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81)
680. 너 납치당한거야
리아 롯테.
작은 체구에서 나온다고는 믿을 수 없는 튼튼한 내구성.
그 뒤를 잇는 불굴의 정신력과 돌파능력.
신념이 있는 녀석은 강하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다. 라는 말을 그대로 체현한 녀석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격한 D/Z SAGA의 취직 세계를 살아남을 수 없다.
잘 생각해보자, 마법학부 루트가 아닌 이상 이 세계에서 마법사는 꽤 고위직에 속하고 파티를 마팟으로 짜는 것도 어느 정도 이브의 호감도가 올라 소개를 받거나, 레지나 루트에서 그녀들의 다과회에 참석하는 길 밖에 없다.
허나 기사학부는 언제나 모험에 굶주려있고, 손으로 한 번 휙 긁는 것만으로도 주력으로 쓸만한 파티원들이 잡힌다.
예를 들면 바닐라, 요거트, 코튼. 거기에 실피아나 네프티. 여기 와서 처음 봤지만 밀푀유도 그렇다. 거기에 앨리스는 어떤가.
기가 막힐 정도로 기사학부는 인재 풀이 넘쳐나며, 그 때문에 근접 파티는 재능 있는 파티원 수급이라는 면에서는 그리 부족할것이 없다.
그러니 그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얼마나 가진바 능력이 출중해야겠나.
하지만 리아 롯테는 살아남았다. 질기고 질긴 프렌차이즈 햄버거집처럼 말이다.
그들이 아무리 창렬이니 그거 먹느니 맘터 조지느니 소리를 들어도 끝까지 살아남은것 처럼. 탱커 취업 지옥에서도 리아 롯테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특수 스킬 불행 때문이다.
불행은 사냥시 들어오는 소지금을 낮추고, 몬스터와 조우를 올린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반 탱커를 기용했을 때와 들어오는 수익의 차이는 없지만, 애당초 ‘인카운트 횟수를 올린다’ 라는 특수 스킬이 좋다.
뭐 그걸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차차 설명하도록 하고.
“네 목숨값이라는 천칭의 반대편에 얼마를 올렸지?”
“그···. 제가 평생 1주일에 하루 쉬고 돈을 번다고 가정했을 때를 계산한 결과, 약 19억 린 정도를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 그래서?”
“그, 그러니까 19억 린을 올리면···. 맞지 않을까요.”
시급 1만 린 기준 하루 12시간. 주6일. 50년을 일하면 그 정도를 벌 수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뭐, 대충 계산해보면 맞긴 할 거다. 물론 사람이 그렇게 살면 50년 못 채우고 죽을 거 같긴 한게 문제지.
그나저나, 이 나이에 자신이 평생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그리고 그걸 반대편 저울에 올릴 정도로 빚지기 싫다고 말하는 게 맞나.
이 녀석의 불굴은 정말 끝을 모르겠군 그래.
물론 내가 착취할 생각은 없다. 20억 린 정도야 장사 며칠 하고 서부에서 돌 좀 캐면 벌 수 있는 돈이다.
“좋다. 거기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수확을 거둘 때 까지는 나를 도와줘야 겠구나.”
“네, 네···!”
리아는 이를 악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가 중얼거리는데 ‘악당 황자님···. 그 분한테 20억을 빚진 거야. 죄송해요. 엄마. 나는 이제 끝났어요. 고향에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할 거 같아요. 사랑해요.’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이것 참.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다.
오히려 반대다.
잡아먹히게 내버려 둘 수 없는 노릇인데 말이야.
***
그렇게 내 앞에서 부들부들 떠는 롯리···. 아니다. 그냥 햄스터로 칭하자. 아무튼 이 햄스터를 케이지에 곱게 담아 파티원들을 불렀다.
7번째 문 원정 전에 파밍을 하겠다고 하니 우선은 네프티와 아일라가 모여줬다.
다른 녀석들은 오늘만큼은 시간이 안 된다며 모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이 둘 정도면 밸런스가 훌륭하지.
아무튼.
케이지에 담겨 벌벌 떨고 있는 햄스터 녀석을 보며, 아일라가 눈을 빛냈다.
“어머. 울프람. 저기 있는 1학년생은 누구인가요?”
“음. 소개하마. 리아 롯테. 오늘 우리의 원정을 도울 녀석이다.”
“롯테? 처음 듣는 성이네요. 그런 성이 있었던가요? 귀족?”
내가 설명하는 것 보다 녀석이 자기 입으로 설명하는게 빠르겠지. 슬쩍 눈짓하니 햄스터 녀석이 벌벌 떨면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초, 촌동네의 기사 가문 장녀입니다. 기, 기억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아일라 트라이스타 백작 영애님···.”
“어머, 저를 알고 있군요?”
“네, 네···.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현 3학년 기사학부 수석이자 로열가드이신 네프테리안 선배님 맞으시죠?”
“맞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리아 롯테 후배님.”
“두, 두 분께서 잘 부탁한다고 하실 정도로 대단한 인간이 아닙니다, 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바짝 쫄은 햄스터 녀석은 보고 있기 불쌍할 정도로 덜덜 떨었다.
계급주의 사회에서 촌구석 기사 가문의 딸이 서부 맹주의 장녀나 로열 가드를 언제 만나봤겠냐만···.
그런 것 치고는 황자인 내 앞에서는 할 말 못할 말 다 하던데.
뭐지.
황자는 생각보다 높지 않은 계급이었나.
뭐 됐다.
“아무튼 이 녀석이 내게 진 빚이 있어서 말이다. 지금부터 사냥에 협조해 주기로 했다.”
“어머나···. 울프람이 협조를 구할 정도로 훌륭한 소질을 가진 후배님인가요? 후후. 재능이 기대되네요.”
“음. 뭐, 자세한 것은 가면서 이야기 하지. 자. 네프티. 선봉에 서서 길을 열어라.”
“네. 선배님.”
그리 말하고 네프티는 한 손에 방패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창을 쥔 채 굳은 표정으로 제일 앞에 섰다.
뭐지.
평소보다 기합이 들어가 있는걸.
***
그렇게 필드 깊은 곳. 그러니까 남서부 밀림의 더욱 깊은 곳까지 향했다.
가는 길에 만나는 몬스터들은 전부 네프티와 아일라가 처리. 내가 나설 일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나설 수 없었다.
“히이이···.”
“쯧.”
내 바로 옆에서 몬스터를 보며 잔뜩 쫄아 이제는 창백해진 햄스터 녀석에게 다가오는 위험이 없나, 생각보다 꽤 집중해서 막을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네프티의 탱킹은 언제나 믿을 수 있고, 아일라의 요격도 마음을 터놓고 신뢰하기에 합당하지만 세상만사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법. 신화포식자를 쥐고 언제든 몬스터를 요격할 수 있게끔 태세를 갖췄다.
거기에 리아의 스킬을 생각하면···. 더더욱 주의해야지.
“네프티. 아일라. 둘 다 괜찮나.”
“네. 평소보다 조금 많이 보이긴 하는데,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이 세 배 정도 오면 위험할 거 같은데, 아직은 괜찮아요.”
역시.
남서부의 몬스터는 이 둘에게는 여유로운 상대인가.
그렇다면 더 돌아다니기 편해지겠다만···. 문제는 내 옆에서 기절하기 직전인 햄스터다.
“어, 어떻게 세 분 다 이렇게 태연하실 수 있죠? 저, 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몬스터인데요. 히이익···.”
“뭐, 우리들은 익숙해졌으니 괜찮다.”
“저, 저는 전혀 익숙하지 않습니다. 선배님···. 주, 죽이더라도 편한 곳에서 죽여주시면 안 될까요?”
“음.”
아무래도 기가 막힌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절대 안 죽인다니까.
“허튼 소리 말고 따라오도록. 아직 갈 길이 멀다.”
“네, 네에···.”
그렇게 남서부의 심부에 도달했다.
물론 오는 길이 결코 편하진 않았다.
징글징글한 독충과 독사. 늑대나 심지어 위장하고 마법을 쏘는 곰까지 나타날 정도였으니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조우했습니다.”
“네. 평소보다 많긴 하네요.”
그 네프티와 아일라도 숨을 헐떡이며 어깨를 토닥일 정도.
하지만, 일정 구간을 지나···. 정확히 말하면 보스 맵 바로 근처의 최상위권 필드가 되자마자 몬스터의 추격이 뚝 끊겼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잡몹따위가 들어와도 되는 필드가 아니다.
같은 보스 라인으로 묶이는···. 그러니까 중간 보스정도 되면 그나마 돌아다닐만 하지만, 보통은 만날 수 없다.
그리고 보스방의 입구인 거대한 나무 앞에 서서, 우리는 잠시 작전회의를 시작했다.
“와아···. 크네요. 베어서 가구로 만들면 별장 서른 개는 채우겠어요!”
“앗. 그러면 저도 베어서 제 미래에 살 저택의 가구로 쓰고 싶습니다!”
“아일라 부탁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다.”
“뭐든 부탁하세요. 그 어떤 부탁도 착착! 하고 끝내는 아일라 트라이스타가 여기 있으니까요!”
그거 믿음직스럽네.
“리아 롯테 녀석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케이스···. 정확히는 새장 같은 느낌으로, 격자를 촘촘하게 만들 수 있나?”
“어렵지 않은 일이죠.”
“그 다음 그걸 나무가지에 걸어서, 가급적 최대한 안 떨어지게끔 제어할 수 있겠나?”
“그 또한 간단하답니다!”
“그러면 해다오.”
“네!”
짧은 대답 직후. 대기중의 마력이 경화해 흑수정이 되고, 동시에 리아를 감싼 후 나뭇가지에 걸렸다.
“우, 우으아아?!”
“너무 발버둥치지 마라.”
영문을 모른 채 새장에 갇혀 하늘을 날아 나무에 걸리게 된 리아의 짧은 비명.
“서, 선배님. 저를 여기에 가둬서 제가 죽는 것을 지켜보실 생각인가요? 버, 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19억 린을 벌게요!”
“나 참. 몇 번 말하게 만들 셈이냐. 너는 죽지 않는다. 여기에 납치 된 건. 음···.”
“납치 되지 않았다고 해주세요! 끝까지 신뢰를 주시면 안 될까요!”
미안.
하지만 너 납치된 거야.
“거기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니 편하게 앉아있도록.”
“네? 앉아만 있어도, 빚 변제가 되나요?”
“음. 거기에 아주 신비하고 즐거운 체험도 할 수 있다. 자. 시급은 시간당 100만 린 정도로 해둘까.”
“목숨을 걸고 앉아있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리아는 바로 무릎을 꿇고 새장 안에 주저앉았다.
“울프람···. 저 지금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못 따라가겠어요.”
“저도 입니다···.”
이런.
우리 파티원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설명하는 걸 잊었다.
“간단하다. 리아 롯테는 나에게 목숨을 빚졌고, 그 결과 20억 린으로 갚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나는 리아 롯테의 힘이 필요한 이 곳에 왔지.”
“거기까진 들었어요. 그래서 저 후배 아이의 어떤 힘이 필요한 건가요?”
아.
그 부분의 설명이 필요한 거였군.
“저 아이는 지독하게 불행하다. 말 그대로 불행의 화신이지. 오는 길에 평소의 배가 넘는 몬스터와 조우하지 않았나? 그게 저 녀석의···.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체질이다.”
“저 그런 체질이었나요!”
새장 위에서 리아가 크게 소리쳤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네프티와 아일라는 그제야 아···. 하는 탄성을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필요한 능력이었네요.”
“네. 정말 저희에게 필요한 능력입니다.”
“그래. 너희도 느끼고 있구나.”
저 멀리 시선을 던지는 아일라 그리고 네프티.
시선을 멀리 던지면, 그 곳에는 전신이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늑대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전신이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나무. 거기에 거대한 보따리를 들고 크히히 웃고 있는 황금색 고블린. 파란색 고블린. 주황색 고블린 패밀리까지 차례차례 등장했다.
보통이라면 필드에서 조우하기도 힘든, 최악의 인카운트 확률을 가지고 있는 중간 보스.
하지만.
‘일반 몬스터가 들어올 수 없는 보스방 앞 필드’에서 ‘불운’으로 강제로 ‘조우 확률’을 올려버린다면 어떤 몬스터들이 나올까.
당연히 그 격에 맞는 몬스터들만 나오겠지.
그래. 더럽게 조우하기 힘든 중간 보스나 레어 몬스터만 주르륵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한때 이 파밍이 버그인가 아닌가로 3박4일을 싸웠으며, 동시에 다음 패치인 1.08a2 버전에서도 수정되지 않아, 결국 정당한 파밍 방법으로 결론 난 사냥법.
리아 롯테를 후반부 1티어 탱커로 거듭나게 한 사냥법이다
‘리아런’ 이라고 불리는 앵벌이, 혹은 노가다 방법.
“그럼 아일라. 네프티. 마음껏 사냥하도록.”
“가죠. 네프티.”
“네. 아일라 선배님!”
내가 신호를 주자마자 두 사람은 튀어나갔고, 눈 앞에 있는 금빛 늑대를 순식간에 도륙했다.
그리고.
“울프람! 이 몬스터 안에 최상급 마정석이 있어요! 와아! 이 정도 상등품은 저도 오래간만에 봐요!”
“선배님. 이거. 이거 엄청납니다!”
음음.
그야 그렇지. 불행’은 ‘드랍 린’은 줄여도 ‘아이템 드랍 확률’은 줄지 않거든.
그렇게 아일라와 네프티는 철저하게 몬스터들을 도륙했고, ‘세상에 이런 물건을?!’ ‘선배님! 여기가 낙원인가요!’ 라며 릴레이하듯 소리쳤다.
돈의 망자···. 는 아니지만 네프티는 그렇다 쳐도 아일라마저 놀랄 정도의 수입.
“리아 롯테. 너의 몬스터를 몰고 다니는 불운 체질에 감사해야겠군.”
“그, 그렇군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리아는 잠시 움찔 거리다가, 계속된 두 사람의 환호성에 슬쩍 나를 불렀다.
“우,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님.”
“뭐지.”
“시, 시급이 백만 린이라고 하셨죠.”
“그랬다. 세금까지 처리하고 백만 린을 주도록 하지.”
“저, 그럼 조금 더 올려서···.”
“음?”
내가 힐끗 바라 보자, 햄스터가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뭐야.
조금 더 주려고 했는데 싫다니 어쩔 수 없네.
생각해보면 이런 사소한 행운을 먼저 걷어차는 것도 불운의 특성 아닐까?
그러면 설정은 지켜줘야지.
그리 생각하고, 나는 침묵을 고수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