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694)
693. 그대의 행복을 바라며
제프린 마법학부 8학부.
구석에서도 구석, 더 하염없이 들어가야하는 외진 곳.
이제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는 희대의 괴짜이자 종잡을 수 없는 황손과 그 일행들의 영역이라 불리는 곳.
학생회장의 비호를 받으며, 때때로 그 학생회장 본인도 찾아가는 이 곳은 제프린 내에서도 금역 취급을 받는다.
누구 하나 찾아갈 일 없는 금지된 땅.
그런 땅에 소문 하나가 돌았다.
이는 인간족이 아니라 엘프족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영원한 사랑을 원하는 연인, 혹은 연인이 되려는 이들이 한 밤에 그 땅을 찾아가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소문.
그리고 심야.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한 남녀가 소문에 의지해 마법학부의 문을 넘었다.
달빛이 비춰 그리 어둡지 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심야. 작은 소문 하나에 의지해 마법 8학부까지 가는 길은 멀다.
특히 제프린은 명백히 통금이 존재한다. 일부 황족이나 귀족은 자유로이 돌아다니지만 일반 학생들은 걸리면 벌점을 받는다.
그렇기에 이들이 한 월담은 무척이나 도전적인 것이었으며, 그만큼 이 남녀는 사랑의 성취를 바라고 있었다.
이런 작은 소문 하나에 의지할 정도로 말이다.
휘이이잉. 별 것 아닌 가을 밤 바람 소리에도 몸이 떨린다. 두렵고 돌아가고 싶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걸을 수 밖에 없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두 사람은 손을 꾹 잡았다.
이 어둠 속 의지할 것이라고는 서로의 온기밖에 없는 상황.
그렇게 제프린의 구석으로 들어갔을 때. 두 남녀가 마주한 것은···.
“상점···? 불이 켜져 있어요.”
“소, 소문으로 들은 적이 있어요. 울프람 폰 로엔그린 황자전하가 운영한다는 상점이 있다고···.”
“그, 그럼 여기인가보네요.”
“······.”
엘프 여학생은 살짝 몸을 떨었다.
여기가 맞을까. 상대가 악당 황자라면 우리의 소원을 어떻게 이루어 준다는 것일까.
알 수 없다. 무언가를 바쳐야 한다면, 자신들은 어떤 것을 내놓게 되는 걸까.
“이, 일단 근처에 아무것도 안 보이니, 여기가 맞는 거 같아요. 드, 들어가보죠.”
“네, 네!”
인간 남학생이 손을 잡아끌고, 엘프 여학생이 믿으며 따라왔다.
이종간의 연애는 드물지 않지만, 연애에 엄격한 제프린이다. 들킨다면 퇴학은 당연하고 집안에도 추문으로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싶고, 사랑하고 있었기에 둘은 편의점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이내, 편의점 안에서 한 남성이 걸어나왔다.
이 대륙에서 오직 황족에게만 허락된 화려한 금발과 짙은 청안.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다.
황자는 두 남녀를 슬쩍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어줬다.
“오늘도 사랑을 믿으며 방황하는 어린 양들이 왔나.”
“네···?”
“들어오도록. 이 편의점은 언제나 열려있다. 이야기 정도라면 들어 줄 수 있다.”
마치 악마의 속삭임 같은 그 말에, 두 사람은 홀리듯 안에 들어갔다.
내부를 둘러보니 완전한 신세계.
저건 식료품인가? 거기에 무구도 있다. 학용품이 있는가 하면 체육복이나 일상복도 있다.
어떤 가게인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굉장히 소박하고 귀여운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도록. 차와 과자 정도는 내어 줄 수 있다.”
“아···. 가, 감사합니다. 먼저 앉아요.”
“네, 네···.”
엘프 여학생을 먼저 앉힌 남학생이 서있는 모습에, 울프람의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물론 둘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의자는 하나 더 있다. 앉아서 다과를 들어라.”
“가,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음.”
내온 차와 과자 또한 일품. 그 향에 취하고 맛에 놀란 두 사람은 이내 어느정도 마음이 풀어졌다. 상대는 악당 황자라고 하지만 이 어두운 밤길을 걸어 찾아낸 유일한 빛. 소박하고 귀여운 상점. 긴장이 풀리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래서, 둘의 관계는···. 아니 무얼. 묻지 않아도 알 수 있군. 그러니 그렇게 경계하지 말도록.”
“아, 네. 네···.”
“본론으로 들어가지. 소문을 듣고, 사실인지 확인하러 왔나?”
“네. 그렇습니다. 황자님. 이 곳에서 영원한 사랑을 성취시켜 준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렇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거짓이다. 영원한 사랑을 성취시켜 줄 수는 없다.”
“아···.”
두 사람이 낙담하자, 울프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타인의 손으로, 무언가에 기대 성취한 영원한 사랑에 의미가 있겠나.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마음이겠지.”
“네, 네?”
“아···.”
그 울프람 폰 로엔그린에게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는지 크게 당황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사랑을 원하는 이들에게 작은 계기를 만들어주는게 전부겠군. 자. 일어나서 따라오도록.”
“아, 네···!”
울프람이 성큼 앞서 걷자, 두 사람이 뒤를 따랐다.
그렇게 편의점을 나서서 약 이십 분.
중앙구에서 더더욱 멀리 떨어진 공터를 향해 걷고, 걷고 또 걸었을 때. 울프람은 멈춰섰다.
“한 쪽은 인간, 다른 한 쪽은 엘프. 아마 인간쪽은 전혀 연관이 없어 눈치 못 챘겠지만···. 엘프. 너는 눈치 챘겠지?”
“눈치···. 아···. 자, 잠깐만요. 이거···. 뭐죠. 이 공기. 이 청량함···. 기운···. 어라···?”
울프람을 슬쩍 몸을 비켜 두 사람에게 그 나무를 보여줬다.
한 밤 중에도, 어둠 속에서도 생명이 약동하는것이 보이는 나무.
스스로의 푸름을 주변에 내뿜어, 잎사귀 닿는 곳 끝까지 행복을 기원하는 나무.
세계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엘프들의 성수(聖樹).
“설마···. 이 분은···. 이 나무는···.”
“그래. 세계수다. 너희 엘프들의 신앙이자 젊은 엘프들이 사랑을 고백하거나, 결혼식을 올릴때 가장 많이 찾는 영광된 나무지. 이 세계수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오는 이를 막지 않으며, 행복해 지려는 이를 도와주려고 한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무얼. 엘프들 사이에서는 이런 소문이 있지 않나. 세계수 앞에서 사랑을 맹세한 연인은···.”
“그 사랑이 세계가 끝날 때 까지 시들지 않는다. 아, 아 죄송합니다. 제가 말을 끊어서···.”
“괜찮다. 제프린은 오후 여덟시면 통금이지. 즉 황자나 황손으로 있는 시간도 끝났다는 이야기다. 편하게 이야기 해도 괜찮다.”
“가, 감사합니다···.”
여학생이 당황하자 울프람은 가볍게 웃었다.
“무얼. 내가 여기에 있으면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다 못하겠지. 어디. 그러면 약 한 시간 후에 다시 오도록 하지. 잠시 둘 만의 시간을 가지고, 사랑을 이야기 하도록.”
“가,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그제야 느꼈다.
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는 남자가, 얼마나 큰 배려를 해주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을 응원해 주고 있는지.
사라진 황자의 뒷모습에 깊게 고개를 숙이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마주봤다.
“저, 저 아버지를 필사적으로 설득해 볼게요.”
“저도요. 어머니와 이야기 해 볼게요···.”
두 사람은 서로 손을 붙잡고 꺾이지 않는 맹세를 이야기했으며.
이후 묘목이, 두 사람을 축복하듯 조금 빛났다.
***
밤에 샤이나 다르크가 영입한 엘프가 껴있는 커플을 세계수 앞으로 인도한다는 일정이 붙었다.
나는 분명 대놓고 연애 스폿을 만들라고 했는데, 녀석들에게 물어보니 그건 어렵다고 한다.
“헤헤헤. 대장. 이 제프린은 연애 금지라구!”
“응···. 그러니까 은밀하게 퍼트리는게 최선.”
“그러면 묘목이 늦게 자라는 것 아닌가?”
“아니라구 대장. 사랑의 양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중요하니까. 천 쌍의 커플보다 한 쌍의 부부가 나을수도 있다구?”
“응···. 이런 수상쩍은 곳에 찾아올 정도면···. 그만큼 급하다는 이야기···. 분명 오는 커플마다 세계수를 키워 줄 거야···.”
샤이나 다르크의 말이 합당하군.
그러면 그거 말고 또 궁금한게 있는데.
“그러고보니 샤이나. 왜 나를 대장이라 부르지?”
“생각해보니 우리보다 강하고, 악랄하고, 세계수를 얻어 올 정도로 대단하잖아? 거기에 마검도 수 백자루나 가지고 있고···. 그러면 대장이 되는게 맞잖아?”
“응···. 우리의 대장 해···. 천하 통일 하자.”
진짜 싫다.
무슨 골목대장도 아니고 말이야.
하지만, 쓸만한 패가 늘어난 것은 틀림 없다.
“알겠다. 그러면 은근히, 사랑을 바라는 남녀에게 소문을 흘려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지.”
“응. 믿을게 대장.”
“응···. 물고기를 낚는건 우리 몫, 요리는 대장 몫.”
그렇게 불순한 이야기였나 싶지만, 아무튼 기꺼이 연인을 이끌어주는 길잡이가 되기로 했다.
***
낮도 밤도 없이 바쁘자 내 몸을 걱정해 찾아온 아일라에게 이 이야기를 설명해줬다.
“엄청 낭만적이에요!”
“그런가.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네! 울프람이 그렇게 사랑을 퍼트리는 일을 하다뇨!”
아일라는 양 손을 쫙 펼쳐서 짝짝짝 박수를 치고 눈을 빛냈다.
“그렇군.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한다만···. 결국 소문에 의지해 사랑의성취를 바라는 것은, 마음이 약한 것 아닌가 싶구나.”
“네?”
“서로 사랑한다면 언제든 그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 하고, 믿는 마음으로 역경을 헤쳐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애당초 서로 사랑한다면 못 할 이야기가 어디 있겠나. 남을 의지하기 보다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문제를 파악하는게 우선이지.”
“······.”
“왜 그러지.”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울프람이 그런 소리를 한다고요? 라는 말이 들렸지만, 귀의 착각이겠지. 아일라가 그런 나쁜 말을 할 리가 있나.
“그러면 울프람 저도 부탁이 있어요.”
“뭐지?”
“그 세계수. 저도 보고 싶어요. 가능할까요?”
“안 될 이유를 찾는게 더 어렵군. 자 안내하도록 하지.”
***
세계수는 정말 사랑을 먹고 자라는 것인지, 며칠 전과 비교해 그럭저럭 커졌다.
내 허리쯤 왔던 묘목이 이제는 내 머리를 살짝 넘을 정도.
“엄청나게 크네요.”
“음. 나중에는 이 공터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덮을 정도로 커진다고 한다. 나아가면 내 편의점까지 닿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커져도 되는건가요?”
“무얼. 그때는 본점이 이사가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보다는 향후 제프린 출시 엘프들의 완전한 지지를 얻는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일라는 내 그 말에 검지를 턱 아래에 대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으으음.
“하지만 아쉬운걸요. 저희의 추억이 담긴 본점인데요.”
“음. 그러면 본점을 통째로 드러내 보관하도록 할까.”
“좋은 생각이에요! 흑수정으로 지면째로 파서 옮기죠!”
진짜로 할 생각인가.
“그보단 세계수다. 무언가 느껴지는게 있나?”
“네. 방금 전 부터 엄청나게 행복한 마력이 퍼져 나오는걸요.”
“그런가. 나는 마법사가 아니라서 말이다. 기척에는 민감한 편이지만, 너와는 느끼는 깊이가 다를지도 모르겠구나.”
“어머.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행복함을 느끼는데 마법사고 전사고 어디 있겠어요? 자. 이 나무가 행복해지세요. 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아일라는 방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았고, 살짝 앞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세계수에게 가져다 댔을 때.
화아악.
내 눈에도 확연하게 세계수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잘못 본게 아니라면, 세계수는 방금 성장했다.
“그렇죠? 이제 알겠죠. 울프람?”
“그래. 아주 잘 알겠구나.”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세계수를 성장시킨다.
누군가와 행복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그 성장을 촉진시킨다.
그렇다면.
내 손을 붙잡은 아일라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고작 손을 이끌어, 가져다 댄 것 만으로도 확연한 성장을 이뤄냈다면.
“왜 그러나요. 울프람?”
이 녀석은 얼마나 나의 행복을, 우리의 행복을 바라고 있는 걸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날씨가 좋구나. 조금 더 걸을까.”
“네. 그러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