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at the Academy Convenience Store RAW novel - Chapter (710)
709. 빼꼼 폰 로엔그린
신시아는 퀭한 눈.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탕을 다 먹어버린 이브. 즉 세상이 끝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내년에, 그러니까 신시아가 입학했을 때 없다는 게 그리 충격인가?
음.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4학년이라는 정보는 입수하기 무척이나 쉬웠을텐데, 오늘 하루종일 끌고다닌 덕분에 눈치채지 못했나보네.
하지만.
“그래서. 내가 내년에 졸업하여 지도편달을 해주지 못하는 것과, 신시아. 너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 그리 큰 상관관계가 있나?”
“······.”
녀석은 잠시 눈을 감고, 다시 떴다.
퀭한 눈은 어디 간듯 없고, 보이는 것은 열의와 투지.
만약 이게 원작이었다면, 내 눈에 다음과 같은 메세지가 보였을 것이다.
【장의 그릇이 성장합니다】
【신시아 피닉스의 목표가 정해졌습니다.】
【가장 원대한 목표를 품었습니다. 그녀는 바스라져 사라질지언정 결코 꺾이거나 굽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잿더미 위에서, 그 생이 다 할 때 까지 다시 부활할 것입니다.】
신시아 피닉스.
세상에 불만이 많고, 목표조차 불명확했지만 한 번 길을 정하는 순간 포기하지 않고 내달리는 소녀.
학생회장이라는 큰 목표를 심어줬으니, 포기하지 않고 내달릴 것이다.
“그럼 저는 지금부터 뭘 하면 될까요. 학생회장이 되고 싶습니다.”
“알고있나? 이 제프린은 재능으로 사람을 차별한다. 좋은 집안에 태어난 것도 재능의 일부다. 단승 기사 가문의 딸은 이곳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재능이 없음을 나타낸다. 그 십만의 정점에 서겠다고 하는 것이다.”
“네.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하겠습니다.”
내 눈에 비치는 투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 신시아 피닉스지.
“나는 너를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애당초 긴 가르침 자체가 불가능하다. 너와 내가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고작 사흘. 그 뒤 네가 입학했을 때. 울프람 폰 로엔그린은 이 제프린에 없다.”
“알고있습니다.”
과연.
게임에서는 ‘목표’가 정해지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이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보니 더 거물의 싹이다.
내가 바람을 불어 넣었으니 내가 책임을 져야지
“좋다. 그렇다면 우선 학생회에 들어가라. 늦어도 1학년 1학기에는 학생회와 연줄이 닿는것이 좋다.”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을까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현 학생회장의 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보여줄 것.
다른 하나는 지금 당장, 이브 폰 로엔그린의 눈에 들어 입학 직후 학생회에 내정 될 것.
“후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자를 목표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브 폰 로엔그린 학생회장님의 눈에 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호오.”
전자는 ‘해볼 만 하다’ 후자는 ‘할 수 없다’ 지금 자신의 손패를 분석하고 최대한 가능성이 높은 쪽에 건다.
지옥에서 올라온 정배충···. 이 아니라, 확실하게 자기 자신을 단정짓는다. 그것이 이 녀석의 장으로서의 본질이다.
나와는 좀 다르다.
나는 1을 100으로 만들 자신이 있기에 도박에 몸을 던지는 반면, 이 녀석은 냉철하게 분석하고 최대한 가능성 높은 쪽을 고른다.
본질적으로 나는 폭군에 가깝지만, 이 녀석은 잘만 하면 성군이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녀석이 폭정을 저지르면 개판나는것도 그만큼 쉽지.
그럼 어디.
이 녀석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테스트를 한 번 해볼까.
“후자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내가 추천장을 써주면 그 이브 폰 로엔그린도 조금이나마 호기심을 가질테니 말이다.”
“아···.”
“입학 예비생입에도 빠르게 학생회장의 눈에 들 수 있다. 심지어 학생회 내정까지도 가능하다. 말 그대로 마법의 추천장이지.”
“그, 그런 것을 제가 받아도 되나뇨.”
“제프린 생활수칙. 첫 번째. 달콤한 제안은 의심해라. 두 번째. 첫 번째 수칙을 항상 잊지 마라.”
“네?”
“이브 폰 로엔그린은 나를 미워한다. 아니 우리는 서로를 무척이나 증오한다. 서로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사이가 좋아질 수 없다. 그러니까. 너는 이 추천장을 발급받아 학생회의 눈에 띈 그 순간부터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어마어마한 격무와 고통이 너를 기다릴것이다. ‘이게 그 쓰레기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 추천한 신입생? 인정할 수 없어!’ 하고 말이야.”
“······.”
“그럼에도, 이 추천장을 잡겠나?”
“잡겠습니다.”
망설임 없는 거 봐라.
“어째서지?”
“그게 제일 빠르게 권력의 정점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과연.
목적지를 설정하면 오직 직선인가.
“알겠다. 이브 폰 로엔그린에게 추천장을 써두도록 하지. 내일부터는 학생회로 가보도록.”
“네! 사부님!”
“······.”
사부님은 뭔데.
***
그렇게 신시아는 이브에게 토스했다.
이브는 ‘미쳤어요?’ ‘애를 납치해놓고 이제 학생회에 밀어넣으시겠다?’ ‘이제 학생회 인선에도 간섭하시겠다?’ ‘당신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갸아아아악!’ 같은 소리를 메시지로 내뱉었다.
물론 나는 깔끔하게 대응했다. ‘나는 정상이다.’ ‘능력 있는 인재다.’ ‘애당초 밀푀유부터 내 인선이다만.’ ‘나는 울프람 폰 로엔그린이다.’ ‘재미있는 비명이구나’ 하고 응수해줬다.
그 결과 한 밤 중에도 학생회 건물이 있는 중앙동에서 빛이 번쩍거리는게 보였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 나중가면 가장 깊은 밤을 낮으로 바꾸는 【성광창 : 극 : 구원의 하늘】같은 것도 쓸 수 있었지 참.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군.
언젠가 네 빛이 하늘을 뒤덮길 바라마. 이브 폰 로엔그린.
설령 적이지만···. 강한 적이야말로 쓰러트릴 보람이 있지 않겠나.
뭐 아무튼, 그렇게 신시아를 이브에게 토스한 다음날. 편의점에 스피카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오라버니!”
“음. 안녕하구나.”
녀석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자 스피카는 내 머리에 기대 에헤헤 하고 웃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지.”
“아···. 다른게 아니라 어제 저희 기숙사에 묵었다고 하는 예비 신입생은 어디에 있나 해서요.”
“신시아 피닉스 말인가?”
“네. 그런 이름이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는 어디에 있나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스피카. 애가 왜 이러지.
“신시아와 아는 사이였나?”
“아뇨! 하지만 후배죠? 내년에 제 후배가 될 아이잖아요? 그것도 제프린 선행학습이면 저랑 완전히 같잖아요?”
“음. 그렇지.”
“그러니까! 그 귀엽고 순수한 후배를 이 선배 될 스피카 트라이스타가 도와주고 지도해주겠다는거에요!”
그리 말하며 웃는 스피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쓰다듬자 녀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칭찬 받을 일을 했나요?”
“아니. 아니다.”
귀엽고 순수한 후배라. 누가 누구를 말하는 건지 원.
“지금은 없다. 학생회장과 만나고 있거든.”
“아···. 오늘은 이브님과 동행하나봐요.”
“흠. 그것과는 좀 다르다만···. 아니 우선 우리도 가볼까.”
“네? 네! 좋아요!”
에헤헤 웃으며 내 팔을 꽉 잡는 스피카.
어린 나이에 재주 계열 마법사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근접전이 부족한 건 또 아니라서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다.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겠다고 하는 듯 한 팔 힘.
뭐. 기분 탓이겠지.
“그럼 갈까.”
“네! 팔 꼭 잡고 같이 가요. 오라버니! 도착할 때 까지 안 놓을거에요!”
기분 탓이겠지?
***
스피카에게 홀드당하고 그대로 학생회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회장님. 지시하신 서류 전부 처리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다음은 물류팀에 가서 창고 정리를 돕도록 해요.”
“네!”
이브의 지시에 따라 일하고있는 신시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저 큰 분은 누구신가요? 열정적이시네요. 상급생중에 저런 분이 계셨던가? 저희 서부에 꼭 스카우트 하고 싶어요.”
스피카가 눈을 빛냈다.
저 큰 분···.
“네 후배 될 아이다.”
“네? 오라버니도 농담도 참.”
“정말이다. 신시아 피닉스. 내년부터 제프린에 들어올 예비 입학생이면서 동시에 학생회 인력이구나.”
“예비 입학생인데 학생회 인력···이요?”
“음.”
나는 짧게 신시아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회장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 학생회 추천서를 받았다는 것 등.
“저보다 어린 나이에 저 정도의 야망을···. 대단하네요.”
“호오.”
스피카의 눈이 살짝 죽었다.
“그런데 귀여운 후배님이 아니셨군요. 저보다···. 커요. 많이···.”
“음···.”
스피카는 1학년 중에서도 작은 편이니까 말이야.
“내년에는 스피카도 커질 거다. 아일라를 보면 스피카도 결코 작지 않을 거야.”
“언니는 라인이 이쁜거지 크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응?
신장에 라인이라는게 있나?
내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저 멀리서 금발 뱃살 녀석이 이쪽을 보고 눈짓했다.
나 참. 사람을 눈짓으로 부르고 말이야.
“잠깐 이브 좀 보고 오도록 하지.”
“아, 네. 다녀오세요!”
나를 배웅한 스피카는 잠시 자신의 가슴께에 손을 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
이브에게 다가가자 녀석은 이쪽을 힐끗 보고는 눈쌀을 찌푸렸다.
“그래서. 내가 심어놓은 첩자 겸. 학생회 인선에 개입한 증거인 신시아는 어떻지?”
“······.”
“그렇게 뾰로통하게 볼을 부풀리면 볼 사이에 사탕이 잔뜩 들어가 있어서 단맛을 즐기느라 입을 못 연다고 생각 할 수 밖에 없다.”
“찮아요.”
“뭐라고?”
“괜···찮다고요. 흥. 여전히 사람 보는 눈은 나쁘지 않네요.”
“호오. 자세히 들어보도록 할까.”
“제가 왜 설명해야 하죠?”
“그야 내가 심어놓은 첩자니 말이다.”
“쯧.”
이브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오자마자 인사를 했죠. 그 다음 뭘 했는지 알아요? 할 일과 해내야 할 시간. 오늘의 업무 총량을 묻더라고요.”
“호오.”
“그래서 가르쳐줬더니, 그 다음에 이렇게 묻는 거에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한 조언을 각 업무당 하나씩 가르쳐주십시오.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말이에요. 그래서 가르쳐줬어요. 서류 정리는 이걸 우선으로, 물건 정리는 여기부터. 이런 식으로 말이죠.”
“당차군.”
“당찬 것 뿐만이 아니에요. 그 다음 배운것을 그대로 적용하다가 손에 익자마자 좀 더 나은걸 해보겠다면서 바로 응용에 들어가잖아요! 쯧. 어디서 이렇게 재미있고 유능한 인재를 끌고 와서는···.”
그리 말하며 이브는 쯧 하고 혀를 찼다.
“재미있고 유능하다? 즉 내가 밀어넣은 첩자가 좋은 인재라 이 말인가?”
“첩자 좋아하시네. 당신도 어제 처음 본 거잖아요?”
“그야 그렇다만.”
“당신이 추천한 인재라는 색안경만 안 낄 수 있었다면, 제가 발굴해서라도 어떻게든 영입했을거에요.”
“그 정도인가.”
“입학 예비생 주제에 당차고 정확하고, 일에 헛됨이 없고, 동시에 당차죠. 제가 미워할 이유가 있나요? 첫 날은 조금 멍한 눈으로 있길래 내버려 뒀더니, 이런 인재였을줄이야.”
“흠.”
그도 그렇겠다.
이브가 딱 좋아할 인재상이네.
“물류 작업 끝났습니다. 뭘 하면 될까요.”
나와 이브가 벽에 기대서 종이컵으로 차를 한 잔 하고 있자니, 신시아가 와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 다음 지시를 부탁했다.
“신시아. 당신한테 손님이 왔어요.”
“아. 사부님. 안녕하십니까. 그럼 이브 학생회장님. 다음 업무 지시 부탁드립니다.”
“음···? 당신을 이 곳에 밀어넣은 건 울프람인데, 반갑게 인사하지 않는건가요?”
“지금 제게 업무 지시를 내리시는 건 이브님이시고, 지금은 업무 시간입니다. 사부님과 만남은 즐겁지만, 업무가 끝난 후 대화 나누겠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저기 코튼을 도와서 기사학부 동아리 순찰을 나가도록 하세요.”
“네. 다녀오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고개를 꾸벅 숙인 신시아는 다시 일을 하러 떠났다.
“봤죠? 정말···.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없어.”
“그건 전부 마음에 든다는 건가?”
“네! 그래요! 으윽···. 울프람이 추천한 인재가 이렇게 마음에 들다니 분하다···. 하지만 인정 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분해요!”
어느 한 쪽만 하렴.
“그러면 내가 졸업하고, 저 녀석이 입학했을 때 중히 쓰도록.”
“흥···. 아니다. 마음에 안 드는 게 하나 있네요.”
“뭐지?”
“그건 울프람 폰 로엔그린. 당신이 추천장을 썼다는 거에요. 두고보세요. 제가 1년간 확실하게 굴려서 울프람 당신의 독기를 빼버릴거니까요.”
그리 말하고 이브는 혀를 빼꼼 내밀었다.
오