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87)
686. 간결한 정답
이브 폰 로엔그린의 가리비만도 못한 멘탈을 케어해야 다.
솔직히 파티원만 아니었다면 이 녀석이 버터구이로 쓰지도 못할 수준의 멘탈을 가졌건 뭐건 신경 안 썼겠지만 실로 불행하게도 녀석은 내 파티원이고 나는 이 녀석의 파티 리더다.
이 녀석이 멘탈이 나가는 이유는 가지각색이지만, 스토리 내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요인은 바로 ‘필요성’이다.
이 녀석은 은근 안 그런 같으면서도 ‘자신이 누구에게 필요했으면 좋겠다.’ 라거나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같은 생각을 꽤 진심으로 하는 편이다.
물론 이 녀석에게는 그게 가능한 재능이 있고, 이 세상을 날로 먹을 출신 성분도 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긴 했지만,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느정도 알고 있는 편이다.
거기에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 의한 황실에서의 왕따 생활···. 아니 이건 내가 한 짓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브는 그 지긋지긋한 고립된 생활을 이겨내고, 스스로의 재능을 증명해 황실에서도 누구나가 파벌의 한 축에 넣고 싶어하는 위치에 섰다.
그리고 재능도 깨달았으니 이제는 뭐, 황실을 증오하고 남들에게 도움이 되며 스스로가 항상 빛나는 별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는것도 나쁜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그 근간은 역시 멘탈 쓰레기 몬스터라서 조금이라도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껴지면 쉽게 꺾인다.
그러니까.
그렇게 꺾인 이브는 어린 시절의 가리비 폰 로엔그린이 되어 마력을 운영조차 못하게 된다.
“이브 폰 로엔그린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과의 격차에 절망하고 있다. 라고 해석하는게 옳은가.”
“그런 절망따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면 어째서 마력이 네 말을 듣지 않을까. 그 이유는 너도 알고 있지 않나.”
“시, 시끄러워요.”
“그런가. 그렇다면 우선 뛰도록 하지. 지금 너는 얼마나 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이, 이 운동장 두 바퀴 정도는.”
“열 바퀴를 뛰어라.”
“잠깐만요?!”
“대신 나는 백 바퀴를 뛰도록 하지. 철근 주머니를 몸에 지고 말이다.”
“저는 이 훈련의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대체 무슨 의미가 있죠?”
“뭐, 뛰어 보면 안다. 자. 달려라.”
이브 녀석의 등을 툭 밀고,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로 달렸다.
나도 달렸다.
열 바퀴에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고, 오십 바퀴에 머리가 어질거리고, 백 바퀴째에 숨이 멎을 것 같았지만 달렸다.
그리고 어깨로 숨을 몰아쉬고, 전신에서 땀을 줄줄 흘리는 상태에서, 이브를 바라봤다.
녀석은 가슴 앞으로 손을 모으고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뭐, 뭐에요. 그렇게 열심히 달려선···. 당신과 제 거리가 그 정도 차이 난다고 말 하는 에요? 저는 열 바퀴, 당신은 백 바퀴?”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지? 자. 받아라.”
“나무 단검?”
“너의 근접 무투 소질은 단검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럼 어디 시작해볼까.”
한 손으로 나무 직검을 든 채, 이브 녀석과 대치했다.
“호, 혹시···. 싸우자는 건가요? 대련?”
“그게 아니면 여기에 온 이유가 있나?”
이브는 나무 단검과 나를 번갈아 빤히 바라봤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다.
“이브 폰 로엔그린. 너의 그 절망은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라고 아주 조금이라도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원작에서, 켈터스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어깨선을 맞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울프람이 된 것 뿐이다.
거기서 켈터스의 다정한 말과, 제프린 최흉 범죄자 7인을 때려잡으면서 자신이 있을 곳이 어쩌느니 희망이 어쩌느니 어깨선이 어쩌느니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다정한 말이 없다. 해주기 싫은게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법을 잘 모른다.
거기에 그런 방식은, 나와 이브의 관계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까. 때려박아 주는 거다.
“울프람 폰 로엔그린도 지친다. 그야 철판을 박은 주머니를 차고, 운동장을 백 바퀴를 돌았으면 지쳐 쓰러질만도 하지.”
“그, 그래서요?”
“지금이라면, 아무리 마력이 없는 이브 폰 로엔그린이라고 해도 말이다. 나를 이길 수 있지 않겠나?”
“······.”
“백 바퀴 대 열 바퀴면 적당히 싸워 볼 만 하지 않겠나. 자, 전력을 다해 덤벼들어라. 지금 우리의 핸디캡은 한없이 대등하다.”
“잘···난척은.”
그리 말하고 이브는 단검을 꾹 쥐었다.
몸이 어질거린다, 어깨 위로 검을 올릴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상관없다.
“이야아아아앗!”
“흥.”
그 날.
이브는 세 번 바닥을 굴렀다.
***
자리에 멍하니 앉아서 이브는 하늘을 올려보다 이내 중얼거렸다.
옆에서 체력 회복 포션을 마시고 있던 나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믿을 수 없어요.”
“뭐가 말이지?”
“아니 보통. 이렇게 대등하다. 라거나···. 나도 인간이니 덤벼라. 라고 할 때는 잘 싸우다가 져주는게 사람 사는 정이라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세 번이나, 단검을 찌르고 들어갔더니 칼날도 아니고 칼 손잡이로 흘리고 다리를 걸어서 넘어트리고···.”
그리 말하며 이브는 다시 무릎을 감싸고 안았다.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군. 그렇게 내가 져주면, 너는 만족하는가?”
“······.”
“네가 넘고 싶은 것. 때려 눕히고 싶은 것은 그렇게 봐주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인가? 아니면 아무리 지쳤더라도, 그 격차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인가.”
“허언을 했네요.”
그리 말하고, 이브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번 더 대련하죠.”
“이번에는 자신이 있나?”
“아뇨 없어요. 하지만 그러니까 쓰러트릴 가치가 있는거에요.”
“재밌군. 와라.”
녀석이 다시 덤벼들고, 넘어트렸다. 어깨로 숨을 몰아쉼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진지하게 상대했다.
그래.
지금의 나는 이브를 얕보거나 봐주는 일 없이, 한없이 진지하게 검을 치켜 든 상태.
물론 몸 상태는 최악이고, 검날이 아니라 손잡이로 패링해야 할 정도에, 장비는 다 벗어던지고 손에 맞지도 않는 나무목검 한 자루.
허나 조건은 상관 없다.
지금의 나는 이브의 벽이며 동시에 목표로서 서있는 것.
어중간하게 져주면, 녀석에게도 좋지 않다.
나는 네 목표로 있을 것이다.
언제든 덤벼라.
***
다음 날은 아일라가 참관했다.
“그렇게 재밌는 건 돈을 내고서라도 지켜보고 싶은걸요!”
“그런가. 마음대로 하도록.”
아일라는 구석에 가 앉았고, 우리는 다시 운동장을 돈 후 무기를 쥐었다.
“으읏!”
“여전히 몸이 굳어있군, 대체 멸마의 정원에서 무엇을 위한 싸움을 한 건지.”
“시끄러워요!”
이브를 두 번 바닥에 굴린 후, 먼지 투성이가 된 녀석을 내려봤다.
이브는 피하지 않고 똑바로 내 눈을 마주본다.
“좋군.”
“뭐가요. 저를 때려눕혀서 좋다는건가요? 쓰레기. 죽어.”
“아니. 네 눈에 투지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좋은 징조다.”
“잘난 척은···.”
그리 말하면서도 이브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가에 묻은 흙을 스윽 닦아내고 웃었다.
“계속. 덤빌거에요. 저는 운동장을 열 바퀴밖에 안 돌았으니, 오늘은 스무 번도 넘게 덤빌 거에요.”
“호오. 나는 무척이나 지치겠군.”
“네. 끝까지 쓰러지지 마세요. 너무 쉽게 쓰러지면 목표로 삼은 의미가 없으니까.”
투명하고 맑은 눈의 편린이 보인다.
내가 알고 있던, 결국 부족함도 모자람도 긍정하던 이브 폰 로엔그린이 되기까지, 아주 조금 남았다.
그 날.
정말 이브 폰 로엔그린은 스무 번을 내게 덤볐으며.
정확하게 스무 번 땅을 굴렀다.
“진짜 한대라도 맞으란 말이에요!”
“네가 방금 했던 말을 기억은 하고 있는가?”
“알 게 뭐에요!”
***
힘이 다 떨어졌다며 그대로 누워서 운동복 차림으로 하늘을 보는 이브 옆에 앉았다.
“옆에 앉도록 하지.”
“이미 앉아놓고···. 허락을 구하는 뻔뻔함은 어디서 배운거에요···?”
“흥. 말로는 지지 않는군.”
그리 말하고 이브 녀석의 옆구리를 목검 끝으로 쿡 찔렀고, 이내 놈이 지렁이처럼 몸을 구불거렸다.
“으, 으그으으으아으으.”
“멍청한 녀석. 스스로의 체력을 생각하지 않고 덤벼드니 근육통으로 괴로워 하는 것이다.”
“시끄, 러워요···. 이렇게 안 하면 못 때리잖아요.”
“그 또한 그런가.”
조용히 놈을 내려봤다.
신기하다.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녀석에게서 적의를 느끼기 힘들다.
생각해보면 황실 혈통은 서로를 저주하게끔 만들었지만, 반대로 나는 이브 녀석의 마력 파장에도 역겨움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뭐, 한결 편하면 됐지, 깊게 파고 들 생각은 없다.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요.”
“뭐지.”
“당신은 절망적인 벽을 만나고, 그걸 넘어본 적 있나요?”
“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벽을 만나고 가로막혀 본 적 있냐고?
“아뇨. 괜한 질문이었네요. 당신의 그 잘난척을 듣느니 없던 질문으로 할게요. 그러니까 깊게 생각하지 마시죠.”
“아니. 너무 많아서 잠시 고르고 있었다.”
“뭐라고요?”
“그 말 그대로다. 나의 나약한 육체에 절망한 적도 있었고,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스스로의 운명도 저주한 적 있지.”
다른 피지컬 좋은 유저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절망한 적도 있고, 나는 왜 클리어 타임이 제대로 안 나오냐고 저주한 도 있다. 카페 운영자로서 혐짤을 지워야하는 스스로의 운명을 한탄한 도 있다.
“그러면, 그 때는 어떻게 넘었죠?”
“음?”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넘어섰냐고요.”
어떻게 넘어섰냐.
글쎄.
맨주먹으로 눈감고 최종보스 클리어는 수 천, 수 만 번 이상의 트라이를 해서 깼고, 피지컬도 따라하다보니 감을 잡았다. 지우개의 의무는···. 그건 참담하고 끔찍한 숙명이었지만···.
“그냥 했다.”
“그냥요?”
“음. 수백 번 해서 안 되면, 수천 번 했다. 그 다음 수만 번의 도전 끝에 겨우 도달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죠? 힘들지 않았나요? 괴롭지 않았나요?”
“그야 힘들고 괴로웠지만 말이다. 포기 했을 때. 돌아 섰을 때 더 괴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했다.”
생각해보면 고인물이라는건 처음부터 마음먹고 되는게 아니라 하다보니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랬군요. 그게 당신의 강함이군요.”
“그렇다만.”
“아주 잘 알았어요. 잘 들었답니다.”
이브는 눈을 잠시 감았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얍!”
“어딜.”
녀석이 비틀거리며 어떻게든 단검을 내게 질러왔고, 나는 그 가볍게 잡아 흘려냈다.
“얕은 수를 쓰는구나, 이브 폰 로엔그린.”
“아···. 진짜 됐어요. 당신이 어떻게 강해졌는지 비밀은 알았으니까요.”
“호오.”
“저도 앞으로 수 천 번, 수 만 번. 꺾이지 않고 당신한테 도전하면 된다는 거잖아요?”
그리 말하고, 이브는 대자로 누웠다.
다 큰 녀석이 버릇 안좋긴.
“정답이다.”
“그걸 알면 됐어요. 내일부터는 진짜 각오 하세···요.”
그리 말하고 녀석은 그대로 곯아 떨어졌다.
이것 참.
“그러면 슬슬 돌아가도록 할까.”
“네. 그러죠. 울프람.”
우드득,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아무래도 나도 꽤 무리를 한 것 같다.
위잉. 하고 흑수정이 솟아올라 이브를 감쌌다. 이대로 이브는 아일라 편으로 운송되는 건가.
“후후.”
“갑자기 왜 웃지?”
“아뇨. 저도 엿들었거든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그런 내용이 있었나.”
“네.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분명 어마어마한 재능과 저희들이 모르는걸 많이 알고 있지만요. 그 근간에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구나. 라고요.”
“······.”
“설령 실패하고 쓰러지더라도, 그런 노력이 있다면 무너지지 않을 사람이구나 하고 안심했어요.”
“그런가.”
“네. 그런가. 랍니다.”
나와 아일라는 서로 어깨를 으쓱한 채. 연무장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 날.
“자. 마력이 돌아왔어요. 사전 운동 없이 서로 전력으로 승부하죠. 오늘이야말로···. 죽이겠어.”
원했던 각성은 이루어내지 못한 듯 싶지만.
나름대로 완전히 부활한 이브 폰 로엔그린과 만날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