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78)
677. 일타 강사 울프람
인간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희망이다.
내일이 더 나을거라는 희망. 이대로 살아가면 언젠가 빛을 볼 거라는 희망.
자신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희망.
그런 것들을 모아, 힘든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꿈 꿀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희망을 목표하는 녀석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리 파티에서도 희망을 품지 않는 녀석은 없으며, 모두가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기에 일반 학생들에게 풀었던 원정 정보가, 그리고 동부와 잠든 산맥 원정지 개방이 그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랐다.
이 제프린에서 한 몫 거하게 벌고, 졸업한 뒤 자신의 장비를 들고 꿈을 꾸며 살아가라고, 그 정도의 쌈짓돈과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수준으로 말이다.
그럴 거면 동부 숲으로 충분하다.
기사학부에 돈 떼어먹히느니 차라리 학생회 직속으로 동부숲의 정찰이 아니라 사냥을 나가는 게 몇 배 낫다.
거기에 지형변화와 크리스탈로 강화된 강적출현이 떠봐야 오크다.
아이들이 희망을 품기에는 충분하고, 안정적이지. 솔직히 말해 제프린 일반 학생에게 이 이상 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귀족새끼들이 꼴받게···. 아니 아무튼 내 발작버튼을 누른 바람에 결국 나도 모르게 상위 던전 몬스터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던전을 만들었다.
물론, 이건 나만의 발작일지도 모르고, 일반 학생들은 별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강해지고 싶은 몇몇 괴짜들이나 발을 들일지도 모른다.
허나.
희망에 대한 갈구, 목표에 대한 도전. 꿈에 대한 신뢰는 내 상상 이상으로 제프린 학생들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듯 했다.
“자, 줄을 서서 접수해주세요. 오늘은 정확하게 선착순 24팀만 가능하세요. 다음 분들은 번호표를 나눠드릴테니 내일 다시 접수해주세요. 오늘 훈련을 마치신 분들은 한 바퀴가 돌기 전까지는 예약하실 수 없습니다.”
접수대에서 목소리 출력 강화 마법을 걸고 크게 소리치는 밀푀유.
던전은 공짜가 아니다. 스피카 입장에서는 공짜나 다름없는 돈이지만 분명 녀석의 마력을 갉아먹고, 그에 대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그렇기에 인당 1회 5만 린을 받고 그것을 던전 복구에 쓰고 있다.
일반 학생들에게 5만 린이라는 돈은 결코 적지 않다. 다른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식사를 한 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 조금 더 모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의복을 살 수 있다.
우리 편의점이 관여하고 있는 보급형 롱소드나, 혹은 간식등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던전 입구에서 파는 포션이나 무구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녀석들은 분명 돈을 벌었다.
허나, 그럼에도 나아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밀푀유가 줄을 관리해야 할 정도의 행렬.
학생회 직속 원정대 전원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꿈은 막을 수 없는가.”
“멋진 말이네요. 그리고···. 정말 멋진 풍경이에요.”
누군가의 응수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면, 생긋 웃고 있는 아일라가 있다.
“아일라. 더 많은 던전을 만들 수 있겠나? 이 열기가 식기 전에, 이 던전이 저들의 나침반이 되었으면 한다.”
“어렵지 않은 일이랍니다. 이 아일라 트라이스타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 말하고 키득키득 웃는 녀석.
그러고 보니.
“이 또한 훌륭한 반역이구나.”
“그렇네요. 억눌려 있던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반역. 귀족들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반역.”
너도 귀족 아니니?
의문을 담아 녀석을 바라보니 녀석은 그 땡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뭐 됐다.
***
아일라의 호언장담대로 옆에서는 던전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일라라고 해도 중장비처럼 골렘을 몰아 공사를 하는 것은 최대 4체가 한계로, 근처 지하 네 군데를 파기 시작했다.
현장 시찰을 온 이브가 ‘그런 걸 할 거면 서류를 제출하라고요!’ 하고 화냈지만 결국 녀석도 동의했다. 이브 폰 로엔그린은 다른 사람의 도전을 막아설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럭저럭 1점 추가해줄 수 있다. 그러면 -98점 정도인가. 힘냈군. 이브 주제에.
아일라는 일을 하고 있고, 스피카도 자동으로 전투에 임해줄 골렘들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면 나는 뭘 하고 있는가 하면.
척, 하고 한 손으로 안경을 들어 올리고, 칠판에 봉을 가져다 대며 나직이 말하고 있다.
“그런고로 블러드 비스트는 본능적으로 상대의 피가 가장 많이 나올 곳과, 그 뒤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할 수 있는 곳을 노린다. 선공은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결국 목줄기와 발목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발목과 목 공격을 구분짓는가 하면···.”
다른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하고 있다.
거 참. 고졸백수 이영진이 강단에 서다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야.
나는 그리 생각했지만, 내 주위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다. 제일 처음 네프티가 ‘선배님께서 강연을 하신다면 우선 최고의 의복을 맞춰야 합니다!’ 라고 말했고, 즉시 어디선가 의복을 구해왔다.
그 뒤로 필티아와 레지나가 합세해 내 머리를 세팅했고, ‘안경! 안경이 똑똑해보인다!’ 라는 이유로 루디카가 안경을 씌워줬다.
아니 던전에 대충 세운 간이 칠판으로 몬스터들의 습성만 짧게 강의하고 말건데 뭐 이렇게 큰 준비를 하지, 라는 시선을 담아 대충 하라고 말하자, 녀석들의 눈이 무서울 정도로 흉흉하게 빛났고, 그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지시봉과 안경. 제대로 된 양복까지 입고 시작한 강의는, 생각보다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럼 질문이 있는 이 있나. 세 개만 받도록 하지. 질문은 소리내서 하는 게 아니라 우선 손을 들어라. 내가 지정하는 학생은 일어서서 질문을 해도 된다.”
휙! 하고 동시에 열 몇 개의 손이 들린다.
음.
원래 학생들의 질문을 받을 때는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다고 했던가? 안 했던가.
뭐 아무튼. 내가 알고 있는 학생이었다.
어디까지나 게임 속의 데이터지만 말이야.
“좋다. 밀라 시론. 뭐가 궁금하지?”
“제, 제 이름을 기억하고 계세요?”
“밀라 시론. 기사학부 2학년. 방패술 특화 학생. 다른 녀석들도 기다리고 있지 않나. 질문은 간결하고 정확하게 하도록.”
“네, 네! 그렇다면 다수의 블러드 비스트를 만났을 때 말인데요. 방패술을 사용하는 전열 입장에서는, 여러 마리의 블러드 비스트를 막아내기 힘들지 않을까요.”
“괜찮은 질문이군. 나중에 포션 한 병을 가져가도록 해라. 현명한 학생에게는 지원이 필요한 법이다.”
“네, 네?”
“자. 그럼 지금부터 블러드 비스트를 속여 넘기며 상대하는 방법을 설명하도록 하지.”
밀라 시론의 물음에 대답한 후, 질문 두 개를 더 받았다.
둘 다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이라 다행이다. 이래서 사람은 게임을 하고 봐야 하는 법이다.
“자 그럼 오늘의 강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오늘의 정보를 기반으로 보다 나은 원정을 떠날 수 있길 바란다. 궁금한 게 있다면 강의가 끝나고 남도록.”
그리 말하고 고개를 슬쩍 돌리자.
대부분의 학생이 자리에 남아 있었다.
“뭐 하는 거지. 강의는 끝났다 하지 않았나.”
“궁금한 게 있다면 강의가 끝나고도 남으라고 하셨습니다!”
“······.”
그런가.
이 녀석들 전원이 궁금한 게 있는 녀석들인가.
“좋다. 그러면 조금 더 강의 시간을 늘려보도록 할까.”
학구열이 있는 학생들은 싫어하지 않는다.
***
그 뒤로도 며칠에 걸쳐 강의는 계속되었고, 어제 들었던 학생이 오늘 또 같은 강의를 들으러 오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원정조들 사이에서 나를 보는 눈이 조금 변했다. 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울프람 황자님! 오늘 강의 감사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아!”
“여기, 제가 직접 구웠어요!”
그리 말하며 쿠키를 건네는 원정조도 있었다.
그런가. 이것이 스승이며 은사된 이의 보람이라는 것인가. 나는 교육으로 진로를 잡아야 하는 것이었나. ···라고 생각하기에도 좀 지나칠 정도로 호의를 보인다.
“네프티. 어째서라고 생각하지.”
“그야 선배님께서 직접 이름을 불러주셨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름을 부르는 게 대단한 일인가?”
“보통 황손된 분이 평민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고, 하나하나 불러주고 눈을 마주쳐주고, 강의까지 해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인간으로서 인간을 보는 것에 계급이···. 아니 그렇군. 다들 그리 생각했다면 지난 번 같은 전상서는 들어오지도 않았겠지.”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저도 귀족분들 중에서 처음으로 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신건 선배님이십니다.”
“그랬었나.”
“네. 이제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선배님께서 저를 처음으로 지목하고, 대등한 사람으로 봐주셨기에 로열가드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어요.”
“그거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네?”
“다른 녀석이 처음으로 네 이름을 부른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말이다.”
“네, 네?”
당황하는 네프티는 그 뒤 우물거리다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시니까···. 제가 아니라 다른 분들이면 조금 삐치셨을 거라구요.”
“음. 그런가. 주의하도록 하지.”
뭘 주의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대답해봤다.
***
강의는 그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허나 오늘부터는 강의에 조교가 동행하게 되었는데, 바로 인간 승리의 상징. 평민에서 귀족까지 다이렉트. 아무튼 잘만하면 백작취급까지 갈 수 있는 평민들의 영웅 네프티였다.
네프티는 자료 배포나 학생들의 좌석 안내등의 잡무를 완벽하게 진행해줬다.
거기에 밝고 싹싹한 성격이라 강의실의 톤이 살짝 따듯해 진 착각까지 들었다.
나는 네프티를 보고 픽 웃고, 순수한 칭찬을 입에 담았다.
“대학원에 가도 잘 적응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선배님이라도 그런 나쁜 말씀을 하시면, 상처받아요.”
음. 내가 너무 나쁜말을 했나.
“자, 그럼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할까.”
“수고하셨습니다! 황자님!”
“음.”
그리 말하며 내 앞에 바로 달려드는 일반 학생들과, 그 사이에 부드럽게 끼어드는 네프티.
“자, 거기까지 하고 한 발 물러서주세요.”
“네, 네프테리안 학년 수석···.”
“네. 저도 직업상 여러분들이 그렇게 다가오도록 할 수 없는 점 이해해 주실 수 있나요?”
그 말에 일반 학생들이 네프티의 직업을 떠올리고는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렇다.
규율상 황손에게 다가가는 모든 불순분자는 베어도 된다. 라는 것이 로열가드의 특권.
이렇게 부드럽게 말로 제지해주는 것마저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
물론 네프티가 그럴리는 없지만 말이야.
그렇게 상황을 정리한 네프티는 쓴웃음으로 다시 학생들을 바라봤다.
“여러분의 호의는 황자님도 정말 가슴 깊이 기뻐하고 계십니다. 여러분 한 분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평소 여러분께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는지 알고 계시죠?”
“그, 그건 그래요.”
“그러니 서로 웃고 행복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는 것도 좋고, 여러분들의 호의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호의만 가득한 게 아니니까요.”
네프티는 그리 말했고, 학생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네프티는 거기까지 말하고 목소리를 죽였다.
“거기에 황자님께서 여러분들이 주신 요리를 전부 드시면, 저 좋은 스타일이 무너질 거라고 생각해요.”
“앗.”
“아.”
“아차.”
소근거리는 그 말에 순간 학생들이 동의하고 물러섰다.
뭔데. 무슨 합의점을 찾은 건데.
아무튼 학생들의 선물과 요리공세는 멈췄고, 네프티는 후우 하고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요리에 독이 들어 있으면 해독하는데 꽤 귀찮았을 수도 있다. 신화포식자의 독 포식을 쓰려면 내 배때지에 구멍을 내야 할 테니까.
“고생 많았다. 네프티.”
“아뇨. 칭찬 받을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혼날 일이죠.”
“혼이 나야 할 이유가 있나?”
“네 그···. 선배님은 제 이름을 처음으로 불러주셨는데, 다른 아이들도 다 외우고 계셨으니까요. 그, 그러니까. 저도 작게나마 질투 한 거 같아요.”
“질투?”
내 물음에 네프티는 대답하지 않고 성큼 걸어나갔다.
뭐에 질투했다는 거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