹세했던 마법사는 어디로 간 것이지?”
“후후. 그런 꿈을 꾸었던 적도 있었지요. 어라, 그 꿈을 황자님께 말씀드렸던 적이 있나요?”
아뇨.
설정집에 적혀있었어요.
소개 문구만 대충 보고 넘기긴 했지만.
“그래서 자신이 재미없는 인간이라 생각했다?”
“네. 솔직히 지금 이 시간도 재미없다 생각하실거 같아···.”
“나는 꽤나 즐겁게 대화하고 있었다만.”
“그런 배려, 감사드립니다.”
“이런. 못 믿나보군.”
“죄송합니다. 최근에는 저 스스로에게 의심증이 조금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어서···.”
방금 전 그 말만으로 무척이나 웃겼다.
레지나는 자기객관화가 안 된다···. 메모.
“그럼 주제를 바꾸지. 어디. 조금 유쾌한 이야기를 하도록 할까. 최근 잘 듣고 있다.”
“무엇을 말씀이신지요?”
“네가 만든 오르골 말이다.”
“아, 아으···.”
레지나는 그 말에 새빨개져서 얼굴을 가렸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 시제품. 허나 그 안에 숨어있는 음색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작곡도 직접 했나?”
내 말에 레지나는 얼굴을 가린 채로 움찔거렸다.
그 움찔거림은 위에서 아래로 이어졌고, 자작곡이 맞다는 대답으로 들렸다.
“그런 아름다운 음색을 만들어내고, 제작물에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녀석이 시시하고 재미없는 녀석일리 있겠나.”
“아···.”
레지나는 깜짝 놀라 이쪽을 바라봤지만, 이번에는 나도 놀랐다.
녀석이 돌아버리면 내 모가지를 돌려버릴까 두려워 모색한 말이 아니라
그 어떤 사심 없는 솔직한 레지나에 대한 평가였기 때문이다.
“그, 그렇습니까. 제, 제가 그런···. 그렇군요.”
“음. 기왕 이렇게 된거 솔직하게 말하도록 하지. 너는 제작자로서, 조형가로서 대성할 자질이 있다. 물론 마법도 그러하고 말이다.”
“부, 부끄럽습니다.”
“그러니 재미없는 녀석이라며 자괴감을 느끼지 말아라. 너의 창작물은 실로 흥미롭다.”
“네, 네에···.”
레지나는 그렇게 꼼지락거리다가 이내 나를 바라보고, 심호흡을 두 번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듯 단정한 눈으로 물었다.
“그럼 제 대화가 유쾌하거나, 황자님을 미소짓게 할 수 있을까요?”
“그건 힘들지 않겠나.”
레지나는 심장에 칼이라도 맞았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푹 고개를 숙였다.
아니.
솔직히 너랑 대화하면 심장이 터질거같긴 한데 이건 아마 공포에 의한 두근거림일거야.
“대신. 파티의 그 어떤 녀석과도 할 수 없는 현실적이고 차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
“아···?”
“어떻게 하면 중앙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매출 지표는 어떨지. 편의점 사업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가장 클 수 있을지. 그런 것들 말이다. 충분히 좋은 이야기 아닌가.”
“그건 결국, 제가 재미없는 여자라는 이야기 아닐까요. 아일라 트라이스타처럼 황자님에게 꿈을 이야기 할 수도, 미소짓게 할 수도 없으니까요.”
음.
방금 전 부터 아일라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
“아일라가 부럽다고 생각하는가?”
“······.”
음.
이건 가슴 쪽 꽉 찬 직구였나. 말을 돌려야겠다.
허나. 내가 다음 회제를 꺼내기 직전 레지나의 대답이 먼저 돌아왔다.
“네. 솔직히 부럽습니다. 질투도 하고 있습니다. 예전의 아일라는 뒷일은 생각하지 않으며 세상에 만족하지 못해 스스로 불타올라 화려한 불꽃으로 그 끝을 장식할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머.
그걸 어떻게 다 알고있는거지.
혹시 너도 게임판 해봤니?
아니.
이건 레지나의 철저한 분석으로 나온 결론이겠지.
원작 기준 아일라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것도 레지나였으니까 말이야.
“허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의 아일라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없이 연료가 들어가고 있죠. 영원히꺼지지 않을 불꽃으로 바뀌어, 주변을 비추고 있습니다. 확신을 몸에 두른 화신이 불멸의 지속성을 얻었다고 해야 할까요. 황자님 그런 사람을 뭐라 하는지 아십니까?”
“······.”
내가 말을 멈추자, 레지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최악의 라이벌을 인정하는 말을 입에 담았다.
“태양. 입니다. 저는 결코 닿을 수 없는 태양.”
음.
아일라가 태양이라.
뭐 썩 틀린 비유는 아니다.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에요.
그런가.
아일라가 태양이라면, 레지나는···.
“나는 달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네?”
“세상에 낮만 있다면, 누구나 지쳐 쓰러질 것이다. 허나 밤만으로는 너무나 어두워. 어둑진 밤을 비출 길잡이가 되어줄 달 또한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렇, 습니까.”
“음. 지금 이렇게 우리가 만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 또한 밤의 연장선. 고요하지만 청량하지 않나.”
“······.”
“무엇보다. 밤은 반드시 아침이 된다. 길잡이는 모습을 감추겠지만 그렇다 한들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
내 말에 레지나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울음 섞인 목소리는 단 한 번. 강하게 네. 하고 울려 퍼졌고, 나는 시선을 돌려 달밤을 바라봤다.
하여간.
이 녀석의 자책 버릇도 좀 나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
그렇게 레지나 시엘라와 식사를 마치고, 그 뒤로 기분이 풀렸는지 노점을 걸었다.
달이 모습을 감출 시간.
여명과 함께 레지나 또한 곱게 인사하고 기숙사로 돌아갔다.
자. 이걸로 또 하나의 작은 싸움이 끝났다.
대 축제 이틀째.
아일라와 레지나라는 첫 날의 빅 이벤트를 무사히 넘긴 나는 지금 무적이다.
이제 누가 덤벼든다 한들 이겨낼 수 있다.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선배니이이임!”
둘째날 낮에 함께 축제를 돌아보기로 한 사람이 저 멀리서 다가온다.
갈색 머리에 빛나는 눈동자, 체력이 넘치는 발걸음.
네프테리안. 신뢰하는 나의 로열가드.
나의 컨디션을 파악해 철야를 했음을 눈치채고 움직임이 적은 쪽으로 나를 이끌어 줄 것임이 틀림 없다.
“저기 엄청 재미있어 보이는 곳이 있었습니다! 마이스터의 손에서 가구 전시회를 한다고 하네요! 나중에 저택을 살 때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전시회를 잔뜩 돌아봐요!”
아.
틀렸다.
저 반짝거리는 눈.
네프티가 아니라 심연 속 감추어뒀던 네씨다.
“가요! 선배님! 둘러볼게 엄청 많습니다!”
지옥의 대축제 강행군 이틀째 아침.
전쟁은 지금 막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