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70)
669. 꾸미면 잘생김
솔직히 말해서 여기까지 약발이 좋을 줄은 몰랐다.
내가 여성들의 미(美)에 대한 집착을 우습게 본 거겠지.
물론 희망의집 시절에도 겨우겨우 산 화장품을 쟤가 발랐느니 어쨌느니 하면서 우는 동생들을 달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써야 했던가.
솔직히 말해서 거기까지 집착할 일인가 싶었지만, 그렇게 이야기 했다가 동생들에게 양 쪽으로 싸다구를 맞고 원장님께 이야기하니 그건 영진이 네 잘못이란다. 소리를 들은 입장에서,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와 그 광기는 제가 건드릴 영역이 아닙니다. 하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 광기를 잘만 이용할 수 있으면 한 몫 크게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대가 그 이시스 폰 로엔그린이라 한들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별반 다를것이 없다. 라는 이야기겠지.
“이시스. 이시스라.”
뱀 같은 여자고, 솔직히 자주 만나고 싶지는 않다.
가뜩이나 태생부터 서로 경쟁하게끔 주박이 걸린 로엔그린의 혈통에서도 특히, 나와 이브는 특출나게 서로를 저주하고 있고 그 원인이 저 이시스니까 말이다.
이브와 다시 화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럼 뭐 그렇게 살죠.’ 같이 어중간한 결과를 낳겠지만 그렇다 해서 이시스를 용서하고 싶은 생각 또한 없다.
뭐 본인을 만나서 이야기 해 보자.
뜯어 먹을게 있나. 혹은 그 이상으로 빼앗아 올 것이 있나.
아름다움은 손에 쥐었고, 천칭의 한 쪽에 올려놨다.
자.
이시스 폰 로엔그린은 다른 한 쪽에 무엇을, 얼마나 올려놓을 수 있을까?
***
이시스와 그 사절이 제프린.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회 건물에 방문한 것은 정확히 다음날이었다.
내 편의점을 공개하기에는 꺼려지기 때문이고, 이브와 내가 연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편의점이 공개되는 것도 이브에게는 부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회장실을 멋대로 빌리기로 했다.
반대로 이브는 편의점에서 혼자 집무를 보고 있다.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으라고 하니 이내 납득했다.
사탕이 동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지금은 저 뱃살팡팡로엔그린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독사와도 같은 여자와 대담을 나눌 때다.
“그래서. 자존심도 양심도,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집어 던지고 내게 찾아올 정도로 급했나?”
“어머. 그래도 피를 나눈 남매인데 너무 차가운 말 아니니?”
“모든 진실이 파헤쳐졌음에도 아직도 그런 역겨운 말을 입에 담는가. 정말 네 뻔뻔함에는 혀를 내두른다. 빨리 할 이야기만 하고 돌아가도록”
“어머, 그러면 이야기하기 쉬워지겠네. 얼마 전에 신기한 소문이 돌아서 말이야. 네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져다주는 약을 얻었다고 들었어.”
묘하게 친근하게 구는 이시스.
아 정말 화난다. 마구마구 화가 날 것 같다.
하지만 참았다. 이 녀석은 아직 쓸모가 있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져다준다. 는 잘못된 표현이다. 약 사흘정도 지속된다.”
“그렇구나. 사흘···. 그래.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 요는 사흘마다 한 번씩 그 약을 먹으면 된다는 거니?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니?”
“······.”
약. 이라고 했겠다.
즉 이 제프린에 있는 이시스의 종복은 오아이스라는 정체까지는 파악하지 못했고, 내가 어디선가 그 약을 구해왔다. 라고 이해했다는 건가.
당연하지만 우리 파티원 중에 배신자는 없고, 내용을 흘린 멍청이도 없다.
즉 저쪽에서 멋대로 오해했지만, 그 성과가 너무나 굉장해 오직 추측만으로 접근했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 정보의 허점을 제대로 파고들어줘야겠지.
“사흘짜리 약을 백 오십 개만 만들어도 일 년이 넘는다.”
“어머, 동생이 나와 꾸준히 거래하고 싶어 할 줄은 몰랐는데?”
“그건 네가 내놓는 대가를 보고 정하도록 하지. 무엇을 내놓을 수 있지?”
내 말에 이시스는 싱긋 웃고 손을 내저었다.
“너희들만 한 순간 쓸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하고, 나에게 사기를 칠지도 모르잖니? 원래 진상품을 받고 그 품질이 마음에 들어야 납품할 권리를 주는 게 황실이란다.”
“즉 진상품을 내놓아라?”
“그런 셈이지.”
흠.
그렇게 나를 바치는 입장에 세우도록 할까.
허나 모 만화에서 나온, 자신의 꿈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지옥의 백발 바친다맨도 동료를 바쳐 신의 힘을 넣었다.
좋아. 바치도록 하지.
【위신(僞身)의 물약】
【6T】
【하나의 포션의 효과를 복제합니다. 1등급 열화합니다】
【극상의 오아시스를 복제했습니다. 3일간 상태 : 미화를 부여합니다】
【조심하세요. 위신의 물약은 사용할수록 그 효과에 만족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게 바로 그 물약이다.”
“어머···.”
이시스는 눈을 살짝 감고서 나를 바라봤다.
뭐, 내가 진짜 물약을 줬는지 믿을 수 없다는 이야기겠지.
나는 슬쩍 위신의 물약을 마셨다.
【위신의 물약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상태 : 미화를 부여합니다.】
【앞으로 (3)회 위신의 물약을 연속 복용할 경우 효과가 (3)% 감소합니다】
음.
이것 참.
남자 목욕탕에 비치된 로션과 스킨만 펴바르던 내가 이런 미용 포션까지 먹고 말이야.
아마 효과를 적용이 됐을 거고, 이제 평가가 남았나.
슬쩍 이시스를 바라보고 물었다.
“어떻지?”
“효과는, 확실한 모양이네.”
띄엄띄엄 말하고, 부채를 펴 입을 가리는 이시스.
“자세히 설명하도록. 내 상태가 어떻게 변했지?”
“으, 으흠. 효과는 확실하다고 했단다.”
“네 입에서 정확하게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나중 가서 헛소리가 나올지도 모르지 않나. 자. 정확하게 내가 어떻게 변했지?”
“그렇게 누이를 신용할 수 없니?”
그럼 너라면 하겠냐.
빤히 녀석을 바라보자, 이시스는 한숨을 내쉬고 답했다.
“피부가 매끄러워졌고, 머리에서 윤기가 난다. 눈에는 깊이가 더해졌구나, 그것 말고도 전체적으로 생동력이 넘쳐. 어려졌다기 보단···. 어릴 때의 활기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야. 이제 됐니?”
좋아. 설명 한 번 아주 기합차군.
“여기 세 병이 있다.”
“아···.”
내가 남은 포션 병을 꺼내놓자, 이시스는 슬쩍 손을 내밀었다.
어딜.
툭. 하고 녀석의 손을 가볍게 옆으로 밀었다.
그것으로,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치태를 보였는지 깨달은 이시스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원래라면.
그래 원래라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황손이 천박하게 물질에 욕심을 내고, 그걸 다른 황손이 몸에 닿는다는 방식으로 걷어낸다.
“네 가신이 있었다면 그 녀석을 죽이던가, 아니면 나를 죽였을만한 치태로구나. 이시스.”
“······.”
“마침 이 곳에는 너와 나 밖에 없으니 얼마나 안심인가, 그런 치태를 보일 것까지 예상해 사람을 물린 건가? 역시 뱀 같은 여자다. 머리는 잘 돌아가는구나.”
“윽···.”
녀석이 어금니를 아드득 깨물었다.
“자. 그럼 너는 이 물약을 얻는데 어떤 것을 바칠 예정이지?”
“그걸 지금부터 정산해 봐야겠지. 자. 병당 오천만 린. 어떻니?”
“돌아가라.”
“어머, 돈은 흥미가 없니? 그러면 마법서나 마검은? 그런걸 모으는 취미가 있었잖니?”
“그런 건 필티아 누님에게 부탁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설마 네가 가지고 있는 그 같잖은 장신구들이 위대하신 선조님이 남긴 무구들보다 위대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렇구나···. 그러면···.”
그리 말하며 이시스는 한참을 고민하고 말했다.
“정보원들은 어떻니?”
“정보원?”
이시스는 더더욱 친근하게, 말조차 편하게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울프람. 너도 눈치 채지 않았니? 어떻게 내가 너희들이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렇게 빨리 알고 움직일 수 있었을까. 대체 그 정보는 어디서 나온 걸까? 네 충직한 동료들이 떠벌린 건 아닐텐데···. 이시스 폰 로엔그린의 저 수집 능력은 어디서 왔을까. 대체 누가 스파이일까?”
“······.”
“이 제프린에서, 이브와 너는 도저히 넣을 수 없었던 게 있단다. 오직 황손 중에서도, 그 능력을 인정받고 혈통에도 지장이 없는 이들만 얻을 수 있던 것들. 아주 많지.”
과연.
그런 카르텔이 있었을 수도 있겠다.
나는 능력이 부족했고, 이브는 순수성이 부족했다.
즉 처음부터 우리를 제외하고 가지고 있던 제프린 내의 ‘황손들의 전유물’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흥미롭군.”
“자. 그럼 다시 거래를 해볼까?”
사실 그런 건 없어도 상관 없지만, 이건 설정집에는 없던 이야기니까.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볼까.
***
그 결과, 나는 이시스 폰 로엔그린이 가지고 있던 그 집단이 생각보다 유용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정확하게 한 달 어치. 즉 열병을 건네고 받은 것은 일종의 정보집단이다.
이들의 정체는 나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는데 전부 현역 대학원생으로 이루어진 조직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가.”
교수는 결국 황실이나 귀족 가문의 돈을 받고 연구하고, 교수들의 편리한 장기말인 학원생들은 저 드높은 황실에게 딸랑거릴 수밖에 없다.
뛰어난 대학원생들을 한 데 묶어 학부의 정세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스파이 집단으로 만드는 역사는 꽤 오래 됐을 것이다.
이시스는 전권을 내준다고는 했지만 글쎄.
내 입장에서는 그들을 쓰고 싶지도 않고, 그들이 내게 충성할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도 짬 때리려고.
이브는 내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듣다가, 이내 이 정보 소스가 이시스라는 것을 깨닫고 양 손으로 얼굴을 짚었다.
“그러니까 이 제프린에는 대학원생들로만 이루어진 정보집단이 있고.”
“음.”
“그들이 저희들을 감시, 주시하면서 스파이 짓을 했다?”
“그렇게 됐다고 하는군.”
“졸업은 안 한대요? 박사는 안 다는 건가요? 취직은요?”
그런 아픈 이야기를 내게 묻지 마라.
“나는 곧 졸업할 몸. 너야 대학원생들과도 친분이 있으니 알아서 잘 활용하도록.”
이브는 그 명단을 받아들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번만큼은 잘 써먹겠다는 마인드인가.
“그러고 보니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지.”
“이렇게 받으면, 결국 당신이 얻은 건 없지 않나요?”
“아니. 병당 오천만 린과 마도구를 조금 받았다.”
“잠깐, 잠깐만요. 그거 대신 정보 조직을 받는다는 거 아니었어요?”
“둘 다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두 개 받는다면 한 개 더 얹어줄 수도 있는 것이고.”
“결국 셋 다 받았다는 이야기잖아···.”
이 사기꾼. 이라고 말하면서도 이브는 나를 질타하진 않았다.
그야 이시스를 엿 먹이는 건 우리 둘에게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니까.
“그럼 그 불쌍하고 어리석은 대학원생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지?”
“황실 기밀 유출건으로 협박하면서 내 사람으로 만들고.”
“흠. 그리고?”
“만약 배신하면 그대로 졸업 유예. 제 충신이 되면 제 졸업과 맞춰서 논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겠다고 하면 되겠죠.”
“그래도 배신하면?”
“처음으로 적발된 아군으로도 적으로도 쓰기 힘든 인간에게 평생 논문 통과 없는 삶을 보내게 만들어 줄 거예요.”
“이시스는 어떻게 할 거지?”
“글쎄요. 어차피 정보는 새어나갈테니까 모든 스파이에게 각기 다른 정보를 주고 휘둘러볼까요.”
세상에 이런 악마 녀석.
그렇게나 나쁜 일을 계획했다고?
“훌륭하군. 더 할 나위 없다.”
“흥. 당신 칭찬은 듣고 싶지 않거든요.”
그리 말하면서도 나와 이브는 진심으로 서로를 질책하지 않았다.
그야 이시스를 엿 먹이는 것보다 더 재밌는 건 이시스를 크게 엿먹이는 거니까.
평소에 아무리 으르렁거리고 싸우더라도.
이럴 때 만큼은 나와 이브가 전략적으로 제휴한 동맹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럼 이번 일은 이렇게 마무리 됐군. 다음 번 일이 시작되기 전 오아시스나 한 번 다녀오도록 하지.”
“괜찮네요. 위신의 물약인지 뭔지가 아니라, 진짜 오아시스에 몸을 담그고 싶은걸요. 그러고 보니 울프람. 당신.”
“뭐지.”
“정말 효과가 떨어진다는 위신의 물약을 쓴 건가요? 혼자 몰래 오아시스에 다녀온 거 아니죠?”
이브가 가는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그럴리가 있나. 이건 확실히 품질이 떨어지는 물약이다.”
“그래요. 그렇다면···. 오아시스에 담그면···. 으음. 여기서 더?”
이브는 묘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뭔데.
왜 그러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