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66)
665. 정말로? 진짜로?
아무래도 사막 한 가운데까지 왔기 때문에, 그대로 야영하기로 했다.
오피스텔을 쓰지 않냐는 밀푀유의 물음에 앨리스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파티 전용 휴식 시설이니까 쟤는 못 들어가잖아.
그렇다고 앨리스에게 밖에서 잠들라고 해놓고 우리들끼리 푹신하고 편안한 휴식처를 쓰는건 인간 쓰레기 같으니, 그대로 야영 결정.
깔끔하게 야영준비를 마친 우리들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도란도란 앉았다.
“사막의 밤은 꽤 춥나요?”
“낮에는 수십 도. 밤에는 반대로 영하 수십 도. 말 그대로 지옥이지.”
“도가 뭔가요?”
“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내 말에 밀푀유와 앨리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보니 그런 기준은 없는 건가.
뭐. 됐다.
루비빨로 야영중에는 추위따위 못 느끼니까.
느껴지는 건 지독할 정도로 드넓게 퍼진 모래. 세상에 홀로 남겨진 광활함. 지상을 뒤덮는 밤하늘. 그리고 모닥불 타는 소리.
어느새인가 대화가 사라지고, 타닥. 타닥. 장작이 재가 되어 흩날리는 소리만이 귓가를 간질인다.
기분 좋은 적막을 깬 것은 앨리스였다.
“밀푀유 선배님···.”
“네. 후배님.”
“저기, 혹시 민폐가 되지 않는다면, 스승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네···?”
이건 나도 꽤 놀랐다.
그 앨리스가 밀푀유의 제자로 들어간다?
이건 정말, 완전히 내 예상에서 벗어난 전개라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울프람 선배님의 허락이 있으면···. 아니 웃고 계신걸 보니 이미 허락하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저에게 배울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잘 부탁드립니다!”
앨리스는 고개를 꾸벅 숙였고, 밀푀유는 나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런 의미로 웃은 게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뭐.
내가 졸업해도, 편의점의 뒤를 이어갈 인재가 한 명 늘어난 건 확실하니까 말이야.
***
그리고 다음날.
야영지를 정리하고 우리는 사막의 한복판에 다시 섰다.
이대로 편의점으로 돌아갈까 싶었지만, 마침 사제의 연이 하나 태어났으니 축하의 의미로 좀 더 모험을 하기로 했다.
“지난 밤에는 제대로 휴식도 못 취했으니, 아마 내일쯤 돌아가겠구나.”
“내일···. 이요?”
“음. 오늘 하루정도 모험을 더 할 생각이다. 꽤 좋은걸 보여주도록 하지.”
내가 씩 웃자 녀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
그럼 좀 더 안으로 파고들어가 볼까.
이 열사의 사막의 안쪽에는 드래곤이 살고 있지만 모든 길이 필티아의 둥지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필티아의 영지에서 아주 살짝 빗겨난 곳에 꽤 괜찮은 것들이 있거든.
그걸 위해서는 우선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들어가는 게 필수.
거기에 여기에는 나름 기간트 몬스터도 있어서 주의를 요구한다.
“기간트 몬스터···.”
앨리스는 침을 꿀꺽 삼켰고, 밀푀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2호점에 있었던 수호자 골렘보다 강한가요?”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야 뭐···.”
반대로 밀푀유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필드보스급인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니.
내가 이 아이를 너무 강하게 키웠나···?
***
당연하지만 가는 길에는 몬스터들이 잔뜩 포진되어 있었고, 우리는 하나하나 사냥하며 돌파했다.
“저, 저건 그레이트 스웜.”
“음음. 꽤 큰 벌레네요.”
“?!”
끼에에엑!
밀푀유는 놈을 일격에 양단해버렸고, 앨리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실 신체 스펙은 여전히 낮은 밀푀유지만, 전투 경험이 워낙 많고, 가지고 있는 장비의 버프를 꽤 받기 때문에 저 정도의 잡벌레는 일격에 베어버릴 수 있다.
그 외에도 어썰트 디거. 라는 땅 속을 기어 다니는 거대 벌레도 나왔다.
이건 내가 처리했다.
이렇게 돌격밖에 할 줄 모르는 거대 벌레는 그냥 검을 올곧게 세워 긁기만 해도 일격에 몸이 갈려버리거든.
“와. 역시 선배님···. 깔끔한 실력이세요.”
“음.”
“아, 아으···.”
검을 수납하자 밀푀유가 웃으며 박수를 쳤고, 앨리스는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
“자 그럼 저와 선배님이 한 번씩 했으니, 다음번에는 앨리스 후배님의 차례네요.”
“네?”
“다음 번에 만나는 몬스터는 앨리스 후배님이 처리하면 되겠어요.”
앨리스는 검지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누구요. 저요? 라는 표정을 지었고 밀푀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에게는 아직 조금 이른”
“할 수 있답니다.”
“그, 그렇지만···.”
“할 수 있죠?”
“네···.”
밀푀유의 미소 섞인 압박에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부로 들어갈수록 나오는 몬스터들이 압도적으로 강해지니, 세검사인 앨리스는 부담도 커지겠지.
하지만, 밀푀유야.
“강하게 키우는군.”
“저도 강하게 자랐으니까요. 부드러움과 다정함 속에서 성장하고 싶다면, 제프린 교육만 이수해도 되지 않을까요?”
밀푀유는 그리 말하며 방긋 웃었다.
제프린 교육만 이수하면···. 이라니, 제프린의 퇴학생이 1년에 몇 명인지 알고 하는 말이지?
거기에 ‘저도 강하게 자랐다’···?
이건 정말 할 말이 없다.
마치 내가 잘못한 것 같잖니.
***
그렇게 앨리스의 육성 중심으로 필드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먼저 한 번씩 싸우고, 그 다음 앨리스가 마지막으로 싸우는 형태.
처음에는 제가요? 이걸요? 하면서 바라보던 앨리스는 이내 납득한 듯 싸움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샌드 골렘도 베어보고, 자이언트 스콜피온 두 마리와도 싸워보고, 록 코브라랑도 승부를 겨뤘다.
“아, 아하하···. 하하···.”
“응. 싸움을 즐기기 시작한 것 같네요.”
밀푀유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앨리스는 지금 눈이 착 가라앉은 상태에서 입으로 웃으며 전투에 임하고 있다.
훌륭하군.
“좋은 성장을 거듭하겠어.”
“네.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치고 있으니까요.”
“아하하···. 네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어디.
슬슬 다음 녀석을 만날 때가 왔군.
“자 저기 보이나?”
“언덕···인가요?”
밀푀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누가 봐도 모래 언덕이지.
【타이틀 기간트 슬레이어를 착용합니다】
【범위 내의 기간트 몬스터가 강제로 적대합니다】
【모든 기간트 몬스터에게 추가 데미지가 적용 됩니다】
처음으로 타이틀을 바꾸고, 놈을 향해 마력을 들이밀자 마자.
언덕이 움직였다.
구그그그그그그궁!
언덕 아래에 잠들어 있는 거체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쿵! 쿵! 쿵!
대지를 짓이기며, 파공음만으로도 귀가 멀어버릴 것 같은 열두 개의 다리.
닿기만 해도 몸이 짓이겨질 것 같은 등을 빼곡하게 덮은 가시.
전신의 비늘은 그 어떤 도검도 통하지 않을 것 같고, 거대한 꼬리를 후려쳐서 스치기라도 하는 순간 몸이 두 동강이 날 것이다.
도마뱀. 이라고 말하기에는 두려울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그 거대함에 앨리스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 아아아아···.”
“저건···. 바실리스크인가요?”
“아니. 사막의 주인이라고 하는 기간트 몬스터다. 석화 능력은 없다. 그냥 거대할뿐인 도마뱀이지.”
“아하. 대지 마법은 쓰나요?”
“기본적으로 전부 물리 공격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렇군요.”
밀푀유는 무언가를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물리라면, 짓이겨지는 것 하고, 깨물지. 꼬리치기. 압도적인 방어력을 주의해야 하고···. 등의 가시를 투사할 수도 있겠네요.”
“완벽하군.”
밀푀유의 머리를 쓰다듬자 에헤헤 하고 웃었다.
“지, 지금 저걸 보고서도 그렇게 평온한 대화를 나누신다고요···?”
“그럼요. 눈을 마주친다고 죽거나 하진 않잖아요?”
“그렇군. 그런 능력은 없다.”
“그러면 거대한 도마뱀이죠?”
밀푀유는 싱긋 웃었다.
“어,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실 수 있나요?”
평정심을 잃은 앨리스에게 밀푀유가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후배님. 두려워하기만 해선 안 돼요. 상대와 맞딱드려서 전투를 피할 수 없다면, 우선 인지하고 분석하고, 그 다음 해결법을 찾아야 한답니다. 공포와 절망은 해결법이 될 수 없어요.”
“네, 네···?”
거기까지 말하고 밀푀유는 슬쩍 내 옆에 섰다.
그래.
훌륭하다.
저것이 이영진의 전법이었고, 마음가짐이었다.
훌륭하게 계승된 것 같구나.
“밀푀유. 네가 생각하기에 해결법은?”
“상대는 거체, 물리 방어력은 단단하고, 원거리 공격은 꼬리치기와 등의 가시 쏘기네요. 원거리 공격에서는 공통적인 약점이 있어요.”
“뭐지?”
“그건 바로, 양 쪽 다 시야가 가려진다는 거죠.”
“맞다. 꼬리로 치려면 몸을 돌려야하고, 가시도 등에서 쏘지.”
“그 부분을 이용하면 되겠네요.”
나는 신화 포식자를, 밀푀유는 목걸이로 만든 건틀릿을.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대지를 박차고 내달렸다.
그리고, 우리의 조금 뒤에, 또 하나의 발걸음 소리가 따라붙었다.
“저, 저도···. 저도 할 수 있어요!”
작고, 곧 끊어질 것 같은 나약한 목소리.
허나 분명 앞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내달리고 있었다.
“어머나. 어머나.”
내달리며 콧노래를 부르는 밀푀유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
격전이었다.
간단하게 말해 앨리스가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다.
하지만 그건 두려움이나 절망 때문에 몸이 굳었다기 보단, 순수한 역량과 경험 부족.
결국 내가 몇 번이고 패링해주고, 밀푀유가 시선을 끌면서 버텨줬다.
마치 뉴비를 들어서 고급 던전에 집어던져놓고 ‘ㅎㅎ 그래도 잘하고 계세요.’ ‘괜찮아요. 나중에 오게 될 던전이에요.’ ‘조금 힘드시더라도 익혀두시는게 편해요.’ 라고 말하는 나쁜 고인물 같군.
그러다 뉴비 접으면 다 네 책임이야! 네가 죽였어! 라는 댓글이 달릴 거 같지만, 그런 녀석들은 완장의 권력으로 얼마든지 무마시킬 수 있다.
아무튼.
쿠웅.
거대한 도마뱀이 배를 까뒤집고 쓰러졌다.
“다들 수고 많았다.”
“네. 선배님도 고생하셨어요. 물이라도 한 잔 드릴까요?”
“고맙군. 하지만, 나보다는 저 녀석을 배려해주지 않겠나.”
“아···. 네!”
옆에서 주저앉아 퀭한 눈으로 검을 바라보는 앨리스.
“살아···. 살아있나. 왜 살아있죠. 분명 꼬리로 옆구리를···. 그건 피했던가? 아니 못 피했는데, 누가 대신 막아줬는데···. 거기에 이 검. 왜 그런 딱딱한 비늘을 가르는데 날이 안 상하는 거죠. 날이라도 상했으면 조금 쉬엄쉬엄 싸웠을 텐데. 왜지. 나는 왜 살아있지···. 으아아아아···.”
“자. 앨리스 후배님. 그렇게 두려워 말고 눈을 꾹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고, 다시 들이쉬고···.”
“후으···. 하아. 하우으···.”
양 손으로 머리를 잡고 오열하는 앨리스를 밀푀유가 케어하는 사이. 나는 놈의 뱃가죽 위에 올라타 검을 내리 박았다.
푸욱. 하고 신화 포식자가 몸에 박히고, 놈이 마지막으로 몸을 움찔 떨었다.
【기간트 몬스터 사막의 주인을 쓰러트렸습니다】
【타이틀 기간트 슬레이어의 효과가 더욱 강해집니다】
【주인이 지키던 영지의 결계가 파괴됩니다】
【모래의 은혜. 푸른 하늘의 별 오아시스 맵이 해금됩니다.】
그리고 그제야 시스템이 보상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역시.
죽은 척 하고 마지막 일격을 노렸나.
뭐 됐다. 이제 완전히 끝났고, 보상을 즐겨볼까.
나는 시야 끝 풍경을 보며 히죽 웃었다.
“자. 거기 두 사람. 이 위로 올라와 저 너머를 봐라.”
“네. 선배님.”
“네에···.”
뱃가죽 너머로 보이는 땅은 녹음이 푸르른 사막 한 가운데 펼쳐진 절경.
에메랄드를 연상시키는 호숫가와 야자열매. 그 옆을 뛰노는 작은 동물들 말 그대로 자연의 신비가 펼쳐져있는 오아시스였다.
“와아···.”
“아름다워요···.”
“전투가 끝나면 이런 보상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오늘은 여기서 마음껏 쉬고, 내일 돌아가면 되겠군.”
“네, 네!”
밀푀유가 대답하고,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저 호숫물에 샤워하면 【상태 : 청결】과 【상태 : 아름다움】이 적용되어 한 달은 간다고 하더구나. 흥미가 있다면 둘이 다녀오도록.”
“샤, 샤워···를. 선배님이 보는 앞에서···?”
“파, 파렴치한···.”
그럴리가 있나.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지. 나는 그 사이 식사라도 준비하고 있겠다.”
그리 단언하자, 두 사람의 눈이 더더욱 날카로워졌다.
“안 보러 오신다는 거죠?”
“그렇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결단코 말이다. 나를 신뢰하도록.”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두 사람의 눈이 더 가늘어졌다.
뭐지? 왜 화를 내는 거지?
혹시 의심하는 건가?
“절대 그럴 일은 없다.”
“네에···.”
“알겠습니다···.”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