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69)
668. 울프람 전상서
아름다운 밤이다.
보름달이 황금을 쏟아내고 사막의 모래가 전부 금화로 변한다.
꽃들이 보석으로 화해 노니며, 오아시스의 푸른 보석이 반사해 하늘을 비춘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오아시스의 ‘지형 변화’.
말 그대로 신기루. 있을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하룻밤의 마법.
이 광휘에 취한 사람은 누구나 저 보름달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저 황금의 마성을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이걸 이겨내려면, 이 지독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모두 꿈’이라고 인지해야 한다.
물론 우리 파티원은 대부분 대처할 수 있었다.
대처방법만 알면 그저 아름다울 뿐인 이미테이션 월드.
“신기하군.”
“뭐가 말인가요?”
“우리 파티원들은 다들 대처법이 다르지 않나.”
“어머. 그렇네요.”
자세히 보면 저마다 대처방법이 다른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밀푀유는 우선 분석했다. ‘이 보석은 진짜일까?’ ‘변화가 일어났다면 우선 분석하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욕심보다 이해를 우선하고 오아시스에 손가락을 찍어보고서는, 여전히 물로 이루어져있음을 깨닫고 웃어버렸다. 한 눈에 허상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 외 레지나, 아일라, 이브, 필티아는 당연히 대마법사의 축에 끼기 때문에 변질된 마력만으로도 거짓임을 깨닫고 흥미롭게 지켜봤다.
루디카는 애당초 보물에 별 흥미가 없어서 ‘헤. 재밌네.’ 정도로 끝난 듯 하다.
“선배님! 달이! 달이 황금의 모래를 쏟고 있어요! 다녀오겠습니다!”
모종삽을 들고 달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네프티를 빼고 말이다.
사실 저 상태에서 사막 한복판을 달려가면 지독할 정도의 추위와 야행성 몬스터에게 기습당해 살해당한다.
물론 이 근처는 이미 필티아의 용언 때문에 위험할 일은 없고, 네프티가 추위 정도로 어떻게 될 녀석도 아니니 내버려뒀다.
“울프람 울프람. 묻고 싶은게 있어요.”
“사람의 이름을 두 번 부르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감없이 해도 된다.”
“후후. 그럼 물어볼게요. 낮에 한 말. 진짜로, 진심으로 한 말인가요?”
“음?”
“그거 있잖아요. 얼버무렸던 그거.”
화려하게 빛나는 야경 속에서, 그보다 더 반짝이는 눈으로 아일라가 대뜸 질문을 던져온다.
【하지만 평소에도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이거 말이군.
“글쎄. 어떨까.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짖궃어요.”
“미안하군. 이럴 때 솔직해 질 수 없는 인간이라.”
시스템창도 시끄럽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어느쪽이에요?”
어느 쪽일까.
글쎄.
“나는 한 번도 허언을 입에 담은 적 없다.”
“후후. 고마워요.”
나의 그 말에, 아일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저씨한테 부끄러운 질문을 던지지 않았으면 한다.
***
밤이 깊어진다.
네프티가 드디어 모종삽을 들고 달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아일라는 먼저 자러 가보겠다며 해먹을 깔고 잠들었다. 휴식처 안으로 들어가는 것 보다는 이런 야영이 취향에 맞는다나.
“으흑···. 으흐흑. 거짓말. 이 사막은 거짓말쟁이에요. 선배님.”
“음. 그것이 신기루다.”
“용서 못 해. 내 기대를 배신했어. 수도에 3,000억짜리 저택을 짓겠다는 이 네프테리안의 야망을···. 사막, 네가 배신했어!”
그리고 내가 가져온 해독제로 환각에서 깨어난 네프티는 그 자리에서 땅을 치고 오열했다. ‘두고 봐라! 복수해주마!’ 라니. 사막을 상대로 어떻게 복수하겠다는 건가.
결국 울다 지친 네프티를 그대로 오피스텔 안쪽에 던져넣고, 나는 좀 더 이 아름다운 환각을 즐기기로 했다.
“울프람은 안 자?”
“음. 일찍 자는건 아이들의 특권이지. 나이를 먹으면 잠이 없어진다.”
“그건 나도 늙었다고 하는 거야?”
내 옆에 슬쩍 다가온 루디카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네 경우에는 직업적 특성 아니겠나.”
“그건 그렇네.”
“루디카는 이 보물이 가득 쌓인 풍경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지?”
“응?”
대마법사가 아니고, 네프티처럼 욕망에 패배한 것도 아니고 밀푀유처럼 분석에 특화된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루디카 핫산 샤도우가 이 보석의 낙원에 취하지 않은 이유가 조금 궁금해졌다.
“생각보다 많이 냉정하다 싶어서 말이다. 보석을 보고 많은 생각이 안 들었나?”
“아···. 나는 보석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야.”
“그건 또 신기하군.”
내 물음에 루디카는 고소(苦笑)로 회답했다.
“뭐 사람인 이상 보석 자체에 흥미가 없진 않은데, 너무 많은 보석은 오히려 떨떠름해져서···.”
“이유가 있나?”
“악인들은 항상 보석을 좋아하고, 산 만큼 쌓아놓거든. 그리고 도망칠 때 항상 자신의 보물고로 도망가거나 그 곳에서 긴장을 푸는 습성이 있어.”
“······.”
그렇군.
‘제국의 적’을 암살할 때.
루디카의 앞에는 항상 보물산이 놓여져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그들이 보물고에서 감상에 젖어있든, 아니면 보물을 들고 도망치려고 하든.
핏자국 옆에는 항상 보석이 있었다.
“그래서 너무 많으면 말이지? 오히려 기분이 별로더라고. 피냄새가 나거든.”
감각이 죽어서 맡지는 못하지만 말이야. 라며 블랙 조크를 던지는 녀석을 보고, 나도 모르게 머리에 턱 하니 손을 올렸다.
“고생이 많구나. 그 또한 직업병이겠지.”
“이럴 때 하는 말로는 너무 삭막하지 않아?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런 세상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같은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루디카가 빼꼼 혀를 내밀고 웃었다.
“글쎄다. 그건 아이들이 깨어있는 낮에나 할 말이지. 지금은 직업을 가진 어른들의 대화 아닌가.”
“그것도···. 그런가.”
내 말에 루디카는 기지개를 쭉 펴고는 이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잘 들었다. 하지만 보석을 쌓아놓고 사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다.”
“어째서?”
“그야, 우리가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면, 이 사막의 보석만큼, 아니 그 이상의 보물이 우리 앞에 놓일테니 말이다.”
“그런가. 그렇게 되겠네.”
‘그렇게 살아가게 되겠구나’ 라며 루디카는 납득하고 지평을 빤히 바라봤다.
***
그렇게 제프린으로 돌아오는 길.
하룻밤의 휴양은 대체적으로 만족했는지 전원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째서 살은 빠지지 않는거죠.”
“네가 어젯밤 먹은 양을 생각해라.”
“죽어. 유서에 제 이름 쓰고.”
날아오는 성광창을 신화포식자로 가볍게 긁어냈다.
뭐 그래도, 피부는 조금 더 뽀얗게 변하지 않았나. 다이어트 효능 오아시스는 다른 곳을 찾아봐라.
이브의 투덜거림을 뒤로 하고, 오늘의 본제.
우리중에서 그나마 사업 수완이 가장 좋고, 현실적인 사업을 하는 레지나에게 물었다.
“레지나 시엘라. 이 오아시스의 상업성은 어떻게 생각하지?”
“실로 완벽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는 길목의 몬스터의 생태 소개. 거기서 시작되는 두근거림과 긴장을 한 번에 오아시스라는 휴양지로 풀어주고, 때때로 볼 수 있는 신비감 넘치는 시간까지. 완벽하고 황홀하며, 이 세상에 없을 아름다움을 갖춘 코스라 생각합니다.”
“음. 그런가.”
“네. 이런 기회를 제게 안겨주신 황자님께 깊게 감사드립니다. 아아. 세상은 이렇게나 빛이 가득하군요.”
“······.”
그러고 보니 어제 오아시스에서 청결해지면서, 마음 속 어둠도 씻겨나갔다는 보고가 있었다. 그게 뭔 소리인가 했는데, 이런 소리였나.
“그래. 그렇군.”
“아아···. 저는 지금 구원받았습니다. 제 안의 어둠이 사라져가는 것 만으로 이렇게나 세상은 아름답군요. 세상은 보는 것 하나로 바뀌는 법이네요.”
그리 말하며 레지나의 등 뒤에 거대한 문양이 펼쳐졌다가 사라졌다.
저거 아마···. 2차 승급 조건을 만족한 것 같은데.
뭐더라. 맞다.
‘내면의 어둠을 받아들이고 제어하며, 세상의 넓음을 깨달은 레지나 시엘라는 2차 승급의 모든 조건을 갖췄습니다.’ 였다.
그걸 오아시스에서 한 방에 해도 되는건가.
상태 : 청결 한 번에 깨달아도 되는건가.
···모르겠다.
이 게임은, 아니 이 현실은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
그리고 다음 날.
글래스트헤임 최상층. 이브 폰 로엔그린의 층.
그녀의 아침은 이르다. 극단적으로 수면시간을 줄이는 그녀지만, 그렇다 한들 최소한의 치장은 반드시 한다.
자신은 황실을 대표하며, 나아가 이 제프린의 얼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별 의미 없는 치장의 시간이 소모되겠구나, 그리 생각하고 거울을 봤을 때.
“······.”
생각보다, 씻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엄청난 깔끔함을 자랑하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 자신이 그냥 자고 일어난 것 맞지? 내가 혹시 안 씻고 잤었나? 몇 번 고민을 해봤지만 분명 일과는 루틴대로였다.
그렇다 한들 씻지 않을 수는 없기에 가볍게 세안하고 가장 기본적인 메이크만 마친 이브는 질린 듯 거울을 바라봤다.
“뭐에요. 이게.”
황실 주최 연회에 나갈 때 이상으로 기합을 넣은 메이크를 한 것 마냥, 빛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것도 과감하게 한 게 아니라, 투명하고 촉촉해 보이는 모습에 솔직히 말애 ‘뭐야 이거. 나 이쁘네.’ 보다는 ‘뭐야 이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라는 경악감이 먼저 가슴속에서 피어올랐다.
이건, 필시 울프람이 말한 【상태 : 아름다움】과 【상태 : 청결】 때문일 터.
그야 뭐.
그 남자가 자신만만하게 말 한 이상 헛소리일리는 없고,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건 정도가 있지 않나.
“만약 이 효능이 제프린 전체에 퍼져나간다면···.”
오싹.
매일 미용 비법을 물어보는 이들이 늘어날거고, 어느순간에 반드시 그 오아시스의 정보가 풀릴 것이다.
학생회에는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며 휴양지에 가고 싶다는 신청서가 날아들겠지.
오아시스 물을 떠오는 것은 효능이 없다고 들었지만, 믿지 않는 학생이 속출할거고 그리고···.
“일단, 학생회에서 인력을 모아 오아시스 경비를 세워야겠네요.”
거울 속 자신의 아름다움에 만족하면서도, 이브 폰 로엔그린은 앞으로 일어날 업무의 산에 인상을 찡그렸다.
“아 진짜.”
찡그린 거울 속 자신도 봐줄만하다는 생각에 차마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
음.
으음.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고작 사흘.
우리가 오아시스에서 돌아온지 고작 사흘이 지났다.
이 때 즈음이면 버프도 풀릴 때다.
조용히 지냈으면 지난 며칠간 ‘묘하게 예뻐보였던’ 정도로 끝날 해프닝.
그것이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하늘 높이 쌓인 편지의 산.
이건 전부 ‘울프람 폰 로엔그린 전 학생회장님 전상서’
내용은 전부 다 ‘그 아름답기 그지 없는 미용 비법 좀 알려주세요,’ 다.
어디서 퍼진거지.
혹시 이브 폰 로엔그린이 자랑을 했나.
그랬을 수도 있다. 이 망할 뱃살 녀석을···.
하고 이브에게 메세지를 보내니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저희 모두가 당신의 파티 취급 당하니까, 기묘한 걸 만들어내는 인간이 또 뭔가 큰 건수를 냈구나, 하고 의심하는 거잖아요. 진짜. 나도 싸잡아서 한 집단 취급 받는거 화나거든요?
그리 말한 뒤. 이브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가.
그건 또 납득이 가네.
아무튼, 이 안에 있는 것들이 전부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보내는 편지라 이 말이렷다.
“어디. 밑밥을 던져서 낚아올릴 녀석이 있으면 좋겠군.”
하나하나 발신인을 보녀 훑어내려가던 와중.
흥미로운 이름 하나를 건져 올렸다.
-발신인 : 이오 폰 로엔그린
-발신인 : 이시스 폰 로엔그린
“과연.”
정말 상상하지 못한 거물이 걸려들었군 그래.
이오야 이제 우리 손패 안에 있다고 치고.
어디.
이시스.
이 녀석은 피부 미용을 대가로 무엇을 얼마만큼 뜯어낼 수 있을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