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85)
684. 폭발엔딩
신화포식자.
틀림없는 신화급 무기. 즉 신검이며 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신검이다.
특성은 모든 물건을 포식하는 것이고, 포식할수록 강해진다. 이 놈과 맞붙으면 일단 ‘먹힌다.’ 그것이 금속이든 생물이든 마력이든 저주, 축복이든 개념이든 상관없다. 이 놈은 먹고, 또 먹어서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다.
사실 이런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이 녀석은 내 야망조차 먹어치우겠군’ 이라거나 ‘다룰 수 없는 마도구는 주인을 갉아먹을 뿐’ 할 정도로 ‘신검’이라기 보단 ‘마검’ 카테고리에 어울리는 무기다.
세상 어느 신검이 모든 것을 먹어치워 양분으로 삼는가.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작 아이템’이고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성장 방향을 생각하면 ‘신화 포식자’는 틀림 없이 내 성장 방향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게 맞다.
먹어 치우고, 영양분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신화포식자가 정말 내 손에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동시에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그렇다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살아온 길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게 이영진의 검. 즉 나의 영혼이라면, 울프람으로서의 겉면은 어디로 가는 거지?
그리고 그 의문이 이제야 풀렸다.
【신화포식자의 세 번째 슬롯이 개방됩니다】
【3단계 : 신화의 복제】
【신검 슬롯이 추가 개방됩니다】
【신화 포식자 위에 새로운 신검을 덮어씌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신화 포식자와 또 다른 신검은 교체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정 시간동안 양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이영진이자 울프람인 나를 본따 흡수하고, 개변한다. 과연 실로 주인을 닮은 검이다.
즉 새로운 신검을 어디서 한자루 구해오면, 신화 포식자 위에 덮어씌워서 스왑하면서 쓰거나 일정시간동안 쌍검으로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꽤 재미있는 기능 아닌가.
“그렇다 한들, 신검을 어디서 새로 구해야 할지 곤란하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신검이라고 한다면 이 신화 포식자랑. 그리고···.
“아. 그것이 있었군.”
생각해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다.
“오늘은, 아니 며칠간 꽤 깊게 잔다고 이야기 해야겠어.”
몽경성역.
내가 처음으로 신검을 쥐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그 세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잊고 있었다.
***
오래간만에 꿈속 세계. 몽경성역으로 발을 내디뎠다.
시야가 흐려지고, 다시 밝아진다.
“······.”
“······.”
그리고 눈을 떴을 때.
한 쪽 볼을 부풀린 채, 이쪽을 빤히 내려보고 있는 녀석이 있다.
생긴것도, 신장도 그 체형도 모든게 이브와 닮은 이 몽경성역의 안내역.
이비.
“오래간만이구나.”
“네! 진짜 오래간만이네요! 울프람!”
“음. 오래간만이구나.”
“네! 그렇게 저를 이용하고, 가지고놀고, 버리고 완전히 잊었죠!”
“그랬던가?”
“그럼요! 대체 얼마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음. 그리 길었는가···.”
“사실 그리 길지는 않았어요.”
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데.
고개를 갸웃하니 그에 맞춰서 이비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세계의 신검을 멋대로 분해해서 가져가놓고, 그 뒤로 안오면, 불안해 진다고요. 결국 목적은 신검 하나뿐이었나···. 하고 말이에요.”
“그런가. 이것 참. 미안하구나.”
시무룩해진 이비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도 모르게 손을 멈췄다.
아무리 그래도 이브와 똑 닮은 녀석에게, 혈통의 제약이 없다고는 하나 이렇게 가볍게 쓰다듬다니, 내가 미친 것인가.
정신 차려라 울프람. 이브는 적이다.
하지만 손에 착 감기는 이 머리 크기, 폭신한 머리카락은 생각보다 괜찮은 감촉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듬다가 이내 이비가 ‘어지러워요···.’ 라고 웅얼일 때 겨우 멈췄다.
이것 또한 이브의 저주인가. 아! 두렵기 그지없구나!
내가 두려움에 떠는 사이 머리를 정돈한 이비가 되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인가요?”
“오늘 온 이유 말인가.”
“네. 모험인가요? 아니면 수련? 그도 아니면 제작하러 왔나요? 뭐든 좋아요. 울프람이 와서 기뻐요.”
“새로운 신검을 찾고, 그걸 부수러 왔다.”
“돌아가세요.”
녀석. 차갑긴.
“농담이다.”
“그런 농담은 하지도 마세요!”
***
이비 녀석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휙 돌렸지만, 가이드가 안내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는 없다.
이 세계의 끝에서 끝까지,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으니 말이다.
척척 걸음을 옮기니, 내가 처음부터 가이드의 도움을 바라지 않았다는것을 깨달은 이비는 아차, 하고는 종종걸음으로 내 뒤를 따라왔다.
“왜 그러지. 혼자 가도 상관 없다만.”
“으···. 으으. 너무 나쁜 말 하지 마세요.”
결국 녀석은 나와 어깨선을 맞췄고, 내 바로 옆을 걷는다.
“이 세계에 신검은 총 두 자루 있지. 하나는 위신검 아스칼론. 다른 하나는 허광검 클레멘티아.”
“정확해요. 그럼 지금은 허광검 클레멘티아를 찾는건가요?”
“그걸 찾는다고 찾아지면 이런 고생을 하겠나.”
“그것까지 알고 있다니···. 정말.”
보스방 뒤에서 몰래 뽑아올 수 있는게 아스칼론이었다면 클레멘티아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얻어야 한다.
이 세계의 완전한 정복으로 딱 한 번 써볼 수 있는 무구가 바로 허광검 클레멘티아다.
그리고 이 세계를 정복한다는 것은, 이비와의 완전한 결별을 뜻한다.
꿈에서 깬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 어떤 기억도 남지 않는다.
즉.
이 녀석의 목숨을 대가로 얻어야 하는것이 허광검 클레멘티아다.
내가 그걸 부순다고 했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그럼 클레멘티아를 얻으러 온게 아니면, 뭘 하러 왔나요?”
“그야 세 번째 신검을 찾으러 왔다.”
“방금 울프람의 입으로 신검은 두 자루 뿐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무얼. 그러니까 지금부터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네?”
지난번의 신검 제작은 이래저래 변수와 꼼수를 썼지만.
나 울프람 폰 로엔그린의 제프린 이야기도 그 끝을 향해 달려간다면. 그런 꼼수가 아니라 정면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법 아니겠나.
“도면을 그리고 재료를 모아 신검을 벼린다. 실수하면 다시 만든다.”
“네, 네?”
“자. 재료를 모아 어디 한 번 해보자꾸나.”
“아, 아···. 그렇군요. 울프람은 신검을 제작하려고 하는 거군요. 다행이다···.”
이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광검 클레멘티아를 만들어서 뽀개는게 아니라, 제대로 벼려낸다고 하면 안심할만도 하지.
그렇게 재료를 모으고, 도면을 그리고,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검이 어디 괜히 신검이겠는가.
내 제작 스킬이 아무리 갖춰졌다 한들, 신검에는 반드시 도면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도면을 그려내거나 구하지 못하면 신검 제작은 꿈도 꿀 수 없다.
내 도면 제작 스킬은 ‘전설’에는 다다를지언정 ‘신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면 불가능한대로 도전하는 재미가 있지 않나.
영혼이 시키는 대로 양피지 위에 도면을 그렸다.
【전설급 도면을 만들어냈습니다】 시스템이 짧게 나를 보조해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비. 나는 지금부터 정면돌파를 할 생각이다.”
“아···. 네. 그런데요?”
“정면 돌파란, 설령 어떤 결과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내일을 꿈꾸는 자세를 말한다.”
“네? 네.”
대장장이 망치를 들고, 풀무질을 하며 두드린다.
도면에 지정된 것 보다 더 고급이지만, 틀림없이 도면의 지시사항과 어긋나는 재료를 올려놨다.
그리고.
【도면에 맞지 않는 재료를 집어넣었습니다】
【상위 재료가 투입되어 상위 장비 제작을 향합니다】
【‘검’제작을 판정합니다】
【스킬에 문제가 없습니다】
【재료에 문제가 있습니다】
【공정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실패!】
음.
그럴거라 생각했다.
역시 신검이 그냥 만들어지면 쉽겠어?
“이비. 알고 있나?”
“뭘 말이에요?”
“신검이란, 신화 시대에도 천족의 왕이나 마족의 왕에게 일격을 먹일 수 있었기에 감히 신검이란 이름을 달 수 있다.”
“아. 네 그런데요?”
“그렇기에 신의 힘을 함부로 탐냈다가 실패하면, 그 반동은 어마어마하다.”
“네?”
슬쩍, 타오르는 주괴를 바라봤다.
파직. 파직. 꽈지직.
아무리 들어도, 어떻게 들어도 제대로 된 소리가 아니다.
안에서 마력이 요동치며 전혀 융화되지 않는다.
즉.
“실수했다면, 책임을 져야 하지.”
“네···? 아? 아아아?!”
구궁. 구구구구궁.
괴를 중심으로 마력이 소용돌이 치며, 공간이 일그러진다.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몽경성역의 자동 수복 기능을 생각하면···. 내일 쯤에는 다 고쳐질 것이다.”
“자, 잠깐만요. 울프람? 울프람?!”
순식간에 의식이 멀어진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주괴를 중심으로 대폭발을 일으킨 몽경성역과, 으아아아아아 소리치며 울부짖는 이비였다.
“음.”
현실에서 깨어난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도전은 언제나 실패를 동반하는 법이다.
“내일 쯤이면 다 고쳐질테니, 오늘은 그만 쉬도록 할까.”
하여간.
두 번째 신검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라니까.
다음 날.
몽경성역에 들어가려고 하니, 의식이 멀어지는 순간 양 손이 내 등을 꾹 잡아 그대로 밀었다.
결국 몽경 성역의 진입에는 실패.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껏 심통이 난 채 ‘오늘은 안 받아 줄 거에요!’ 하고 소리쳤다.
“음.”
이비 녀석.
그렇게 화 날 일인가?
***
결국 몽경성역에 들어가지 못 한 채. 편의점 앞에서 느긋하게 재료를 분류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앞으로 두 달 내로 일곱 번째 문에 들어간다. 그러면···.”
제프린은 완전히 일변하고, 최종결전태세에 돌입한다.
일정을 생각하면 파티는 전원 신검이나 그에 준하는 무구로 무장하고, 파티원들의 방어구를 최우선으로 챙긴 다음 3,4티어 장비 정도는 학생회 직속 원정대에게 뿌리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나중에 전부 상환 받을 겁니다.
그렇게 재료를 구분하고 있자니, 편의점 문 앞에서 누군가가 서성이는 것이 느껴졌다.
파티원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그 곳에는 시선을 살짝 돌린 채, 죄 없는 바닥을 발로 툭툭 차고 있는 햄스터 녀석이 있었다.
“리아 롯테. 들어와라.”
“아···. 네. 네. 실례하겠습니다.”
아침에 쓸어놓은 편의점 앞 흙을 걷어차는것을 차마 보고 있기 힘들어 녀석을 불러들였다.
녀석은 편의점에 들어와 서성대며 주위를 바라봤고, 차 한잔을 내놓으니 이번에는 차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 차는···.”
“공짜다.”
“믿고 마시겠습니다.”
음.
앞으로 내줄 때 마다 공짜라고 하지 않으면 믿고 마시지 않을 분위기다.
반대로 공짜라고 하면 믿어 줄 것 같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무슨 일이지?”
“아, 그 그게···. 아직 황자전하께 빚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그건 농이었다. 어떻게 식사 한 끼에 20억을 내라고 하겠나.”
“그, 그렇습니까.”
내 말에 이번에는 지나치게 시무룩해졌다.
뭐지. 20억을 내라고 하는게 정답이었다고?
아니 그럴리가.
잠시 생각을 정돈하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빚이 가볍지는 않지.”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빚이 있고, 황자 전하께 갚아야 합니다.”
“음···.”
“자. 뭐든 명령을 내려주세요. 빚을 갚아야 하니까요!”
눈을 감고, 오른손을 가슴께에 올리고 허리를 쭉 편다.
뭐든 믿고 맡겨달라고 하는 그 모습.
“더 위험한 곳에 갈지도 모른다만?”
“윽 으윽···.”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너를 지켜주마. 무사히 재료를 얻어 무사히 돌아오면 된다. 자. 내 말을 믿고 따르겠나?”
내 말에 리아는 눈을 깜빡이다, 이내 환하게 웃었다.
“당연히 그 약속을 믿고 따르겠습니다!”
“그렇군. 그러면 어디. 함께 가보도록 할까.”
“네!”
이것 참.
아쉽게도 내 파티에는 이미 정원이 가득 차 들어올 수 없지만 말이다.
이 녀석을 잘만 키우면 뒤 이어질 밀푀유 파티의 든든한 전열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