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8)
“글래스 백작.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두 사람의 식은 언제 올릴건지. 라고 물었습니다.”
아니 대체 뭔···.
“글래스 백작. 말해두지만.”
“아빠. 저와 울프람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요.”
뭔가 말을 꺼내기 전에 오히려 깔끔하게 벽을 친 것은 아일라였다.
“···으, 음? 아일라?”
“아빠. 울프람은 지금 큰일을 하고 있어요. 실로 반역적인 일이죠. 분명 우리 트라이스타 가문에도 큰 도움이 될 일이에요.”
“그렇지. 그러니까···.”
“하지만, 그게 울프람과 제 관계를 정하는 요인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
“결혼을 서두르려고 하는 건, 가문의 ‘그 일’ 때문이죠?”
“맞다. 잘 알고 있구나.”
“네. 저도 그게 엄청 급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으, 음. 그러면.”
“하지만 그게 우리 둘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어선 안 돼요. 절대로.”
“······.”
아일라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글래스 백작은 내가 해온 일을 듣고 나를 잡아야 할 인물로 생각하고 아일라와의 혼인을 서두르려고 했다.
하지만 아일라는 ···우리들의 관계는 주변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깔끔하게 선을 그었다. 라는 건가?
음.
그렇군.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는척이 또 특기 아니겠습니까.
“무얼. 제프린 재학중에 식을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졸업 이후에 이야기 해도 되는 것 아닌가?”
“···음. 알겠습니다. 제가 성급했습니다.”
그리 말하고 글래스 백작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야기가 그렇게 마무리 되었는데, 아일라로부터 시선이 날아왔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듯 빤히 바라보기에 고개를 끄덕여뒀다.
***
그날 밤.
배정된 3층 방의 테라스에 앉아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풀벌레 소리만 가끔 들려오는 이 저택은 고요하기 그지없었고, 달은 휘영청 밝아서 정원은 짙고 푸른 필터가 껴있는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 즐기고 있자니 저 아래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울프람? 깨 있어요?”
무언가가 두둥실 날아올라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사뿐히 허공을 걸어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플라이. 최소 5티어의 고위 마법.
“비행 마법도 쓸 수 있었나?”
“응? 아하. 아니에요. 아래에 투명한 수정 계단을 만든 거랍니다.”
아하.
역시 대단한 마법 응용 능력이다.
허공에 마법진으로 투명한 수정을 만들고, 그걸 밟아 걸어 올라왔다는 건가.
“그렇군. 좋은 활용법이다.”
“후후. 그렇죠?”
아일라는 방실방실 웃고는 테라스 너머의 허공에 흑수정으로 의자를 만들어 앉았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에헤 하고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식사 때에는 정말 미안해요. 아빠 ···으흠. 아버지가 그런 분이 아닌데 꽤 급하셨나봐요.”
“괜찮다.”
뭐 공식적으로는 약혼한 사이가 맞기도 하고 말이야.
부모 입장에서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지.
“···사실 그 일로 울프람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아까 제 신호를 이해하고 나와 있어 줘서 고마워요.”
“무얼. 헌데 계단으로 오면 안 되나?”
“계단으로 왔는데요? ···농담이에요. 왜 이런 방식으로 왔냐면, 몰래 할 말이 있어서요. 저택 안을 돌아다니면 시종들이 시끄럽게 구니까요.”
“음. 그렇군.”
그 말은 또 맞다. 트라이스타 가문의 하인 숫자를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지.
“아무튼. 제가 할 이야기는 별거 아니고, 낮에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 때문이에요.”
“결혼식 이야기 말이냐.”
“······네.”
아일라는 볼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에헤,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많이 생각했어요. ···아마 약혼이 8살 때 정해졌었죠?”
“······음.”
나는 잘 모른다.
그건 ‘울프람’만 알 수 있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나 자신을 고찰했을 때.
몇 가지 알 수 있었다.
“꽤 급했죠.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권력을 원했고···.”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내놓은 황자였으니까.”
“······네. 맞아요.”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는 혼약자가 없다.
이는 그녀가 스스로 황족으로서 가치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녀의 몸값이 너무나 높기 때문에, 감히 정략결혼이라는 패의 값어치를 잴 수 없는 것이다.
권력의 이동이 심각해질 수 있으니까.
허나 울프람은 그렇지 않다.
그저 혈통만 좋은 버림 패. 쓰레기 황자.
“그런데 그 때 말이죠 ‘아- 그렇구나 나 이 사람이랑 결혼하는구나’ 라는 생각만 있었어요. 집안에서는 황자님이랑 결혼한다니 축하드려요. 라는 말만 하고요. 그냥 그렇게 흘러가겠구나, 그렇게 살아가겠구나 싶었죠.”
“그런가.”
“···그, 싫어하는게 아니에요. 울프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떠나서 말이에요?”
“계속 말해라.”
“으흠. 네. 그건 좀 아닌 거 같았어요. 그건 반역이 아니잖아요? 스스로 정한 길이 아니잖아요?”
“······.”
“반역이란, 발걸음을 막아서는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지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거잖아요?!”
“······.”
그렇게 동의를 구하셔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구나 아일라의 반역은 그런거구나. 그런 기준이 있었구나.
진짜 모르겠네.
“사실 울프람을 보고 깨달았어요.”
“···나 말인가? 내가 너의 반역의 의지에 불을 붙였다고?”
“네에! 정확히 그래요!”
그리 기쁘게 말하지 마라.
나는 감도 안 잡히니까.
“···좋아. 어느 점이 그렇지?”
“학생 회장이라는 지위를 양도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맨 바닥으로 내려간 그 모습에서요. 당연히 받을 권리를 내던지고, 스스로의 길을 걷는 그 자세에서요.”
“음.”
“스스로의 길은 스스로 정한다. 인생의 조타를 잡은 선장.”
“······.”
그 조타는 망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뭐 아무튼 그렇구나.
그 울프람 진짜 대단하네.
나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감동했어요. 이 감동을 알 수 있겠어요? 엄청 어려운 삶이에요!”
“그런가? 스스로의 인생 아닌가?”
“아뇨. 귀족은 환경이고, 권력이며, 정치니까요. 하지만 ···울프람은 해 낼 거고, 어느정도 해 냈고, 해 내 가고 있죠!”
“···그, 그렇군.”
“그래서 ···저도 제 삶에 있어서 만큼은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러니까 울프람. 우리 답을 내리는 걸 조금 미루지 않을래요?”
“···미룬다.”
“네. 주변 환경 요인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 때. 우리가 스스로의 운명을 쥐었을 때. 반역이 성공했을 때. 그 때 가서 울프람과 아일라가 스스로 선택한 답을 내려요.”
아일라는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살짝 떨리는 그 손을 맞잡고, 아주 조금 힘을 줬다.
“지금은 신뢰하고, 신용하며, 신의로 맺어진 있는 친구. 언젠가 운명이 교차하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관계.”
“네가 말하는 반역의 동료로군.”
“네. ···제 어리광이 심한 걸 까요?”
“아니.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한다.”
“고마워요.”
달빛이 비추는 아일라의 미소.
누군가가 정해준 삶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답을 내리고 싶다.
권력욕이 심한 트라이스타 가문에서, 쓰레기 황자와 강제로 약혼했음에도, 그녀는 상대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진심으로 생각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오롯히 답을 내리자고 말했다.
“반역이로구나.”
“···네에.”
“멋지구나 아일라. 네 삶의 방식을 나도 존중한다.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금 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지.”
“교차하는 운명도 나쁘지 않을 거 같긴 하지만요.”
강한 바람이 불어와서 아일라의 마지막 말은 들리지 않았다.
“···몸이 식는다. 들어가 쉬어라.”
“···네. 잘 자요. 울프람.”
***
다음 날.
황실 혈통이라는 스킬은, 아무래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아한 언행밖에 할 수 없게 만들기에, 일찍 일어나 몸 단장을 마치고, 아침 일정을 생각하고 있자니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열려 있다. 들어 오도록.”
“네. 실례하겠습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이?
나를 그렇게 불러도 되는 건 이 세계에 아무도 없다.
이브 폰 로엔그린이 나를 그렇게 부르는 날은 ‘안녕히. 지금까지 즐거웠어요. 오라버니.’ 같은 말로 성광창을 내 배때지에 꽂을 때 뿐이고, 그게 아니라면 걔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거든.
그러니까, 이 오라버니라는 말은 엄청나게 ···엄청나게 신선했다. 어느정도 신선하냐면 뇌가 잠시 생각을 포기 할 정도로.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미니 아일라.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아일라의 사이즈를 줄인 듯 한 아이. 바로 스피카 트라이스타였다.
“···스피카인가.”
“네. 오라버니. 제가 마중을 나왔답니다. 기쁘시죠? 혁명적으로.”
“그래.”
“후후. 역시 혁명을 아시는 오라버니에요.”
“······.”
만약.
만약 3막에서 아일라가 헛짓거리를 안 한다고 치자.
그럴 경우 내년에는 얘가 제프린에 입학하겠지?
그리고 자매가 쌍으로 반역 혁명 반역 혁명 ···옆에서 재잘재잘재잘···.
아,
싫다.
자퇴할까.
“자, 가시죠. 오라버니.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알겠다. 그런데 왜 스피카가 마중을 나온 거지?”
“그야. 후후. 어제 저녁의 대화 기억하세요? 오라버니 일대기를 언니가 엄청 떠들었잖아요!”
“그야 기억한다만.”
“저 엄청나게 감동했어요. 학생회장에서 내려오셨을 때. 아, 큰일이구나···. 싶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계획의 일환이라니···. 혁명의 파트너에 어울리는 분이세요!”
“······.”
“그러면 오라버니. 언니가 그렇게 거절했으니, 제가 얻어가는 게 혁명 아닐까요? 언니의 것을 빼앗는다. 생각만 해도 황홀해···. 혁명적이에요!”
“······.”
그리 말하며 스피카는 만족스레 미소를 지었다.
잘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면 알고 싶지도 않다.
이 집은 마굴이야. 그리 생각하며 생각의 스위치를 두 개 쯤 끄고, 척수반사적으로 대충 대응하자 싶어
“그래서 어디로 가는거지? 식당 쪽은 아닌 거 같은데.”
“아. 아버지 집무실이에요. 잠시 할 말씀이 있다고 하셔서. 식사 먼저 하시겠어요?”
“아니, 글래스 백작이 할 말이 있다면, 먼저 듣도록 하지.”
이윽고 글래스 백작의 집무실에 도착했고, 들어오라는 말에 스피카가 문을 열자, 그 곳에는 글래스 백작이 서 있었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 전하.”
“음. 글래스 공.”
“어젯 밤에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뭐라고 운을 떼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글래스 백작이 허리를 직각으로 꺾으며 사과를 박았다.
갑자기 왜?
음.
모르겠으니 대충 아는 척 하자.
이 집에서는 뭐 아는 게 없으니, 아니 알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냥 물에 술 탄듯 분위기에 취해 아는 척 하는 게 최고야.
우선 나는 나를 위해 준비된 의자에 앉아. 글래스 공의 사죄를 받아들였다.
“고개를 드시지요. 제가 불편합니다.”
“용서 해 주시는 겁니까? 실로 큰 무례라 생각했습니다만···.”
“예에. 물론입니다. 오히려 글래스 공이야 말로 어떤 잘못을 지으셨는지, 아시는 듯 하군요.”
“···예에. 울프람 전하와 아일라의 결혼은 황실의 중대사. 저의 어제 발언은, 마치 황실을 무시하는 듯 한 모양새가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응?
아, 아아. 이게 그렇게 해석이 되는구나.
그렇구나, 나의 결혼이 된다면 ···아무래도 황실의 행사다. 그걸 아무리 신부 측 가문이라고는 하나 ‘일개 백작가가 황실의 행사를 좌우하는 모양새’ 가 나올지도 모른다.
“물에 흘려 넘기겠습니다. 또한 ···어제 아일라가 말했듯 이 안건은 저와 아일라 둘이서 해결 할 것이기에 결과를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말이죠.”
“감사합니다.”
내 말에 글래스 백작은 눈에 띄게 기뻐했다.
그리고 ···스피카도 주먹을 꽉 쥐고는 기뻐했다.
너는 왜?
***
이후의 담소는 꽤나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주로 이번 현장 학습이 어떤 식으로 진행 될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었다.
허나 물으면 물을수록, 글래스 백작의 표정이 굳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현장 학습을 위한 현장이 준비 되어 있지 않다는 듯 한.
음. 아마 광산 총 지휘에 대해 배우고, 현장의 관리 법에 대해 몇 번 듣고, 광산 시찰을 하는 업무일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이거.
“···광산에 뭔가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음. 어떤 문제인지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글래스 백작.”
“이 근처에, 저희 가문이 소유한 대형 광산에서 몬스터가 출몰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예 둥지를 틀어버린 지라 현장 시찰은 조금···.”
“그렇습니까.”
아 그거 아쉽네.
트라이스타 저택에서 쉬다가 가겠구만.
아 진짜 아쉽다. 정말 아쉽네. 현장학습에서 배워가는게 없다니 말이야.
“···그러고 보니 울프람 전하께서는 몬스터 사냥에 박식하다 들었습니다. 몇 번이고 원정을 성공하셨다지요,”
“네? 음, 학생의 얕은 지식입니다.”
“음. 이런 부탁을 감히 드려도 될지 모르겠으나, 이 몬스터를 사냥할 지혜를 저희에게 빌려주시면···.”
아 귀찮은데.
이런 의뢰 안 받는 편인데. 싫은데.
그냥 쉬고 싶은데요? 안 할건데요.
“효과가 있을 경우,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물론 없어도 사례를 할 생각입니다.”
“좋습니다. 현장을 보도록 하죠.”
“역시! 황자 전하십니다!”
“울프람 오라버니!”
“서로 돕고 사는 것이지요. 개의치 마시길”
흠.
흠흠.
이것 참 어쩔 수 없네.
돈 때문이 아니라, 아일라 집안의 광산에 문제가 있다잖아?
사람이 의리가 있으면 도와야지 안 그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