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68)
667. 하룻밤의 꿈
솔직히 나는 이 시대를 얕보고 있었다.
애당초 선로를 깔고 열차를 달리게 하는게 그리 쉽게 될리가 없잖아?
거기에 건물 공사는 어떻고, 기술력도 떨어지는 이 세계에서 휴양지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는가.
허나.
【자. 저 멀리로 물러나.】
그릉. 크르르릉.
【그래.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절대로 다가오지 말고, 공격하면 안 돼. 만약 어길경우 너희 종 전체를 몰살시킬거야. 내 말 알아들었지?】
필티아의 가벼운 용언에 몬스터들이 고개를 낮게 낮추고 몸을 떤다. 무섭네.
아무튼 선로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정신줄 놓은 놈들을 막기 위해 마정석 결계랑 용언결계를 이중으로 치면 된다.
그 다음으로 선로는 트라이스타에서 공수해온다고 했고, 열차도 마찬가지.
역은 조립식으로 설계하면 되고, 나머지는 휴양지의 콘도와 호텔인데, 이건 이 세계 건축양식을 따르기로 했다. 알아서 잘 하겠지.
아무튼.
공기는골렘이 단축시키고 위험성은 마법으로 막는다.
현대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방법으로 공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기대될 따름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뭘 하고 있냐면.
“와아···. 여기가 오아시스군요! 울프람! 물이 빛나고 있어요!”
“음. 빛나고 있구나.”
파티원들과 함께 먼저 오아시스 정찰을 왔다.
정찰이라고 할지, 앨리스와 밀푀유가 반짝반짝 거리는 모습으로 나타나니, 파티원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그 결과 먼저 가보고 싶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뤄, 파티 전원이 이렇게 찾아오게 됐다.
대충 태초의 루비로 오피스텔을 설치해두고, 파티원들이 짐을 내려놨다.
오피스텔 안으로 못 들어가는 필티아는 조금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파티 슬롯이 없거든.
“미안하군.”
“아니란다. 으음. 누나의 영토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필티아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싱글 웃으면서 오아시스를 내려봤다.
뭐 필티아가 즐겁다면 그걸로 됐다.
“그러고보니 동생. 제프린 전체에 ‘변이’가 일어난다고 했지?”
“그랬지. 중앙구를 제외하고는 어디든 예외는 없다.”
그 중앙구도 극후반에 가면···. 아니. 아니다. 귀찮은 생각은 여기까지 하자.
“그럼 여기는 무슨 변화가 일어나니? 이런 곳에 휴양지를 지어도 되는거니?”
“그것 말인가?”
괜찮은 질문이다.
나는 필티아를 보고 씩 웃었다.
“오히려 일어나줬으면 좋겠군. 그러면 아주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으, 응?”
이 곳을 굳이 ‘휴양지’로 만드는데 찬성한 것에는 이유가 다 있단 말이지.
***
우선 이 휴양지에 크리스탈은 등장하지 않는다. 아무리 크리스탈에 의한 지형변화가 나타난다고 해도, 용언 앞에서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라는 느낌이다.
용언은 말 그대로 세상의 규칙을 재정립하는 초월적 능력이다. 그렇다고 필티아에게 제프린 전체에 용언을 걸어달라고 하면 그 날 필티아는 죽을 것이다. 이런 소규모 구역 하나에 걸어주는거라면 모를까···.
아무튼.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지형변화 하나 뿐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울프람. 이곳의 지형변화는 뭔가요?”
“그건 만날 수 있다면, 그 때 말해주도록 하지.”
“서프라이즈? 후후. 기대하고 있을게요.”
그리 말하고 아일라는 양말을 동글동글 말아 벗고는 다시 쭉 펴서 가방 옆에 놨다.
아일라뿐만이 아니다. 다른 녀석들도 양말 정도는 벗고 슬리퍼를 신은 상태.
무엇을 하려는 거지? 하고 고개를 갸웃하니 제일 먼저 앞장선 네프티가 팔을 쭉 뻗었다.
“자! 그럼 선배님께서 보증하신 미용 오아시스에 들어가도록 하죠!”
그 말에 모두가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과연.
그게 궁금했던 건가.
“그리 대단한 효능도 아니다만, 무얼 그리 집착하는지 차라리 능력치 강화 쪽이···.”
거기까지 말하고 꾹 입을 닫았다.
【황실 혈통이 강한 살기를 감지합니다】
【주의하세요!】
그저 침묵. 그리고 손을 젓는 것으로 녀석들에게 가보라고 손짓했다.
직후 살기가 풀렸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참···.”
여심이란 이리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군 그래.
***
파티원들이 오아시스에 물장구를 치러 간 사이에 나도 주위를 슬쩍 돌아봤다.
그러다 오아시스에서 노는 녀석들을 보면 어떻게 할 거냐고?
저 안에 대마법사급이 셋에 드래곤이 한 명이다. 이브가 빛속성 마법으로 시야를 가리기만 해도 절대 볼 수 없다.
그러니 좀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할까.
“이곳에는 독초나 독충들이 많으니 말이다.”
독도 쓰기에 따라서는 약이고, 특히 이 곳의 독물들은 전부 티어가 높다.
제작을 찍은 나로서는 꽤 즐겁게 파밍할 수 있단 말이지.
“어디보자. 이건 환각계열이고···. 이건 각성계열인가. 이건 먹으면 체력이 퍼센트 단위로 떨어지겠군.”
오아시스라고 해서 아름다운 모습만 있는것은 아니다.
이 근처에는 확실히 독이라 부를 수 있는 풀들이 자라고 있으니, 그걸 채취하고 다른 걸로 덮어씌우는게 낫다.
“어디···.”
그 다음으로는 정화수를 만든다.
그렇게 ‘밑준비’를 하는 사이 머릿속에서 아일라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래서 울프람. 이곳의 지형변화는 뭔가요?】
슬쩍 하늘을 보고 일자를 확인했다.
아마 오늘은 만날 수 있겠지.
“꽤 즐거운 체험이 되지 않겠나.”
지형변화를 어떻게 느낄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꽤 즐거웠거든.
***
오아시스에서 발을 찰박거리던 이브는 계속해서 주변을 힐끔 살폈다.
마치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 한 그 표정에 옆에 앉아있던 아일라가 웃어버렸다.
“이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울프람은 정말 보러 안 올텐데요?”
“그 말 을 제가 믿을 거 같아요?”
“으음. 이브 안에서 울프람은 이럴 때 보러 오는 파렴치한 사람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그 악명과는 다르게 기묘할 정도로 여성 편력에는 문제가 없었다.
말 그대로 횡령하고 가지고 노는것에 치중한 듯 한 삶.
대충 추측하기로는 아마 ‘여성 편력에 문제가 생기면 황실에서 쫓겨난다’거나 ‘황실이 시킨 대로 살까보냐’ 같은 어린아이의 반항심리가 아니었을까.
물론 지금의 울프람은 그런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흥미가 없어서, 혹은 미칠정도로 둔감한게 아닐까 싶긴 하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좋은 오아시스네요. 아름다워지는것도 그렇지만···. 깨끗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그건···. 동의해요.”
그저 발을 대고 찰박거릴 뿐인데도 이브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태 : 청결과 상태 : 아름다움이라고 했나. 울프람의 구분법은 기묘하지만 정말 잘 어울렸다.
“자. 조금 더 마음을 풀고 지금을 즐기죠.”
“뭐, 그러도록 하죠.”
아일라는 그리 말하고, 풍덩 하고 오아시스 안에 몸을 던졌다.
이 깨끗한 물에 인간이 발을 들여도 되는걸까 싶었지만, 상태 : 청결은 오아시스 자체도 영원히 청결한 상태로 있는다는 말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울프람이 사전에 설명했다.
즉 여기서 목욕을 하던 씻던 이 물의 수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더군다나 저길 보라.
“아, 아아···. 제 마음의 더러움까지 정화되는 기분이에요.”
“그, 그런가?”
“네. 저는 어째서 그렇게나 나쁜 생각을···. 앞으로는 조금 줄여야겠어요.”
“이 물이 너의 더러움을 정화하는것도 놀랍지만, 정화돼도 조금 줄어드는것에서 끝나는건 더 놀랍구나.”
백색으로 정화되는 레지나와 그 옆에서 질렸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루디카를 보고, 이브도 픽 웃어버렸다.
정말.
어디서 이렇게나 유쾌한 사람들만 모아 온 건지.
“그럼 저도 좀 더 기대보도록 할까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게 말 한 뒤. 이브는 스르륵 오아시스에 몸을 담갔다.
***
그렇게 온천욕··· 이 아니지. 오아시스 욕이 끝났는지 저 멀리서 녀석들이 걸어왔다.
그 사이 나는 채집과 제작을 마쳤고 허공에서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오아시스의 효능은 전에도 느꼈지만 어마어마하군그래.
청결은 그렇다 치고, 아름다움이라는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대단하다.
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정신방어를 살짝 흔들 뻔 할 정도니까.
“잘 놀다 왔나.”
“네. 울프람 말대로 잘 놀다 왔답니다.”
“음. 그러면 식사 준비를···.”
“그런데 울프람이 보기에는 어떤가요?”
아일라가 한 발 앞으로 나서서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어떻냐는 거지?
“울프람이 보기에 저희들은 청결해 졌나요?”
“평소에도 지저분하지는 않았다.”
“어머···. 후후. 고마운 말이에요. 그럼 더 청결해졌나요? 저 오아시스의 효능에 맞게?”
“음. 효능은 확실한 것 같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두 번째 효능도 확실하게 느껴지나요?”
“······.”
코 앞까지 다가와 싱긋 웃으며 묻는 그 모습.
두 번째 효능.
그러니까, 지금 내 눈에 녀석들이 아름답게 보이냐. 라는 물음인가.
“문제랍니다. 울프람. 저희들에게 해줄 말로 적당한 게 뭘까요?”
어떻게 해서든 내게서 그 말을 듣고 싶다는 건가.
하여간. 이 녀석은 때떄로 장난기가 심하다.
“그래. 아름다워졌군.”
“어머···. 후후. 솔직하니 좋아요!”
그리 말하고 아일라가 뒤를 돌아 웃으며 브이를 그렸고, 뒤에 있는 녀석들도 어깨를 으쓱하거나 웃어버렸다.
욘석이.
사람을 가지고 놀리기는.
“하지만 평소에도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네?!”
바람에 스쳐가듯, 아주 작게.
허나 녀석의 귀에는 정확하게 들리게끔 말했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지만, 나는 뻔뻔하게 고개를 돌렸다.
“자, 식사 시간이구나. 준비 하도록 할까.”
“울프람. 뭐라고 했나요? 저기요. 울프람?”
사람을 놀리려면 자기도 놀림 받을 각오를 해야지.
***
식사를 마치고, 제각기 모여 놀기 시작했다.
필티아는 야자나무 사이에 해먹을 깔고 누워 술을 홀짝이고, 루디카와 네프티는 식용 풀과 독초를 구분하고 있었다. 아일라와 레지나는 모래를 매개로 극소규모 마법전을 벌이고 있다, 이브는 너무 먹어서 그대로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밀푀유는 오아시스 근처를 산책하고 있다.
나?
나는 곧 찾아올 시간에 대비하고 있었고.
오늘은 이 사막에서도 ‘낮이 맑고’ ‘보름달이 뜨는’ 두 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말인즉슨, 이 휴양지에서도 ‘지형 변화’가 약 85% 확률로 뜬다는 이야기.
“울프람. 왜 혼자 하늘을 올려보고 있나요?”
결국 레지나와의 싸움에서 이겼는지 웃으며 다가왔다.
“아까 낮에 했던 말 기억하고 있나?”
“낮에요?”
“지형 변화 말이다.”
“아···.”
“일어나면 말해준다고 했었지. 아마 일어날 것 같구나. 보거라.”
“네? 아···? 아?!”
슬쩍 손끝으로 보름달을 가리켰다.
그저 하늘에서 고고히 지상을 내려보던 달에, 다리가 생겼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달에서 금빛 선이 지상과 이어졌고, 무언가를 쏟아내고 있었다.
“저건 뭐죠? 모래···? 아니. 아니지, 뭔가요 저거?”
“보면 안다.”
달이 쏟아내는 그것은 이내 사구를 이루고, 사막의 한 귀퉁이가 되어 우리 눈에 선명히 잡혔다.
“비, 빛나고 있어요. 화, 황금···? 잠깐만요. 달이 황금의 폭포를 쏟아낸다고요?”
아일라는 스스로의 입으로 말해놓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저 풀을 봐라.”
“녹청석···? 저건 에메랄드···. 세상에 꽃잎은 루비에요.”
“오아시스도 청람석으로 변하지 않았나.”
“와, 와아···. 아름답네요.”
옆에서 눈을 크게뜬 아일라와 마찬가지로, 파티원들도 저마다 이 변화를 흥미깊게 바라봤다.
물론 저마다 각양각색의 반응이었다.
레지나는 상업성 있는 물건들 바라보듯 침착했고, 밀푀유는 오아시스에 손가락을 밀어넣어보고는 살포시 웃었다. 이브는 여전히 누워서 못 움직이고 있고 루디카는 별 흥미가 없어 보였다.
필티아는 여전히 술을 홀짝이며 눈빛만 빛냈다.
전체적으로 물욕이 없거나, 저마다 대마법사라고 자처할 수 있을 정도의 녀석들이다보니 감상이 조금 빈곤하군.
“아 울프람 이거···.”
“너도 눈치챘나.”
“네 이거···.”
아일라가 진실을 입에 담기 전.
“선배니이이임! 하늘에서! 하늘에서 금화가 쏟아지고 있어요! 꽃이 보석으로 변했어요! 오아시스가 전부 보석이에요! 끼야아아앗호오오! 저희는 이제 부자가 될거에요!”
나의 로열가드, 네프티가 모두의 감흥을 대신해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 기쁘더냐.”
“그, 그야 보물이라구요. 선배님! 가, 가져가도 될까요? 아주 조금만요. 많이는 안 가져갈테니까요. 조금만 허락해주시면···. 아, 아니 선배님께서 하지 말라고 하시면 안 하겠지만 저는···.”
하지 말라고 하면 진짜 울 거 같아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네프티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양 손에 삽을 들고 달을 향해 달려갔다.
“이렇게 보석이 많이 풀리면 시장 가치가 줄어들테니 역시 금화를 챙겨두는게 맞을 거 같아요! 다녀오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쏜살같이 사라진 녀석.
이렇게 계산적으로 폭주할 수 있다니, 저것도 대단한 재능 아닐까.
“울프람···. 그. 이 보석들 말이죠.”
“맞다. 네가 본 그대로다.”
“그럼 네프티는···.”
“음.”
뭐. 당연하지만 이건 전부 가짜다.
지형 변화 【아라비안 나이트】
내일 아침이 되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갈 하룻밤의 꿈.
그렇다 한들.
“나는 부자가 될 거에요!!”
저 멀리서 행복을 향해 질주하는 후배에게, 처참한 진실을 알려 줄 정도로 나는 못되지 않았다.
좋은 꿈 꾸거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