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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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프티의 빛나는 눈을 보며, 차마 피곤하다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 나에게는 이게 세 번째 제프린 대축제 일정이지만, 분명 네프티에게는 처음으로 나와 보내는 일정이니까 말이야.
“자. 그럼 가시죠. 선배님!”
“음.”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네프티가 함께 돌아보자고 하는 전시회에 관심이 간다.
왜냐.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이 제프린 대축제에서 전시회라는 것은 곧, 하나의 전쟁터이자 각축장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입장에서 영감을 얻을지도 모르고, 다른 것보다 네프티가 이렇게나 바라니 나쁘지 않겠군.
“가도록 할까. 나도 궁금하구나.”
“네! 선배님!”
녀석은 내 손을 잡고 이끌었다.
허나 결코 내가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내 보폭에 맞춰주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네.
산책 부족인 대형견이 오래간만에 산책 나온 것 마냥 나를 쥐고 흔들었으면, 울프람은 연이 되어 저 하늘을 활공했을 텐데 말이야.
***
그렇게 네프티와 한참을 걸어 기사학부 제 3구에 도착했다.
기사학부 제 1학구가 입장객들을 호이호이 낚아챌 노점상. 2학구가 기사들의 장비를 전시, 혹은 판매하려고 하는 회장이었다면 여기 수 ㅁ낳은 분류로 나뉜 제작전시회장은 새삼 다른 분위기를 냈다.
다른 곳이 축제라면, 여기는 정말 전시회라는 느낌.
소음이 조금 줄어들고, 대신 실크옷을 쫙 빼입은 귀족이나 그 귀족의 하수인처럼 보이는 이들이 눈을 빛내며 매장을 돌아보고 있다.
“와아···. 듣기만 했는데 살기 넘치네요.”
“그렇구나. 나도 동의한다.”
“여기가 무더···으음. 네.”
네프티는 말을 하려다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래.
여기는 무덤이다.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가는 바닐라의 말.
【아하하. 드워프들은 장수종이니까요.】
【당연히 마을 장로들이나 노친네들이 고급 광석은 다 독점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얼마나 째째한데요.】
맞다.
드워프들은 오래살고, 나이를 먹을수록 괴팍해지며···. 무엇보다 제작 장인의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런 장인 직종은 신뢰를 잃기 전까지는 거래처가 바뀌지 않는다.
즉. 말 그대로 완전히 고여버린 세계.
그렇기에 제프린 최고의 불황직은 생산직이고, 생산직은 학부 취급도 받지 못한다.
아일라나 나. 혹은 트라이스타 가문같이 명품 브랜드. 혹은 우수한 품질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면 모를까, 평범한 생산직 학생들은 취업길이 막막하다.
허나, 어디 취업이 안 된다고 세상에 숙이고 살면 그게 예술하고, 손으로 뭐 만들어서 밥벌어먹겠다는 놈들이겠나.
현대에서도 미대 입시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전세계를 불바다로 끌어들인 또라이가 있듯, 이 놈들은 세상을 불태울지언정 인생의 진로를 바꾸지 않는 놈들이다.
허나, 이상만으로 먹고살 수 있다면 누구도 배를 곯지 않을 것이고, 의지만으로 꿈을 관철해 낼 수 있다면 꿈을 포기하는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들도 엄연한 현실에 부딪치고 만다.
돈들여 제프린을 졸업하지만, 졸업장은 받았는데 학점관리는 개판이고, 싸움보다는 뭔가 만들고 싶은데 취직은 실패한 존재들.
그런 녀석들이 마지막으로 어떻게든 귀족 눈에 들어보겠다고 발버둥치는곳이 바로 이 대축제 전시회다.
특히 올해는 이브 임기의 클라이막스. 제프린 대약진에 맞춰 다른 귀족들도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차기 황위 레이스에서 가장 두드러진 공세를 보이는 이브에게 딸랑거리러 올 것이다.
어떻게 전시회에서 귀족 한 명 낚아서 가문 전속 문양사나 공예사로 들어가면, 먹고 살 걱정은 없겠지! 라고 하는 얄팍한 상상.
허나 창작자는 언제나 그런 얄팍한 상상을 거대한 망상으로 만들어 누군가에게 ‘저에게 개쩌는 망상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시겠어요?’ 하는 직업 아닌가.
그 결과, 이 곳이 바로 무덤.
가끔 기적같이 살아가는 이가 나올 수는 있지만, 제프린에서 정규 루트를 타지 않은 4학년들의 묫자리다.
“하지만, 풍문으로 듣는 것 보다 제대로 된 물건이 많아요.”
“그야 그렇겠지. 허나 하나같이 품질이 애매하구나. 나 참. 4년간 무얼 배운 것인지.”
내가 그리 불평하자, 네프티가 이쪽을 빤히 바라봤다. 뭐. 왜.
“선배님과 비교하는 건 조금 급이 안 맞지 않을까요.”
“창작자는 세상에 미숙한 것을 내놓는 것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완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다만, 미숙한 것에 만족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여기는 일생일대의 승부처. 정말 다급하다면 목숨을 걸고 그 품질을 올려야 한다.”
내가 그리 단언하자 네프티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직 이해를 못했나보네.
“네프티. 이 안에 네 첫 저택에서 쓰고 싶은 가구가 있나?”
“아.”
“한눈에 들어오지 않지. 그렇다면 그 시점에서 실패다. 이렇게나 넓은 전시장에서 단박에 자신의 물건을 어필할 수 없다면 그건 묻혀버리는 것과 같다.”
“아아···.”
네프티는 내 말에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시무룩해졌다.
음.
결과적으로 여기에서 가구를 꼭 보겠다는 녀석을 너무 나무랐나.
“하지만, 뭐 전시장은 넓다. 돌다보면 하나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계속해서 같이 돌아보도록 하지.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사주겠다.”
“네. 네에!”
***
하지만 그렇게 몇 번을 전시회장을 둘러봐도 썩 괜찮은 것은 없었다.
“아으···. 괜찮은 게 없었습니다.”
근처 벤치에서 앉아 쉬며, 결국 네프티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네가 말한대로 무덤이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더 쓸모있는 게 나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게 나올 거라면, 학생 제작 제품이 아니라 전문 장인의 제품으로서 팔겠지.”
“네···.”
그렇게 가구를 가지고 싶었나.
녀석의 첫 저택의 가구라면 어떻게든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는데 말이다.
“네프티. 내가···.”
“선배님께서 만들어주신다. 라고 말씀하려고 하셨죠?”
“······.”
“마음은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선배님.”
“어떤 의미지?”
내 되물음에 네프티는 잠시 꼼지락거리다, 아하···. 하고 헛웃음을 흘렸다.
“사실 오늘 아침에 선배님을 만났을 때 엄청 피곤해 보이셨거든요.”
“음.”
그야 그럴 사건이 있었어.
들어봐. 진짜 힘든 일이 많았어.
하지만, 내가 스스로 파낸 지옥 구덩이에서 후배에게 투덜거릴 수도 없는 노릇.
내가 침묵하자 네프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선배님께서 좋아하실만한 전시회쪽을 보러 가자!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이 전시회는 나를 위해서 가자고 한 것이었나?”
“네···.”
“착하고, 고마운 배려지만 그래서야 네가 보고 싶은 것을 못 보지 않나. 나 참.”
“아. 그러면 지금이라도 대축제 무박2일 동부숲-잠든산맥 강철의 하이킹을 가실래요?”
전시회를 보러와서 정말 다행이다. 여기는 볼거리도 먹거리도 학생들의 도전과 노력과 피 땀 눈물이 다 서려 있는걸. 역시 청춘이라면 전시회 한두 번 정도는 봐야지. ···의 의미를 담아 네프티를 바라봤고, 녀석은 내 시선을 이해하고 웃었다.
“하지만, 진짜 가구도 보고 싶었어요. 제가 저택을 사면 어떤 식으로 꾸밀까. 뭐가 이쁠까. 하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둘 다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네.”
네프티는 벤치에 앉은 상태에서 다리와 팔을 쭉 펴며 으으으···. 하는 신음성을 냈다. 다 큰 처자가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어디보자.
그렇다고 이렇게 멍하니 있을 수는 없지.
“그렇다면 말이다. 네프티. 직접 만들어 보는 건 어떻겠나.”
“네?”
“네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우리의 손으로 말이다.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
네프티는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까딱였다.
필시 집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내 눈을 번쩍 뜨고는.
“좋네요! 선배님! 정말 좋아요!”
하고 내 손을 마주잡았다.
“그럼 어디. 이 근처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체험해볼 수있는 공방도 있으니, 그쪽으로 가볼까.”
“아···. 바, 바로 시작하나요?”
“창작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작까지 오래 걸린다고 주춤해버리는 것이다. 망하면 뭐 어떤가. 또 만들면 되지 않겠나.”
“후후. 네. 가요. 선배님!”
전시회 근처 공방을 아예 전세내서 재료들을 꺼냈다.
“우선은 상과 의자부터 만들고 싶어요!”
“그렇군. 그렇다면 인원수를 정해야겠지. 생각해 놓은게 있나?”
“네, 네?”
“인원수 말이다. 어디보자···.”
네프티의 가족이 동생이 셋에 네프티와 어머니였나.
“5인 가정의 테이블이 좋겠군.”
“다, 다섯···. 그러니까 가족이 다섯 명인거죠?”
“그렇다.”
“그러면···. 그러니까. 두 명은 그렇다 치고···. 세 명. 그렇구나.”
네프티는 살짝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뭔가 먹은 건 없는데···. 아. 혹시 공복인가?
“네프티···.”
“네! 좋은 거 같아요!”
배고픈가 했는데, 생각보다 기합이 넘쳤다.
“그럼 속전속결로 할까.”
“속전속결이요?! 저, 적어도 삼 년. 아니 빠르면 일 년일지도 모르지만···.”
“음?”
네프티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뭐. 아무튼. 퀵 크리에이트에서 고급 원목을 꺼내 쿵. 하고 바닥에 내려놨다.
“공방을 통째로 빌렸다곤 하지만, 오늘이 무한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 아아···. 네. 그렇네요.”
5인가정의 평범한 식탁 사이즈를 정한 다음. 도면에 어떤 식으로 만들 것인지 디자인을 그려나갔다.
놀란 것은, 생각보다 네프티가 디자인 센스가 출중하다는 것.
이 녀석은 이쪽으로 나갔어도 분명 대성했을텐데, 어째서 이야기 초반에 잔디밭에 얼굴을 뭍고 그걸 뜯어먹고 있었을까.
뭐 덕분에 우리 파티에 들어왔으니 나야 좋은 일이다만.
“그래서, 여기는 이렇게 하고···. 좋구나. 그럼 어디 가조립을 해볼까.”
“네. 선배님!”
그렇게 네프티와 함께, 5인 가정이 앉을만한 테이블의 가조립을 한 뒤. 수평을 맞추고 마주 앉았다.
생각보다 아늑하게 잘 나왔고, 네프티도 흡족한 모양이다.
“행복하네요.”
“그런가.”
“네. 언젠가···. 단 둘이서 이렇게 앉아서 얼굴을 마주보고,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눈을 살포시 감고, 노래하듯 네프티는 감상을 이야기 해 나갔다.
따듯한 가정.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만들어져 있는 스튜.
화복한 저녁 식사 시간.
다들 한자리에 모여서 떠들기 시작하고 오늘 있었던 별것 아닌 일상에 살을 붙여 이야기 해 나간다.
마치 동화에 나올 것 같은 ‘행복한 가정’에 대한 노랫소리.
행복한 미래를 그리는 녀석의 노래에 맞춰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마음에 드나?”
“네. 언젠가, 반드시 이 테이블 앞에 모두 모여 앉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렇구나.”
네프티는 테이블을 살짝 쓰다듬었다.
잠시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 침묵.
그 어색함을 견디지 못하고 네프티는 으흠. 하고 헛기침을 한 뒤 나를 바라봤다.
“자, 자아! 만들었다고 치고, 다음으로 가죠. 선배님!”
“다음? 또 만들고 싶은 게 있나?”
“후후후. 기억하시나요. 선배님?”
“무엇을 말이지?”
“제가 저택을 산다고 치죠. 허나 우리는 오래 저택에 머물지 못합니다!”
그래 그랬지.
그러니까 네프티의 가족을 수도로 모시고, 우리는 기차 여행을 하는 삶을 살지 않겠나.
“그래서, 이 네프테리안! 대륙 전체를 손에 넣으실 선배님의 로열가드로서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호오. 들어보도록 하지.”
“기차 여행으로 어딘가 한 군데 머무를 수 없다면, 기차 자체를 집으로 삼으면 된다!”
“······.”
“즉! 지금부터 제가 만들고 싶은 건, 기차 내부에 들어갈 가구들입니다!”
“······.”
반박할 거리는 많았다.
흔들리기 때문에 고정할 수 없다던가, 몬스터와 자주 만나기 때문에 거주하기에는 위험하다던가. 사람이 굳이 기차에 살 필요가 있는가. 그런 것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이유는 죄다 집어 치우고, 내 입은 오직 감정적 진실만을 내뱉었다.
“그건···. 정말 완벽한 계획이군.”
“그렇지 않습니까?”
정말 모지리같은 계획이야.
마음에 든다. 당장 하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