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1)
트라이스타 가문의 집무실.
가문의 성향을 드러내듯, 장식보다는 마법적 도구가 많고, 교양서보다는 마도서가 많은 이 집무실은 가주 전용이다.
출입을 허락받은 것은, 가주. 청소를 하는 극히 소수의 시종. 그리고 가주가 직접 불러들인 손님 뿐.
대부분의 손님을 접객실에서 맞이하고, 홀에서 주최하는 파티로 이끄는 것을 생각하면, 이 집무실에 초대받는다는 것은, 그 하나만으로도 트라이스타가문의 중요한 손님이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는 실로 중요한 업무였다.
“그럼 황자님. 보수에 대해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러도록 하죠.”
“우선 보수는···.”
“아니, 일단 이 쪽에서 하는 제안을 들었으면 하는군요.”
“네? 네.”
돈 이야기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지. 안 그래?
주도권이 나한테 있는 보수 이야기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생각보다 받아낼 것도, 받아내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럼 스킬을 액티브로 돌리자.
자.
“【보수 이야기를 시작하죠.】”
***
글래스 트라이스타 백작은, 눈 앞 황자의 기세가 바뀜을 피부로 느꼈다.
그저 한 마디. 보수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한 그 순간부터, 눈 앞의 청년이 거대하게 느껴졌다.
마치, 황제 폐하를 알현할 때의 무게감.
그 정도의 위압을, 이 젊은 나이에 가지고 있단 말인가.
“제,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말씀 드렸습니다. 저는 제안을 하겠다고 말이죠.”
“···아, 죄 죄송합니다. 황자 전하.”
거슬러서는 안 된다. 우선은 탐색을 하자.
그리고 기분 탓일지도 모른다. 황실의 후예라고 하여 지레 겁을 먹고 있는 것 아닐까.
글래스 트라이스타 백작은 조심스레 울프람과 눈을 마주했고, 그리고···.
“제 실적과 치적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그, 그렇습니다.”
글래스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그래.
그는 증명해냈다.
이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라는 청년은, 누구도 모르는 비법을 이용해, 몬스터를 처리했다.
그 처리 방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가서, 트라이스타 가문이 소유한 광산에 퍼진 슬라임을 처리할 수 있었다.
비단 이 가문 근처의 광산 뿐 만이 아니다. 이 신비한 처리방법은 가문 소유의 모든 광산에 퍼질 것이다.
즉 그는, 광산업에 하나의 혁명을 일으킨 셈.
아마, 이 사태를 막지 못했다면, 가문은 심대한 피해를 입고 가문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딸아이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겼을 것이다.
허나 이 청년. 아일라의 반려로 정했던 사위 될 남자는 자연스레 나타나 무심하게 해결하고는 자신이 해결한 일의 무게감을 깨닫지 못하는 것 마냥 행동했다.
글래스 트라이스타 백작은 한 가지 미끼를 던져보기로 했다.
“그 전에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정말 큰 일을 해주셨습니다.”
여기서 감사 인사를 표하는 것은, 상인으로서 하책.
어찌 채무자가 채권자의 공을 치하하며 감사인사를 내뱉을까.
글래스 트라이스타 백작이 이런 인사를 받았다면, 반드시 꼬투리를 잡아 더욱 크게 뜯어냈을 것이다.
허나 울프람은 아주 가벼이 미소 짓고는 흘려 넘겼다.
“무얼. 그리 큰 일도 아닙니다. 가벼운 지식으로, 쉽게 처리했을 뿐.”
“···그렇, 습니까.”
말이 채 이어지지 않았다.
슬라임의 해결은 그에게 있어서는 【결코 대단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아 버렸다.
이 해결만으로도 주변 다른 광산들을 얼마든지 먹어치울 수 있다.
간단한 예로 광산 슬라임을 일부러 퍼트린 후, 가동 중지가 된 광산을 헐값에 사들여 이 방식을 이용해 해결하기만 해도 대체 연간 얼마나 돈을 벌어들일지···. 말 그대로 광산업계의 개혁의 바람이 불어 올 것이다.
“눈앞의 자잘한 이익을 취할 생각은 없습니다.”
“허어···!”
마치, 삿된 생각을 하는 글래스 백작을 꾸짖듯, 울프람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글래스 트라이스타 백작. 저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말에 스스로의 심장이 빠르게 뜀을 느꼈다.
마치 마력을 품은 말.
거부할 수 없는 제안.
“···기회라, 하셨습니까?”
“나는 고작 현물과 이번 건의 교환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식견이 짧아 전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의(底意)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제 손으로 작게나마 공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고 있다 자부합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아일라에게 들은 것만 해도, 이미 몇 번이나 감탄을 했는지 모릅니다.”
“머리로는 해낼 수 있다 확신하나 때로는 너무나 애석하게도 물질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심은···.”
“제 옆에서, 제가 바라는 물건들을 공급하고, 세계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아···.”
순간 심장이 멎을 뻔 했다.
그리고 멎기 직전보다 수 배는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세계를 바꾸는 무대 위에, 당신의 자리가 있습니다. 백작.”
“오, 오오, 오오오······!”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고작 손익이 아니라, 수익 배분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배에 자신을 태우고 싶다. 이 청년은 그리 말하고 있었다.
방주의 승선권을 얻은 피조물처럼.
글래스 백작의 눈은 신앙을 간증한 신도처럼 하염없이 떨리고 있었다.
“제가 앞으로 만들 물건들은, 제프린을 바꾸고, 제국을 바꾸고, 이윽고 세상을 새로이 열 물건들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따라오시겠습니까.”
글래스 백작은 말로 대답하지 않았다.
상인의 입보다 가벼운 것은 없으니까.
그는 그저 한 쪽 무릎을 꿇고, 왼 손을 심장에 가져다 대고, 오른 손을 청년에게 내밀었다.
내 심장을 바치겠습니다. 라는 의미가 담긴 실로 귀족다운 행동이었다.
***
해냈다.
글래스 백작의 행동은, 명예를 아는 귀족들이 취하는 충의의 자세!
“···일어서십시오. 저는 아직 당신의 충성을 받기에는 많이 부족한 몸입니다.”
“네, 네에. 알겠습니다. 황자전하.”
이건 사실 이번 건과 나의 미래. 그리고 이 트라이스타 가문의 특성을 최대한 이해해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원작과 현실을 조합해 가장 그럴 듯 한 일을 추론했다고 해야 할까.
예를 들면, 원작에서 아일라 트라이스타는 2막까지는 켈터스를 괴롭히나, 3막에서는 행동이 바뀐다. 갑자기 인재를 모으고, 빼돌리고, 그 결과 폭주하고 이브에게 칼을 들이밀고 ‘학생회장을 적대’한다는 중범죄를 저질러 ‘레지나 시엘라’와 켈터스에게 토벌당하고 퇴학당한다.
그런데 트라이스타 가문은 생각보다 재정이 굉장히 건전했다.
아일라가 그렇게 된 것은 이 광산 정지 사건이 그 시발점일 것이다.
게임에서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하고 추측할 뿐이다.
특히 게임에서 스피카를 동료로 영입 했을 때. 기본 장비가 다른 1학년에 비해 부실한 수준이었으니까 더더욱 그렇다.
간단하게 말하면, 아일라의 가문에서 문제가 일어났고.
아일라는 인재만이 해결법이라 생각했고, 그 결과 아일라 파가 완성되어 이브의 눈 밖에 났으며, 이브와 싸우다가 레지나를 말려들게 했고, 그 결과 아일라는 토벌 당한다.
그리고 트라이스타 가문은 풍비박산. 스피카도 어떻게 입학은 했지만 가난한 상황. 정도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보기 싫다.
아일라도 스피카도, 그리고 이 글래스 백작도 꽤 좋은 사람 아닌가.
그러니까···.
“우선 제가 바라는 것은 상호간의 교류입니다.”
“···교류. 말씀이십니까.”
“예. 저는 트라이스타 가문에서 돈이 아니라, 귀한 광석이나 재료를 받고 싶습니다.”
“음. 귀한 광석이라 하시면 어느 티어까지 말씀하시는지.”
“9티어의 그냥 평범한 돌부터, 가능하다면 1티어의 칠황광석까지입니다.”
“허어! 헌데 칠황광석은 ···그, 전설에나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요. 제가 바라는 것은 요컨데 권리입니다. 트라이스타 가문에서 캐내는 광물을 먼저 입찰할 권리요.”
“···입찰할 권리라고 하셨습니까.”
“예. 돈은 지불 할 겁니다. 거기에 광산 몬스터 대책과 트라이스타 가문에서 받은 광석으로 만든 물건들은, 그 시제품의 정보를 공유하겠습니다.”
“···저희쪽이 아득한 이득이군요. 협력하겠습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속으로는 환호성을 외쳤다.
됐다.
먹혔다.
사실 지금 대금을 받아도, 많아봐야 몇 천 만 린이다. 진짜 최대로 잡았을때 그정도다.
하지만 극후반에 나오는 아이템은 고작 몇 천 만으로 살 수 없다.
그러니까 나는 재료를 원했고, 재료를 얻었다. 서부 최고의 광산업을 자랑하는 트라이스타 가문의 백업을 얻은 것이다.
저런 슬라임 몇 천 마리 잡은 걸로 이 정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니, 이 세상은 나에게 너무나 상냥하군.
아무래도 꿈을 판게 주요하게 작용했나보다.
그 뭐야, 아일라는 반역이고 스피카는 혁명이고 백작은 개혁이니까 ···뭔가 나는 이런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투자 안하면 손해다~ 같은 식으로 입을 털었는데 꽤 잘 먹혔다.
물론 입찰권이라 돈을 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얻을 수 없는 물건도 있는 법이다.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트라이스타 백작이 이상한 말을 꺼냈다.
“허나 이건 정당한 거래입니다. 황자님의 꿈에 함께 동행할 수 있는 티켓을 얻었다고 생각하긴 힘듭니다.”
“···그렇습니까.”
아니 뭐 더 받을 것도 없는데, 더 주신다고?
하하 이것 참 웃어른이 주신다는 데 제가 거절하기 힘드네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어디보자. 그럼 뭘 받아 볼까.
지금 내 편의점에 가장 부족한 것은···.
아. 그게 있었지.
“아, 금속 성형이나 가공도 하십니까? 거기에 마도술사랑 골렘 크래프트 스킬을 가진 마도사님도 필요합니다.”
“바로 섭외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쓰시려 하십니까.”
“꿈을 위해서입니다.”
“존명.”
***
그 뒤로 이 주일 정도, 중간에 물건을 가지러 제프린에 한 번 돌아온 것을 제외하면 트라이스타 가문에서 지냈다.
물론 쉰 것은 아니고, 지금 편의점에 가장 필요한게 뭔지 강구했고, 그걸 만드느라 꽤나 시간이 걸렸다.
‘음, 지금부터 강철판을 성형해서 만드는 것 보다. 기존에 있는 물건들을 변형해서 만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허어, 어찌 이런 생각을 하셨는지···. 가능하냐고요? 글쎄요. 허나 제 영혼이 가능하게 만들고 싶다고 외치는군요.’
‘좋습니다. 황자 전하께서 그리시는 미래가 뭔지 보았습니다. 저희 기공사연합과 골렘 학파의 마법사들은 이 기회를 반드시 잡고 싶습니다.’
‘헌데 만드는 것 자체는 그렇다 쳐도 운용에는 엄청난 마력 조작 스킬을 가진 마도사가 필요합니다만···.’
‘아, 아하. 그렇군요. 그런 수가···. 허어. 울프람 저하의 혜안에는 놀랄 따름입니다.’
그렇게 모두의 꿈이 하나가 되어 만들었다.
바로, 2대의 마차를 이어 만든 2량 편성 마력 자동 마차였다!
***
나의 마차를 본 아일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어봤다.
“그래서 이걸 만들었다고요? 그 귀한 골렘의 핵을 가져다가···?”
“음. 그렇다.”
“고, 골렘의 핵은 이제 제조가 불가능 한 거 알아요? 하나에 무려 수 천 만에 낙찰 될텐데요···? 황실에서도 대 마도사 보호용으로 돌려가면서 쓰는게 전부일텐데···.”
“······.”
아니,
진짜?
“이런 씨··· 흠. 알고 있다.”
황실 혈통이 내 쌍욕을 막아줬다. 고마워요 황실혈통!
아니, 아니다. 고작 억 단위에 흔들리지 마라 울프람. 흔들려서는 안 된다. 선택을 후회하지 마라.
“뭐, 뭐 아무튼 말이다. 지금 편의점에 제일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 편의점의 문제는 위치다. 하루 두 번 정기편을 운영하면 손님이 늘겠지.”
“그래도 골렘의 핵인데···.”
“괜찮다. 이게 나의 목표니 말이다.”
“아, 울프람의 꿈···. 후후. 그래요. 이 정도 배포는 있어야죠.”
골렘의 핵.
1-4 동부 숲의 유적에서 골렘을 쓰러트리고 얻은 그것을 엔진으로 마차 자체에 기동마도술식을 새겨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당연히 운전 방식은 마력 컨트롤이고, 이게 또 엄청나게 어렵다.
그래서, 운전사는 바로 파트라슈를 고용했다.
“······내가 진짜 이걸 모는 건가? 주인? 진심인가?”
“내가 편의점을 운영하는 동안은 주4일. 정기적으로 하루 세 번 몰면 나머지 이틀은 휴가를 주도록 하지. 내가 졸업할 때까지의 계약이다.”
“명심봉행하겠다. 나의 주인.”
특별 주문한 W.R 로고가 박힌 정장과 기관사 모자까지 챙겨 쓴 파트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운전사도 구했다.
“울프람. 제가 타도 돼죠? 제가 제일 먼저 타도 되나요?”
“그러도록 해라.”
이 제작에 제일 기뻐한 것은 아일라인듯 어린아이를 방불케 하며 방방 뛰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일주일.
편의점 정기편을 운영한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파트라슈마저 그 결과를 보고 입을 떡 벌리며 나에게 시선을 줄 정도였다.
“주인.”
“······.”
“새 손님은 아무도 안 왔다만. 평소 보이는 흑수정 아가씨. 막노동꾼. 암살자. 병아리는 오기 쉽다고 좋아하긴 했다만···. 아 마력에 소질이 있는 후예도 말이다.”
“······.”
“이게 주인이 바란 결과였나?”
“······.”
“주인. 내일은 휴일이다. 알고있나?”
“···알고있다.”
“어, 텅 비었네요? 울프람 그럼 저 정기편 한 번 더 탈게요! 울프람! 괜찮죠?!”
“······그러도록”
“와아! 고마워요. 울프람! 파트라슈. 가요!”
“······.”
딱히 손님이 늘지는 않았다.
아일라 네프티 루디카 밀푀유 거기에 이브마저도 호평이었는데.
대체 ···어째서?
“음. 주인.”
“···뭐지.”
“정체를 모르는 늑대가 모는 마차는 어지간히 머리가 맛이 가지 않고서는 타지 않을거라 생각한다만.”
“······아.”
“알겠지만 내년 말까지 이미 계약이 되어 있다. 요정과의 계약을 어기지 마라.”
“알,고 있다.”
“클클 ···내일은 휴일이군 적당히 쏘다녀봐야겠다. 그럼 정기편을 몰러 간다. 수고하도록.”
내 옆을 지나치는 파트라슈가 내뱉은 웃음소리가 가슴에 사무쳤다.
시리도록 추운 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