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47)
646. 눈물로 이불을 적신 밤
이브 폰 로엔그린의 하루는 무척이나 바쁘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할 틈은 없다고는 하나, 이미 그녀의 행동반경 자체가 운동이 필요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마법 1학부에서 사고가 나고, 기사 8학부에서 사고가 나고, 그 사이의 거리만 해도 두 시간은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
요새야 제프린 내에서 울프람이 만든 미니 골렘 카트가 유행해 그것에 탑승하여 돌아다닌다고는 하지만 그 전에는 직접 걸어서 가야했다.
성격상 말을 몰거나, 마차를 타고 움직이는 걸 즐기지도 않는다.
그녀의 평소 치우친 영양을 생각했을 때. 그나마 살이 안찌는 것은 그 압도적인 운동량에 있었다.
항상 단 것을 입에 살고 산다고 생각하지만, 이브 폰 로엔그린이야 말로 살기 위해 섭취하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울프람에 의해 열량과 영양이 과잉 공급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식탐이 대부분 당분에 치우친 결과 그녀는 체중계가 고하는 위험 경고에 고개를 숙여 스스로를 제어해야만 했다.
허나.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오늘은 서류 업무를 엄청 노력했으니까, 하나 정도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나 자신에게 주는 포상이야. 사탕 한 알 정도는 괜찮을게 분명해.
그리 생각하며 이브 폰 로엔그린은 달칵. 사탕 통 뚜껑을 열었다.
예전에는 종이 봉투에 보관했었지만 울프람이 손재주를 발휘해 통을 하나 만들어줬다.
제프린의 상징인 독수리가 양각되고, 동그란 통은 여섯으로 나뉘어 여섯 가지 맛으로 보관되어 있다.
마음에 들지 않아 손가락을 튕기면, 사탕 통은 다시 한 번 그 모습을 바꾼다.
이건 초 고위 스킬인 ‘공간왜곡’을 사용한 것으로서 사탕 통의 내부는 사실 여섯개의 공간이 겹쳐져있다.
즉 사탕은 여섯가지 맛이 보여질 뿐. 실제로는 서른 여섯가지 맛의 보관소인 셈.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 하여도 이걸 만드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했지만, 울프람은 이를 이브에게 건네며 웃었다.
‘지금까지 우리 편의점에서 가장 많은 사탕 매출을 올려준 손님에게 주는 것이다. 앞으로도 매출을 책임져줄 고객에게 주는 것이니 아쉬워하지 말고 받도록.’
그 말에 이브는 눈물을 흘리며 성광창을 쏘아냈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아무튼.
오늘은 하나만 더 먹겠다 했으니 서른 여섯가지 맛 중에서 하나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블랙 레몬···. 괜찮죠. 목넘김이 좋아요. 음···. 왕도인 스트로베리도 포기하기 힘드네요. 새로 나온 쿨 민트도 머리를 깨우기엔 훌륭해요. 아니 러블리 초코의 농밀함도···.”
이 제프린 최고의 사탕 소믈리에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모두 훌륭하다.
사탕에 우열은 존재할 수 없다.
조금 단맛이 덜하다면 향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단맛이 강한 아이의 맹공은 뇌를 울릴정도로 황홀하다.
순수하게 강한 딸기. 특색이 있는 쿨 민트중 누가 더 낫다 어찌 말할 수 있을까.
“그렇군요. 서로의 장점이 있기에, 세상은 조화로운 거에요.”
이브는 서른 여섯가지 사탕의 장단점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순간 등 뒤에 광륜이 나타났다 금새 사라졌다.
작은 깨달음으로 마력의 효율이 올라간 것이다.
사탕으로 깨달음을 얻어 강해진다는 것도 웃기지만, 이 깨달음이 짧게 끝난 것은 전적으로 이브 잘못이었다.
왜냐하면, 사탕 서른 여섯 개 중 하나를 고를 수 없다면 두 개를 먹으면 된다라는 진리에 도달해 스스로의 욕망에 패배했으니 말이다.
아무렇지 않게 딸기를 고르고, 그 다음 손가락은 러블리 초콜릿에 가는 그 순간.
-회장님. 학생회 의견서를 가져왔습니다.
“아, 네. 들어와도 괜찮아요.”
밖에서 들려온 비서의 목소리에 이브는 사탕을 그대로 밀어넣고, 통을 다시 보관한 후 대답했다.
“실례합니다. 학생회 내부의 민원이나 건의사항을 모으라고 하셔서 이렇게 모았습니다만···.”
“수고했어요, 어떤 안건이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죠.”
“저희들은 항상 회장님께 충성을 맹세하고 있습니다. 삿된 안건이 올라올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이브는 비서를 빤히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피아가 졸업한 이후, 새로 비서를 맡게 된 그녀는 아무래도 충성과 충의로 눈이 빛나고 있다.
저것이 자칫 잘못하면 광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자신에게 충의를 바치는 이를 내칠수도 없다는 것에 고민했다.
실피아는 가끔 군소리도 했고, 울프람의 파티는 자신을 편하게 대해주는데 이 학생회는 너무 자신을 믿고 따르는 경우가 많다.
잠시 숨막힘을 느끼던 이브는 묵언으로 건의사항을 확인했다.
대부분은 살기 편하다. 행복하다. 라는 이야기였지만, 몇몇 건의사항은 앞으로 재고하거나 개선해야 할 목록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최근 학생회 식사 사정이 너무 좋아지면서 동시에, 업무량이 늘어 운동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체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맞는 말이다.
너무 맞는말이라 쳐맞은 이브는 심금을 울리다 못해 갈비뼈에 금이 갈 정도로 후려치는 이 안건에 손을 떨었다.
“으, 으흠.”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아뇨. 이건 꽤 훌륭한 안건이라고 생각해서요.”
“그렇군요. 운동으로서 체력이 증진된다면 향후 학생회의 업무 효율도 올라갈 것입니다. 다만···. 한동안은 정말 바빠서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듯 합니다.”
“맞는 말이에요. 음. 그러면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이 안건은 폐기를 해야겠군요. 안건을 올린 본인에게는 제가 말해두겠습니다.”
“아뇨. 이 안건을 올린 임원에게는 칭찬을 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어떻게든 해보도록 하죠.”
“어떻게 하신다 하시면···.”
이브는 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하면 될 것이다.
우선 식사 사정을 바꾼 인간부터 만나러 가 볼까.
***
십 년 후에 맛있게 익어 개봉할 앨리스라는 이름의 술안주.
그녀에게 줄 진암흑룡···. 아무튼 그 칼을 벼리기 위해 편의점에 온 나는, 예상외의 인물과 조우했다.
“무슨 일이지.”
“잠시 이야기 할 안건이 있어요.”
“흠. 그런가. 나는 없긴 하다만···. 쯧. 알았다. 들어가도록 하지.”
내가 뭐라 말하면 바로 성광창좀 꺼내지 마라.
그런데.
“발현 속도가 더욱 빨라졌군. 깨달음을 얻었나?”
“네? 음···. 그런가요?”
“그래. 이것 참. 생각보다 괜찮군 그래.”
“뜬금없이 칭찬 좀 하지 마시죠.”
“칭찬이 싫은가?”
“······.”
저 발현속도, 그리고 마력의 흐름을 생각하면 얘는 곧 진 각성 퀘스트를 받아도 되겠다.
8문 도전할 때 즘이면 전원 진 각성을 해두는게 마음이 편하니까 말이야.
아무튼, 내 칭찬에 이브는 입을 꾹 다물었다.
조금 화난 듯 얼굴이 상기된 것이. 이 이상 칭찬하면 ‘역겨운 소리를 한 죄로 죽이겠어요!’ 라며 미쳐 날뛸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뭐지?”
“으, 으흠. 이건 오늘 우리 학생회에 올라온 안건이에요.”
“어디. 음. 식사 사정은 좋아졌는데 살이 찐다. 단순한 운동 부족 아닌가?”
“윽.”
“이것 참. 운동은 시간이 나서 하는게 아니다. 시간을 내서 하는것이지.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거나 자기 전에 체조를 하는 것. 식사를 조절하는것으로도 될텐데. 잠깐. 왜 성광창을 들어올리지?”
“제가, 바라는 건. 그런 지저분하고도 비열한 현실을 말해주는게 아니에요.”
“······.”
뭐지
선동과 날조를 원하는건가.
그럼 어디.
“체중계를 처음부터 -3kg에서 시작하면, 실제로 표기되는 것은 3kg 적다.”
“앗.”
아니.
진짜 그걸 바라는건가.
뭐가 앗이냐고.
“그래. 하지만 그것 또한 해결법은 아니겠지. 그래서 뭘 바라는 거지?”
“간단하죠. 제가 당신을 왜 찾아왔겠어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맨 손 운동을 바라는 것이로군. 좋다. 체력 2부터 여기까지기어 올라온 나라면 가르쳐 줄 수 있지.”
“아뇨. 그딴 거 말고요.”
“······.”
그거 말고?
대체 뭘 바라는거지.
내 말에 이브는 한숨을 쉬고, 멍청하고 눈치 없는 인간을 바라보듯 나를 멸시했다.
대체 지금 누가 부탁하는건데.
“살이 안 찌지만 맛있는 요리. 만들 수 있죠?”
“······.”
이 뱃살.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하는걸.
음.
하지만, 전생의 제로 칼로리 음료수나 곤약밥 같은 요리를 생각하면···.
아니지. 그건 결국 21세기 현대의 이야기.
검과 마법. 드래곤과 용사가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그런 낭만없는 요리를 바라는 것이 아닐 터.
어디보자.
그럼 살이 안찌고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뭐가 있을까.
“떠오르는 게 있구나.”
“저, 정말 있나요?”
“음. 잠깐만 기다리도록. 다만 납품가격이 조금 세다.”
“네? 으, 으음. 어째서죠? 공장에서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공장 확장을 위해서 해본 말인가요?”
“공장에서 만들 수 없다. 순수하게 내가 만들어야만 하는 요리다.”
“아···. 으, 음. 일단 물건을 보고 이야기하죠.”
그래 뭐.
나도 이걸 만들 줄은 몰랐지만, 기왕 만드는거 제대로 만들어볼까.
***
【D/Z SAGA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제프린 수석 입학생이자 빛의 영웅의 숙명을 타고난 켈터스가 되어, 이 제프린에서 4년간 생활해야 합니다.】
【당신의 앞길에는 파란만장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겠죠. 때때로 암초에 부딪쳐 주저앉고 싶은 날도 있을 것입니다.】
【허나 함께 할 파티원을 모아 이 난관을 헤쳐 나가고, 스스로의 운명을 움켜쥐세요.】
【우선 기본적인 동작 설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다음은 장비 착용입니다.】
【훌륭하세요. 다음은 눈 앞에 있는 음식을 먹어봅시다.】
【대단해요. 다음은······.】
내가 떠올린 것은 ‘게임 버전의 튜토리얼’이었다.
뭐, 장비를 찼다고 대단하다고 칭찬해준다거나, 움직인 것 만으로도 잘했다고 하거나 오구오구가 심한 게임이었지.
허나 내가 떠올린 것은 그런 나의 작고 연약한 자존감 충전용 멘트가 아니라 튜토리얼에서 준 ‘음식’이다.
내가 알기로 최하급 쿠키로 기억하고, 아이템 이름이 【튜토리얼용 쿠키】였다.
재밌는것은 이 아이템의 특성이다.
분명 먹고나서 배고픔 게이지가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그 다음에 전투 페이즈로 넘어갈 때 배고픔 게이지가 원상복귀 되었거든.
거기서 나는 생각했다.
설마 이 쿠키는 먹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행동을 하면 ‘먹었던 사실 자체가 초기화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요리 캐릭터로 키울 때. 나는 온갖 제조를 돌리면서 결국 튜토리얼용 쿠키를 만드는 조합식을 알아냈다.
그리고 튜토리얼 쿠키를 무한정으로 흡수한 결과
【축하합니다! 브론즈 트로피 ‘음식 10,000회 먹기’ 를 달성하셨습니다.】
요리를 만 번 먹고도 살이 찌지 않는 기염을 토할 수 있었다.
켈터스도 폭식하면 살이 찌고, 그에 따라 재주가 낮아지거나, 몇몇 파티원의 호감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쿠키는 업적작 용으로 꽤나 훌륭했다.
아마 최저급으로 만들면, 먹고나서 2분이면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고 배고픔 수치가 돌아온다.
즉.
“이걸 먹고 2분을 기다리도록”
“음? 쿠키? 맛은 평범하네요.”
이브는 오물거리며 쿠키를 먹었다.
뭐, 튜토리얼 쿠키는 고정적으로 【9T】에 위치한다. 별 대단한 맛은 없다.
그리고 2분 후.
“어라···. 어라? 저 방금 쿠키를 먹었죠?”
이브는 자신의 배를 살짝 만졌다. 분명 먹었음에도, 먹었다는 사실이 사라진 것에 놀란 듯.
그럼 여기서는 살짝 약을 쳐볼까.
“이게 바로 ‘역행의 쿠키’다. 내가 시간을 들여 찾아낸 비전의 요리지. 먹었다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며,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
“뭐, 라고요···?”
이브는 크게 충격을 받았고 빤히 쿠키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울프람! 이건 엄청나요. 좋아요. 엄청난 개발이라는 걸 인정하죠. 돈은 제가 황제가 되면 국책사업을 넘겨줘서라도 지불할게요. 그러니까!”
아니 국책사업을 그렇게 넘겨도 되는 건가?
너의 정의를 믿고 황제로 옹립해도 되는 거 맞지?
“다만 맛은 이게 한계다.”
“아뇨! 맛 문제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알잖아요! 당신이라면!”
음?
아···. 그거 말이구나.
“사탕은 못 만든다. 그 쿠키가 끝이야.”
“어째서!”
이브는 바닥에 양 손을 짚고 오열했다.
아니.
그게 그렇게 충격적인 말인가?
울 정도로···?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